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오디션. (28/99)



〈 28화 〉오디션.

어느새 시간이 흘러 오디션을 보기로 한 날이 되었다.
나는 오디션장에 아빠가 따라오겠다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아빠가... 이젠 귀찮아...?"
"하아... 아빠 오면 어그로 끌리잖아."
"....."

나는 장성만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했다.

"대표님도... 인기 많은데..."
"별로, 할아버진 인기 없어, 아역배우 오디션이라 젊은 아줌마들 많을 텐데 아빠가 오면 피곤하지."

 말에 두 남자 모두 침묵을 지켰다.

"".....""
"이번에 낼 노래나 다듬으셔."
"응..."
"돈 많이 벌어~"
"알겠어..."

그렇게 아빠를 두고, 장성만의 차에 탑승한 뒤 오디션 장으로 향했다.




오디션 장에 도착하자, 감독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것을  수 있었다.
장성만의 이름값 때문인지, 아니면 유대현 감독이 나를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대현 감독의 부탁으로 입구에서 기다리는 장성만.

"시윤아 파이팅!"

나는 장성만을 힐끔 보고는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와...""

오디션 장에 들어가자 4명이앉아있었고, 한 명은 상대역을 봐주기 위해 서있었다.
 외모를 보고 말을 잃은 5명.

"그러고 있을 거예요?"
"".....""

"할 말 없으면 대본이라도 주세요. 연기라도 해보게."
"그래... 그렇게 하자."

나에게 대본을 넘기는 젊은 남성.
긴 대사가 아니기에, 2초 정도 읽고 다시 돌려주었다.

"".....?""
"혹시... 대본이 마음에 안드니?"

"다 외웠어요, 지금 하면 돼요?"
"....."

나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
나는 시작부터 애드리브를 하기 위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상대역을 보며 말했다.

"병신 같은 새끼야!!! 그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그래?"

악센트가 들어간 쌍욕에 당황한 이들.

"".....아... 그건... 상대역.""
"...그래요?"

하지만 내 행동과 욕설을 본, 유대연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다른 역할의 대본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걸  다른심사위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가인 역... 시켜보시려구요?"

감독은 끄덕이며 나에게 대본을 넘겼다.

"시윤아? 이걸로 해보겠니?"

나에게 건네준 대본에 나와 있는 대사들은 꽤나 거칠었다.

"오..."

나는 영화 줄거리와 상황이 담긴 대본을 읽다가, 예전 기억이 떠올라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살인에 무감각했던 그 순간을.
나는 감독에게 다시 대본을 건네며, 옆에 있는 펜을 쥐었다.

"상황 재밌네요.“
"".....""

내 바뀐 표정으로 인해, 이들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시윤이는 연기 준비를 끝낸 상대역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벽에 기댄 채, 자신의 팔을 부여잡는 남성.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하아... 하악... 누구 없어요...?"

연기하는 모습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숨소리도 옅어졌다.
남성이 연기를 시작하자, 시윤이도 겁이 많은 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주변의 눈치를 보며, 발소리를 줄이면서 다가갔다.
그리고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아주 작게 말했다.

"괘... 괜찮으세요...?"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는 시윤.

"꼬마야... 혹시 천을 좀 얻을 수 있...?"

작은 펜을 꺼낸 시윤, 하지만 시윤이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침을 삼킨 남성은 시윤이의 표정을 보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남성의 표정은 점점 경악스럽게 바뀌어갔고, 그대로 남성의 머리에 펜을 내리꽂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남성을 바라보는 시윤.

"병신이... 물렸으면, 조용히 밖에서 죽지, 귀찮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말을 하며, 남성의 몸을 한참 뒤져본다.
전부 확인한 시윤이는 끄응 거리며, 움직이지 않는 남성을 창문 밖으로 던지는 시늉을 했다.

"하아... 가진 것도 없으면서, 힘들게 하네."

짧은 장면이었지만, 시윤이의 연기를 바라보던 유대연 감독은 끄덕였다.







오디션을 마친 시윤이 나가고, 주변은 조용해졌다.
유대연 감독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상대역을 맡았던 배우가 말했다.

"순간 진짜 칼을 들고 있는  같았습니다."

