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기다리고, 기대하던 게임을 하다. (23/99)



〈 23화 〉기다리고, 기대하던 게임을 하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단풍잎 게임의 거래소만 들여다보았다.

-"형님, 레벨 몇이오?"
"30"
-"엨? 아직도? 난 150인데?"
"기다려라... 스펙 업이 뭔지 보여준다... 나... 태백의 김한성... 안 죽었어."
-"형님이 몸만 쓸 줄 알지, 언제부터 머리를 썼다고..."
"...?"

싸해진 분위기와 내 반응에 박지훈이 진지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선을 넘은 것 같군요."
"하아... 올려놓은 아이템들 팔릴 때까지 주구장창 기다려봤자 뭐가 되겠냐? 사냥이나 하자..."
-"잘 생각했습니다. 제가 알아봤는데,  직업은 돼지마을에서 사냥하는 게 빠르다고 합니다."
"그래야겠다."

나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사냥하기 시작했다.

"오... 나 이제 5,000 데미지야."
-"벌써?  직업이 강하긴 한가보네요~"

그때  유저가 다가오더니, 사냥을 시작한다.
다른 유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내가 그 자리를뺏으면 상대방이 하던 채팅을 자연스럽게 쳤다.
이것이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정한 룰이라고 생각하며.

(시유왕자) - ?? 자리요.

하지만 상대방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으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지나가는행인12) - ?? 뭐냐  띠껍네 ㄲㅈ 이제 내 자리임.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 저 '지나가는 행인'이라는 사람은, 일반 사람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저 유저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채팅을 쳤다.

(시유왕자) - ...?... 예, 님 많이 드세요...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며, 최선이다.
만약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저 말하는 똥을 보고 신기함에 말을  것이다.

(지나가는행인12) - 말 ㅈ나 띠껍게 하네 ㅈ같게.

"허어..."

어떤 상황이든 급한 사람이 움직이는 법.
나는 이 상황에 어이없어하며, 채널을 옮겼다.
하지만, 이 더러운 개똥같은 새끼는내 생각과 다르게, 내가 무지도 필요했나보다.

(지나가는행인12) - 어디 가냐? 엌? ㄹㅇ 자존심도 없는 병1신이네.

"허어..."
-"무슨  있습니까?"

나는 지훈이에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했다.

-"아앙? 제게 맡기십시오. 저 ......은 제 선에서 처리 하겠습니다 행님."

집에부모님이라도 있는지, 차마 욕을 하지 못하는 지훈.
그래도  더러운 똥 같은 놈이, 설마 끝까지 따라올까 싶어 채널을 옮겼지만, 역시 똥은 똥이었다.
 더러운 새끼는 할 일도 더럽게 없나 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더러움에, 나는 빠르게 손을 씻고 나오려고 했다.

(시유왕자) - 아깐 죄송했습니다.
(지나가는행인12) - 아잌, 주제 파악이 빠르네?

이마에 핏줄이 솟는 기분이지만, 내가 지금 어쩌겠는가.
다만,  놈이 지금까지 한 말을 스크린 샷으로 찍어놓았다.
그리고 내가 저 똥을 치울  있는 힘이 생길 때를 위해서, 메모장에 아이디를 적어놓을 뿐.
그리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박지훈이 오더니, 느린 타자로 욕을 쓰며 사냥터를 차지했다.

(지나가는행인12) - 뭐냐? 친구야? 끼리끼리 논다더니 개웃기네ㅋㅋㅋ

박지훈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것에, 욕을 쓰려고 했지만 참았다.

(지나가는행인12) - 150? 쪼렙이 템도 없으니 데미지도ㅋㅋㅋ 안 나오넼ㅋㅋ

한참을 욕을 쓰더니, 갑자기 나가는 유저.
드디어 눈앞에서 사라진 똥.
똥이 사라졌음에 우리는 서로에게 축하했다.

"이야 믿음직스러운데?"
-"이게 접니다. 행님... 드디어 인정해 주시네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캐릭터가 나타났고, 상당한 고렙 유저로 보였으며, 우리는 표정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닉네임부터 (지나가는행인2)이었기에.

(지나가는행인2) - 안녕? ㅈ밥들?

가장 기본적인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 '지나가는 행인'.
하지만 그 기본적인 공격 스킬로 인한 후폭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끝없이 늘어지는 어마어마한 데미지, 힐끔 봐도  단위였으며, 맵에 보이는 몬스터들이 한 번에 죽었다.
옆에서 스킬을 사용하는 지훈이지만, 초라하게 뜨는 데미지는 10만 단위였다.

