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오디션. (31/99)



〈 31화 〉오디션.

단풍잎게임에 들어가자마자, 쉰이 나에게 통화를 걸었다.

-"유자야, 요즘 뭐해?"
"알거 없잖아요."
-"....."

내 특유의 대답은,  방송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너튜브엔 내 반응 모음집이 있을 정도로, 나는 단풍잎게임 안에서도 스타였다.
나는 게임을 켜자마자, 거래소부터 확인하고 있었다.
혹시나 변경되었을 시세와, 팔린 아이템의 정산을 위해서.

-"이번에 아이템 남는 있는..."

쉰이 거래할 아이템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쉰의 말을 끊고 말했다.

"뭔데요."
-"금단의 목걸이, 하프 이어링."
"삼촌이 쓰던 거요?"
-"다크엘프 꺼.“

과거 쉰이 키웠던 다크엘프.
그 캐릭터가 사용하던 아이템은 압도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진지하게 말했다.

"삼촌."
-"응?"
"불러봐요."
-"유자야~"

가격을 부르라했더니 쉰은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이상한 드립 치네?"
-"미안."
"그거 어차피 가격대 높아서 안 팔리잖아요, 얼마 생각하는지 불러봐요.  뒤에 팔려도 제가 이득 볼  있는 가격으로."
-"와! 또 날로 먹으려고 하네?"
"그니까, 삼촌이 만족하는 선에서 불러봐요."
-"...9,000억."
"지랄, 안사요. 정가보다 10퍼센트 낮네."
-""야! 1,000억 싸게 부른 거면, 현금으로 340만 원인데."
"그거 사서 아무한테도 못 팔면, 팔릴 때까지 내 3,060만 원이 창고에 묶이는데 굳이?"
-"....."
"그럴 바엔 가지고 있는 골드로 큐브 물량 거래하는 게 낫지."

아무 말 없어진 쉰에게 이어서 말했다.

"물량 거래 3주 만해도 그 돈 나와요. 그렇게 코 묻은 돈 뺏고 싶어요?"
-"...야, 코 묻은 돈 치고... 너무 큰 거 아니냐?"
"6,000억."
-"에바야!!! 어떻게, 그램져에서 아방떼로 내려오냐?!"

나는 그 말에 비웃었다.

"그럼 수소문해서 팔아보던가요."
-"...7,500억."
"응, 수고."
-"2개... 팔잖아..."
"응? 2개 합친 가격이었는데요?"
-"야!!!! 안 팔아!!!"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다.
"알았어요. 개당 6,500억 콜?"
-"...콜."

나는 32살의 호구를 붙잡고 중고차 값을 하는 아이템을 날로 먹게 되었다.



얼마 후, 나는 박지훈과 보스몹을 사냥하고 있었다.
보스를 잡고 나서, 지훈이의 템을 맞춰주고 있었을 때, 약속도 없이 갑자기 쉰에게 연락이 왔다.

-"야! 너이씨!!!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뭐가요."
-"너 내 목걸이랑, 귀고리 팔았다며!"
"근데요."
-"와... 와!!! 완전 사기꾼이네!"
"...왜요, 이유 빨리 말해요, 서운하려고 하네."

내 반응에, 자신이 무언가 잘못 알고 있었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는 쉰.

-"너... 판매할 곳... 이미 알고 있던 거 아니야?"
"데헷.“
-".....  박아도 되냐?"

나는 웃으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 유자눙, 떠운해..."
-"....."

잠시 정적이 흐르며, 아무 말 없던 쉰이 입을 열었다.

"그럼... 1,000억씩만 더 쳐줘..."
"뭐래."
-"와... 우리는 진짜로 어긋난 인연인가 보다... 내가 호랑이, 아니 하이에나를 키웠어."

박지훈이 드디어 대화가 가능한지, 마이크를 켰다.

-"아니, 판매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잘못한 건가?"

여자인 나보다, 박지훈이 편한 쉰이 말했다.