비속어가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비주얼을 가진 시윤, 하지만 그 표정과 욕설은 너무나도 실감났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는 좀비 세상에서 태어난 '한가인'이라는 비중 있는 남자아이 캐릭터가 나오지만...
특유의 무관심과 살기를 연기해야하기에, 초등학생 배우에게 그런 것을 바라기에는 어려웠었다.
하지만 시윤이라는 여자아이는 표정에서부터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같이하지."

유대연의 말에 다들 말없이 끄덕였다.

"대본부터... 다시 수정해야겠네요..."

다들 한숨을 쉬지만, 유대연 감독의 두 눈엔 탐욕이 피어났다.
작품을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시간이 지나,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집에서 뒹굴거리는 동안 내 대본이 집에 도착했다.
아빠가 읽어보더니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
"시윤아, 너무 잔인한 거 같은데..."
"그래?"

나는 아빠가 들고 있는 대본을 빼앗은  대본을 읽어내렸다.

"오... 재밌을 거 같아."

아빠는 혼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더니 끄덕였다.

"시윤아 재밌을  같으면... 연기학원 다녀볼래?"
"아니, 이거만하고 연기 안 할 건데?"
"...그렇구나."

나는 내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서, 대본을 여러  읽었다.

"아빠 상대역 해줘."
"응?"

아빠는 대본을 받아들면서, 책 읽듯이 대사를 읽었다.

"도망치렴. 가인아. 너라도. 꼭. 살아야 돼."

아빠의 연기에 실망하며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아빠가 움찔했다.

"...그게 뭐야."
"그... 다시 해볼까?"
"응."

아빠의 연기는 표정과 동작만 추가됐을 뿐, 전과 같았다.

"...됐어 혼자 할래."
"시윤아?"

나는 아빠에게 대본을 빼앗고, 내방으로 들어갔다.

"시윤아!"





어느 날 아빠가 점핑 부츠를 가져왔다.

"뭐야?"

내가 관심을 보이자, 아빠가 자신의 것을 보여주었다.
작은 점핑 부츠는 튜닝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반대로 아빠의 것은 단순해 보였다.

"한번 해볼래?"
"응."

아파트의 산책로에서 아빠와 둘이서 신어보았다.

"이거 시윤이 영화 촬영 때, 써야한다고 하더라고."
"그래?"

아빠는 나에게 점핑 부츠를 신기더니, 자신도 신고 일어났다.
중심도 잡지 못하고 엎어지는 아빠.
역시 운동신경은 젬병이다.

"아빠... 이렇게 움직여, 가만히 서있지 말고."

나는 점핑 부츠를 신자마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내 작은 몸무게에도 쉽게 구부러지는 특수 제작된 점핑 슈즈.
스프링의 엄청난 탄성을 이용해 내가 점프를 하자, 엄청난 높이에 아빠가 경악했다.

"너...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나는 점프력에 순간 중심을 잃을 뻔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아빠, 이거 대박인데?"

바닥을 튕기며, 아빠에게 걸어갔다.

"이렇게, 몸무게로 꾹꾹 누른다는 생각으로."

반원으로 되어있는 스프링이 쉽게 구부러지며, 내 몸을 띄운다.

"오오오..."
"재밌어?"
"응!"

그 자리에서 텀블링을 하자, 아빠가 경악하며 나를 말렸다.

"시윤아! 위험한 행동하지 마!"
"흠... 알겠어~"

내가 주변을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주변의 꼬맹이들이 쳐다보았고, 운동을 하던 어른들도 쳐다봤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속도, 나는 슈즈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몸을 점점 기울였다.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 달리기 속도에 아빠가 경악했고, 나는 아빠의 바로 앞에서 몸을 뒤로 기울이며, 브레이크를 넣듯이 멈췄다.
그러자 반작용으로 인해, 스프링이 극한으로 휘어지며, 점핑 슈즈를 신은 210cm의 아빠의 키를 상회하는 높이로 뛰어올랐다.

"대박!!! 점프력 쩐다!!!“

이를 본 아빠의 표정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아빠는 내 점핑 부츠를 빠르게 벗겼다.









집으로 돌아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단풍잎 게임을 켜 보스를 잡고 있었다.