"....."
-"....."

우리가 아무  없이 데미지로 가득 차있는 화면을 보자, 저 개똥같은 유저는 신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행인2) - 엌? 어디 갔어? 왜 둘  조용해지지?

압도적인 격차에, 아무 말이 없자 채팅이 이어졌다.

(지나가는행인2) - ㅈ밥들이, 설치기는ㅋㅋㅋ ㄲㅈ 내 자리야 잼민이들아. 게임하지 말고 엄마한테 젖이나  달라 그래.
(지나가는행인2) - 꼴 받냐?  말이 없노ㅋㅋㅋ

나는 이 몸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하게 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형님! 참으십시오! 우리 아직 8살이야!!! 8살부터 살인이라니!!!"
"닥쳐라..."
-"예..."

나는 올라오는 살기에,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핸드폰을 들고 지금까지의대화 내용과 닉네임, 캐릭터를 촬영했다.

"1달... 1달 만에 넘는다..."
-"....."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헤드셋을 쓰고, 음악 작업에 열중하는 아빠.
아빠의 핸드폰을 발견한 뒤 몰래 가져가서 100만 원을 결제했다.

"꼭... 1달..."

눈이 돌아가기 시작한 나는 지금까지 사재기를 했던 데이터를 통해, 대량의 아이템을 사고팔기 시작했다.
돈이 안 되더라도 공급과 수요가 많은 아이템의 사재기부터, 매우 높은 가격의 아이템까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며, 전과 다른 압도적인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할 때.....
후폭풍은 나에게 다가왔다.

"김시윤!!!!!"

나는 헤드셋이 벗겨진 채, 아빠에 의해서 의자에서 끌려 내려왔고...
내가 키운 가족이자 부하인 박지훈에게, 아빠에게 혼나는 소리를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들려주게 되었다.

"꺄아아악! 아빠아!!!"






살면서 두 번째로 아빠한테 먼지 쌓인 회초리를 맞은 날.
연약한 피부는 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들고 있는 두 팔은 아파지기 시작하며 내려올 것 같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잊을 수는 없었다.
고통에 의해 더욱더 치밀한 복수를 다짐하며 불타오르는 내 얼굴을 확인한 아빠가 더욱 화를 냈다.

"김시윤! 그거 무슨 표정이야!"

아빠의 고함에, 당황한 나는 표정을 풀었다.

"응? 아빠한테 한  아니야..."

 표정에서 거짓말이 아님을 눈치 챈 아빠.

"그럼 뭐야."

나는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아빠가 핸드폰을 건네주자, 나는 아빠에게 무릎 꿇고 다가가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핸드폰을 한참을 바라보던 아빠는 잠시 멈칫했다.
아빠의 읽는 속도를 감안하면, 느낌상 엄마 이야기 부분에서 멈춘 것이다.
자신의 딸이 욕을 먹고 있었음을 알게 된 아빠.

"...손 내려."
"응..."
"...누군지 알아?"
"아니..."

아빠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전화를 하려고 했다.
아마도 JSM 소속 변호사  것이다.
나는 그런 아빠를 보고, 빠르게 말했다.

"한 달이면, 충분해... 그리고 복수는 내가 해."

아빠는 나를 힐끔 보더니,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살짝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 이후, 내가 학교를 다녀올 때마다 만지지도 않았던 내 캐릭터의 레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 있었다.





학교에서 나는 핸드폰으로 몰래 단풍잎 게임의 시세를 보고 있었다.
130만 원의 자본을 가지고, 3일 만에 2배 이상 불린 골드.

"혀... 형님... 저 이젠 조금 두렵습니다... 3일 만에 130만 원을 번다니..."
"아직 멀었어. 그 십새끼 잡아야 된다... 그러려면 3,000만 원은 더 있어야 돼."
"....."

나는 한숨을 쉬며,  작은 지갑을 쳐다보았다.

"내 카드로 직통이 됐으면... 그냥 지르는 건데..."
"게임에... 3,000을 박는다고요...?"
"...?"

나는 잠시 과거, 우리의 재정상황을 떠올렸다.
오랜 과거, 행동파 활동을 하며 받은 10만 원을 가지고, 내가 주워온 재형이와 박기에게 고기를 사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재형이에게 그리고 박기에게 고기를 사주던 기억... 200원에  병이던 술을 사주며, 키득거리면서 마시던 나날들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다.
작업장에서 4,000원에 8그릇인 자장면을 시키고는 3명에서 먹어치웠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다가, 지훈이에게 말했다.

