115회
[ chapter # 8 ] 희망을 품은 나는 내일과 싸운다. # 47(4).
“후우··· 끝났다.”
한 겨울의 찬바람이 쌩쌩 불어왔다. 하지만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냈다. 나는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지 앉게,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넉넉한 구름 덕분에 태양 빛이 따갑지도 않았다.
나는 돛대의 정비를 마무리하기 위해, 돛대의 매듭을 더욱 견고하게 엮었다. 잘 접어진 돛을 매다는 것으로, 정비는 마무리 되었다. 나는 높은 곳에서 바라본, 군항의 전경을 시선에 한가득 담았다. 바다의 향기는 아직도 그대로였다.
오후 작업은 돛대 정비에 모두 쏟아버렸다. 높은 곳에서 작업한다는 것만 빼고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주홍빛과 보랏빛의 경계선이 내 눈을 장식해 주었다. 온통 황혼으로 물든 아득한 수평선이 보였다. 시엘은 이 광경을 봤을까?
여객선에서 시엘과 노을을 본 기억이 없었다. 내가 멀미에 취해, 객실에서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방이 수평선으로 장식 된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이 광경을 혼자만 만끽하는 게 아쉽기 그지없었다.
바다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나는 무척이나 바다를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 그토록 바다를 미워했었다. 내가 선택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바다는 내게 고독을 강요하는 것만 같아서 미워했었다. 갈매기들과 바다 비둘기가 각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구슬프게 울렸던 울음소리가, 지금은 파도에 섞여 화음처럼 들렸다.
아름다워라. 나는 돛대에 매달린 채, 넋을 놓았다. 아침부터 어느 귀족 여기사에게 휘둘리긴 했지만, 이런 일상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니. 이런 일상을 바래왔다. 평화로웠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만 했다. 눈을 뜨면, 죽음의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었다. 비장한 각오로 전장에 선두에 서있을 필요도 없었다. 물론, 하급 기사시절부터 얻었던 부기사로서의 명예는 무척이나 아까웠다.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나는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계속 해군 기사단에 있었더라면, 중급 기사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적당한 봉급을 받으며, 긴 항해를 버티며, 왕국에서 주는 관사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또 그렇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결말에는 시엘이 없었다.
재미없는 내 이야기에도, 방긋방긋 웃어주는 시엘은 없었다. 아무도 이해받지 못할 내 이야기에 눈을 반짝여주는 사람은 시엘 밖에 없었다. 시엘과 이야기하고 싶다. 시엘과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일하는 동안 느꼈던 생각과 광경을 시엘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다.
* * *
“누나! 저 좀 봐주세요!”
“···.”
시엘이 불쑥 내 시야를 가렸다. 내 양손에 매달려있던 종이봉투가 현관에 떨어져버렸다. 시엘이 자신의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나한테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아르미엘 누나! 저, 취직 했어요!”
“취직?”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시엘이 너무 싱글벙글해서 어떻게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취직이라니··· 설마?
“벨튼 저택에서 메이드로 취직했어요!”
“뭐라고?! 메이드?”
시엘이 이불을 천천히 벗어 내렸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시엘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필이면, 시엘의 어깨에 낯익은 하얀색 프릴이 보였다. 아니야, 아닐 거야! 이건 거짓말이야! 내가 페인트를 만지작거려서 그런지,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남자애한테 무슨 치마라니! 시엘의 어깨에 걸쳐진 앞치마는 내가 아는 앞치마가 맞았다. 나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을 안간힘으로 붙잡았다. 그대로 이성을 잃어버리고, 벨튼 저택으로 뛰어가려는 마음을 억지로 붙잡았다.
“시엘, 거짓말이지?”
“네? 진짜에요. 보세요, 아르미엘 누나. 오늘 메이드장님한테 받은 전속 메이드 옷이에요!”
“···.”
육성으로 여신을 부르짖을 뻔했다. 내가 벨튼 대 공작에게 무슨 잘 못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메이드장에게 미움이라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제르바엘 집사관? 아니다. 그들도 아니라면, 벨튼 저택에서 지내고 있는 미사엘 때문일지도 몰랐다.