"쉰 삼촌, 거기 피하라고 몇 번 말 해..."
-"미안!!!"
"아니, 딜이라도  넣던가... 요즘에는 나보다도 딜 안 나오잖아."
-"그러지 마아... 진짜 열심히 할게."

그때 무적을 걸어주던 박지훈이 말했다.

-"아니! 왜 자꾸 거기로 가냐고오!!!"
-"야이씨! 늙어서 그렇다!! 진짜 너무하네!"
-"어휴... 32살이 늙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네."
-"어어? 너 선 넘는다?"
"야 그러지 마, 우리 아빠보다 나이 많으니까, 그만해."
-"와...  번 죽... 와..."

나는  말을 잃은 쉰에게 말했다.

"암튼, 이거 지면 진짜 다신 같이 안 해, 그렇게만 알아요."
-"야아! 그러지 마!"
"한번 돌리는데 4만 원 날아간다고요! 우리 8살이거든요?"

쉰이 억울한 목소리를 내었다.

-"야! 8살이 거래시장에서 현금으로 5,000만 가량 굴리면서, 돈 없는 척 하지 마!"
"이런 식으로 하면 1,000번도 더 실패할 듯."
-"...미안.“

300이 만렙인 단풍잎 게임에서 내 레벨은 264이지만, 데미지는 순위권에 들어갔다.

"야! 박공 머 해! 따박따박 힐 넣으라고!"
-"시발! 지금 존나 열심히 하고 있거든!?"

그때 박지훈의 마이크를 통해 지훈이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놈의 새끼! 누가 그런 말 쓰래!"
그리고 박지훈은 보스를 잡던 중, 게임을 종료했다.
"....."
-"....."

요즘 쉰이라는 너튜버와 같이 활동하며, 나는 1회 출연 당 20만 원, 지훈이는 15만 원씩 지급받고 있다.

-"유자야."
"뭐요."
-"게임은 재밌어?"
"이런 망겜 뭐가 재밌어요,"

나는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 숙제해야 되는데... 기다려 봐요, 박공이 불러보게."
-"알겠어."

내 닉네임은 '시유 왕자'고, 박지훈은 '박지 공듀'다.
그렇기에 나는 '유자'로 불리며, 지훈이는 '박공'으로 불리고 있었다.

"연락 안 받네... 학교에서 보스 입장료 4만 원 뜯어야지~"

한동안 대화를 나누다가 쉰이 물어보았다.

-"지금 뭐하고 있어?"
"장사요. 오... 삼촌이 준거 팔렸다."
-"...싸게  거?"
"거 팔리지도 않는 거, 더럽게 생색내시네 그리고 비싸면 안사요. 이것도 2주 만에 겨우 팔린 건데."
-"야! 그거 진짜 싸게 넘긴 거거든?"
"눼눼 감사합뉘돠."

내 비꼬는 말투에 방송화면으로 쉰이 장난스럽게 화냈다.

"아,왜 숙제를 내는 거야, 그냥 시험을 보지..."
-"시험이 좋아?"
"쓸데없이 글 쓰는 거보다 외우는 게 낫죠."
-"....."

그때 아빠가 밥을 먹으라고 불렀다.

"저, 아빠가 밥 먹으래요 수고."
-"...2시간밖에 안 했는데... 일당 반으로 깐다?"
"...? 택도 없는 소리 하시네, 똑바로 입금해요.  먹으면서 확인할 거니까."
-"야! 너무 치사한  아니야? 2시간에 20만 원이면..."
"그럼 아빠가 부르는데 가지 마요?"
-"...그건 아니지."
"그럼수고 했어연~"

나는 핸드폰으로 쉰의 방송을튼 채로 아빠에게 다가갔다.

"그 친구가 쉰이란 사람이니?"
"응. 아빠보다 나이 많아.
"어...?"

나랑 놀고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당황하고 있는 아빠.
아빠는 이제 서른이지만, 동안이었던 외모는 자신의 나이에 맞게 변한 것 같다.
'요즘 헬스를 많이 해서 그런가...?'

나는 밥을 먹으며, 아빠가 등장한 예능을 틀자, 아빠도 밥을 먹으면서 힐끔 쳐다보았다.
전체적으로 달리고있는 예능이였다.

"저거 진짜 힘든 거다?"
"아빠가 운동신경이 없어서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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