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특별한아이 (19/99)



〈 19화 〉특별한아이

아빠는 떨리는 동공으로 감독과 강인성을 쳐다보았다.

"잠시 촬영 좀..."

뜬금없는 아빠의 촬영 중지 선언.
감독이 강인성을 쳐다보자 강인성이 끄덕였다.

"시... 시윤아 정말 기억나?"
"응."

아빠는 뭐가 그렇게 급한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피아노 건반 어플을 켰다.
그리고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강아지처럼 나에게 얼굴을 내밀며 핸드폰을 손에 얹는 아빠.
내가 작은 손으로 핸드폰의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자, 아빠의 동공이 떨렸다.

"맞아! 맞아!!! 이거야!!!"

아빠는 신나서 나를 껴안았다.

"답답해."

하지만 아빠는 나를 무시했고, 더욱 강하게 안았다.

"역시 우리 딸 진짜 천재야!!!"

녹음한 내용을 저장하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던 아빠가 주변을 보고 현실을 자각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진짜 천재는 다르네~"

아빠의 집중력에 다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아하하... 정말 죄송합니다. 이때 멜로디가 생각이 안 나서... 노래로 만들게 된다면, 여기에 있는 분들 전부에게 앨범 돌리겠습니다!"
""시윤이 사인 포함해서 주세요!!!""

이왕 촬영이 끊긴 김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빠는 대본을 받아서 자신이 해야 하는 말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큐사인.








아빠와 나에게 하는 질문은 대부분 준비되어 있는 질문이었다.
그중 하나를 말하는 강인성.

"시윤이는 벌레 안 무서워해요?"

나는 의자에 앉아서 강인성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벌레?"

아빠가 어색하게 웃으며, 강인성의 질문에 대답을 대신했다.

"시윤이... 예전에 현장체험학습 간적 있거든."

아빠에게 집중되는 시선.

"거기서 과일에 농약을 안쳤다는 소리를 듣고, 시윤이가 딸기를 먹었거든?"

아빠는 아직도 소름 돋는다는 듯이 움찔했다.

"한입 베어 먹었는데, 반만 남아있는 애벌레가..."
"".....""

나는 아빠를 보다가 대신 답변을 이어갔다.

"벌레 있다고 먹지 말라 그랬는데, 그건 내 입에 들어가서 죽은 벌레의 문제지내 문제가 아니라고 했어."

벌레에 관한 이야기는 이것 말고도 많았다.
아빠는 왜인지 벌레를 많이 무서워한다.
아니,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레를 무서워하는  같다.
'과거에 벌레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못 봤던  같은데...'

이런저런 토크가 오가며,  작은남성이 입학 신청서 2장을 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 입학하려면 알지?"
"응, 그래서 시윤이랑 준비한  있어."

아빠는 나를 내려주었고, 무선마이크를 건네는 직원.
가방이 불편해서 벗은 뒤 아빠에게 넘겨주고, 내 얼굴만한 마이크를 양손으로 쥐었다.
음악이 흘러나오며, 아빠랑 처음 만들었던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나와 눈을 맞추는 아빠가, 나를 한손으로 안아들었고,
2개의 마이크가 가까워져 소리가 겹치게 되면서 음을 방해했지만,
아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소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이.





나는 옆집 형님에 출연한 이후, 슈퍼스타가 되었다.
말뿐만이아닌, 말 그대로 슈퍼스타.
해외에서 천재 작곡가 김지호의 딸로, 엄청난 이슈를 타며, 한국의 바비 인형으로 소개되었다.
내가 뱉었던 말들은 하나의 밈으로 돌아다니며, 각종 예능출연 제의가 장성만에게 쇄도했다.

"오... 슈퍼스타 씨~"

박지훈 이 새끼는 내가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내 속을 계속 긁는다.
저래놓고 둘만 있을 때엔 깍듯하게 대하는 지훈,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뒤집어진다.

"하아... 가라..."

다연이는 내 사진을 자신의 노트에 붙여 놨다.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교복 사진을 보며 다리를 동동 구른다.

"시유나!"
"응?"
"오늘 집에 놀러 가도 돼?"

나는 잠시 아빠를 생각하다가, 내가 알려준 멜로디를 바탕으로음악을 만들기 위해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빠가 떠올랐다.

"흠... 내가 다연이 집에 갈게, 아빠 바쁘거든."

다연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 나는 말이 나온 김에 움직였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원장실로 향했고, 문을 열자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하는 원장.

"들어오세요~"

내가 들어가자, 나와 눈이 마주친 원장은 반갑게 인사했다.

"어머! 시윤이가 웬일이니?"
"아빠한테 전화할래요."
"아하, 마음껏 하렴."

다시 작업을 하려는지, 컴퓨터를 보려는 원장에게 말했다.

"나가줘요."
"그... 그래."

원장이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아빠에게 전화했다.

-"응! 시윤아 무슨 일이야?"
"다연이네 가려고, 아빠가 전화해줘  데리고가달라고."
-"어? 그래도 아빠가 가야지~"
"다연이네 차타고 가게, 노래나 만들어."
-"알겠어..."

나는 전화를 끊은 뒤, 문을 열었고 원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는 끝났니?"
"네."
"또 볼일은 없고?"
"네."
"그래, 재밌게 놀고 있으렴~"
"네 고마워요."

나는 문을 닫고 다시 햇님반으로향했다.


다연이는 이제 다른 만화에 빠졌는지, 새로운 만화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재밌어?"
"응!"
"눈 나빠져,"
"나 시력 2.0이야!"

지훈이는 내 옆에서 낙서를 하고 있었다.

