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외전)Zombie. (37/99)



〈 37화 〉(외전)Zombie.

곽인구는 일을 처리한 뒤, 명철이를 두고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그림을 그리면서,밥을 입에 넣으며 오물거리는 가인.

"가인아."
"음?"

음식을 물고 있는 가인이 고개를 휙 돌렸다.

"저번 밤에..."

느리게 말하는 곽인구가 답답하다는 듯이, 음식을 삼키고 곽인구의 말을 자르는 가인.

"그 남자 뭐요."
"혹시 상자 같은 거 없었니?"
"응.  봤는데? 왜?"
"흠... 상자 안에 백신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더구나."

가인은 아물어가던 좀비에게 물린 남성의 상처가 오른팔이 신경 쓰였지만, 아무 말 하지 않고 밥을 먹었다.
곽인구는 옆에 앉아 가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민을 시작했다.

"흠... 한번 찾아봐야겠는데? 명철아 사람들 먼저 모아 봐."
"넵."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고, 그중 젊은이들은  없었다.

"바쁜데 왜 불러!"
"앉아보쇼."

자리에 앉은 이들은 총 27명.
곽인구가 이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나무들이 올 겁니다."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하던 노인, 지 아저씨가 말했다.

"전쟁?"
"아닙니다. 아마 확인차 오는 거겠죠."
"그러면 뭐 상관없는 거 아닌가?"

곽인구는 나무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가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번에 이방인이 찾아와서, 가인이가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곽인구의 말에  명은 이미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처리한 침입자에게 들은 말이지만, 가지고 있던 상자에 백신이 들어있었다는 말이 나왔었습니다."

'백신'이란 단어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없을게 분명하지만... 외부의 사람들은 안 믿겠죠."
"그래서..."
"나무들이 오기 전, 저희가 먼저 확인해봐야  것 같아서 이렇게 불렀습니다."

곽인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침입해오는 이들보다 빠르게 찾기 위해서, 여성과 어르신들을 제외하고, 움직여볼까 합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동의를 하듯 끄덕였다.









독수리들에게 찍힌 이상 지역을 벗어나던지, 장난감이 되어주던지 아니면 죽은 듯이 지내야 하지만, 이들은 결국 들쥐들에게 가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게 맞는 거냐...?"
"오빠는 그냥 따라와."
"하아... 우리가 인장이 없어서 다행이지... 바로 죽진 않겠네."

유민성은 중요한 임무를 하는 듯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스파이 영화에 나올법한 동작으로 몸을 숨기며 걸어 다녔다.
 모습을 지켜보며 도로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지성과 민지.

"쟨  하냐."
"이주변 전부 클리닝 작업 돼있는 거 모르나 보지."
"전엔 날아다니더니... 저게 뭐 하는거여."

유민성이 갑자기 현란한 동작으로 엎드리자 움찔한 둘.
정면에 좀비 한 마리가 뒤를 보고 있었다.

"와... 그냥 병신이었네..."
"어디 부족한 거 아니야...?"

눈이 없는 좀비에게 은밀하게 다가가 뒤통수에 송곳을 박아 넣는 민성.

"기술은 좋은데 왜 저러는 거야?"
"그만큼 실수를 방지하고 싶으신 거지."

유민성은 멀리서 자신의 완벽한 기술에 스스로 감탄하더니, 다시 방금 동작을 연습했다.
 모습을 바라보던 민지가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멀쩡하게 생겨선... 중2병도 아니고 너무 소름 돋는다..."

하지만 민성의 극도로 심한 조심성 덕분에, 멀리서 군복을 입고 걸어오고 있는 3명을 빠르게 발견했다.
민성은 엄폐하며 빠르게 둘에게 다가왔다.
그냥 뛰어오라는 듯이 손짓한 김지성.

".....쟤들이 들쥐들 구역으로 왜 가?"
"그러게..."

다가온 유민성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저게, '나무들'입니까?"
"응."
"하아...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모두가 나무에게 집중할 무렵, 다른 곳을 바라보던 유민성이 말했다.

"저들은 누구입니까?"
"....."

멀리 경전철 위로 걷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김지성은 그 모습을 발견하고, 빠르게 유민성의 머리를 누르며,  뒤편에 숨었다.
경전철 위의 사람들은 100이면 98은 독수리들이다.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르고 안전하다 생각해서 찾아온 이방인, 다른 한 명은 나무들.