“설마, 미사엘 부인의 양자가 되기로 한 거야?!”
“네? 아, 아니에요! 제대로 거절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나도 모르게 시엘의 어깨를 붙잡고 언성을 높였다. 시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미사엘이 뭐라고 그랬는데?”
“괜찮다고 하셨어요. 욕심이 없는 녀석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 다음은?”
“벨튼 대 공작님하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 다음에는 제르바엘 집사관님. 그 다음에는 메이드장님하고 이야기 했어요.”
미사엘은 절대 두 번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거기서, 더 이야기 안 했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만약이라도, 용사의 꿍꿍이가 있어서 권유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자로 삼았을 것이다. 내가 걱정한 것은 그 부분이었다. 미사엘의 즉흥적인 권유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엘이 거절한 것으로 끝이었다.
미사엘의 달콤한 제안을 제대로 거절한 시엘이 기특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벨튼 대 공작 쪽 이었을 것이다. 미사엘의 권유를 거절했으니, 벨튼 대 공작이며, 벨튼 저택 전체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시엘이 벨튼 대 공작을 비롯해서, 저택 관리인들과 이야기한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왕족의 권유를 그렇게 거부했으니, 벨튼 대공작도 놀란 만도 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벨튼 대 공작님이 후원 어쩌고 했었잖아.”
“처음에는 벨튼 대 공작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어요. 저를 도와주고 싶은데, 수습 집사는 명분을 만드는 것뿐이라고요.”
“그래서?”
“그러다가, 미사엘 부인이 양자가 되지 않겠냐며 권유하셨었어요. 그래서 오늘 확실하게 거절하고 왔어요.”
“거절한 건 잘했어. 근데, 어쩌다가 메이드가 됐다는 거야?”
그야, 귀족들의 저택을 관리하는 메이드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반대로는 집사가 있었다. 하지만, 시엘은 남자아이였다. 프릴과 하늘하늘한 레이스로 장식 된 앞치마라니.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마치, 우아한 외모에 마나드릴로 중무장한 이모님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니다. 어울리는 건가?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사엘 부인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벨튼 대 공작님한테 말씀드리니까, 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것도 거절한다고 했는데, 벨튼 대 공작님은 그럴 수 없다고 하시면서, 본래 약속한대로 하자고 하셨어요.”
“···그럼, 수습 집사가 되고나면, 벨튼 대 공작님의 후원인지, 뭔지를 받는 거 아니었던 거야?”
분명, 수습 집사는 취직이 아니었다. 벨튼 대 공작이 시엘을 후원하기 위한 명분이라고 알고 있었다. 뭔가, 얘기가 복잡했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시엘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기 시작했다. 아차! 시엘을 몰아붙일 생각으로 묻는 게 아니었다. 벨튼 가의 전속메이드 복을 입고 해맑게 자랑하던 시엘이 주눅 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제가 미사엘 부인을 도와드렸다고 하지만··· 너무 과한 보답을 받는 것 같았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다 말해보라고 하셨는데, 딱히 생각나지도 않았어요. 명색이 벨튼 저택의 수습 집사라는데, 그렇게 돈을 받으며 지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시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시엘도 벨튼 대 공작의 지원이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굴러들어온 복을 발로 걷어 찬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아무리 후궁의 권유라도, 양자가 된다는 것은 왕국의 왕족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거기에다가 벨튼 대 공작도, 손가락에 꼽는 귀족들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인물이었다. 벨튼 대 공작은 막대한 재산과 인망도 있었다.
벨튼 대 공작이 시엘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상세하게는 알 수 없었다. 시엘도 분명 미사엘과 벨튼 대 공작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시엘도 생각이 있어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했을 것이다. 그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그래서 아예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보니까, 제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도 일하고 있었어요. 여자아이도 일하는데, 저라고 못할 건 없다고 했어요. 시켜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어요.”
아아. 시엘이 요나엘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뭐든 지는 아니지··· 뭐든 지는.”
