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회
[ chapter # 9 ] 행복한 나는 따스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 50(4).
“아르미엘 씨!”
“네, 바브다엘 과장님.”
새로운 한 주가 시작 되었다. 나는 바브다엘 과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작업 중이던 페인트를 갑판에 내려놓았다. 바브다엘 과장이 연신 내 이름을 소리치며, 아득한 길이의 갑판을 뛰어오고 있었다.
“바브다엘 과장님, 무슨 일이세요?”
“크, 큰일 났어!!”
바브다엘 과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이모가 급히 물 컵을 내밀었다. 바브다엘 과장은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새파랗게 질린 바브다엘 과장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작업현장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는 그였다. 혹시, 시엘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것일까?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엘과 싱글벙글한 웃음으로 출근길에 올랐었다. 오랜만에 진한 입맞춤도 나누었었고, 오랜만에 손까지 잡고 출근했었다. 갑작스러운 시엘의 변화에 위화감을 느끼던 나였다. 이게 시발점이라도 했었던 걸까? 나는 벌벌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바, 바브다엘 과장님! 무슨 일이시죠? 말씀 해 주세요!”
“아르미엘 씨! 본사! 본사 올라갈 준비합시다!”
“네?”
“아르미엘 씨, 계획안을 사장님께서 직접 보고 판단하시겠다고 해요! 출발은 이번 주 목요일이니까 어서 준비하세요!”
“네??”
환경사랑 91호 사업 계획안이 통과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당혹스러운 표정도 잠시, 몰려오는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것 하나 때문에 몇 달을 고생했던가? 통과 되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공업길드로부터 도착한 본사의 소식은 ‘매우긍정’이었다. 긍정보다 더 높은 매우긍정이었다.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당장 환경사랑 91호를 살릴 수는 없었다. 최대의 관문이자,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사장과 임원들 앞에서 내 계획안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적극반대를 하지 않는 이상 사업은 진행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사장이 반대한다면 환경사랑 91호는 이대로 고철이 되어 팔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투자를 받아야하는 입장이었다. 쉽게 볼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내가 준비한 것들 생각한다면,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충분한 보상이나 다름없었다. 잘되던 못되던, 이미 내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있었다.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생각이었다.
본사에 올라가서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다. 나는 자신 있었다.
* * *
수요일은 공휴일이었다. 바브다엘 과장의 소식을 들은 뒤부터 저녁부터 화요일까지 계획서 발표 준비에 몰두 했었다. 바브다엘 과장과 경리과 직원들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수요일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서류 면에서는 완벽했다. 서류 앞에서는 깐깐하고 엄한 바브다엘 과장도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계획안 발표가 있는 날에 입을 단정한 복장이었다. 저녁에는 사장을 포함해 임원들과 만찬도 약속 되어 있었다. 그날은 우리 지점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 다른 선박관련 회사들도 모인다고 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점과 선박회사들의 사업설명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그들 앞에서 작업복을 입고 나설 수는 없었다.
나는 몇 명밖에 없는 현장 겸 사무직 직원이었다. 사장과 임원들이 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지점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었다. 환경사랑 91호가 내 계획대로 부활해 줘야, 우리 지점이 파산나지 않고 버틸 재력을 모을 수 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 검을 휘두르고 폭발이 낭자하는 곳이 전쟁터가 아니었다. 돈이 오고 가고, 거래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녹슨 갑판을 마나드릴로 갈아 내는 곳. 그곳이 곧 이곳의 전장이었다. 그리고 내 전장이기도 했다.
나는 아이작 환경, 베르투아 지점의 기사였다. 충성하고 명령을 따르는 곳이 왕국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시엘과 내가 만든 가정의 가장이었다. 내가 이겨야, 우리 가정이 행복할 수 있었다. 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자고로 명예롭고 멋진 기사란, 복장과 용모부터가 시작이었다. 내가 휘둘러야 하는 검은 계획서였다. 계획서는 완벽할 정도였다. 그러니, 복장과 용모단정을 실천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나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있었다.
“좋아. 마음에 들어.”
“아, 아르미엘 누나! 너무 부끄러워요!”
시엘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말했다. 모처럼의 공휴일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시엘과 도시로 외출했었다. 베르투아에서 마차를 타고, 30분 정도 서쪽으로 나아가면, 베르지아라는 도시가 나왔다. 베르지아는 왕국 최대의 상업도시였다. 상공업 길드의 본사도 이곳에 있었다. 특히 각 도시의 무역 항구를 총괄하는 물류센터도 이곳에 있었다.
“이거 여자애들 옷 아닐까요? 이, 이제 벗어도 괜찮을까요?”
