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회
[ chapter # 13 ] 너와 내가 연주하는 작은 소음과 화음
흐릿흐릿한 기억을 제물로 삼아,
내 목숨을 구해준 이의 모습을 머리에 각인시켰다.
하나 둘 깨어진 기억의 조각은 절대 붙지 않았다.
가슴 속에 아련한 고통만 남긴 채, 한없이 나를 괴롭힐 뿐이었다.
애타게 그 이름을 입에 담고 싶어도, 입가에서 원망스럽게 맴돌 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이면에서는 실 끝 같은 희망을 움켜쥐고 있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과 기억의 제물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귀관은 마왕 각성 식을 하루빨리 거행하라.’
‘예, 거행하겠나이다.’
텅텅 빈 마왕의 옥자 아래로 매키엘 선생이 외쳤다.
그를 보좌하는 보좌진들이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수없이 드나들었던 것 같은 마왕의 시련 앞.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백골만이 남은 전우들이 차례로 마왕의 시련 앞에 파편이 되어 튀어나왔다.
저주스러운 영겁의 시간이 지나야 다시금 만날 수 있는 걸까?
나는 마왕의 시련이라는 단두대 앞에서 내 차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 63(1).
“아니, 그러니까 당신이 여기에서 왜 청소를 하고 있는 거냐니까?!”
갑판 위에서 마리아가 빼액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리아가 마주 선 곳에서는 시엘이 우물쭈물 서 있었다. 시엘은 선내 창고에 던져 넣었던 구깃구깃한 작업복 차림이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요.”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요. 당신이 그러고 있으면, 우리 선장한테 더 폐를 끼치는 건지 몰라요?”
“죄송합니다.”
시엘이 청소도구를 갑판 구석으로 치웠다. 마리아는 씩씩거리며 시엘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 그러다가 어디다치기라도 하면···.”
“네, 금방 치울게요!”
“거기! 거기! 닻줄 있으니까 발 조심해요!”
마리아가 기겁하기 무섭게 시엘이 쿵 소리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벌써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시엘!!”
순식간에 선교 탑에서 뱃머리 갑판까지 뛰어 내려갔다.
“아야···!”
뱃머리 갑판에 도착하자마자, 이마를 감싸 쥐고 있는 시엘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마리아가 토끼 눈으로 벌벌 떨고 있었다.
“미, 미안! 선장 씨···!”
“아니, 괜찮아. 시엘 괜찮아?”
“아르미엘 누나.”
나는 바닥에 넘어진 시엘을 일으켜 세웠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갑판 곳곳에 튀어나온 철 구조물에 다치지는 않았다. 시엘의 이마에는 커다랗게 혹이 보일 뿐이었다.
“내가 간수를 잘했어야 했는데, 못 봤어! 미안해 선장 씨.”
“마리아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시엘은 원래 이런 녀석이니까···.”
나는 죄인 같은 표정으로 서 있는 시엘과 마리아를 보며 말했다. 나는 주눅 든 표정의 시엘과 마리아의 머리에 각각 손을 얹어 주었다. 나는 입을 열기 전에 깊은 한숨부터 내뱉었다.
“마리아, 어제 장난은 너무 지나쳤어. 다음부터는 그러지마.”
“응··· 미안.”
“시엘은 나하고 잠깐 이야기 좀 하자. 먼저 선장실에 가 있어.”
“네, 누나.”
나는 청소도구를 챙기려는 시엘을 만류했다. 시엘은 쭈뼛거리면서 선내로 들어갔다. 여전히 바다 쪽은 무서워하는지 갑판에 둘러쳐진 안전 라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바다가 무섭다는 녀석이 왜 갑판을 청소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숙취 같은 것이 남았는지 머리가 몽롱했지만, 여기에 있는 이유부터 차근차근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마리아.”
“네, 선장님!”