"심심하냐?"
"하아... 빨리나이 먹고 싶다~"
"왜? 즐겨 인마."
"뭘 또 즐겨, 운동만 하면 천재 소리 듣는 것도 지겹다 이제."
"운동도 나보다 못하면서."
"...생각해 보니까 존나 불공평하네 시발,"

다연이가 지훈이의 욕을 듣고 말했다.

"욕은 나쁜 거야!"
"하아... 그래..."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그렇게 불공평한데."
"아니, 나는 외모도 이렇고, 머리 쓰는 것도 똑같은 거 같은데, 너는 왜 그러냐고."
"다시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너도 누구에겐 축복이거든? 만족하며 살아라."
"...환생, 전생, 회귀 이런 거 다 지랄인  알았는데."

다연이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욕은 나쁜 거라고!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하아... 그래... 그래라, 저~ 가서 정중하게 내가 뭐라고 했는지, 또박또박 말하렴 아가야..."

비꼬는 말투에 화난 다연이 박지훈을 쳐다보았다.
나는 화가 난 다연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으며, 박지훈을 쳐다보았다.

"뒤질래? 왜 다연이한테 그런 태도로 말하냐?"
"...아... 왜 그래요 진짜..."






어느  어린이집에서 다시 수영장을 가게 되었다.
나이에 맞는 수영장이 나뉘어져있는지, 이번에 간 곳은 우리의 키만큼 물높이가 높았다.
나와 지훈 둘만이 선수를 준비하는 아이처럼 수영을 하고 있었다.

"형님."
"왜."
"진짜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는 물에 뜬 상태로 말했다.

"뭐가."
"아무리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운동을 하고 있는 저보다 힘이 좋은 건 이해가  갑니다."
"그래?"

나와 같이 물에 몸을 띄운 지훈.

"그리고, 나이에 비해... 힘이... 참..."
"배 아프냐?"
"존나게."

나는 그대로 지훈의 머리를 내려쳤다.

"악! 어릴  머리 좀 때리지 마시오, 시발! 안 그래도 머리 안 좋은데."

나는 다시 지훈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어린 선생에게 다가갔다.

"시윤아 왜?"
"들어줘요."
"힘드니?"
"네"

몸이 커졌지만, 어린 선생은 순순히 나를 안아서  밖에 내려줬다.






어느새 유치원 졸업식이 다가왔다.

"시윤아 사진 찍어야지!"

나는 꼬맹이들의 추억이라도 되어주자는 마음에, 친하지도 않는 꼬맹이에게까지 다가가며, 먼저 사진을 찍어주었다.
다연이는 평소와 다르게 울고 있었다.

"엄마아아!! 나도 시유니랑 같은 학교 갈래!!!"
"어머... 다연아. 집에서도 시윤이 보잖니..."

김선화는 처음 보는 다연의 어리광에 당황해하고 있었고,
모습은 주변 꼬맹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다연아..."
"시윤이랑 같은 학교 안 가면 엄마 안 볼 거야!!!"
"하아..."

나는 엉엉 울고 있는 다연이에게 다가갔다.

"뚝."
"시유나... 흐어엉... 엄... 엄마가아..."
"다연이 나랑 옆집이잖아~ 자주 놀러오면 되지~"

그럼에도 울고 있는 다연이.
울고있는 다연이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말했다.

"중학교부터는 꼭 같이 다니자~"
"지... 진짜?"
"그러엄~"
"야... 약속해!"

나는 다연이에게 손도장까지 찍어줘서야, 같이 사진을찍을  있게 되었다.
아빠는 그런 다연이를귀엽게보고 있었다.
다연이는 정연이를 따라서, 학비가  1,000만 원에 달하는 강남사립초등학교로 가게되었다.
다연이의 부모님은 차마 나에게 다연이와 같은학교로 가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우리 집의 경제력은 최상위권이기에 학비를 대주겠다는 이야기도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집의 경제력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나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닫게 되었다.
아빠의 지인... 가끔씩 우리 집에 나타나 나에게 '시크릿 쥬쥬'같은 같지도 않는 선물을 하고 가는 아저씨.
그 아저씨와의 대화로부터 아빠가 가지고 있는 건물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결국, 나는 깨달았다...
나는 플래티넘이 아닌, 완벽하게 빛나는 결정을 가진 다이아 수저였다는 것을...



내가 다니게 된 학교는 서울사립초등학교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나를 귀엽다며 바라보는 아빠.
아빠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는 펄럭이는 치마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왜? 마음에  들어?"
"아니야 아빠가 사주는 옷보다야..."
"...아빠 옷 잘 입기로 소문났거든?"
"맨날 수톤 아일랜드 같은 옷만 입으니까 그렇지."
"...그걸로 이쁘게 입는 거 힘들거든?"

나는 잠시 냉장고를 잡고 있다가, 과하게 펄럭이는 치마를 바라봤다.
순간 너튜브에서  미국 밈이 떠올랐고, 엉덩이를 씰룩거리자 아빠의 동공이 흔들렸다.
8살이 된 해에 아빠에게 트월킹이 뭔지 보여주자, 아빠가 입에 머금은 커피를 뿜었다.
쿨럭이며 나에게 빠르게 다가와서, 엉덩이를  흔들게 하는 아빠.

"왜?"
"쿨럭... 너... 절대로 어디 가서 그러지 마..."

아빠는 사레가 들었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고 쿨럭인다.

"이거?"

다시 트월킹을 하려다. 나는 현생 처음으로 아빠가 매를 드는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번 생에 처음으로 엉덩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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