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회
[ chapter # 9 ] 행복한 나는 따스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나는 지그시 눈을 떴다.
마왕의 옥좌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빨갛게 물든 하늘이, 내 탄생을 축하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태양은 마족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했고,
붉게 물든 보름달은 마족들에게 끊임없는 마력을 부여했다.
괴수 군단은 자신들만의 비명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흑기사단은 내게 충성을 다짐하며, 검과 마법을 갈고 있었다.
죽지 못해 사는 병사들은 하염없이 내 이름을 찬양하고 있었다.
집정관들은 매키엘 집정관의 죽음에 복수의 이빨을 씹고 있었다.
대장군들은 완벽한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준비 되어 있었다.
내 한마디에 인간계를 물론, 여신까지 찢어 죽일 수 있었다.
다만···
붉은 머리카락의 어느 인간 여기사가 떠올랐다.
마왕의 시련. 444년 동안. 그 모습이 눈에 선명했다.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내게서 검을 거두어 갔었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다.
# 48(2).
월급으로 2금 10 은화. 처음에 얘기한 것보다 무척이나 심심한 금액이었다. 솔직히, 7금화나 받을 정도면, 대학졸업에 전문가 인증까지 받아야만 했다. 정말 잘나가는 의사가 아니라면, 5 금화도 엄청 놓은 액수였다. 다만, 월급 대신에 ‘수당’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영업을 한 만큼 추가금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으로, 해군 기사단이나 조선소 등의 지원 업무가 있었다. 왕국 주관의 해양 산업이나, 청소 작업 등의 큰 건수를 잡으면, 그만큼 수당이 높아졌다. 수당은 내가 해군 기사단에서 군함을 탈 때와 비슷한 계념이었다. 기본 월급에 내가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근근이, 들어오는 해군 기사단의 정비 업무는 일일 수당으로 25은화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바브다엘 과장의 인사특혜로, 돛대정비 전문가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돛대정비 전문가라니··· 사실, 자격증도 없는 증명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본사에서 인정해준 덕분에 일일 수당으로 25은화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해군 기사단에서 우리 업체만 찾는 건 아니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용역업체는 수두룩했다. 조선소의 전문가들이 거액을 받고 군함을 정비하는 일도 많았다.
다른 곳에서 계약을 맺고,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기서 받은 수익 중, 일부가 내 수당이 되는 구조였다.
영업··· 영업을 해야만 했다. 우리 회사의 특 장점을 홍보하고, 신뢰를 얻어야만 했다. 전에는 대학졸업자인 도색, 도료 전문가가 있어서, 해군 기사단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퇴사하고 나서는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한다. 바브다엘 과장은 귀족들 한정으로 싹싹하긴 했지만, 비실비실한 인상이었다.
내가 돛대를 정비한 모습을 보고, 혹시나 싶어서 냉큼 채용했다고 들었다. 이곳의 직원은 나를 포함해서 5명밖에 없었다. 심지어, 영업과와 현장과는 분리 되어 있었다고 한다. 퇴사와 본사 발령으로 지금은 영업/현장과로 통합 되어버렸다. 경리과도 사라질 위기였지만, 신입 여직원들로 명분만은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고정으로 일해 주는 일용직 이모님들이 계셨다. 현장 쪽은 그렇게 유지 되고 있었다. 영업 쪽은···
“드르렁··· 푸우! 드르렁··· 푸우!”
한 때 영업으로 잘 나갔다던, 바브다엘 과장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현장 직까지 통합 된 덕분에, 현장일이 있으면 바브다엘 과장도 같이 일해야 하는 처지였다. 나는 이번 달 월급이라도 받을 수 있는 걸까? 잘못하면, 일용직 이모님들에게 줄 돈도 없어질지 몰랐다.
장부를 보니, 저번에 해군 기사단에서 일한 일당으로 남은 돈이 없었다. 해군 기사단에서 돈을 지급해 줄때까지, 다음 일당은 빚을 져서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내 월급은 어찌 되는 걸까?