나는 히죽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 마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꼿꼿한 자세로 고쳐 섰다. 나는 곧바로 마리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마리아가 질끈 감은 눈으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를 생각해준 건 고맙게 생각해. 근데, 정말로 그런 장난은 치지 말아줘. 나는 내 약혼자에게 한 점 부끄러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장난은 아니지만, 선장 씨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르다는 건 알았어. 그런 짓은 이제 하지 않을게.”
마리아가 입을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나는 마리아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마리아. 내가 늦잠 자는 사이에 별 일 없었지?”
“특별한 건 없었어. 오전에 바브다엘이라는 사람이 선박장비 관련해서 잠깐 확인하고 나갔어.”
이런, 제일 중요한 손님이었는데 놓쳐버렸다. 나를 깨우지 그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튀어나오려는 입을 꾹 참아냈다.
“그 사람이 나 안 찾았어?”
“찾기는 했었는데, 어디 출장 나갔다고 둘러댔어. 선장 씨 결정이 필요한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이것저것 묻는 거에만 대답해줬어. 특별한 질문은 아니었고, 선원들을 어떻게 구할 계획이냐고 그것만 물어봤었어.”
“어떻게 대답했는데?”
“일단 항해사는 나고, 마력기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선원들이 많으니까 수소문 한다고 대답했어. 그러니까 바브다엘이라는 사람이 알겠다고 대답했어.”
“좋아. 잘했어. 다음에는 그런 사람들 오면 나를 먼저 찾아줘.”
물론, 마리아의 대처는 훌륭했다. 마리아가 엉망으로 답변했다면, 바브다엘이 지금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그 사람을 속이게 되는 것이니,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대 이상의 마리아의 대처에 나름 안심도 되었다. 내가 없는 사이, 나름 부선장으로서의 역할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조금 더 마리아를 지켜보고 나서 결정할 일이었다.
“참! 그리고, 선장 씨 약혼자. 시엘이라는 사람하고 같이 일한다는 메이드가 찾아 왔었어. 이름이 요나엘이라고 했던가?”
“요나엘이라고?!”
마리아의 이어지는 보고에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
“응. 이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요나엘이라는 메이드가 선장 씨 약혼자를 엄청 좋아하나봐. 잠깐만!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고 들어봐. 그 메이드가 왔을 때, 선장 씨 약혼자랑 잠깐 만났어. 그리고 둘이서 대판 싸웠어.”
“싸웠다고? 요나엘이 시엘에게 일방적으로 소리라도 지른 거야?”
시엘 성격 상, 큰 목소리를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반대로 내가 아는 요나엘은 나름대로 톡 쏘는 경향이 있었다. 시엘이라면, 신사적으로 요나엘의 감정을 거절했을 것이다. 아마도 시엘이 일방적으로 욕을 먹고 끝났거나, 내가 모르는 시엘의 약점이 요나엘에게 붙잡혔을지 몰랐다. 나는 손톱을 질겅 깨물었다.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서로 차근차근 얘기하는가 싶더니, 메이드가 꽥꽥 소리 지르기 시작했었어. 내가 들은 거는 선장 씨에 대한 욕 같았어. 나도 한 마디 하려니까, 선장 씨 약혼자가 엄청 무서운 분위기로 돌변했어. 그 메이드는 펑펑 울었고···. 더 무서운 건, 그렇게 우눈 여자아이를 내버려두고 올라온 선장 씨 약혼자랄까?”
“···정말? 내가 아는 시엘은 그럴 리가 없는데.”
병아리처럼 마음씨 약한 시엘이 펑펑 우는 요나엘을 무시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시엘의 모습으로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아니라니까, 정말이라니까? 선장 씨 약혼자가 그 유명한 장악의 시엘이야. 처음에는 가만히 듣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무서운 분위기로 그 메이드에게 뭐라고 했었나봐. 솔직히, 나도 경칭을 싫어하는 성격인데 선장 씨 약혼자에게 만큼은 말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였어.”
마리아가 입가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나는 천천히 선교 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시엘이 내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현창 아래로 몸을 급하게 숨겼다. 저런 녀석이? 타인 앞에서 느끼한 척을 할지언정, 소심함의 끝판을 보여주는 시엘이었다.
