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외전)Zombie. (36/99)



〈 36화 〉(외전)Zombie.

컨테이너 박스로 둘러싸인 곳에 주변의 좀비들을 몰아넣는 사람들.
좀비를 죽이기엔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었기에, 유민성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남성들이 주변의 노인 생존자들을 위해 식자재를 나눠주고,
주변을 대신 정리하는 모습을 봐왔던 유민성은, 이들이 착한 사람들이라 판단했다.
이에 궁금증도 풀 겸 대화를 해보기 위해 다가갔다.
그때 뒤에서 돌멩이가 날라 왔고, 그것에 맞은 유민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남성과 여성이 자신을 부르는 손짓을 했다.
유민성은 경계를 하며 천천히 다가갔고, 여성이 소곤소곤 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까지 들어와... 경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빨리 따라와."
"누구십니까...?"
"닥치고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내가 못 미더우면 저기 가서 안부 인사라도 해보던가."

컨테이너로 가려진 공간, 때마침 그곳에서 비명소리가 퍼져 나왔다.

"".....""

그 비명소리를 듣던 여성이, 남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X됐네... 우리 걸리면 진짜... 쟤들한테 잡혀가기 전에, 오빠 먼저 나한테 뒤질 준비해."

남성은 여성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곳을 바라봤다.

"하필... 달리기 경기라니... 뛰어..."

남성의 말에 유민성이 물었다.

"그게 뭡니까?"

대답이 없는 둘, 그들은 이미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콰앙!

 소음에 놀라서 뒤를  유민성.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있는 공간에서 사방으로 문이 열렸다.
그곳에 있던 생존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방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 뒤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
"뛰라고 병신아!!!"

유민성은 여성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컨테이너 위에서 망을 보던 깃털 문신을 한 남성이, 옆에 있던 머리카락이 없는 남성에게 망원경을 넘기며 말했다.

"어 뭐야, 참가자가  있었네?"
"그래요? 나도 좀 봅시다."

멀리에서 뛰고 있는 둘, 아니 셋.

"저 둘은 본 적 있는데, 다른 한 명은 외부인인가?"

외부인을 보지 못했던 남성은, 다시 머리카락이 없는 남성에게 망원경을 받았다.

"어디."

실눈을 뜬 채로, 머리카락이 없는 남성이 말했다.

"저놈 입고 있는 거, 돈 좀 하겠는데요?"
"오... 뭐야 정부의 사람 그런 건가? 저거 전부 방검복 같은데?
"진짜요? 저쪽 방향이면 코끼리들 있는  아닌가?"
"...우리가 먹고 싶지만 힘들겠네. 연락해서 콩고물이라도 먹자. 아니면 저기 둘 달라고 하던가."
"오... 그것도 좋은데요?"

평화롭게 대화하고 있는 둘이지만...

그들 뒤에선, 참혹한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4층으로 되어있는 컨테이너 위, 뚫려있는 창문으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1층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을 뜯어먹는 좀비들이 가득했다.




"어? 오늘도 살아남았네? 등 돌려 찍어줄게."

말없이 등을 돌리는 남성.
등에 사각형으로 박혀있는 상처 안에 1, 2, 3이 적혀있었다.

"오... 뭐야 한 번만 더하면 풀려나네? 좋겠다 야."

숫자 4가 적혀있는 달궈진 쇠막대기를 등에 갖다 대자 남성이 비명을 질렀다.
고통에 기절한 듯 쓰러져있는 남성을 치우는 이들.

"다음."

그리고  뒤로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줄을 서고 있었다.










이민지가 지성의 멱살을 잡았다.

"야 김지성, 돈이 좋냐? 좋아? 어?! 너 때문에 시발 나까지 찍혔잖아!!!"
"민지야 잠깐만..."

지성은 민지에게 멱살을 붙들린 채로 유민성을 바라봤다.

"야, 우리 너 살리겠다고 인생이 조지게 생겼거든?"
"....."
"우리 지역 좀 벗어나게 네가 입고 있는  차비로라도 좀 쓰자."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유민성.

"옷 벗으라고."

유민성은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소리에 당황했다.

"...네?"
"우리 탈출하게 그거 벗으라고."
"...안돼요."

