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초보아빠. (3/99)



〈 3화 〉초보아빠.

어느덧 4살이 되고, 아빠는 나를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기 싫어."

내가 어린 마음에 자신과 떨어지기 싫다고 해석하는 초보 아빠였다.

"안돼.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 사귀고 그래야지~"
"하아... 애기들이랑 친해져서 뭐 하게?"
"어... 음... 시윤이도... 애기인데?"
"응ㅡ애."

 비꼬는 말투에 아빠는 할 말을 잃었다.

"....."

나는 내 신발을 신겨주고 있는 아빠를 쳐다보았다.

"아빠."
"응?"
"만약에, 아빠는 아기들이랑 친해지면 뭐할 거 같은데?"
"어... 같이 놀아야지?"
"말도 잘 못하는 애들이랑?"
"어...?"
"하아..."

아빠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래도 아빠는 시윤이랑 친구인데?"
"내가 아빠랑 친구야?"
"그러엄~"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아빠에게 말했다.

"나 말 놓는다?"
"... 어? 미안..."

나는 당황해하는 아빠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이집에 가는 대신 아빠도 할머니랑 화해해! 할머니도 아빠 생각해서 그런 소리 한 거니까."
"... 들었어?"
"할머니가 심하긴 했어, 그렇지만 아빠도 할머니 성격 잘 알잖아"
"....."

어느 날, 방에서 나간 아빠에게 못할 말을 한 할머니.
할머니가 아빠한테 사과할 때, 답답한 마음에 ‘족보도 없는 여자가 짐만 놔놓고 죽었다’라고 실언을 했다며 아빠에게 말했었다.
아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가 우리 똑똑한 딸 걱정시켰네?"
"흠... 오늘 어린이집 끝나고, 할머니한테 전화해본다~?"
"어...? 그건..."
"할머니 너무 자주 찾아오면 귀찮으니까, 천천히 사과해~"
".....?"
"무슨 말인지 알지?"

나는 아빠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아빠는 해맑게 웃었다.
초보 아빠는 나를 안아들고 밖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아랫집 아줌마.

"안녕~"

나는 젊은 아줌마를 쳐다보다가 스스로를 시크하다고 생각하며 끄덕였다.

"어머~ 시윤이 왜 이렇게 예쁘니~"
"아빠 안 닮아서?"

아빠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줌마가 웃으면서 말했다.

"에이 아빠 닮아서 이렇게 예쁜 거지~ 아빠가 얼마나 예쁜데~"

내가 아빠 얼굴을 쳐다보자 어색하게 미소 짓는 아빠.

"아줌마가 처녀였으면 우리 시윤이 엄마가 되는 건데!"
"아닐걸요?"
"힝... 내가 젖도 먹이고 그랬는데..."

아빠랑 아줌마는 웃으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아줌마가 물었다.

"시윤이 너무 똑똑한  아니에요?"
"저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전에도 느꼈었는데, 영재교육 한 번 받아봐요!"
"아하하... 시윤이가 재미없다고 해서..."
"아..."

대화를 하다가 젊은 아줌마는 1층에서 내리며 나에게 인사를 했고, 나도 손인사를 했다.
나는 아빠 품에 안겨있다가 지하 4층에 도착해서야 아빠가 자신의 차에 나를 앉혔다.
처음 보는 아빠의 차지만, 내가 아는 자동차와 모양새를 달리하는 아빠의 자동차.

'역시 나는 금수저인가...'

싶었던 착각도 잠시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자동차들도 대부분 비슷했고, 심지어 구석에 있는 차들은 더 화려해보였다...
씁쓸함을 뒤로한 채 시선을 아빠의 차로 돌렸을 때, 언제 준비한 건지 의자 위에 또 다른 작은 의자가 있었고, 아빠가 나를 앉히며 안전벨트를 채웠다.

"가기 싫다~"

 말에 웃으면서 말하는 아빠.