-"야 이 객!쉒!끼야!!!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난 생계를유지해야 되는 사람이야!!! 이번에 집 구한다고 아끼던 거 판 건데!!"
-"와... 8살 짜리한테 객쉑끼는 아니지....”
-"... 미안."
-"타짜만 봐도 사기 친 사람한테 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장사하는 사람한테 자기가 팔아놓고? 장사하는 사람은 다시 팔 사람 있다고 말까지 해줘야 하나? 심지어 우린 8살인데?"

나는 'ㅋㅋㅋㅋ'로 도배되는 채팅창을 보았다.
저런 말을 해도, 콘텐츠로 써먹을 인간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날로 먹었잖아!!!"

나는 상황을 지켜보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너무 달아~ 이 다 썩을 거 가태,"
-"".....""
"양치하러 가야지~"

나는 잠시 밖으로 나왔고, 거실에서  방송을 보고 있던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시윤아..."
"어... 어?"
"요즘 우리 딸 이상해지는 거 같아..."
"....."








오랜만에, 아빠의 팬미팅에 따라갔다.
장성만 대표가 마련한 자리였고, 수천 명의 사람이 공연장에 자리했다.
mc를 보는 장성만 대표로 인해, 대표와 아빠와의 친분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이거 또 제가 mc를 맡아서, 몰매를 맞을 거 같네요."

장성만 대표와 아빠의 친분은 모두가 알기에, 사람들도 대표의 말에 웃음을 보였다.

"그래도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저도 지호 팬입니다."

장성만 대표는 주변을 보며, 밝게 웃었다.

"제 성격 다들 아시죠? 질질 끌기 싫습니다. 오늘 지호가 시윤이랑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나는 8살이 되며 훌쩍 키가 컸지만, 아빠의 품에 안겨서 등장했다.
아빠보다 나를 본 사람들의 환호성이더욱 크다.
내가 손을 흔들자,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나는 아빠의 품에서 내려와서, 반주에 맞춰 사람들이 원하는 듀엣곡을 불렀다.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마친 후, 아빠의사인회가시작되었다.
내가 옆에서 앉아 있다가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아빠 사인 가져오면, 아래에 제꺼 사인해 줄게요~"

내 돌발행동이었지만, 사람들은 더욱 환호했다.
아빠가 적어놓은 사인지 하단에 사인을 적었다.

-윗사람 딸 김시윤★.

 성격을 보여주는듯한 글귀에 사람들도 매우 좋아했다.
 탁상 위에 인형과 먹을 것이 가득 쌓이기 시작했다.
몇  명의 인원에게사인을 해준다는 건 생각보다 고된 일이다.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앞에 줄을 서지 않았다.

"시윤아 힘들어? 들어가서 쉬고 있을래?"
"아니."

나는 선물 받은 토끼 모자를 썼다.
손을 누르자 팔랑거리는 토끼의 귀,
모자를 벗은 뒤 신기해서, 작동원리를 보고 있었다.
'손의 촉감으로 공기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귀 쪽을 만지며 누르자, 공기의 압력으로 커진다.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아빠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윤아?"
"으응?"
"그거 찢으면 안 된다...?"
"응..."

8년간 같이 산 아빠는 내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있었다.






어느덧 방학이 끝나고, 나는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개학 후, 첫 음악시간.
선생은 우리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사립 초등학교라 그런지 인원수대로 배치되어 있는 피아노.
선생이 돌아다니며 우리의 피아노를 검사했다.

"시윤아, 왜 안치니?"

다른 애들 이름은 전부  외웠으면서, 이 학교의 선생 모두는 내 이름을 안다.

"애들 의욕 잃어요."
"...?"

