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외전)Zombie.
좀비를 피해 빠르게 6층으로 향한 남성.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6층에 사람이 있던 흔적이 있었고, 입구를 각종 철책으로 막아둔 상태였다.
사람 한 명 들어갈 공간이 있었고, 위험한 날붙이들로 인해 조심스럽게 움직여야했지만, 남성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바로 뒤까지 따라붙은 좀비들...
남성은 어쩔 수 없이 철책 안으로 빠르게 달려 들어갔다.
"캬아아악!!!"
"시발."
가능한 날붙이를 피해서 들어가고 싶었지만, 좀비로 인해 급하게 철망을 지나가며 찢어지는 옷들과 피부.
다행히 남성은 아슬아슬하게 철책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보니, 철망과 날붙이에 꽂혀서 소리만 지르는 좀비들.
"하악... 하악..."
남성은 달빛이 들어오는 창문 앞에 앉아 찢어진 옷을 붕대로 사용해 몸을 감쌌다.
선명하게 보이는 오른손의 이빨자국.
남성은 붕대로 쓸 천이 보이지 않아 왼손으로 오른팔을 가렸다.
달빛에만 의존하는 어두운 공간 속, 인기척이 느껴지자 남성은 순간적으로 단도를 쥐었다.
저 인기척이 사람이길 간절하게 빌면서..
"하아... 하악... 누구세요...?"
남성의 말에 작은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일렁이며, 달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겁을 잔뜩 먹은듯한 표정이지만, 호기심이 보이는 눈빛.
겁이 많은 고양이처럼, 아무런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남성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혹시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울릴까 봐, 조심스럽게 말하는 소녀.
"괘... 괜찮으세요...?"
남성이 오른팔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본 소녀는 약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꼬마야... 혹시 천을 얻을 수 있..."
남성이 자신의 팔을 보고 있는 사이, 작은 소녀는 어느새 남성의 머리 위로 단검을 들고 있었다.
당혹스러움에 말조차 나오지 않는 남성의 심정은 표정으로 드러났고,
겁을 먹은 것 같았던 소녀의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
소녀가 남성의 머리에 무언가 꽂는 장면이 달빛에 그림자로 가려졌다.
"하아... 물렸으면, 조용히 밖에서 뒤지지, 귀찮게..."
부모님이 쓰레기를 버리라고한 것처럼, 귀찮다는 듯이 말하던 소녀는, 싸늘하게 변한 남성의 몸을 한참 뒤져봤다.
"오... 쓸 만한 게 많네..."
소음기가 달린 권총부터, 군용으로 보이는 단검들.
입고 있는 방어구까지 천천히 벗긴 소녀는 남성의 오른팔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시간이 좀 된 거 같은... 데?"
피는 이미 멈추고, 나무에 긁힌 것처럼 부어있는 이빨자국.
좀비에게 물린 부분이 부어오르는 것을 본 소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창문을 열었다.
밖을 내려다보니 목이 보라색으로 부어오른 좀비가 있었다.
"끄에에에에엑!!!!!"
"요즘 스크리머가 왜 이렇게 많지...?"
소녀는 석궁을 장전하며, 소리를 지르는 좀비를 겨냥해 맞췄다.
파앙!
그리고 소녀는 끙끙거리며 남성을 창문 밖으로 던졌다.
"시유니다!!!"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 관객들, 그러나 다연이의 밝은 목소리로 정적이 깨졌다.
영화에 심상치 않은 부분이 나오자 다연이의 눈을 가리고 있던 이진석이 당황했다.
"다연아... 공공장소에선 조용히 해야 돼."
"네, 쉬잇... 그치만... 시유니 나왔는데..."
나는 그런 다연이를 보며 웃었다.
내가 알고 있는 꼬맹이들과 많은 것이 다른 다연이.
밝은 것만 보고 자라온 다연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분노를 느꼈다.
다연이와 같은 중학교에 가길 기대하며, 나는 팝콘을 씹었다.
어떠한 상황에도 1시간의 오차를 넘기지 않고 보고를 하던 요원이, 연락이 없다.
암울한 상황에 고요해지는 상황실 안에서 안경을 쓴 남성이 말했다.
"...장재혁,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
한 명의 노인이 두 손을 책상 위에 얹으며, 천천히 깍지를 끼었다.
"남은 백신은...?"
"10개입니다. 연구소에 재료가 부족해서...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노인은 깍지 낀 두 손을 입 쪽으로 가져가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장재혁이 들고 간 케이스... 회수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것 또한 염두에 두면서, 움직여야 합니다."
대화를 듣고 있는 사람들, 그중 젊은 남성이 일어났다.
"제가, 하고 싶습니다."
""......""
고요해진 주변과, 젊은 남성을 바라보는 안경 쓴 남성.
"민성아."
"예."
"말리지 않으마, 하지만 꼭 돌아와야 한다."
"당연합니다."
안경을 쓴 남성은 스크린에 지도를 띄웠다.
"장재혁의 마지막 보고 위치는 의정부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ms 제약공장."
"....."
안경 쓴 남성은 테이블에 있는 케이스를 넘겼다.
"그곳의 생존자들에게 이것을 전해주게."
"예!"
유민성이란 남성은 안경 쓴 사람이 넘긴 케이스를 품에 안았다.
전투복으로 환복하는 유민성.
"민성아..."
문이 열리고, 생존자 중 한 명이 민성에게 다가왔다.
"...세진아."