“여,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나는 시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때려주었다. 말이라도, 시엘이 ‘뭐든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벨튼 대 공작이 나쁜 사람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나쁜 사람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자잘한 이야기는 괜찮고, 어쩌다가 메이드가 됐는지 얘기해줘.”
말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갔지만, 정말로 시엘이 메이드 복을 입게 된 까닭을 알고 싶었다. 그것도 메이드장이 수제로 만들어준다는, 벨튼 저택의 전속 메이드 복이었다. 시엘이 입고 있는 앞치마가 너무 강렬해서,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벨튼 대 공작님이 약속대로, 수습 집사를 시켜준다고 하셨어요. 단, 집사는 입사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다음에 제르바엘 집사관님하고 이야기 했어요. 처음에 진지하신 표정으로 채용시험하고, 학력 이야기를 하셨어요. 하지만, 자꾸만 현기증이 나신다고 저를 메이드장님한테 보내셨어요.”
그 딱딱한 제르바엘 집사관이 현기증이라니, 어디라도 아픈 걸까? 어쨌든, 제르바엘 집사관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제르바엘 집사관이 무슨 이유인지, 메이드장에게 보낸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메이드장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집사참모부는 어려운 곳이니까, 사랑봉사부가 최고라고 하셨어요. 자꾸만, ‘메이드장이 말이야~ 메이드장은~’이렇게 말씀하셔서, 말씀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요. 사랑봉사부로 무조건 채용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시엘이 앞치마의 어깨끈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로군. 제르바엘 집사관 입장에서, 시엘에게 집사를 시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벨튼 저택의 집사들 자체가 고학력자였고, 시엘보다 한참이나 연상이었다. 그리고 벨튼 대 공작의 조선소 사업을 보좌하는 일도 겸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메이드들과 다르게, 집사들은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 더 많았다. 벨튼 대 공작이 요구하는 서류를 밤새도록 정리하고, 결재 도장을 받으며, 조선소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았다. 거기에다가 메이드들이 하는 업무도 겸해야 했었다.
시엘은 아직 어렸으니, 그나마 인력이나 업무 방면에서 부담이 적은 사랑봉사부로 떠넘겨 버린 것 같았다. 메이드장 입장에서는 항상 인력이 부족하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 같았다. 메이드장은 가끔씩, 남자들에게 메이드 일을 시키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는 했었다.
시엘이 이런 옷을 입게 된 원인은 메이드장이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시엘을 위에서 아래로 관찰했다. 시엘이 밤 호수 같은 눈을 깜빡거렸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평소의 메이드들이 입는 작업용 드레스가 아니었다. 전속 메이드들과 비슷한 장식과 색상, 그리고 벨튼 가의 문양이 자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앞치마 뒤로는 멀쩡한 남성용 와이셔츠가 보였다. 옷깃에 차지한 나비넥타이가 리본처럼 보여서, 여성스럽게 보였을 뿐이었다. 앞치마도 귀엽게만 느껴질 뿐, 그렇다고 여성용 장식은 아니었다.
“···아르미엘 누나?”
나는 시엘의 앞치마를 슬쩍 들추었다. 시엘이 앞치마를 양 손으로 꾹 누르기 시작했다.
“기다려봐. 제대로 확인해야 돼.”
“뭐, 뭘 확인하신다는 건가요? 아니에요, 치마 아니에요!! 저, 남자라고요!”
“치마인지, 아닌지는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안 돼요! 앞치마 벗기지 말아주세요!”
시엘이 필사적으로 앞치마를 붙잡았지만, 내 힘을 이기지는 못했다. 나는 시엘의 제대로 된 복장을 확인해서야, 마음이 놓였다. 전속 메이드들이 입는 드레스를, 남성용으로 개조하면 이런 모습이 되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어려보이는 시엘과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앞치마만 벗겨 놓고 보면, 집사들이 입는 검은색 정장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색상만 전속 메이드들과 비슷할 뿐이었다.
“아으···! 아르미엘 누나, 변태 같아요!”