"절대로 나오지 마라."

유민성을 차 뒤에 숨기고 몸에 빨간 물감을 뿌린 둘이 가만히 차에 기댔다.
경전철 위로 다니던 독수리들은, 주변을 확인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왜, 여기까지...  거지? 나무는 이해하는데, 독수리들까지...? 무슨 자신감으로 들쥐들 영역에..."

그리고 덜그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김지성과 이민지는 설마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그곳을 확인했다.

".....미친... 코뿔소들."

덜그럭 소리에 좀비가 몰리지만, 하나씩 머리에 장검을 박아 넣는 이들.
이들은 습관대로 조용하게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큰소리를 낸다.

"이야~! 클리닝 한번 제대로 했네."
"캥거루쥐 작품이겠지..."
"그 괴물 같은 년... 보이면 바로 머리 두개로 나눠준다."
"엌? 니 주제에?"

그리고 뒤편에 등장하는 중장비까지.
그 모습을 죽은 것처럼 기대서 지켜보던 둘이 말했다.

"와... 무슨 일이냐... 전쟁이야?   이곳으로 몰리지?"
"그러게... 들쥐들... 청소하려는 거 아니야...?"
"들쥐랑 붙는 건 무조건 피하자고 나무들이 말했다며..."
"....."

작은 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유민성이 말했다.

"저... 앞에 좀비 오는데요?"
"...몇 마리?"
"일곱..."
"시발..."

중장비의 소리를 듣고 멀리서도 몰리기 시작한 좀비들.
한, 두 마리면, 조용히 처리할 수 있겠지만 일곱 마리면 냄새를 맡기 전 자리를 떠야 했다.

"너... 가능한 조심하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
"네."

민성에게 말한 뒤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이들.
하지만 다가오는 좀비 중 눈이 멀쩡한좀비가 있었는지 소리친다.

"캬아아아악!!!"

민지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X됐네... 야, 달려."

김지성은 이미 달아나고 있었고, 상황을 판단하고 있던 민성이는 엉덩이를 내밀면서 골목으로 기어가다가 달리기 시작했다.
멀리서 달리는 걸 발견한, 초원의 사람들.

"어! 이방인이다!!!"
""잡아!!!""

어느새 무리 사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튀어나온 남성.

"독수리도 저기에 같이 있었다고!? 정모하냐 씨발!"

 먹던 힘까지 짜내서 달리던 중 지성이 외쳤다.

"흩어져!!!"

 말에 민지가 골목길로 들어가 담을 넘었고.
유민성을 잠시 따라간 지성이 빠르게 말했다.

"아까 경전철 위에 독수리들 봤지?! 시선 피해서 움직여, 니 창자로 줄넘기하는 거 니 눈으로 보기 싫으면."

이들은 경전철 철로 위에서 지켜보는 독수리들의 시선을 피하며 달렸다.
한참을 도망치던 유민성이, 옆구리에 매고 있던 케이스를 주변 풀 속에 집어넣었다.
주변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지만, 민성의 위치를 지나쳐갔고,
골목길에 숨은 민성은 주변을 살피면서 한숨을 돌렸다.
킁킁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앞에 있는 좀비.
당황한 유민성이, 빠르게 주머니에 있는 단검을 꺼내서  아래에서 위로 쑤셔 넣었다.
힘을잃고 쓰러지는 좀비가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히며 악간의 소음을 냈다.

터엉!

"허억... 허억..."

유민성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하늘을 보았고, 해맑게 웃고 있는 두 명이 보였다.

"안녕~"
"!!!"



군복을 입은 남성들, 오피스텔처럼 생긴 건물 앞에  있었다.
그중 하사 마크를 달고 있는 젊은 남성이 말했다.

"김 상사님... 여기가 들쥐들... 본거지 맞습니까?"

상사 계급을 달고 있는 남성의 표정엔 분노가 보였고, 하사의 말에 천천히 끄덕였다.
눈치를 보던 하사가 문을 두들겼다.

"아아, 계세요~"

그리고 열리는 문, 민철이나왔다.

"뭐요."

들쥐를 싫어하는 자신의 상급자 때문에 가능한 좋게 말하고 싶었지만,
민철의 말투에 기분이 상해, 인상을 찡그리는 하사.

"얼마  죽은 이방인, 확인차 왔습니다."
"알아서  하게."