이렇게 마력 난방기며, 온수가 소모 되고 있었다. 당나귀들의 관리비며, 장비 유지비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심지어, 베르투아 항구로 가면, 아이작 환경 소속의 배도 있었다. 부두에만 올려놓고,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사용하지도 않는데, 매달 부두 상가대 사용료로 무시 못 할 금액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본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신입사원인 나라도 미래가 그려지는 모양새였다.
아니··· 잠깐만. 배라고?
나는 바브다엘 과장의 책꽂이에서 두꺼운 서류를 꺼냈다. 이곳의 비품과 재산 목록 표였다. 이곳은 엄밀히 해양환경 업체였다. 평범한 용역업체가 아니었다. 내가 해군 기사단에 있을 때부터, 해양 환경은 엄청 중요했다.
군함에 들어가는 마력기관은 생각만큼 깨끗한 물건이 아니었다. 군함에 들어가는 마력기관은 쓰면 쓸수록, 마력에서 찌꺼기가 나왔다. 심각한 오염물이자, 폐기물이었다. 군함에서 차고 넘친 마력 폐기물이 바다에 둥둥 뜨는 날에는, 근처 어장이 모두 씨가 마를 정도였다.
해군 기사단에서는 이 문제로 심각한 골치를 앓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걸 회수할 선박도 없었고 하려는 사람들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일반인들은 마력기관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반 선박은 바다에 투기하는 게 일상이었고, 해군 기사단은 마력기관의 폐기물을 단속하면서도, 자신들은 숨기고 있었다.
나는 비품과 재산 목록 표에서 환경 정화용 선박을 찾았다.
“생각보다 꽤 크잖아?”
연식도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었다. 선박에서 8년은 신형이나 다름없었다. 군함은 30년도 넘은 것들도 잘만 항해하고 다녔다. 8년은 아기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회사의 환경정화용 선박에는 마력기관도 달려 있었다. 그것도 두 개나 달려 있었다.
마력만 넉넉히 충전해 준다면, 돛대를 펼칠 일도 없었다. 물론, 이곳은 바람이 좋아서 돛만으로도 충분히 항해 할 수 있었다. 작지만, 환경업체 선박답게 작지만 오폐수 정화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바다에 가라앉은 물건을 건져 올리기 위해, 거중기도 달려 있었다.
혹시나 모를 해난구조를 위해, 침실도 넉넉히 구비 되어 있었다. 식량만 넉넉히 실어준다면, 나흘 정도는 문제없이 항해 할 수 있는 덩치였다.
나는 바브다엘 과장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귀가 따갑게 코를 골고 있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자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렇게나 좋은 물건이 있는데도, 왜 가만히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거다.
내 마음에 불길이 튀어 올랐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괜한 기대인 것 같으면서도, 여기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이 정도의 선박이면, 충분히 우리 지점을 살릴 수 있었다. 이건 기회나 다름없었다. 창조적인 생각은 갑자기 떠오른다고 했던가? 이것만 있으면 충분히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한 때, 기사로서 가졌던 사명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어디보자.”
이 선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 했다. 앞서 생각한, 마력기관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부터. 수거하는 일까지 처리할 수 있었다. 마력기관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마력발전소에 반납하면, 모두 불태워 주었다. 해군 기사단도 알고는 있지만, 인력 낭비 문제로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서 생기는 운송까지 우리 업체가 할 수 있다면, 해군 기사단은 물론이고, 일반 선박에서도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선박에 부착 된 마력 거중기로, 해군 기사단의 주적이나 다름없는 폐어망을 수거할 수 있었다. 폐어망을 건져서 수리만 한다면, 중고 어망으로 되팔 수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스스로가 너무 천재 같았다. 이런 머리를 쓰지 않고 있었던 내가 한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사업보고를 위해, 서류를 만들기 시작했다. 해군 기사단에서도, 내가 뭔가 일하기 위해서는 계획서가 필수였다. 돛대를 정비하고, 함교 탑의 유리창을 가는 것만으로도 계획서를 제작해야만 했다. 그걸 기사들에게 보고해서, 해도 좋다는 서명을 받으면 그 때 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기대 되는 수익을 덧붙여 준다면, 바브다엘 과장도 깜짝 놀랄 것이다. 나는 그럴싸한 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필기도구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 * *
“아르미엘 언니! 점심 먹으러가요!”
