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나 강한성, 자본에 굴복하다. (11/99)



〈 11화 〉나 강한성, 자본에 굴복하다.

아빠는 어디에서 데려왔는지, 노르웨이 숲 고양이 2마리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있었다.
자신의 손바닥만 한 아기 고양이가 너무 세게 잡으면 다칠까, 조심스러워하는 아빠.
아기 고양이의 머리를 검지로 쓸고 있었다.

"점박이는 여동생 베타, 흰색은 남동생 알파야"
"누가  나이 많아?"

"알파가 일찍 태어났다고 하더라."

딱 봐도 고급지게 생긴 것이, 일반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알파와 베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얼마야?"
"응? 아, 지은 이모한테 받은 거야~"

나는 아빠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굳이 예쁜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돈을 투자할 아빠는 아니다.

"그래?"
"응."

그때, 내 조그만 손가락을 젖인 줄 알고, 입에 넣고서 빨고 있는 알파를 보았다.

"귀엽네."

 손가락을 빨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아빠의 표정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와... 시윤이만큼 귀엽다..."

핸드폰을 꺼내서,  모습을 찍는 아빠.

"나만큼?"
"응!"

나는 고양이을 보며, 좋아하는아빠에게 말했다.

"에이, 그렇게 까진 아닐걸?"
"...그... 런가? 하하..."

아빠의 반응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하자, 아빠가 당황해하며, 빠르게 나를 안았다.

"아빠 눈엔 당연히 우리 시윤이가 가장 예쁘지!!!"

나는 실눈을 뜨며, 나를 잡고 있는 아빠를 보았다.

"...?"
"...미안."





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아빠를 보았다.
아빠가 다리를 떨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주황색으로 그려진 워터멜론 차트와, 너튜브 새로 고침을 할 뿐인 아빠.
하지만, 표정만큼은 행복해 미칠 것 같아 보였다.

"아빠."
"응!?"

화면을 보던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본, 아빠에게 말했다.

"변태 같아."
"...어?"

아빠가,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되물었다.

"아... 아빠... 변태 같아?"
"지금은 아닌데 방금, 치마 속 훔쳐보는  같았어."
"....."

아빠는 심각성을 느꼈는지, 빠르게 거울을 찾아들고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장난이야"
"...진짜 장난이지?"
"응."

그 사이에 아빠의 노래가 올라갔는지, 아빠가 급하게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변태 같은 표정이, 아빠의 얼굴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튜브, 실시간 최초 공개를 하자, 동시 시청자 3,0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아빠의 노래.
뮤직비디오 안에서 트레이닝 복을 입은 아빠가, 혼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노래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걸어 나온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무릎을 꿇는다.
아빠는 나를 품에 안은 채로 어둠 속을 걸어갔고, 점점 밝아져가는 주변을 바라보는 아빠.
흑백에서 컬러로 화면이 바뀌고, 아빠의 옷차림도 바뀌면서, 주변엔 각종 악기와 나와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
나를 안고 있는 아빠의 표정은, 튼튼한 동아줄이라도 잡고 있는 것처럼,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빠가 걷는 길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노래에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곳은 없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지막에는 카메라를 힐끔 쳐다보는 나를 끝으로, 뮤직비디오가 종료되었다.

-지호 딸임?
-ㄷㄷㄷㄷ 아기 미모 실화야?
-애한테 미모라는 단어가 나오는  맞아?
-와... 엄마랑 아빠가 외모 끝판왕인데, 좋은 것만 쏙 빼닮았네...
-미쳤다...
-아기 목소리랑, 지호 목소리랑 너무 상반돼서 어울려... 대박...
-지호 목소리 많이 허스키해진 듯.


나는 댓글을 읽으면서, 볼에 손바닥을 대며 말했다.

"난 너무 예뻐~ 미모는 나의 무기~"
"...그 노래는 어디에서 들었어?"
"몰라."

항상 워터멜론 차트를 휩쓸던 아빠는, 이번에도 급격하게 순위가 오르자,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워터멜론 차트의 달린 댓글을 읽고 있었다.

"아빠도 천재였네?"
"우리 시윤이에 비하면 아니지~"
"고건 맞지."

아빠의 높아졌던 콧대는, 내 말로 인해 원래대로 돌아왔다.

"....."

나는 아빠 무릎에서 내려와서 말했다.

"이제 자자."
"응? 오후 6시인데?"
"미녀는 많이 자야한대."
"...그래 자자."

아빠는 자신의 침대에 나를 올려다 주었고, 나를 안았다.
4년간 반복돼서 그런지, 아니라면 나도 모르게 가족이란 간지러운 감정을 원해서 그런 건지, 이러고 자는 것에 편안함을 느꼈다.




한참을 자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아빠는 부스스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잠긴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말하는 여성.