"너가 쓰는 컴퓨터 얼마인지는 아냐?"

잠시 자신의 컴퓨터를 생각한 박지훈.

"....."
"내가 알기로 그 성능이면 300만 원짜리다."
"허억!?"
"여기 초등학교, 보이는 꼬맹이들 한 명당 1년에 1,000만 원씩 받아먹더라."
"네에!?"
"네가 들고 다니는 책가방 브랜드도 가장 싼 게 50만 원이고."
"!!!!!"

과거에도 주변에 관심이 없더니, 아직 예전과 달라진 시세를 정확하게 모르는  같았다.
갑자기 박지훈이 자신의 가방을 바라본다.

"세상에... 이 가방이... 내... 내 연봉이랑 비빈다고요...?"

평소에 함부로 들고 다니던 책가방을 소중하게 들어 올린다.
자신의 집의 재정상태도 모르는 박지훈에게 말해줬다.

"너네 아빠 박정호씨, 4년 계약금 210억이라고 적혀있어."
"!!!!!"

눈이 뒤집어지려는 박지훈에게 사형선고를 하듯이 말했다.

"너 금수저야."
"2... 210억...? 저... 저는... 금수저였습니까?"

나는 끄덕이며, 현실을 자각한 지훈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왕 현질할 거면, 나한테 투자해라, 용돈 받은 것도  넘기고."
"지금... 삥 뜯습니까?"

나는  그래도 작은 눈을 더욱 좁히는 지훈을 쳐다보았다.






어린 꼬맹이들에겐 내가 유명하지 않을  있겠지만, 나이 좀 있는 사람들에겐 난 슈퍼스타다.
당장 지금 입고 있는 서울사립초 교복 브랜드도, 내가 대표 모델이다.
장학금을 받으며 공짜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모델뿐만 아니라, 입학 성적으로도 압도적인 1위였다.
한참 내 외모에 혹한 꼬맹이들이, 나에게 사랑고백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권했지만.
계속된 거절로 인해, 내 이미지만 안 좋아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단풍잎 게임에서 꽤나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지나가는 행인 개새끼...  잡는다."

박지훈은 수치스럽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 엄마한테옷 벗겨진 채로 쫓겨났었어..."
"그래도 네 도움이 크다... 불려서 배로 갚으마..."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몸서리를 치는 지훈.

"그래서 지금 얼마야?"
"정확하게 네가 투자한 금액을 포함해서 1,500%"
"?! 벌써?"

나는 으쓱이며 말했다.

"아직 부족해... 일부러 제한된 캐릭터 8개 전부 만들어 놨거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거기에 캐릭터 하나마다 가질  있는 골드 꽉 채웠다."
"세상에..."
"아직이야...  데미지... 분명 슬롯에 레전드리 아이템 8개 이상 박은 데미지야."
"8개라면 살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그걸로 만족하면  되지..."

이미 아빠의 노가다로 인해 내 캐릭터의 레벨은 220을 달성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빠를 마주 보았다.

"아버지."
"그래."
"투자한 금액 1,600%의 수익을 냈습니다."
"허어... 대단하구나."

아빠가 알고 있는 투자한 금액은 130만 원이다.
나는 벽에 걸려있는 '지나가는 행인' 캐릭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는 절대로! 저 자를 용서치 않을 겁니다!"
"그래! 그래야 내 딸이지!"

나는 상황극에 집중하는 아빠를 보았다.

"그럼, 오늘은 다연이랑 수영하러 가볼게"
"응. 저녁은?"
"다연이네 엄마가 해준다고 했어."
"응, 재밌게 놀다와~"
"응."

아빠는 내가 입고 있는 래시가드의 지퍼를 닫아주었다.
대충 아빠에게 손 인사를 하고는 문밖으로 나가서 문을 두들겼다.

"다연아~"
"시유나!!"

나는 웃으면서 다연이에게 일본어로 반겼다.

"久しぶり~ (히사시부리~)"
"久しぶりね! (히사시부리네!)"

확실히, 8살의 다연이는이제 유치하고 귀엽기만  옷을 입지 않았다.
나나 다연이나 팔다리가 길게 뻗으며, 비율이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어린이 모델 느낌이 났다.
이제는 수영 패드 없이 수영을 할 수 있는 다연이.
그 모습을 대부된 마음으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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