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외전)Zombie. (34/99)



〈 34화 〉(외전)Zombie.

나는 알파와 베타를 만지며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얘네 씻겨야겠던데."
"밥 먹고 씻길까?"
"응."
"오... 그럼 오늘은 그거 찍으면 되겠다!"
"나 그러면 핸드폰만 들고 있는다?"

아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촬영 도구 있는데~"
"아이고... 아까운  모르고 돈을 펑펑 쓰네."
"....."

알파와 베타에게 간식을 나눠준 뒤, 촬영 도구를 가져왔다.

"들고 있을 필요 없잖아."
"그치?"

나는 촬영 도구를 가져와서, 아빠와 나를 멀리서 찍었다.
옷에 걸치는 마이크를 착용하자, 대화 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렸다.
방에서 고민수 선생이  수채화 연필을 가져와서, 어느새 자신을 그리라는 듯이 식탁 위에 올라온 베타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빠는 핸드폰으로 채팅을 보면서 요리를 하는지, 나에게 말했다.

"시윤아 지금 뭐 그리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귀찮음에 한숨을 쉬며, 그리고 있던 스케치북을 가지고 카메라 앞에 섰다.
형태만 잡혀있는 베타.

-와... 엄청 잘 그린다.
-시윤이 맨날 그림만 그리고 있던데.

나는 병아리 잠옷을 펄럭이며, 터벅터벅 식탁으로 걸어가 그림을 마저 그려나갔다.
하루에 너무 많은 그림을 그려서인지, 고민수가 준 수채화 연필이 거의  떨어져갔다.
그래서 임시로 채워놓은 다른 종류의 수채화 연필들.
밑그림을 끝내자, 아빠가 밥을 가져왔다.

"김치볶음밥이네?"
"시윤이가 좋아하잖아~"

나는 국으로 가져온 된장국을 보다가 허전함을 느껴서 아빠한테 말했다.

"계란 프라이."

아빠는 다시 일어나서 말없이 계란 프라이를 만들었다.

"완숙?"
"아니, 덜 익혀서 줘."

아빠가 잠시 요리를 하더니, 김치볶음밥 위에 계란 프라이를 얹어줬다.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는 아빠.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아빠는 간을 좀  해줬고 수준급의 음식 맛이 났다.

"오... 맛있어."
"진짜?"

아빠가 내가 먹는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내가 어느 정도 먹어야 아빠는 먹기 시작한다.
항상 먹는 것을 지켜봐서 습관이 된 것처럼.
나는 이 몸에 적응해서 그런가, 아니면 아빠의 식습관 때문에 그런가, 밥을 느리게 먹는다.
'하긴, 내 지갑에 있는 블랙카드와 아빠의 자산을 생각하면, 누구든 게을러지기 마련이지.'
한참을 먹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자, 아빠 또한 나를 보며 밥을 천천히 먹었다.



알파와 베타는 물속에 가만히 앉아있었고, 아빠는 물뿌리개에 샴푸를 타서 거품 물을 만들었다.
알파는 물을 싫어하는 척하지만, 막상 물속에 집어넣으면 가만히 있는다.
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 알파와 베타, 덕분에 씻기기는 편하다.
물뿌리개를 이용해 거품 물을 위에서 뿌려주면, 아빠가 고양이 빨래질을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지 그르렁거리는 베타.
아빠는 쪼그려 앉아서, 거품 목욕을 해주다가 장난이 치고 싶었는지, 내 얼굴에 거품을 묻혔다.
갑작스러운아빠의 행동 때문에 차마 피하지 못하고 얼굴에 거품이 묻었다.

"...내가 뭐 들고 있는지 잊었나 봐?"
"...시윤...아아악!!!"

나는 말없이 물뿌리개에 뚜껑을  뒤, 거품 물을 아빠한테 부었고 아빠도 샤워기를 내 쪽으로 돌렸다.

"아빠!!!"

거품이 전부 빠진 물뿌리개를 가지고 아빠의 머리에 그대로 꽂았다.

"아악!!"
"하지 마!"

아빠는 한대 맞더니 샤워기로 더욱 물을 뿌렸으며, 나는 플라스틱 물뿌리개를 아빠에게 던진 뒤, 옆에 보이는 샴푸 통을 들었다.
유리로 만들어진 사각 박스형 샴푸 통이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을 발견한 아빠.
방금과 같은 힘으로 내가 샴푸 통을 던진다면, 잘못 맞았다가는 최소 전치 3주라는 생각에 아빠가 멈췄다.

"하지 말라고 했다."
"...어... 응. 미안..."

아빠는 불쌍한 표정을 지었고, 우리 부녀의 모습은 카메라로 너튜브에 실시간으로 올라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아 ㅋㅋㅋ

알파와 베타는 뜨뜻한 물속에 누워서 익숙한 듯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방송을 끝내고 아빠는 나와 이진석, 다연이를 차에 태우고 JSM 본사로 향했다.
우리를 반기는 장성만, 특히 이진석을 발견한 장성만은 완벽한 정장 차림으로, 이진석을 극진히 모셨다.
JSM 복지 시설로 구비된 영화관.
아빠의 지인들은 내가 출연한다는 것에 기대하며, 같이 보려고 따로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그때 나와 아빠와 함께 뜬금없이 등장하는 이진석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4차원인 지수 이모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연기하고 싶었는데!"