수영 선생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음악선생한테 말해줬다.
이해를  하는 선생을 위해, 피아노를 칠 준비를 했다.
꽈앙!!!
갑자기 건반을 내려친  모습에 깜짝 놀라며 피아노를 멈춘 아이들.
내 작은 손끝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섬 OST가 흘러나왔다.
시작부터 익숙하게 들려오는 음률.
좋은 피아노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시윤이 뽑아내는 음률에 소름 돋아하는 음악 선생.
지금  순간 그 어떤 피아노보다도 아름답게 들리는,
시윤의 손가락이 얹어있는  피아노가 내는 소리에 경악을 하고 있었고,
원곡자인 '희사이시 조'가 연주를 하는 듯, 매우 감미롭게 들리는 소리...
10초가량의 연주시간동안,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


피아노 선생은 입을 벌리며  손을 쳐다보았다.
여리고 부드러운 어린아이의 손가락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듯이.









점심시간, 음악 선생은 급하게, 1학년 선생님들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혹시 A-2  선생님 계세요!?"

A-2는 시윤이의 반이다.

"네?!"
"시윤이... 음악 시켜야 합니다!"
"왜... 왜 그러시는지..."

시윤의 담임 선생은 방학 전 수영 선생에 이어서, 시윤이 때문에 들어온 음악 선생으로 인해 머리가 아파졌다.
그리고 다시 A-2 반을 찾는 선생이 있었으니.

"A-2 반 담임 선생님!!"
""...?""

그는 미술 선생이었다.

"시윤이... 시윤이! 부모님의 연락처를 알아야 돼요!"
"...네?"
"미술, 시윤이는 미술에 타고났습니다!"
"아뇨! 음악으로 가야 돼요!"

어느새 소란을 듣고 온 수영 선생이 말했다.

"수영이 압도적입니다!"

시윤이의 담임 선생은, 아이들의 개개인 수준을 알기 위해서 작성해왔던 평가지를 보여주었다.
 A+를 받은 시윤.
각 과목마다 적혀있는 선생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수학에 최고의 적성을 보입니다......
-언어로 가야......
-물리......

. . . . .

"".....""
"그리고, 수영 선생님... 시윤이 아버지한테 들으셨잖아요."
"정말 아쉬워서 그렇죠..."

담임은 다가온 선생들에게 말했다.

"시윤이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상, 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아...""

한때 작게는 한국, 크게는 세계에서 이름을 알렸던 예체능 선생님들은, 시윤이를 자신의 제자로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나는 펜대를 돌리며, 소설책을 읽고있었다.

"와... 그 몸 너무 사기 아니야?"
"노오력이지."
"...아닌  같은데, 예전부터 수영은 잘했다지만, 음악? 처음 듣는데?"
"시도해보지 않았을 뿐.  재능을 감추고 있었던 걸 수도..."
"허야... 좋겠수다."
"훗."

쉬는 시간이 끝나가자, 다음 교시의 책을 펴는 지훈.

"수학 시간인데 책 안 꺼내?"

나는 말없이 소설책을 집어넣으며, 기억하면 된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존나 재수없네."

오래전, 박지훈과 떠들다가 선생에게 들켜서,  페이지를 읽어보라는 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책도 보지 않고, 한쪽을 전부 읊었다.
그 소문이 퍼졌는지, 나도 가능한 책은 펴고 수업에 참가하고 있지만, 필기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선생은 없었다.

"야, 지훈아, 점핑 슈즈 사달라고해라."
"갑자기?"
"이번에 영화 때문에 신었었는데, 재밌더라."

내 말에 당황해하는 지훈.

"...? 영화? 무슨 영화."

나는 잠시 입술에 손가락을 얹으며 잠시 고민했다.

"내가 말 안했냐?"
"...?"
"뭐, 별거 아닌데 방학 동안 영화 찍었어."
"...?! 뭐야, 노래 만들던  아니었어?"

나는 귀찮다는 듯이 끄덕였다.

"암튼 별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너희 부모님이 나 너무 좋아하니까 아빠가 같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점핑 슈즈 사서 한강이나 가자."
"...하아."
"이거 너희 부모님 잘못이야, 선물을 왜 이렇게 많이 보내. 아빠 시간 없는데 굳이 내려고 하잖아."
"...게임할 때 보니까 맨날 집에 있더구먼."
"그럼 아빠가  혼자 두고 나가겠냐? 부모 된 마음에 그게 되겠어?"
"....."

나는 피식 웃고는 수학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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