마리아의 말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기쁜 마음도 들었다.
“겉보기에는 햇병아리 같은 사람 같은데, 절대 돌변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적과 아군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 같아. 근데, 선장 씨 앞이라서 그런지 너무 유순했어. 선장 씨 말대로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야.”
“···솔직히, 집 밖에서의 시엘 모습은 약혼녀인 나도 잘 몰라.”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시엘이 무섭게 돌변했던 모습은 몇 번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건달들을 상대로 마법을 쓰려고 했을 때와 우리엘과 맞서 싸웠을 때 정도 밖에 없었다. 그 조차도 거짓말처럼 기억이 가물거렸다.
“어쨌든 고마워, 마리아. 오늘 내일은 다른 일정 없으니까, 침실에서 쉬고 있어. 나는 시엘하고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알았어!”
나는 청소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한 마리아를 두고, 시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엘은 선교 탑에서 어물거렸으니, 뒤늦게 선장실로 내려온 것 같았다. 나는 선장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
“···.”
선장실에 있던 시엘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다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잠시 짧은 침묵이 서로 흘렀다. 마리아가 억지로 먹인 독한 술 덕분에 어젯밤의 기억도 피로와 함께 싹둑 잘려나가 있었다. 어떻게 시엘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걸까? 시엘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지, 입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저기, 아르미엘···.”
“아까도 누나라고 불렀잖아. 시엘이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죄송···”
“죄송하다고 말하지 마.”
“···.”
“시엘은 아무 잘못 없으니까.”
시엘이 입을 살짝 모았다. 약간 씁쓸한 웃음이 시엘의 입가에 내려앉았다. 나는 어떻게 표정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평소처럼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슴 한 쪽이 아려오는 것은 어떻게 숨기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제가 잘 못한 건 잘못 한 거예요. 애초에 누나를 화나게 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잘못이니까요.”
“시엘. 너는 그래서 문제라고 생각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시엘의 옆에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시엘이 살짝 어깨를 움츠러 들었다. 나는 살며시 시엘 쪽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최소한 시엘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내 감정과 생각이 전달 될 수 있게.
“시엘처럼 얘기하자면, 너에게 모진 말을 한 내 잘못이 제일 커. 누나는··· 아니, 나는 시엘을 당연히 내 곁에 있어야하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 같아. 나 외에는 아무도 봐서는 안 되고, 얘기도 해서 안 되고··· 특히, 나와 같은 감정과 생활을 공유하니까 나와 생각이 당연히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건 당연한 거예요. 저는 누나랑 같이···!”
나는 시엘의 얼굴을 양 손으로 감쌌다.
“저기, 시엘. 나는 너에게 집착하고 있었어. 애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애착일 뿐이었던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시엘에게 사과하고 싶어.”
“저는 그게 좋아요. 누나한테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시엘이 어린아이처럼 투정부리듯이 이야기했다. 그런 시엘의 모습에 마리아나 다른 사람들의 소문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마리아는 시엘을 ‘표독’스럽다고 표현했었는데, 시엘의 표독스러운 표정조차 내게는 애교처럼 느껴질 것만 같았다.
“엘은 키가 커져도 어린애 같은 표정은 여전하네.”
“이,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어, 어쨌든 누나는 정말 잘못한 거 없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누나가 사과하면, 제가 너무 미안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죽긴 뭘 죽어? 저기, 시엘. 내 못된 성격 최대한 고칠 테니까, 시엘이 조금만 이해주길 바라. 무엇이 어떻든 간에 시엘에게 못되게 굴고, 손까지 날렸던 건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해. 시엘이 어떤 벌을 줘도 달갑게 받을게.”
“아니에요! 그 정도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요! 저 이제 정말 튼튼하니까요.”
씩씩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시엘의 이마에 내 이마를 기대었다. 시엘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알았어. 앞으로 누나가 더 잘해줄게.”
“···.”