시엘이 앞치마를 감싸며, 내게서 도망쳤다. 이렇게 좁은 단칸방에서 도망쳐봐야, 얼마 도망가지도 못했다. 나는 눈썹을 살짝 교차했다. 시엘이 변태 같다는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또, 변태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워온 걸까?
나는 슬그머니, 입가에 웃음을 그려 넣어 보았다. 나는 시엘에게 겁을 주는 척을 했다. 여기에서 낮은 웃음까지 흘려주니, 시엘이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아르미엘 누나,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저, 또 뭔가 잘못한 건가요?!”
시엘이 잘못한 건 없었다. 글쎄, 굳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시엘이 이런 옷을 입은 탓일 지도 몰랐다. 나는 시엘의 얼굴을 붙잡았다. 이런 게 시엘에게 상이 될지 모르겠다. 미사엘의 달콤한 제안을 기특하게도 거절해 주었다. 미사엘이라면, 나와 이별하는 조건을 걸었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엘이 왕족이 되는 조건으로 더한 것을 내세웠을 지도 모르겠다. 시엘이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그 만큼보다 내가 더 위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족이건, 인간이건, 탐욕에는 약했다. 잘하면, 양자가 되어 떵떵거리고 살 수 있는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이런 좁은 단칸방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곳,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더 행복하게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시엘은 내 곁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 벨튼 대 공작의 후원도, 거절해 주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여도, 그는 귀족이었다. 그것도 정치권의 대 공작이었다. 뒤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시엘은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만으로도 시엘이 기특하고 고마웠다.
나는 시엘의 앞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에?”
나는 살포시, 시엘의 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그 다음에는 볼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시엘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시엘이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침대 위에 털썩 쓰러졌다.
“나는 말을 잘 못해. 고맙다는 말도, 칭찬도 제대로 못해 줘.”
“···.”
“그런 말 대신이야. 나쁜 쪽으로 착각하지마.”
“나, 나쁜 쪽이요?”
시엘이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도 못한 채, 말을 더듬었다. 내가 한 말은, 내게 한 말이기도 했다. 나는 시엘에게도, 내 스스로에게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용사가 남겨준 상처의 흔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복해낼 방법을 하나 찾은 것만 같았다.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하지만, 하나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진 행동.
“이런 걸 말하는 거야.”
나는 시엘의 입에 살짝 내 입을 맞추어 보았다. 이건,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포상이었다. 조금이라도 일이 힘들 때면, 가족··· 시엘을 생각하며 버텨보았었다.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낸 덕분에, 고임금의 직장까지 구할 수 있었다. 출근 첫날부터, 운 좋게 얻은 소중하고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내가 그려왔던, 꿈에 가장 가까운 직장이었다.
시엘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나도 천천히 눈을 감아 보았다. 시엘이 가진,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달콤하다. 금방이라도 중독되어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조금만 이따가··· 오늘 있었던 일을 시엘과 이야기 하자. 시엘도 분명히 기뻐해 주겠지?
< 다음 화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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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시엘 표 메이드는 어떠신가요? ^ㅅ^.
진짜 후기//
eomqpspcnejb 님의 의견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작품 진행에 참고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게시판 특성 상, 욕설 문제로 인해 해당 댓글은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깊은 의견 감사드리며, 이 또한 제 작품을 사랑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앞선 화에서 후기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아르미엘의 이야기는 곧,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용사 같은 사람을 만나, 정말 위험한 일에 처할 뻔 한 적도 있었고, 미사엘 같은 분을 만나, 인생 자체가 흔들릴 뻔 한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나간 이야기이며, 소재가 되어주신 그 분들에게 더 이상의 악감정은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의 저는 그 상황을 모두 버텨내었으니까요.
아르미엘의 답 없는 상황은, 제 스스로가 그 상황을 못버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상황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엘 같은 (예비)반려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를 쓰는게 이 이야기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핵심입니다.
모쪼록, 독자님께서 제 이야기이기도 한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공감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그 사랑에 보답받고자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기특하게 여겨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017. 6. 15
MuorLOVE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