"...가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할게, 지원한 것만으로도 많은 고민을 했을 테니까."
유민성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성의 얼굴을 만지며 웃었다.
"꼭 돌아올게."
"너 기다리는 사람 많아... 꼭이야."
유민성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성은 밖에 나오자마자, 자신의 멘토 장재혁의 말을 머릿속에서 되새겼다.
하나, 절대 냄새와 소음을 만들지 마라.
둘, 안전한 구역이 아니라면, 멈추지 마라.
셋, 시야가 확보되는 넓은 곳에서 움직여라.
넷, 상황에 따라 임무의 성공보다 자신의 목숨을 먼저 생각해라.
다섯, 우리 외에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건물 밖의 좀비들은 눈의 퇴화로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민성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벽에 기대어, 지도를 펼쳤다.
장재혁의 마지막 위치는 의정부시 의정부동.
"형님 꼭 살아있어야 돼..."
민성이는 옆구리에 차고 있는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이동한 민성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 본격적으로 안전 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였다.
"후우... 할 수 있어."
평소처럼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말.
유민성이 몸을 풀더니 송곳이 장착되어 있는 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가정집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유민성은 어깨에 장착되어 있는 플래시를 터트렸다.
밝은 빛으로 순간 네 마리의 좀비가 보였다.
"캬아악!?"
유민성은 플래시를 끈 뒤 대문 밖으로 나갔고, 갑자기 밝아지는 빛에 반응한 좀비들이 유민성을 따라 밖으로 달려 나왔다.
"네 마리..."
다가오는 한구의 좀비를 피해 주머니에서 송곳을 꺼내 머리에 박아 넣은뒤, 죽은 좀비의 뒤를 확인했다.
바로 뒤에 달려 나오는 좀비에게 다가가 미간에 송곳을 꽂아 넣었다.
"2명은 어린아이..."
달려드는 아이 좀비 하나, 들고 있던 송곳을 강하게 던져 정리한 뒤, 다른 한 구의 좀비를 발로 찬 뒤 밟아서 머리를 깼다.
"후우..."
자신의 송곳을 뽑은 김하늘이 집안으로 들어가며, 허리에 있는 봉을 꺼냈다.
촤르르륵.
작은 봉이 1m 길이의 봉으로 만들어졌고, 봉의 끝은 매우 뾰족했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님을 깨달은 김하늘의 눈앞엔, 노인 좀비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좀비를 집 앞으로 전부 빼낸 뒤, 집안의 안전을 전부 확인한 유민성이 문을 걸어 잠갔다.
'집이 밀집되어 있으니까... 앞으로는 옥상으로 다녀야겠다.'
아파트 옥상에서, 밥을 먹고 있는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민지야, 민지야 저기 봐."
"지성 오빠. 까불지 말고 밥이나 먹어."
"아니 좀, 보라니까?"
민지라 불린 여성이 귀찮다는 듯이 지성을 쳐다보고는, 지성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온몸을 방호복으로 무장한 입은 유민성이 건물 옥상 위를 빠르게 뛰어다녔다.
"와... 날아다니네~"
"들고 있는 거 봐봐. 가격 좀 할 거 같지 않냐?"
지성의 눈빛에 탐욕이 물들었다.
그런 남성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여성.
"오빠. 그러다 목 날아가, 밥이나 먹어."
"아니야... 잘만 하면 될 거 같은데... 뭘 찾고 있는 거 같거든? 주변 둘러보는 게."
민지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쟤한테 목 날아간 좀비들도 알 걸? 오빠 맞짱 뜨면 자기들 꼴 나는 거."
라면을 먹으면서, 이어서 말하는 민지.
"그리고 호구 한번 잡아보고 싶은 건 알겠는데... 앗뜨..."
면발을 꺼내서, 식히던 민지가 말했다.
"이런 세상에서 호구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
김지성이 민지를 바라보다 끄덕였다.
"...그치?"
민지는 김지성의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밥이나 먹어."
하지만 지성은 민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어? 야, 민지야... 쟤 초원으로 들어가는데?"
김지성의 말에 입에 넣고 있던 라면을 급하게 뱉은 민지가 밖을 쳐다보았다.
"미친... 진짜네? 미친 건가...?"
장재혁의 마지막 보고 위치가 가까워지자, 유민성은 통신장비를 이용해 보고를 하고 있었다.
"유민성입니다."
-"그래 민성아."
"현재 신곡동이며, 장재혁의 마지막 보고 위치까지 약 1km 남았습니다."
-"통화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위치 보고' 버튼만 눌러."
"예."
유민성은 확연하게 줄어든 주변에 좀비들의 수를 보았다.
길거리에 한 구도 보이지 않는 좀비.
유민성은 냄새가 퍼지지 않는 파운드케이크를 꺼내 입에 물면서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이 부서져있는 차 안에 묶여있는 채로 죽어있는 사람.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있는 사람.
그렇게 주변을 지켜보고 있을 때 멀리에서 소음이 울렸다.
과거 구급차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소리.
위이이이요요요용!!!!
"캬하하!!!"
오토바이가 경보음을 울리며 달리고 있었고,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후방을 확인한 남성이 말했다.
"어? 러너다!"
"뭐야, 남아있었어? 앞 조에선 뭐한 거야!! 장난하나."
오토바이 뒤로 따라가는 수십 마리의 좀비들.
장재혁이 죽은 위치와 가까워지고, 건물 위에 있던 유민성은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멀어져가는 오토바이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