“아, 노라엘 씨. 먼저 가세요. 작업이 있어서요.”
“···저희랑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럼 먼저 밥 먹으러 갈게요.”
“맛있게 먹어요.”
벌써 점심시간인가? 나는 몰두했던 서류 제작을 멈추었다. 경리과의 노라엘과 피로엘이 점심 식사를 권유했지만,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언니, 언니하면서 나를 따르려는 것 같지만, 특유의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어쩌다가 같이 식사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연장자라 점심을 사주는 꼴이 되어버렸었다. 사주는 건 아깝지 않았지만, 은근히 나를 하급자 취급하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어울리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야, 저 아이들의 이마에 제대로 불을 질러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조용히 있어서 모르겠지만,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나였다. 갓 취직한 아이들에게까지 고개 숙일 필요는 없었다. 언젠가, 사회생활의 쓴 맛을 보는 날이 올 것이다.
똑똑똑.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들겼다. 경리과장인가? 하지만, 그 사람은 벌써 퇴근하고 없었다. 허리가 아프다며, 의료원으로 도망쳐 버린 상태였다.
“네! 들어오세요!”
나는 급하게 책상을 정리했다. 혹시나 모를, 고객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밝은 얼굴. 나는 매일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연습했던, ‘미소’를 얼굴에 그려보았다. 제대로 완성 될 때까지, 시엘에게 감춘 얼굴이었다. 이번 기회에 내 웃음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말로만 듣던 신입사원이신가요?”
“네, 네··· 맞아요.”
마족? 방긋 웃는 미형의 여성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긴 흑발을 단정하게 묶은 마족 여성이었다. 키는 물론이고, 몸매까지 압도적인 여성이었다. 외모는 두 말할 것 없는 최고의 미인이었다. 입고 있는 옷이 평범한 주부들이 입는 옷이 아니었다면,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을 정도였다.
그녀는 사무실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신입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무슨 일로···?”
“여보!”
“···드르렁. 푸우!”
“지니엘 아빠!”
“으헉! 으아아악!”
마족 여성의 부름에 바브다엘 과장이 의자에서 발작을 일으켰다. 사무실 책상에서 바들바들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는 바브다엘 과장을 ‘지니엘 아빠’로 부른, 마족 여성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여, 여보! 지니엘 엄마?! 여, 여긴 왜 왔어?”
“그야, 도시락 두고 갔으니까 찾아 왔죠! 도대체 몇 번이나 잊어버린 거예요?”
“챙길 시간 없다고, 바쁘다고 말했었잖아. 왜 회사까지 찾아 온 거야?”
“바쁘기는 뭐가 바빠요?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거예요?”
아아. 바브다엘 과장의 부인 되는 사람이었구나. 바브다엘의 부인이 바브다엘 과장을 나무랐다. 그녀의 손에는 양 손 가득히, 도시락 가방이 들려 있었다.
“아빠!”
“오오! 지니엘! 여긴 무슨 일이니?!”
“여기가 아빠 회사야?”
“그럼, 그럼!”
어린 남자아이가 바브다엘 과장의 품에 안겨들었다. 바브다엘 과장과 부인을 반반 섞어 놓은 모습이었다. 바브다엘 과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 다음 화에 계속 … >
━━━━━━━━━━━━━━━━━━━━
나는 아르미엘이 어느 귀족에게 팔려가는 걸 기다렸다.
아르미엘은 지금, 불사조의 기사가 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먼저 용사가 되는 게, 아르미엘을 위해서라도 좋은 선택이었다.
어느 날, 왕국의 집행자들이 우리 마을로 찾아 왔다.
아르미엘의 표정이 아쉬움으로 변해갔다.
미안해. 잠깐만 기다려줘.
금방 돌아올 테니까.
하루라도 빨리, 아르미엘의 저 얼굴에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했다.
‘어서 오세요. 용사님.’
나는 곧, 국왕성에 도착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리엘 공주가 나를 향해 잔잔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5>
━━━━━━━━━━━━━━━━━━━━
[작품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