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기다리고, 기대하던 게임을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0층으로 향하자, 한성의 경호원 2명이 정장을 입은 채 서있었다.
두 명이 같이 다니는 파트너인건지, 자주 보는 얼굴이다.
"오... 또 보네요."
"예, 시윤아가씨."
웃으면서 나를 반기는 경호원들.
손을 흔들어주자, 팬클럽이라도 된 것 마냥 좋아한다.
나는 인사를 하고 있는 다연이를 이끌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수영장으로 들어가자, 경호원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수영장 내부에서 경계를 시작했다.
다연이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경계하는 이들.
다져진 몸과 이곳저곳에 생겨있는 흉터들을 보니, 생각보다 실전을 많이 겪은 것 같다.
꼼꼼하게도 확인하는 이들, 물속까지 들어갈 기세다.
"너무 꼼꼼하게 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직업이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아하하..."
수영장 안에 경호원 두 명이 서있지만, 이 시간에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 둘을 제외하면 수영을 하고 있는 저 여학생뿐이었다.
수영에 집중하고 있는 여학생에게 다연이가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다연이가 인사를 건내자 반가워하는 여학생.
"안녕! 오늘도 수영하러 왔어?"
"네!"
입수 전 체조를 하고 있는 다연이에게, 여학생은 물속에서 얼굴만 내민 채 대화를 나눴다.
"다연이 너무 예쁘다~"
"감사합니다!"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 나는 입수 전 준비운동을 하는 다연이를 두고, 깔끔한 동작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유영을 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여학생.
"와... 진짜 잘한다..."
다연이가 어느새 물속으로 들어와 첨벙거리며, 여학생에게 다가가 말했다.
"언니! 언니는 수영 연습 왜 해요?"
"나? 운동 대신에 하는 거지~ 수영하면 몸매가 예뻐진다고 하던데~?"
"몸매가 예뻐져요?"
"그럼~ 완전 예쁜 몸 만들어서, 남자들 홀리는 거지~"
"!!!"
다연이는 동그란 눈으로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가 너무 물속에서 안 나오자, 걱정하는 여학생.
"시윤이...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시윤이 인어공주라서, 괜찮아요."
나는 물속에 앉아서 유리로 되어있는 벽을 통해,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캬..... 리버뷰 기가 막히네.'
잠수를 하고 있으면, 귀가 먹먹해져 소리가 들리지 않아 시간이 멈춘 것 같이 느껴졌다.
심지어 물속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장면을 연출했다.
유리로 되어있는 벽면을 바라보며, 바닥에 대자로 누운 뒤.
천장을 바라보자 다연이와 여학생이 물위에 떠다니며 나를 보고 있었다.
'...?'
그리고 물 밖에서 서로 대화하는 이들.
나는 가볍게 바닥을 박차고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오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왜요?"
숨도 고르지 않는 내 모습에 더욱 경악한 여학생.
"세상에... 시윤아 숨 얼마나 참을 수 있어?"
"안 재봤는데?"
솔직하게 내 폐활량은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롭다.
이젠 5분 정도의 숨을 참는 것은 가뿐하기에.
"".....""
나는 둘에게 수영을 알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즐거워하는 다연이를 바라보며...
나는 잠에 들기 전에 아빠의 품속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단풍잎 게임 아메리카 방송인 ‘쉰’.
그리고 쉰이, 다른 캐릭터를 키운다며 가지고 있던 아이템들을 떨이하고 있었다.
"어?!"
나와 같은 서버를 이용하고 있는 방송인 쉰.
내가 침대에서 급하게 일어나자, 아빠가 나를 쳐다보았다.
"딸, 안자고... 왜?"
"아빠, 지금 아이템 떨이하고 있어서, 무조건 사야 돼!"
그냥 자면 안 되냐는 아빠의 손길을 피하며, 1층에 있는 작업실로 후다닥 내려갔다.
컴퓨터를 켜고 나서 바로 떨이 판매를 하고 있는 쉰에게 사연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시유왕자입니다.
저는 태초 마을에서 평화롭게 돼지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나가는행인’이라는 유저에게 자리를 빼앗겼고, 약한 캐릭터로 인해 무기력하게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욕을 먹어야 했습니다.
‘쉰’님의 남은 아이템들을 제가 살 수 있다면, 단풍잎 인생을 걸고, 꼭 그 유저를 찾아가 조져버린 후 그 상황을 영상에 담아 너튜브 각을 뽑아드리겠습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스크린샷을 첨부하겠습니다. 꼭 연락주세요.
내 사연은 빠르게 올라갔고, 방송인 쉰에게 닿았다.
켜놓은 방송을 보고 있으니, 쉰이 내가 올린 사연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내 캐릭터를 통해 게임 상에서 채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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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 사연의 본인 맞으신가요?
(시유왕자) - 하아... 선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복수에 한 걸음 더 전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쉰) - 그전에... 제 아이템 살 수는 있으시겠어요?
(시유왕자) – 그 녀석에게 복수하기 위해 짧은 시간이나마 공부를 하며, 현질도 엄청 했습니다.
(쉰) - 오...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시유왕자) - 제가... 좀 어리기도 하고... 컴퓨터도 몰래 하느라, 걸리면 아빠한테 혼나는데... 지금도 자다가 뛰어나왔거든요...