-"아 자고 계셨어요? 저 다연이 엄마예요~"
"아... 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다연이가 시윤이보고 싶다고 해서요, 아침 일찍 연락했는데 안 받으셔서..."
"혹시, 지금이... 몇 시인가요...?"
-"오전 10시죠...?"

핸드폰을 확인한 아빠는, 15시간가량 잠을 잤다는 것에 당황했다.

"지금... 아... 집 앞이시구나... 잠시만요."

아빠는 핸드폰을 귀에서 떼더니, 나를 불렀다.

"시윤아 일어나~ 다연이 왔대."

나는 잠옷 바람이었고 차가운 공기가 느껴져서, 이불을 몸에 돌돌 감싸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먼저 일어난 아빠를 보았다.

"어디가...?"

내가 잠긴 목소리로 물어보자, 대답하는 아빠.


"다연이 왔대."
"하아... 모녀가 민폐구먼~"
"어허, 그런 말 하는  아니야."
"응."

아빠는 핸드폰으로 문을 열어준 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대충 감았다.
 후, 머리를 말리면서 옷을 갈아입었다.

"시윤이도 갈아입자."

나는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답했다.

"귀찮아."
"안 창피해?"

"아빠가 사주는 옷보다 안 창피해."
"....."

나는 곰돌이 잠옷을 입고 있었다.
날다람쥐같이 축 쳐져 있는 잠옷.
처음엔 싫었지만, 입다 보니 편하다.
현관문이 열리며, 김선화의 양손에는 내가 입을 옷이 가득했다.

"시유나!!!"

들어오자마자 나를 찾는 다연이.
나는 몸을 이불로 감싼 채, 밖으로 꾸물거리며 나왔다.
아빠는 김선화에게 인사를 한 뒤, 다연이를 안아주다가 꾸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시윤아, 이불 두고 나와야지."
"응..."

이불을 두고 온 나는, 눈을 비비고, 잠옷을 펄럭이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연이의 어머니, 김선화에게 인사했다.
머리를 숙이니, 잠옷의 모자가 씌워졌다.

"안녕하세요~"
"안녕~, 어머! 시윤이 너무 귀엽다~~~"

나에게 인사한 김선화는, 아빠를 보며 말했다.

"주무시고 계셨나 봐요... 죄송해서 어떡하죠?"

멍 때리던 아빠는, 김선화의 말에 휙 돌아보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다연이도 인사해야지?"
"아져씨! 안녕하세요!"
"다연이도 안녕~"

아빠는 다연이를 꽤나 귀여워했다.
나는 곰돌이 모자를 쓴 채로 비틀거리며, 소파에 누웠다.
다연이도 나를 따라서 소파에 눕는다.

"이번에 노래낸  봤어요."

아빠는 잠이  깨는지, 이제서야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 보셨어요?"
"와... 역시 이래서, 지호 지호 하는구나 싶었다니까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김선화는 챙겨온 옷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다연이 옷을 보고 있는데, 시윤이가 너무 생각나는 거 있죠? 이거는 시윤이 5살 때 입을 옷들~"
"아니에요, 너무 받기만 해서..."

나는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아빠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그냥 받아, 아빠가 고르는 옷 구려."
"....."
"...풋."

확실히 김선화가 고르는 옷은  스타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뭔지 아는듯했다.
귀엽더라도 과하지 않고, 화려하더라도 자연스럽고, 김선화가 입고 있는 스타일이 내 모토다.
김선화는 내 말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아파트, 부럽더라고요."

김선화는 거대한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파트의 브랜드랑 경치, 그리고 복지까지, 여기만큼은 명실상부 자타 공인, 대한민국 1위라고 하잖아요~"
"그런가요...?"
"그럼요~ 저도 주택 말고, 아파트 살고 싶어서, 지금 이 아파트 자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대한민국 재계 2위 한성의 가족이, 들어오기 위해 기다리는 아파트라... 급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경쟁률이 심한  알았으면,  쓰더라도 사놓는 건데... 그때 정연이가 갓난아기여서."

하긴 내가 알고 있는 아파트의 기준을 넘어선 아파트, 타워팰리스.
4살인 나도, 아직 몇  안 들어가 본 방이 있을정도였다.
한 방은 신발이 가득해서,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신발을 모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가 예약해 드릴까요?"
"어머? 정말요?"

아빠는 갑자기, 김선화와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눴다.







설마 '이 아파트가 아빠의 명의로 되어있는 건 아니겠거니'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
분명,할머니는 아빠와의 대화에서, 나를 키울 돈은 있겠냐고 물었었다.
할머니는 아빠가 이 정도로 부자일 줄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떠올렸지만...
생각해보니, 아빠의 성격상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매일 트레이닝 복을 입고 다니는 아빠.
가지고 있는 돈은 꽤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믿고 듣는 지호의 노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빠는 유명했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을 보던 김선화가 말했다.