“잠깐만, 조금 만 더 생각해볼게.”
“으으··· 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분명 놀림감이 될 거에요.”
“놀림감이라니?”
“아니에요! 마, 마음에 들어요, 누나!”
시엘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냥 예뻐 보이는 옷이었다. 나는 시엘에게 입어 보라고 했을 뿐이었다. 시엘의 머리 위에 장식을 달아주면 진짜 여자아이 같을 것 같았다. 물론, 시엘에게 여자 옷을 입힌 건 아니었다. 요즘, 왕도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남자아이들 옷이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인상의 옷 디자인 때문인 것 같았다. 솔직히, 치마처럼 생긴 반바지는 시엘에게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벨튼 저택의 메이드복은 잘도 입으면서···
나는 시엘과 백화점이라는 곳에 있었다. 베르지아에는 왕국 최대의 상공업 도시답게, 시장의 크기부터 달랐다. 이곳은 베르투아의 중앙시장처럼 좌판이 없었다. 노점상도 없었다. 아예, 건물을 한 채에 수많은 가게들이 입점해 있었다. 1층에는 귀금속류를 파는 곳이 있었고, 2층에는 남성의류를 취급하고 있었다. 3부터 4층까지는 여성의류였다. 6층과 7층까지는 유아용품과 커다란 서점도 있었다. 8층에는 레스토랑도 있었다.
“이, 이만큼 사도 괜찮은 거예요?”
시엘이 자신의 옷가방을 보며 말했다. 나는 시엘의 옷을 계산하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옷값도 저렴했다. 언제까지나 몇 벌 되지도 않는 옷을 입게 내버려 두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에다가 날씨도 변덕스러웠다. 더울 때는 낮 기온이 영상 2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격하게 움직이면 외투를 벗어야하는 날씨였다. 아무리 이상기온이라지만, 봄이 오기는 오는 것 같았다.
지긋지긋한 2년간의 겨울이 끝났다.
뉴스의 기상예보에서는 3월말에 꽃을 만개할 것 같다는 예보를 내놓고 있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고 있었다. 어제는 시엘도 중급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었다. 나는 시엘이 그런 시험을 보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합격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런 경사스러운 소식을 허투루 넘기고 싶지 않았다. 시엘은 돈 걱정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옷가방을 품에 끌어안았다. 어차피 내가 받은 수당은 저축을 하고도,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백화점의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직원의 깔끔한 인상과 복장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귀족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은 수준이 다른 것 같았다. 시장만큼의 인심이나 덤은 없었지만, 이곳 나름의 친절함이 깊었다. 나는 어색해하면서도, 직원의 친절한 미소에 밝은 웃음을 그려보았다.
“아르미엘 누나,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돈 버는데···”
“감사할 필요는 없어. 돈 걱정은 하지마. 누나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니까, 예쁘게만 입어 줘. 누나는 그거면 돼.”
나는 시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벌써 시엘의 키가 내 어깨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키가 더 큰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내가 허리를 숙였어야 했던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내 키를 추월해 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엘이 슬그머니 내 옆에 바짝 붙어 왔다.
나는 시엘의 팔에 내 팔을 걸었다. 시엘이 내 팔에 팔을 거는 건 사양이었다. 물론, 시엘이 내 팔에 매달리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시엘을 계속 어린애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시엘도 조금씩 성장한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속성장 중이었다.
“···.”
시엘이 얼굴을 붉히면서, 내 팔을 끌어 당겼다. 얼마 전까지 내 손을 쫓아와 살며시 잡던 모습이 새록새록 했다. 시엘은 내 행동에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건가? 내 생각이 먹혀들어간 것일 지도 모르겠다. 시엘이 가슴을 넓혔다. 생각보다 키가 커져버렸다. 예전처럼 나를 쫓아오며 움츠러든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역공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귓가가 뜨겁다. 괜히 이런 짓을 했는가 부끄러운 감정까지 솟아올랐다. 하지만 내 행동은 시엘을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남자는 자존심이 강했다. 내가 팔짱을 먼저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시엘이 어깨를 펼치고 있었다. 소심하고 겁 많은 시엘의 모습도 좋지만,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뭔가, 시엘의 변화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시엘에게 체중을 실어보았다. 팔에 지나치게 힘을 준 것 같았지만, 시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버텨냈다.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르미엘 누나. 조금만 더 붙어주세요.”
“어···? 아, 그래.”
