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외전)Zombie. (38/99)



〈 38화 〉(외전)Zombie.

김 상사는 밖을 확인한 뒤, 기회라고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이렇게 된 거 집안 검사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오~ 친구들 왔다 이거야? 근데 그거 알지? 여기 우리 구역인 거."

곽인구가 옆에 있던 민철에게 무언가를 넘겨받았다.
그것은 기폭장치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저 정도 양이면 초원 생태계... 다 파괴되겠는데?"

천천히 고개를 돌린 김 상사는 오토바이 배기음을 내고 있는 남성 주변을 보았다.
건물들부터, 차들까지...
한 번에 몰살되는 그림이 그려졌다.

"....."

곽인구의 주름 가득한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왜? 네가 해볼래?"

곽인구가 상사에게 기폭장치를 내미는 순간, 주변에서 켜지는 레이저.
20개의 레이저가 사람들을 한 명씩 겨누고 있었다.

"총은 전부 27정, 가지고 있는   테고... 총알은 뭐, 임 소령한테 별로 못 받아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탄은 248발. 1명당 4~5발씩만 피하면 되겠네."

곽인구가 웃을수록, 어깨에 얹은 손에 힘을 줄수록 격하게 떨기 시작하는  명의 군인.

"우리 가인이가 클리닝 힘들게 했는데, 잘 들어봐... 소리 들려?"
"....."

레이저가 자신들의 머리에 향하고 있으니, 아무소리도 내지 않는 이들 덕에, 건물이 울리는 것 같은 떨림이 느껴졌고.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가인이가 힘 좀 썼다? 뭐해~ 친구들 데리고 달려~ 뒤지기 싫으면."

주변에서 달려오는 좀비들.
곽인구가 손을 놓자마자, 이들은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김 상사는 달리면서,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방어 라인까지 뛰어!!!"

주변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해일이 건물을 덮치듯 골목길에서 밀려나오는 좀비들을 보며 경악했고, 들고 있던 모든 무거운 것들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넓은 도로지만, 진형을 유지하던 50명이 넘는 인원이 한 번에 달리기엔 좁은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보지맙세!!!"

꽈앙!!!

곽인구가 있던 곳에 여닫이문이 아닌, 위에서 아래로 철문이 떨어졌다.
건물 옥상에서 지켜보고 있는 들쥐들.

"와오... 좀비 양 봐, 생각 이상인데?"
"그러게요 형님, 와... 언제 저만큼 모았대요?"
"가인이가 많이 심심했었나 보네..."





"어이, 일어나."

유민성은 목소리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쇠고랑에 연결되어 있는 긴 길이의 하얀 밧줄이 달린 오토바이가 보였다.
유민성은 사각팬티와 검은색 속티만을 입고 있었다.

"어... 어디"
"어디긴, 네가 숨었던 곳 바로 앞이지."

주변을 둘러보는 유민성이 자신이 들어갔었던 골목이 보였다.
그리고 등장하는 김지성.

"이 씨발롬 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유민성과 같이 팬티만 입은 채로 오토바이에 묶여있었다.
얼굴에 독수리 문신을 한 남성이 웃으면서 말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혹시 케이스 안에 뭐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나도 모른다... 전달만 하라고 했을 뿐."

독수리 문신의 남성이 유민성의 대답에 미친놈처럼 낄낄거렸다.

"아하하핰 좋아 좋아, 그럼 혹시라도 어디에다 숨겼는지 기억나?"
"잃어버렸을 뿐, 숨긴 적은 없다."
"이힠 좋아 좋아~"
"....."

독수리 문신의 남성이, 얼굴에 문신이 하나도 그려지지 않는 남성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 생각났다. 네가 아니었구나!?"

이미 얼굴이 엉망이 된 남성을 두고, 다가오던 독수리 문신의 남성이 말했다.

"게임을  건데, 하다가 생각나면 말해줘~ 출발!"

오토바이가 배기음을 내기 시작했고, 그걸 바라보던 김지성이 빠르게 말했다.

"미친놈아 빨리 불어!!! 불라고!!! 시이이발아!!!!"

빠르게 밧줄이 끌려가기 시작하고, 김지성이 밧줄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유민성도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줄 끝에서 달리다간 엎어지는 순간 끝이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맨발로 뛰자, 그로 인해 발바닥 상태는 수식 간에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더욱 빨리 뛰기 위해 여유분의 밧줄을 들고 달렸다.
유민성은 밧줄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앞에 있는 표지판을 발견했다.
전속력으로 표지판으로 달려가서 표지판에 밧줄로 한 바퀴를 감은 뒤 온 힘을 다해 당기자,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엄청난 마찰력으로 녹아버리는 줄.
 반동으로 인해 오토바이 밖으로 사람이 튕겨나갔다.
그 모습을 발견한 김지성이 기둥을 발견하고는 유민성이 했던 것처럼 빠르게 시도했다.
이미 소음으로 인해, 주변엔 좀비가 많았기에 둘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김지성은 어느새 달리고 있는 유민성 뒤로 다가왔다.

"들쥐들 소굴로 들어가야 돼!!! 늦기 전에!"
"따라갈 테니 앞장서세요!"
"시발!! 발바닥 다 벗겨졌어, 개 같은 거... 이번에 잡히면 꼼짝없이 죽는다... 시발..."