"애들아빠는 주택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저는 아파트 살고 싶었는데~ 고마워요."
"아니에요, 그래도 자리가 생겨야 가능한 거라..."
"당연히 우선순위로 만족하죠!"

아빠는 김선화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제 30대 초반인 김선화가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이웃되면 다연이랑 수영장 자주 가겠네?"
"...?"
"어머, 40층에 수영장 있는 거 몰랐니?"

나는 아빠를 힐끔 쳐다보았다.
40층? 우리 집이 68층이긴 하다만, 아파트 사이에 수영장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잠시 가졌다.
생각해 보니 엘리베이터 버튼에도, 색이 다른 것이 몇  있었다.

"키즈카페랑 엄청 많던데..."

아빠가 내 눈치를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아빠를 보며 웃었다.

"처음알았어요."

아빠는  미소를 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나는 다연이를 보며 웃었다.

"우리 아파트 구경할까?"
"응!"

총 5개의 거대한 아파트가, 가장 밑 4개 층을 제외하고는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중간중간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아파트를봤을 때에도 엄청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빠의 소유일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나는... 나는... 역시, 금수저...'

나는 아빠를 바라보았다.
'하긴 노래를 만들어내는 속도를 생각하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넘쳐나는 돈을 쓸데가 없어서, 지인에게 투자했던 것이 이 건물이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와 함께 한성 물산, S 물산  거대 기업이 경쟁해서 만든 건물, 그러나 하나의 랜드마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아빠였다.
건물의 시세는 아빠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고, 내가 봤을 때엔 4년이 지난 지금, 이미 원금 회수를 끝냈을 것이다.

세입자로 가득 차며, 줄까지 서있는 노른자 건물이라...
땅까지 아빠의 명의로 되어있어, 진정한 갓물주였던 아빠.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기에,  망상의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우리는 40층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나는 눈앞의 장관을 보고, 경악을 하고 말았다.
수영장이라고 해서, 그냥 수영하는 곳인 줄 알고 있었으나, 엄청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라고만 생각했던 그곳.
한강의 뷰를 보며 바닥과 벽이, 유리로 되어있는 수영장을 시작으로,
밤에는 파티도 자주 하는지, 불은 꺼져있지만, 한편에 있는 와인바와 카페들.
그것들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수영장들, 내가 생각하는 건물 기술력의 끝을 보는듯했다.

"이... 이것이 미래..."
"응? 시윤아 뭐라고 했니?"

김선화의 말에 나는 주변을 보면서 말했다.

"이게... 아빠꺼...?"

한번 떠본 말이었지만, 아빠는 어색하게 볼을긁적였다.
나는 아빠를 어리고 멍청한 초보 아빠에서, 갓물주 아빠로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오... 신이시여... 나에게서 중요한 두 개를 앗아갔으나... 이런 식의 보답을...'

아빠가 그동안 왜 돈에 관심이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달이 찍히는 엄청난 월세에, 뭐가 보이겠는가.
월세만 엄청나기로 소문난... 타워팰리스.
과거, 이 아파트에서 쫓겨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런 한심한 생각을 했었다니...
 주인이, 저 바보같이 웃고 있는 아빠인데.
키즈카페부터, 사우나 등 다양한 복지시설이 있는 아파트를 구경하며, 이곳은 정녕 15년 후가 맞는가를 고민했다.
180만 원짜리 최신형 핸드폰을, 4살짜리에게 버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쥐어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었다.
마트에서 과자를 사주는 듯한 느낌으로 핸드폰을 사줄 때, 나는 알았어야했다.
투쁠 한우를 담으면서, 가격조차 보지 않을 때,
바로 그때, 난 알았어야 했다.
어린이집을 180만 원씩 줘가며 보낼 때... 깨달았어야 했다.
나는 이생에 그냥 금수저가 아닌... 플래티넘 수저였다는 것을.
'이정도면, 개인 자산이 20년 전 한성이랑 비비겠는... 아니지... 더 많은가?'

회사의 자금이 아닌, 개인 자산이라는 것에 허탈함이 느껴졌다.

"아빠.?"

"응?"
"나 부자였어?"

내 모습을 웃으면서 보고 있는 김선화.
아빠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빠가 부자지, 시윤이는 아닌데?"
"나... 난, 아빠 딸인데...?"
"아빠 딸 계속하면... 시윤이도 부자 될지도?"

나는 아빠를 항상 이겨왔지만, 아빠가 자다 일어나서 드라이기로 대충 말린 머리가, 숍에 갔다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의 잠옷인, 저 트레이닝 패션이, 빈티지로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아빠  안 할 건데?'라고 말했겠지만,
믿을 거라곤 자존심과, 두 주먹, 불알  쪽밖에 없던 나 강한성...
가장 중요한  쪽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졌지만 나 강한성...
오늘 자본에 무릎 꿇는다.
잠옷 차림으로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니, 아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소녀... 아바마마를 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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