옆에 있던 지은 이모가 손가락으로 쉿을 가리키자 끄덕이며 팝콘을 먹는다.
아빠 옆에 내가 앉고,내 옆에는 다연, 이진석 순으로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다연이가 내 손을 잡았다.
다연이를 쳐다보자 옆에서 다리를 흔들거리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시유나 영화에 나오는 거야?!"
"응."
"우와..."

영화가 시작되며, 이미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진석은다연이의 눈을 가릴 준비를 끝냈다.









2030년 한국...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졌다.
증상은 기침만 하는 감기 증상만 보일 뿐, 사람들은 전부 쉽게 회복했다.
아무리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인이라도.
사망한 사람이 단  명도 없는 가벼운 바이러스지만, 그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너무나도 높았다.
증상이 약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높은 전염성 때문에 그랬을까...
같은 공간속에 있으면 약 40%의 전염성을 보여주는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쉽게 전 세계로 퍼지게 된다.

1

완치한 줄 알았던 한 명의 여성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변하기시작했다.
처음엔 살인이었다.
지나가던 노인을 차로 들이받은 것...
범퍼가 찌그러진 채, 도로를 달리다 경찰에게 포박된다.
여성은 포박된 채로 발버둥을 치며, 욕을 남발한다.

100

세계 곳곳에서 변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과학자들은 연구를 시작했고, 신경 쓰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원인임을 알게 된다.

10,000

그것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바이러스 보균자인 사람들에게 모두 나타났다.


1,000,000

빠르게 늘어나는 숫자에, 각국의 정부들은 백신 개발에 모든 힘을 썼다.

100,000,000

전 세계 정부가 무너지고, 핵폭발이 일어나며,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1,000,000,000

그들의생각과 심장은 끝내 멈추게 되었지만.
몸은 멈추지 않았고 살아있다.

7,000,000,000

더 이상 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것에게 상처를 입게 된다면 변하는 사람들.
이것을 우리는 '좀비'라 칭하기로 했다.

6년 후...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 명의 남성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8명의 형체, 그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할  있다...   있다... 살 것이다..."

8명의 형체는 장애물에 부딪혀 엎어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다.
달빛에 비추어진 건물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형체.
그것은 목이 불룩한 좀비였고, 달리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끄에에에엑!!!!!"

남성을 발견하고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기괴한 소리를 내는 것은 좀비였고...
어느새 다가와 달빛에 비춰진 8명의 형체 또한 좀비였다.

"X됐다..."

메아리처럼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남성은 더욱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건물에 시선을 고정한 남성, 자신이 잘못  것은 아닌지 달리면서 눈을 비볐다.
분명 빛을 본  같았던 남성은,  치의 고민도 없이 그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8명이었던 좀비들은 수십, 수백으로 불어나기 시작하며, 남성의 앞길을 막으려 했다.
빠르게 돌파하기 위해 보호구로 감겨있는 자신의 팔로, 좀비들을 밀치며 달렸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남성은 건물에 도착하기 전 몸에서 스프레이를 꺼내서 빠르게 뿌렸다.
건물 안에 도착하자마자 입구를 틀어막는 남성.

"하악... 하악..."

건물 안에 도착한 남성은 옅은 빛을 뿜어내는 플래시를 켜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건물 밖에 쌓인 좀비들.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해 허리에 있는 단도를 꺼내들며 주변을 확인했다.
조용한 건물 안, 남성은 가능한 숨소리를 줄이려고 했지만, 뛰어온 거리가 너무 길었다.

"하악... 스으으읍..."

시간이 흘러도, 건물 안에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음을 확인한 남성은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았다.
한참을 둘러보던 남성은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자신이 들고 온 가방을 확인했다.

"하아... 이것만 전달하면 된다... 이것만..."

초록색 액체가 들어있는 병이 검은색 스펀지 사이사이에 10개가 꽂혀있었다.
그리고 오른팔을 내려다보니, 격한 움직임으로 보호구가 벗겨져 있었고, 그곳에 좀비에게 물린 피부가 보였다.
살짝 물려서 약간의 피가 흐르고 있을 뿐이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는 남성.

"하아..."

가방 속 액체 하나를 꺼내서 자신에게 꽂는다.
소음을 낸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자신의 목숨처럼 여겼던 가방을 숨겨두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남성.

"잘못 본 건가...?"

남성은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오면서 보았던 불빛, 분명 생존자다."

5층에 도착하자, 남성은 숨을 죽이고 닫혀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아무 소리도 없는 공간.
자신이 보았던 불빛을 찾기 위해 복도를 지나, 열려있는 방의 내부를 확인하는 순간.
방구석에 아무런 미동 없이 서있는 6마리의 좀비들.
남성은 급하게 손으로 플래시를 가리며, 숨을 죽였다.

"".....""

시간이 흐를수록 냄새에 민감해진 좀비들...
자신의 피 냄새가 퍼지기 전, 문밖으로 천천히 움직이던 남성이, 열려있는 문을 닫기 위해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잡았다.
킁킁거리기 시작한 좀비.
남성의 피 냄새를 맡은 좀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캬햑...갹...갹."

그 모습을 본 남성은 급한 마음에 문을 닫으려고 힘을 줬다.
끼이이이익!!!
오래되어 끝이 내려간 철문은 엄청난 소음을 유발했고, 남성은 경악하며 더욱 힘을 줘서 닫았다.

"제발!"
"끄어어어억!!"

뚜둑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좀비들로 인해, 남성은 문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 어느새 좀비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남성은 위층으로 달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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