시엘이 얇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시엘의 어깨에 바짝 붙어 섰다. 거의 시엘의 힘으로 달라붙어 있는 꼴이 됐다. 내가 연상인데··· 왠지 모르게 시엘을 복도의 방패막이로 삼아버렸다. 공휴일이라 그런지 백화점에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여전히 인파가 북적거리는 곳은 버티기 어려웠다.
만약, 시엘이 없었다면 백화점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취직도 안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나는 시엘과 사람들로 가득 찬, 백화점에 나와 있었다. 목적은 금요일에 예정 된 사업발표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발표능력도 발표능력이었지만, 당장 발표회에서 입을 단정한 복장도 없었다. 다들 취직하기 위해 면접 때 준비한다고 하지만, 내게는 그런 옷이 한 벌도 없었다. 저녁 만찬회에 입을 드레스도 필요했다. 화장품도 필요했고, 어울리는 장신구도 필요 했었다.
정작 내 옷은 안사고 시엘의 옷부터 구매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드레스에는 잊고 싶은 기억이 남아있었다. 장신구는 더더욱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오른팔에 남아 있는 팔찌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러가야지. 발표회에서 내 모습을 확실히 각인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바브다엘 과장이 제대로 준비해야한다면서, 누차 이야기 했을 정도였다.
나는 약해지는 마음을 시엘에게 살짝 기대어 보았다. 잠시나마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계속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서, 당당하게 시엘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르미엘 누나. 3층으로 가는 길은 저쪽이래요. 우리, 저쪽으로 가요.”
“그래···.”
“많이 불편하세요?”
“아, 아니야.”
시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시엘의 눈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매스꺼움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시엘이 입을 옷을 사주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당당하게 굴었는데,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시엘, 이쪽으로 와!”
“네, 네!”
남성의류 가게들이 즐비한 복도. 나는 시엘을 내 쪽으로 와락 끌어 당겼다. 하마터면, 시엘이 복도를 누비는 5 살배기 어린아이와 충돌할 뻔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어린아이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질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부인!”
“아, 아니에요! 안 다치셨어요?”
금발의 여성이 헐레벌떡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타났다. 복장으로 보아서는 확실하게 귀족이었다. 어린아이와 시엘이 충돌하지는 않았지만, 후한을 두고 싶지 않았다. 시엘도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행스럽게도 귀족의 금발 여성은 괜찮다며, 자신의 아이를 찾아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죄송해요, 아르미엘 누나···.”
“뭐가?”
“저 때문에, 누나가 사과하게 만들었어요.”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시엘은 신경 쓰지 마.”
나는 시엘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않게, 더욱 가깝게 붙잡았다. 시엘이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얽힌 팔짱의 힘도 살짝 느슨해 진 것 같았다. 나는 그럴수록 시엘의 팔에 힘을 주었다. 시엘이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드는 건 내 책임이기도 했다. 차라리 모른 척 했다면, 괜찮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시엘과 함께, 여성의류가 있는 4층으로 향했다. 남성의류가 모여 있는 3층 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남성의류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의 의류회사들이 빽빽하게 입점 되어 있었다. 가게만 즐비한 3층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이며, 자그마한 분수대도 보였다.
칸칸이 배치되어 있는 3층과는 다르게 광장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옷의 종류부터, 화려함까지 단계를 가늠할 수 없었다. 눈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동시에 여성들이 가게마다 가득했다. 곳곳에 가게 틈 사이로 있는 휴게장소만 없었다면, 아예 움직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가자, 시엘.”
내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엘의 등 뒤로 바짝 붙어 섰다. 뭔가 반대로 된 기분이었다. 시엘이 먼저 내 뒤로 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시엘을 위해서라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내가 먼저 시엘의 등 뒤로 숨으려하다니··· 마음속 어딘가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앞에 설게요. 저만 믿으세요, 아르미엘 누나.”
“아, 아니야. 누나 때문에 온 거잖아.”
“이번에는 제 차례에요.”
시엘이 나를 지그시 팔을 이끌어 주었다. 가게를 가득 채운 사람들로부터, 형형색색의 향수냄새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시엘은 괜찮은 걸까? 시엘과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어린아이처럼 웃어줄 뿐이었다. 당장 내 정신부터 차리기 어려웠다. 나는 시엘에게 이끌리듯이 가게로 향했다. 시엘 때문인가? 길을 가는 여성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 되는 것 같았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시엘의 옆으로 사람들이 조금씩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걷는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시엘의 팔에 매달린 채, 반걸음 정도 뒤에 걷고 있었다.
시엘을 방패삼으며 걷다니,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매스꺼움도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은 여전했다. 이거 거짓말이지? 내가 지금, 시엘에게 의존하고 있다니··· 내 스스로가 믿기 어려웠다.
< 다음 화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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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