유민성의 말에, 둘은 싸우다 말고 유민성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말하는 민지.

"저딴 새끼 구하자고 달려왔냐? 내가 씨발! 무시하자고 했지?"

유민성이 움찔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억울한지 말했다.

"아까 그자들이 뭐길래, 그러십니까?"

싸우던 둘은 갑자기 유민성을 바라보고는 바닥에 앉았다.

"그전에 뭐 먹던데 우리도 줘봐."
"....."
"이 새끼 씨발 먹을 것도  주려고 하네? 내가 진짜  씹새끼를 구하자고!"

당황한 유민성이 자신이 가진 먹을 것을 꺼냈다.
민지는 처음 보는 식량들에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지성은 끄덕이면서 말했다.

"와... 이거 내가 군대 있을 때 먹어본 건데."

파운드케이크를 집어 든 지성.
입에 넣고는 맛을 음미했다.

"향수가 올라오는 구먼~"

옆에 있던 민지도 의자에 앉아서 전투식량을 까먹었다.

"한 번만 말해줄게 잘 들어."

유민성이 자세를 바로잡고 앉아서 경청했다.

"의정부역에 붙은 건물 백화점 옥상에서 보이는 모든 곳들을 우리는 '초원'이라고 불러. 쉽게 말해서 건물 옥상에서 망원경 끼고 주변을 봤을 때, 백화점 건물이 보이면 다 초원이야."

옆에 있던 남성이 파운드케이크를 물과 같이 먹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엔 '코끼리들', '코뿔소들', '독수리들', '하이에나들', '들개들' 등 여러 조직이랑 각자의 영역이 있어. 방금 본 애들은 독수리들이고."
"하지만, 그들 전부를 관리하는 것이 '나무들'이지, 걔들은 군인들이야."
"....."
"주기적인 관리를 하지만, 지금 말한 모든 조직들과 한패라고 해도 무방해."

유민성이 턱을 괴며 말했다.

"생존자가... 많은가 봐요?"
"흠... 내가 알고 있는 생존자 숫자만 대략 1,200명 이상. 나무들이 있는 백화점이었던 건물에  명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몰라. 규칙을 어기고 나온 사람들은 돌아가고 싶어 하던데."

유민성은 조심스럽게 민지라는 여성에게 물어보았다.

"아... 혹시, 저랑 같은 옷을 입고 있던 남성에 대한 소문 들어본 적 없으신가요?"
"응, 한 번도."

민지와 지성의 말을 들은 유민성이 결심한 듯이 지도를 보여주었다.

"혹시... 금오동은 누구 영역인..."

그것을 보던 두 명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왜 그러시죠...?"
"'들쥐들'인데?"

두 명의 반응에, 유민성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들이 어떻기에...?"
"그냥 겁이 많아, 숨어있을 뿐이지."

밖으로 안 나오는 이들이라면, 무엇이 문제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후식으로 커피를 먹던 민지가 유민성의 눈빛에 떨떠름하게 말했다.

"음... 리더 쥐랑 캥거루 쥐라고 있는데... 아니다 그런 괴물들은 모르는 게 나아."
"...? 전 거기로 가야 합니다."

민성이의 말에 반응하는 김지성.

"오우... 추천 절대 안하는데? 그냥 독수리들한테 잡혀서 경기 5번 뛰는  낫지. 걔넨 풀어주기라도 하잖아?"

경기라는 것이 방금 본 끔찍한 장면이라면, 들쥐라는 조직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지성의 말에, 민지는 커피를 마시다가 말했다.

"들쥐들 소속이 되면... 도망 다닐 필요도 없지..."




의정부 금오동.
주택가의 건물 안에서, 중년의 남성이 문을 두들겼다.

"가인아!"

문안에서 들리는 어린 목소리.

"응?"
"밥 먹어."
"네~"

문을 열고 나오는 가인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
대충 자른 듯한 단발머리에,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옷감을 대충 덧댄 것 같은 옷차림.
외모를 감추려는 듯, 꼬질꼬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정도로 가릴 수 있는 그런 외모가 아니었다.
방금 일어나 피곤한 듯 눈을 비비던 가인이 계단을 내려갔다.
십 몇 명의 사람들이 가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가인아 안녕~"
"응, 지 아저씨도 안녕."

