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시작. (1/99)



〈 1화 〉시작.

'아... 존나 아프네.'

수없이 보았고, 남에게 가했던 죽음이란 것을 나는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다.
의식이 멀어지면서 빠르게 주마등이라는 것이 스쳐지나갔다.

메멘토모리, 나는 내 죽음을 생각하고 언젠가 죽을 것을생각하며, 처절하게 살아왔다.
부모도 가족도 없고, 돈도 없던 난 세상에서 지워지기 전에,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메멘토모리' 그 끝이 보이는 지금,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님...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내 얼굴을 보며 울먹이는 남성.
너무나 자주 봤던 얼굴, 아니, 내 몇 없는 가족이라고 생각한 이.

박기...

그의 간절한 목소리로 인해, 수면  깊이 들어가던 나를 세상 밖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목에 가득 차있는 액체로 인해서 답답함을 느껴 뱉으니, 침이 아닌 피가 가득했다.
입안에서 나오는 빨간 액체를 보고 있으니, 내 머리는 더욱더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내 머리는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하지만, 현실을 자각할수록 웃음밖에 나오지 않아서...

단지 웃을 뿐이었다.

"하핳... 시발... 내가 살 수는... 있을 거 같고?"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기에, 마지막까지 이들에게 욕밖에 내뱉지 못했다.
내 욕을 듣고 아직 건재하다 생각했는지, 부하들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뱉은 말의 뜻으로 좋아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

"".....""

박기가 나를 보며 눈물을 훔치곤 말했다.

"큰형님 업어라."
"예, 형님."

나는 나를 업으려고 하는 부하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놔."
"하지만..!"

내가 손을 내밀자,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챈 박기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박기야."
"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를 물고 있으니, 박기가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여주었다.
자신의 친인이 죽어도 눈물 한번 흘리지 않던 이들이, 냄새나는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엔 눈물이 고였다.

눈앞에 울먹이고 있는 5명.

내가 키운 애들이자, 나를 가족으로 여기고, 나 또한 가족으로 여겼던 이들이다.

"존나 아프네..."
"".....""

이들과 파와 땀 냄새로 가득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타들어가는 담배를 보았다.

짧은 순간 타들어가며 역한 냄새를 만들고, 해롭기도 하며, 때로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는... 담배...
 인생과 오버랩 되고 있음을 느꼈다.

"쿨럭... 그래도 시원하네..."

담배를 보며, 피식 웃고 있을 때, 박기의 부하  명이 말했다.

"X같은 새끼들 벌써 여기까지 왔습니다. 형님!!!"

 앞에 있는 정장 차림의 박기는 부하의 말에, 단검을 꺼냈다.

"형님, 도망치십시오."
"여얼~ 새끼... 그래도... 쿨럭... 내가, 너 하난  키웠다..."

철로 되어있는 바닥판의울림으로,복도에서 상당수의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있었다.

"박기야."
"예..."
"사지 멀쩡할 때 가라."
"형님이 저를 죽이더라도, 형님이 죽더라도, 저는 형님 시체 두고 어디 못 갑니다."
"새끼, 그래 걍 뒤져라 병신..."

바닥판의 울림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재형아."

박기와 같이 키운 이재형, 떠돌아다니고 있을 때 데려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재형이는 평소처럼 툴툴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예."

나는 재형이의 목덜미를 잡고 내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넌... 살고 싶지?  마음... 쿨럭... 이해한다... 박기 데리고... 도망쳐라."

재형이는 말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크하하... 20년 간 같이 살았으면서... 아직 그걸 모르시네..."
"....."
"서운하네 씨벌! 맨날 의리 하면 ‘박기’지!? 시벌, 형님 그거 아시오?"

내 어깨를 잡는 재형이를 쳐다보았다.

"나도 여기에 형님 시체 두고는 어디 못 가."
"병신들... 쿨럭... 그냥 다 뒤져라... 빡대가리 새끼들."