(쉰) - 그... 아이템을 싸게 넘기는 조건으로, 이번 콘텐츠 상... 대화를 하는 게 목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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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은 갑자기 현금 '50만 원'정도로 평가받는 아이템을 거래창에 올리고서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쉰) - 만약 통화를 하신다면, 공짜로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말없이, 통화방 아이디를 매니저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여보세...요?"
내 목소리에 '여자 잼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열광했다.
-"안녕~, 약속이니까 먼저 받고 시작할까?"
나는 아빠에게 걸리면 안 된다는 말을 했기에 일부로 작게 목소리를 내었다.
"하아... 감사합니다..."
내 안쓰러운 목소리에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그래서, 그 사연이 어떤 건데?"
나는 쉰에게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30레벨일 때, 제 사냥자리를 뺏길래 물음표를 쳤거든요? 갑자기...막... ㅈ밥이라고... 꺼지라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싸게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연기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내 울먹거리는 소리에 다들 안쓰러워함과 동시에 그 유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아빠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눈빛을 보내고는 갑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여보세요?"
쉰의 목소리에 부끄러움은 뒤로한 채, 대답했다.
"...네?"
-"사연은 확실한 거 같네... 근데 나랑 디코 해본 적 있니?"
"아뇨?"
-"근데 왜 이렇게 목소리가 익숙하지?"
"....."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라디오가 비어 쉰이 말했다.
-"오케이... 훨씬 싸게 해준다. 원하는 아이템 있니?"
"조금 많은데..."
-"콘텐츠 상 가격 1/5 까지 밖에 못 깎아줘..."
나는 끄덕이며 풀 골드를 올렸다.
"저... 복수하려고 자금은 진짜 많이 모아서... 20% 가격이면 아이템 다 살 수 있긴 한데... 그러면 너무 죄송하니까 여기에 올려놓은 골드까지만... 가능할까요?"
한 캐릭터가 보유할 수 있는 골드는 현금으로 약 1,000만 원이다.
-"...와... 많이 모았...네?"
"진짜... 어려서 현질도 못하고... 힘들게 장사하면서 벌었어요..."
-"나이가 몇 살이니?"
"12살이요."
-"... 대단하네..."
나는 8살이란 것을 숨겼다. 8살에 이 목소리면, 내가 누구인지 추측이 가능하기에.
이 순간에도 아빠가 김지호아니냐고 물어볼 것만 같았다.
쉰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선택했고,
쉰은 거래창에 아이템을 올려주며, 각각의 아이템들의 가격을 말해주었다.
"진짜... 너무 감사해요..."
-"오빠 방송 계속 봐야한다?"
"게임을 접지 않는 이상, 물론이죠!"
나는 현금 1,000만 원어치 골드를 그 자리에서 태웠다.
-"원래 한 명한테 이렇게 팔면... 시청자들 난리 나거든?"
"저도 알아요!"
-"그래? 다행이다... 그럼 인트로 목소리 한 번만 해줄 수 있을까?"
"넵,"
-"시~작!"
"생방말고, 너튜브로 봐요, 광고 스킵 좀 하지말고."
나는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생각보다도 반응이 괜찮았다.
-”엌? 좋은데? 이번 콘텐츠 3화 분량이거든? 3화만 사용할게!"
"넵! 정말 감사합니다~!"
-"응응, 즐단풍하고~"
"넵!"
구입한 12개의 아이템들.
현 시세에서 1/7 가격에 산 아이템도 있다.
나는 컴퓨터를 끄고, 아빠가 있는 2층으로 향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빠.
"평균 6배 벌었어..."
"뭐? 6배? 이미 그전에 벌어들인 걸로 충분한 거 아니었어?"
"응, 하지만... 완벽한 복수 위해선... 부족했지..."
그날 나는 복수를 하는 달콤한 꿈을 꾸며 아빠의 품에서 잠에 들었다.
-너네 누군데!!!
내 레벨은 240, ‘지나가는행인’보다 15레벨이 낮지만. 딜은 그렇지 않았다.
100억 단위를 웃도는 데미지, 나보다 높은 레벨의 모든 몬스터들도 스치면 한방이었다.
맵을 장악하고 있으니, 도망치는 '지나가는행인'
나는 따라다니며 '자리요' 만을 외칠 뿐이었다.
"야! 교대해."
박지훈의 아이템도 맞춰져 10억 단위 이상의 딜이 뿜어져 나온다.
10억 단위의 딜에도 스치면 죽는 몬스터들.
-"아하핳핳하핰 형님! 저 정말 행복합니다!"
"그래... 즐겨라... 이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것이다!"
우리 둘이 한 맵에 있자, '지나가는행인'이 말했다.
-너네 혹시...
나는 뒤에 아빠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하고 채팅을 쳤다.
-ㅈ밥이ㅋㅋ 설치기는 꺼1져 내 자리야 [email protected]신아.
-...너...
우리의 복수는 끝이나질 않았고, 우리는 기꺼이 더러운 똥이 되길마다하지 않았다.
'지나가는행인'이 우리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고,
우리는 모든 맵을 쫓아다니며 행복을 만끽했다.
시간이 지나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보통 작업실에서 작업을 끝내고 올라오던 아빠는 올라오지 않았다.
나는 눈을 비비며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 안자고 뭐해...?"
"응? 시윤아 안 잤어?"
"응."
아빠는 변태같이 웃으며, '지나가는행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x발 꺼지라고!!!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는행인'이란 유저는 아무도 모르게 닉네임을 바꾸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복수했던 모든 영상을 약속대로 쉰에게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