밥을 먹던 노인들이 가인을 보자 장난을 친다.
그중 한 명이 꺼낸 토끼 인형.

"짜잔~ 안토니오야."
"...뭐, 찢어달라고?"
"...어? 그러지 마...."

가인의 등장과 반응에 활기찬 아침을 맞이한 이들 그리고 한 명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가인을 깨웠던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남성.

"곽형님, 덫에 걸린 사람 있는데요?"
"그래? 인장은?"
"배신이던데요?"

보고를 하던 남성에게 '배신'이란 단어를 듣고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다리가 없는 중년 남성이 말했다.

"명철아, 그런 것까지 보고를 해야겠냐? 곽 형, 손 더럽히지 말고, 그냥 먹이로 던집시다."
"그러지 뭐, 같이 가자."

 형이라 불린 중년 남성이, 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밥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가인은 그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보면서 입에 수프를 넣었다.










밧줄로 된 그물에 들어있는 2명의 남성.
 명은 걸려있는 팔이 무게로 인해 부러졌는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곽 형님, 어떻게 할까요?"

곽인구는 말없이 이들의 옷을 당겨서 등을 확인했다.
뜨거운 인장으로 지진 등에 손 모양의 흉터 2개가 서로 떨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있는 막대기 수는 12개.

"살려주세요... 제발..."
"어디 소속이었지?"

알고 있는 걸 무엇이든 불겠다는 생각으로 그물 안의 남성이 빠르게 말했다.

"처음엔, 하이에나였습니다!"

자신의 팔을 몸으로 가리키는 남성.
들춰 보니, 이빨 문신이 있었다.

"하이에나였으면 얻을 정보도 없겠군..."
"아뇨! 아뇨! 최근에 여기 계신 소굴 주변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들을 죽일 생각을 하다가, 곽인구는 말해보라는 듯이 남성을 쳐다보았다.

"그... 키는 178cm 정도의 이방인이 품에 무언가를 안은 채로 초원의 끝자락 '신곡'을 지나 여기까지 달렸다는 겁니다."

남성의 말을 듣더니 명철이 끄덕였다.

"아.  사람인가?"
"알고 계십니까!?"

명철이 곽인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얼마 전에... 가인이가......"

말을 들으며, 끄덕이던 곽인구.

"아, 그 일 때문이군... 덕분에  주변 좀비들 전부 정리하는데 한동안 귀찮았었지..."

자신들이 살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그물 속의 남성이 빠르게 말했다.

"그놈이 입고 있던 것도 심상치 않았지만, 전부 포기하고 들고 다닌 가방에 백신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

백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백신이란 달콤한 단어에 움찔한 곽인구와 명철.
곽인구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웃기지도 않는군... 백신이라, 그런 게 나올 거였으면 이미 나라가 멀쩡할 때 나왔겠지... 지금이 아니라."

그물에 걸려있는 남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확인해 보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 소문이 전부 퍼졌다는 말이지...? 나무들에게도..."
"...예, 저희도 소문을 듣고 온 거라서, 지금쯤이면 입을 통해 퍼졌을 겁니다."

곽인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물을 천천히 내렸다.
자신들을 풀어주려는 줄 알고, 기쁨에 찬 얼굴이었지만 같이 열리는 바닥판에 경악을 했다.

갹...갸갹!.

바닥판 밑엔 빛이 들어오자 움직이기 시작한 좀비들이 가득했다.

"약속과 다르지 않습니까!!!!"

명철이 귀를 파며 이들에게 대답했다.

"뭔 약속?"

싸늘한 표정의 둘을 보고, 상황을 판단한 이들이 말했다.

""살려주세요!!! 뭐든지 다할게요!! 제발!!!"

명철이 웃으면서 말했다.

"좀비들을 귀찮게 왜 끌어오나 했더니... 독수리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알겠네요."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넵."

점점 내려가는 그물 안에 있던 남성이 긴박하게 말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그건 너네가 배신해서 죽은 12명에게, 정중하게 말하도록."

밑바닥엔 수십의 좀비들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물이 내려가자 자연스럽게 닫힌 바닥판.


밑에선 끝없는 비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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