내 말에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정면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복도 반대편, 우리를 쫓던 S사의 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없이 시작된 칼부림, 내 손에 꽂혀있던 담배는 끝까지 타들어가 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박기가 내 앞에 쓰러졌다.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머리가 문신으로 가득  남성이 박기를 발로 밀쳤다.
재형이는 얼굴이 함몰되어 벽에 몸을 맡긴 채, 중얼거린다.

"사... 살아... 남... 남으..."

주변엔 내 부하들로 인해, 수십 구의 시체가 늘어섰다.

"와... 새끼... 주변에 괴물들만 있다더니"

머리에 문신이 가득한 남성의 머리를 옆으로 밀치면서, 뒤에서 나타난 남성.

"강한성, 너도 죽기는 하나보다?"

칼을 엉성하게 들며, 내 가슴 위치에 가져온 덩치 큰 남성.

"와...  죽이자고 몇 명이 뒈진 거야, 어이가 없네."

꽤나 중요한 역할을 가진 인물 같지만,  기억에 아는 얼굴은 아니다.

"말 좀 해봐~ 태백의 괴물아."

나는 기억 속에서 재밌게 보았던 영화의 대사를 읊었다.

"누구냐 넌.."

군만두가 생각나는 목소리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

남성이  가슴속으로 칼을 집어넣으려  때, 순간적으로 남성의 손목을 비틀어 칼을 쥐었다.

그리고 남성의 손목을 타고 힘줄이란 힘줄은 모두 끊었다.
1초 남짓이 되었을까, 자신의 팔이 갈려나가는 장면을 본 남성은 뒤늦게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내가 잡고 있는 팔을 뒤로 빼려는 남성, 나를 쳐다보는  눈 사이에 칼을 박아 넣으며
뒤로 쓰러지는 남성을 잡아당겨 반동으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일어남과 동시에 움찔거리는 사람들.

"하아..."

말없이 수십의 사람이 나에게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동공에 ‘공포’라는 감정이 생기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십의 시체들 사이에 몇 남지 않은 사람들.
 몸 곳곳에 구멍이 뚫리며, 내 몸이 3인칭으로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한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좀, 죽어!!!"


머리를 향해 내려오는 칼날, 자연스럽게 피하려 했지만, ‘내 몸’은 이미 나의 통제를 벗어난 이후였다.
 어깨에 15cm 크기의 식칼이 박히지만,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어깨에서 칼을 뽑은 남성이 ‘내 몸’을 발로 차는 것과 동시에, ‘나’는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머리가 찌그러진  같이 아팠으며, 뜨거웠던 온몸이 차가웠고.
벗겨진 피부에 바람을 맞는 것처럼 온몸이 아려왔다.

그것이 내가 느끼고, 기억하는 전부였다.

울음에 잠긴 목소리들, 그리고 사랑하는 여성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남성의 목소리까지.

내 눈이 떠졌을 때, 나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거인으로 측정되는 남성이, 나를 쳐다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그 남자가 거인인 것이 아니라 내가 갓난아기임을 빠르게 인지했다.

'뭐... 이게 무슨 상황이지?'

울고 있는 남성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여성.

"공주님이 정말 예쁘네요..."
'.....?'

나는 환생, 전생, 회귀 그딴 거 믿지 않았다.

눈앞에 놓인 현재만을 생각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었기에.

인정한다. 그런 것이 있다는 거, 인정한다. 있으니까, 사람들이 믿으니까, 그런 단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부처님? 믿지는 않지만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앞에 놓여있는현재에만 집중했던 나는, 지금 놓여있는 이 환생을 판타지로만 믿지 않겠다.

'하지만, 공주... 님이라니... 시발 이건 아니지.'

나는 빠르게 고개를 움직여 우람한 그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근육이 없는 이 몸으로 확인하기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아니지?  왕자님이지? 시발 말을 해!!! 씨발럼들아!!!'

"응애애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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