"그럼 아빠도 할머니랑 화해 안 할 거야~"
"그래, 그럼 우리 그렇게 할까?"

내 단호한 대답에, 아빠는 말이 없어졌다.

"....."

어딜, 전생의 나보다 절반 밖에 안 산, 어린 아빠가 나에게 협박을 하려고.
내가 손을 내미니 아빠가 자신의 핸드폰을 내게 주었다.
너튜브를 켜서 핸드폰을 보고 있자 아빠가 말했다.

"시윤아 눈 나빠져~"
"그럼, 더 큰 걸로 사줘."
"어... 응..."

내가 핸드폰 자판기를 두들기자 아빠가 물었다.

"시윤이 글씨 다 알아?"
"그럼 몰라?"
"우리 딸... 천재네?"

나는 끄덕이며, 그만하라는 듯이 손을 공중에 휘젓고 대충 대답했다.

"나도 가끔씩 놀래."
"어..."

요즘 나는 핸드폰이라는 신문물을 접하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신세계에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냥 유치하다고 생각했으나... 결국은 푹 빠지게 되었다.

"시윤아 그거 너무 잔인하지 않니?"
"全く残酷じゃないよ."

내가 일본어로 대답하자, 급하게 차를 세우는 아빠.

"뭐... 라구? 다... 다시 해볼래?"

다시 일본어로 같은 말을 반복해 주었다.

"하나도 안 잔인한데?"
"....."

그 뒤로 내가 외국 영화를 보는 것을 말리지 않게  아빠였다.
내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변환’이 된다고 해야 할까?
언어를 생각하고 단어를 생각하면, 내가 언젠가 들었던 목소리로 머릿속에서 흘러나왔다.

"시윤아 영어도 할 수 있어?"
"응."

차 안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부녀의 모습,
감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빠는 출발하는 것을 잊은 듯했다.







얼마 후 우리는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빠는 꽤나 유명 인사인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아빠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

"어?!"
"안녕하세요."

어린 직원은 인사하는 나를 보더니, 또 다시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기 시작했다.

"너... 너무 이쁘다!"

아이들은 내가 궁금한지, 방에서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아기들 냄새가 나는 방.
나는 원장 선생님이라 불리는 여성과 마주 보고 있었다.

"안녕~ 원장 선생님이라고 불러볼래?"
"원장님."
"어머~ 우리 시윤이 똑똑하네~"
"알아요."

아빠는 나랑 떨어지기 싫은지, 한참을  옆에 있다가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창문 밖에서 몰래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척하며 말했다.

"우리 뭐하고 놀까?"
"과자 있어요? 아빠가  먹게 해서."
"어?"

원장님은 무언가에 홀린 듯, 나에게 과자를 건넸다.
나는 내 몸만한 과자 봉투를 들고 등받이에 기대며 원장님께 말했다.

"아빠 가라고 해요."
"....."

나를 보며 심상치 않음을 느낀 원장님은 아빠를 보냈다.
웬일인지 순순히 사라지는 아빠.

"시윤이 안 무섭니?"
"뭐가요?"

나는 쌀 과자를 먹으며, 생각보다 맛있어서 이름을 읽었다.

'달따먹자...  오라고 시켜야지~'


"아빠랑 처음 떨어지잖니?"
"음... 그렇네?"
"아빠 안 보고 싶어?"
"5분도 안 지났는데요? 5시간 뒤에 물어봐요."
"....."

 어휘력과 나이에 맞지 않는 반응에, 할 말을 잃은 원장님이었다.







처음에 봤던 직원이 나와 동갑내기가 있는 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시윤아 친구들과 놀고 있으렴~"
"응."
"그땐 '네~'라고 하는 거야"

내가 살아온 삶에 반도  살아본 어린 선생이 나를 가르치려 한다.