시엘의 숨결이 내 코끝에 스쳐갔다. 어젯밤의 흐릿흐릿한 기억 속에 애원을 토해냈던 시엘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엘의 그런 모습을 만들어버린 내 실수와 잘못된 애정을 반성했다.
“시엘. 시엘이 벨튼 저택에서 실권을 장악하려고 했었던 것도, 모두 누나 때문인 거지?”
“···.”
“평범한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죽을 만큼 힘든데, 그것도 대 공작이라 불리는 사람을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 힘들었지? 누나가 모르는 사이, 정말 더러운 꼴도 많이 봤었을 거야. 그렇지?”
“정말로··· 여신께 맹세코, 양심에 한 점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았어요. 특히, 누나와 약속을 저버릴 것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도망도 엄청 많이 쳤는걸요?”
“그런 걸 누나한테 이야기하지 그랬어. 누나는 시엘이 벨튼 저택에서 청소하고 홍차 끓이고 있는 것만 알고 있었단 말이야.”
“누나는 저 하나 먹여 살리겠다고, 이렇게 커다란 배를 고치셨잖아요. 괜히, 제가 어리고 못해서, 누나가 고생하는 것만 같아서 너무 죄송했어요. 누나 손이 이렇게 거칠어 진 것도 제 탓이잖아요.”
“누나 손은 원래 이렇게 까칠했어. 시엘의 손이 너무 부드러운 거야. 아이, 고아라.”
내가 시엘의 손을 만지작거리자, 시엘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에 내뱉은 내 말이 우습게 들렸던 것 같았다. 역시, 국어책 읽는 어투로는 큰 감동을 주기 어려웠던 것 같다.
“누나는 더 이상 시엘을 의심하지 않을게.”
“저는 누나가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할게요.”
시엘의 손길을 따라 나지막하게 흔들림이 전해져왔다. 시엘이 느꼈던 불안감과 어쩌면, 그보다 더한 두려움이 가득 베여있었다. 그런 감정을 내가 시엘에게 주었다고 생각하니, 시엘을 애착 이상으로 손에 쥐려했던 내 자신이 얄밉게 느껴졌다.
애착 이상의 집착어린 광기에 휘둘려 다녔던 과거의 내가 있었다. 수많은 동료와 친구를 잃었고 마지막에는 용사라는 마지막 구심점마저 떨쳐냈던 내가 있었다.
시엘은 자신이 잘못했다며, 오히려 내게 용서를 구하며 내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었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그런 다정함과 상냥함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내 앞에서는 유연한 척하며,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나를 지켜주기 위해 싸워왔던 그런 시엘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시엘을 이해해주지 못한 채, 배신하지 않을까 내가 먼저 두려워하며 떨쳐내려고 했던 내 자신을 한없이 반성할 뿐이었다.
시엘은 이런 나를 정말로 이해해 주는 걸까? 사랑해주는 걸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꺼내고 싶었던 말을 입술에 걸쳐보았다.
“시엘. 조금 부끄럽지만, 누나는 너를 엄청 사랑해. 어떻게 비유할 수 없을 만큼.”
“저는 아르미엘 누나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잃어도 좋아요. 죽을만큼 사랑해요.”
서슴없이 부끄러운 말을 꺼냈다. 격하게 손이 흔들렸지만, 내 손등 위로 시엘의 손이 꼬옥 움켜쥐어 주었다.
“갑자기 이런 말하면 부끄럽지만, 누나가 먼저 입을 맞춰도 괜찮을···까?”
억지로 내가 시엘을 꼬드겼었지? 아무렇지 않은 시엘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부끄럼쟁이 같았다. 최대한 연상인 척하려고 했지만, 시엘은 미소로 화답할 뿐이었다.
“으으··· 닭살! 어맛?!”
“마리아!”
“아이코!!!”
선장실의 문이 덜컥 열리며, 바닥에 마리아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시엘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시엘이 작게 웃음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시엘의 귓가도 엄청 빨갛게 변해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
━━━━━━━━━━━━━━━━━━━━
[작품후기]:)... 이놈의 생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