하사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듯 대충 말했다.

"흠... 본론을 말하죠, 저희 정부에서 보낸 인물이 중요한 물건을 들고 있었다고 해서,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옆에 있는 상사는 얼굴에 살기를 띄우고 민철을 쳐다보았지만...
민철은 피식 웃었다.

"정부? 크큭, 지랄 연락은 되고?"
"물론 연락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켜드리지 않습니까?"
"되도 않는 말을 하고 있네, 누가? 너네가? 우릴 지킨다고?"

문을 잡기 위해 손을 내민 민철의 왼손에는2개의 손가락이 없었다.

"허허..."
"그래? 그럼,  정부의 사람이란 거... 언제 보냈다는데?"
"오차가 있어서 정확하겐 모르겠군요."
"그 오차를 말해보라고, 언제 자신들의 기지에서 출발했는지."

그때 대화를 듣고 있던 상사의 계급장을  군인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명철의 손가락을 보았다.

"그, 남은 손가락도 잘리고 싶지 않다면, 좋게 말하지..."

명철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 중년인이 나오더니 명철이의 머리를 슬리퍼로 때렸다.

"쉐키야! 아무리 X같아도  경우 없는 새끼들처럼 본인 앞에서 티내는 거 아니야."
"".....""

압도적인 덩치, 우락부락한 곽인구를 보자 움찔한 이들.
곽인구는 이들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아가들, 왜 왔어?"

우락부락한 곽인구보다 덩치가 더 큰 상사는 곽인구의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정부에서 보낸 물건 돌려주시죠."
"정부에서 뭐."

들쥐들의 리더 곽인구.
특수부대였던 그의 전설을 알고 있기도 하며, 입구에서 만날 줄은 몰랐던 이들.
곽인구를 앞에 두고 덩치가 더 큰 상사 말고는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저희 물건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뭐?"

곽인구의 기세에도 밀리지 않는 상사지만, 뒤에 있는 둘은 곽인구의 찡그린 표정에 심각하게 눈치를 보았다.
자신의 편인 김 상사와 곽인구랑 싸우면 100이면 100 김 상사가  것을 알고 있기에...

"".....""

"가진 거 다 내놔... 뭐 이런 거야?"

그래도 곽인구와 싸움은피하고 싶었던 상사가 한숨을 쉬더니 표정을 풀고 말했다.

"아닙니다. 상자만 돌려주시면 됩니다."
"무슨 상자."
"이 구역에서 죽은 이가 들고 있던 상자입니다."

곽인구는 직접 들어와서 확인하라는 듯이 입구에서 비켜주면서 말했다.

"들어와."
"".....""

들쥐들의 소굴 안으로 들어오라는 소리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두 명과는 달리 상사는 천천히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곽인구가 겁을 먹은 둘을쳐다보며 말했다.

"예의가 없네...? 사람이 오라는데..."

움찔한 이들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상사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자신의 부하들로 인해 표정이 구겨졌다.




군인들을 끌고 '취조실'이라고 적힌 방문을 열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시체.

"시체는 태우려다가, 니네가 확인할 거 같아서 놔뒀다."

곽인구가 천을 치우자, 이미 시체를 보는 것에는 무감각했던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시체를살폈다.
시체의 이마와 오른팔을 유심하게 지켜보는 상사.

"물건은..."
"몇 개는 개조하는데 썼고, 남은 건 저기."

방검복과 단도를 확인하는 이들.

"건들지는 말고,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당연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흔들거리는 밧줄을 보고 시선을 고정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곽인구는 소름 돋게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궁금해...?"
"아... 아닙니다."
"왜? 궁금하지 않아?"

상사가 곽인구와 병들의 사이를 막았다.

"그만하시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
"확실히 못 보신  맞습니까?"

재차 물어보는 중사로 인해, 곽인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중요한  있었나보네, 그게 뭔데?"
"...아닙니다."
"그래? 찾으면 내가 먹어야지~ 어디에서 죽었더라~?"
".....가자."
""예.""

군인  명이 문밖으로 나가려는 와중, 멀리에서 다가오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

얼굴에 깃털 모양으로 한가득 문신을 한 남성이 오토바이 배기음을 내고 있었다.

"캬하하하!!!"

곽인구가 상사를 제외한 키가 비슷한군인 두 명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무슨 상황이냐?"
"".....""
"너네가 시킨  아니지? 아니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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