"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의 난 4살인데.
내가 과자를 들고 있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 귀찮아질 것이 뻔해 보여서, 과자를 넘겨주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재밌는 놀거리를 찾는다 생각하는 어린 선생.
 그런 어린 선생의 기대를 뒤로한 채, 그대로 유동인구가 적은 구석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

베개가 보이지 않아서 가방을 머리맡에 내려놓고 누우니 당황해하는 어린 선생.

"시윤이 피곤하니?"
"아뇨?"
"어... 아직 낮잠 자는 시간이 아니란다?"
"그런  정해져 있어요?"
"....."
"그럼 놔둬요  크게"
"하... 하지만 친구 사귀어야지~"
"쟤들 지금 친해져 봤자, 내일이면  기억  해요."
"....."
"건들지 마요, 자게"
"그...그래..."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엄청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있던 내 발을 밟고 넘어진 아이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  시바... 이렇게 된다고?"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아이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만든 울타리를 만지작거렸고,
우는소리를 듣고 달려온 어린 선생이 말했다.

"시윤이가 그랬니?"

나는 어린 선생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나 좀 도와주시죠?"
"어?"

나는 내가 누울 곳으로, 어린 선생의 도움을 받아 바리게이트를 친 뒤에,
우연히 하나 더 발견한 이불을 베개 모양으로 접고선 누웠다.

"이제, 일 보세요."
"....."

어린 선생은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시윤이 아빠가 이 모습을 보면 무슨 반응을 할지..."

나는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은 것처럼 물어 보았다.

"선생님?"

나를 돌아보는 어린 선생.

"아빠가 본다니 무슨 소리예요?"

선생님은 한 곳을 힐끔 보고선 말했다.

"저기에 있는 사각형 박스로, 우리 시윤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빠가 볼 수 있어~"
"....."

나는 이제서야 왜 아빠가 순순히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다.

"왜 그러니?"

나는 자리에 앉으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시발 혼자 누워있으면 나 문제 있는  알고, 또 귀찮게 집가면 찡찡거릴 텐데..."

주변을 바라보며, 가장  시간을 보낼  있는 것을 찾다가,  눈에 피아노가 보였다.

"선생님 피아노 칠  알아요?"
"그럼~"
"오케이 갑시다."
"... 응?"

내가 작은 몸으로 바리게이트를 흔드니 선생님이 열어주었다.

"피아노 알려줘요."

내 말에 그제서야 눈을 반짝이는 어린 선생이 나를 들어서 작은 피아노 위에 앉혔다.




너무 단순한 것만 시켜서 그런지 나는 하품을 하며 건반을 눌렀다.

"이게 뭐라고?"
"라요."
"와~ 우리 시윤이 엄청 똑똑하네~"

나를 평범한 4살짜리 아이를 가르치는듯한 행동에 답답함을 느꼈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제까지 하려고요, 악보나 알려주고 가요."
"... 응?"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들이 전부 한결같다.
삐진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악보를 보여주는 어린 선생,
나를 골탕 먹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압도적인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나는, 힐끔 보는 것만으로 악보를 전부 외웠다.
그리고 악보도 보지 않은 채로 건반을 누르자 어린 선생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 아빠를 닮아서..."

나는 갑자기 생각난 듯 어린 선생에게 물었다.

"아, 맞다! 아빠 뭐 하는 사람인지 알아요?"
"그러엄!"

나는 그제서야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선생을 바라보았다.

"엄청 유명한 래퍼이자 작곡가야~"
"래퍼? 그게 뭔데요."

어린 선생은 아빠를 좋아하기라도 하는지 신나서 핸드폰으로 너튜브를 틀었다.
그곳에는 아빠가 나와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아~ 딴따라?"
"...? 딴따라?"

처음 보는 종류의 노래 아니, 미국에 머물렀을 적에 들었던 것들과 비슷한 노래였다.

"이게 노래에요?"
"그러엄~ 한국에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별론데?"
"... 아빠 노래가 별로니?"
"응. 이게 노래야?"
"그... 그렇구나...“

내 반응에 당황한 어린 선생은 말없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