손을 못 쓰기에, 김지성은 먼저 달려가면서 갈  있는 길로 안내했다.

"야, 이건 못 푸냐?"
"예... 도구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시발... 앞도 못 보는 좀비한테 뒤질 수도 있겠네... 아오!!!"

후각이 극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좀비는, 어떻게든 이들을 따라올 것이다.
바닥에 피가 발자국처럼 찍히기에.

"야 밑에  봐, 감염된 밟으면 그대로 끝이다."
"예."

모래를 발견하고 발을 비빈 이들은 다시 달렸다.

"내 끈은 왜 이렇게 기냐 씨발 자꾸 밟을  같네."
"대신 저처럼 손이 작살나진 않았잖아요..."
"그것도 그러네"

한참을 달리던 이들, 김지성과 유민성은 어느 집 앞에 멈춰섰다.

"좀비 있으면 그대로 끝이다. 기도해."
"신 안 믿습니다..."
"새끼. X같은 세상에 그런 거라도 믿어야지, 너 기독교 해."
"X같은 세상이라 안 믿습니다."
"오... 일리 있어...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 너."

문 앞에 있는 칼자국을  김지성은 한숨을 쉬었다.

"야 들어와 좀비 없어."

문 앞의 칼자국은, 들쥐들의 표식이었다.
김지성은 약품을 찾아 발바닥에 바르기 시작했고, 유민성은 드라이버를 들고 왔다.
사슬 사이에  개를 끼워 넣은 뒤,  사이에 드라이버 손잡이를 넣고 힘을 주었다.

빡!

박살이 나서 두개로 분리된 수갑.

"뭐야, 어떻게 했냐?"

유민성은 김지성의 수갑도 분리시켜준 뒤, 자신의 발에 약품을 발랐다.

"상처 낫는 동안 피 냄새 때문에 좀비 어그로 지리겠네..."

입을 것을 확인하던 김지성이 끄덕였다.

"그래도 들쥐 영역에 남는 게 많네... 이렇게 주워 입다 걸리면 뒤지겠지만."
"도대체 들쥐들이 뭡니까?"
"됐고, 네가 들고 다니던 상자 어디 갔냐?"
"....."
"나 잡히면 꼼짝없이 뒤진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살려면 튈 기회라도 줘야하는 거 아니냐?"

잠시 고민하던 유민성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한 듯, 끄덕이며 답했다.

"골목길 풀 속에 넣어놨습니다."
"뭐 들었는데?"
"그건... 안됩니다."
"그래~ 됐다 됐어~ 시발 이 새끼 살리겠다고 지랄한내 잘못이지 시발."




정비하던 둘, 이대로 있으면 포위망이 좁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성이 말했다.

"뭘 꾸물거려 빨리 와."

지성은 식칼을 들고 나왔다.

"병신. 그걸로 좀비 머리 찔렀다가 뇌까지 들어가기 전에  손가락부터 날아간다."

잠시 고민하던 유민성은 드라이버를 챙겼다.

"그래 그게 낫지."

이들은 신발을 신고 은밀하게 들쥐들의 영역, 금오동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앞서서 가던 김지성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면서 빠르게유민성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한 김지성.

"왜 그러세요?"

유민성의 한마디에 크게 당황한 김지성이 뒤를 천천히돌아봤다.

"!!!"

골목길 끝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목이 부풀어있는 좀비.

"그륵?!"

동공이 움직이더니 유민성과 김지성을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유민성도 천천히, 목을 천천히 움직이며 뒤를 바라봤다.

"끄에에에에엑!!!!!"
"뛰어!!!"

스크리머의 소음으로 인해, 김지성이 봤던 수백, 수천 마리의 좀비들이 좁은 골목길로 뛰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 비집고 들어오기 위한 좀비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수 미터를 넘어서, 말 그대로 좀비로 이루어진 '해일'  자체였다.
그리고 그 광경은 이 둘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캬아아아악!!!!""

뒤를 힐끔 본 유민성이 쏟아지는 좀비들로 인해 경악하며,  먹던 힘까지 짜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2.5m정도의 높이로 보이는 벽.
 벽을 넘기 위해 먼저 달리던 유민성이 발을 받쳐주기 위해 밑에 섰고, 김지성이 빠르게 밟고 올라갔다.
유민성은 뒤를 보며, 올려달라는 듯이손을 내밀었지만.
잡히지 않는 손에 유민성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뒤까지 온 좀비로 인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유민성은 벽을 박차며 다친 손으로 힘겹게 올라갔다.
자신의 바지를 잡는 좀비 때문에 엎어질 뻔 했지만,
억지로 버틴 유민성은 뒤에서 '좀비 해일'이 오고 있음을 깨닫고 빠르게 다리를 털고는 언덕을 올라갔다.
쉴 겨를도 없이, 담보다 높은 높이로 다가오는 좀비 해일.
유민성은 길도 몰랐지만, 발이 닿는 대로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점점 좁아지다가 길이 막히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골목 입구에 있는 문을 닫았다.

"하악... 하악... 아... 김지성 이 개새끼..."

곧 좀비 해일이, 저 문을 넘어 들어올 것이다.
답이 없었기에 절망적인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어린아이를 발견했다.

"...! 저기요! 도와주세요!"

어린 소녀, 가인이 코를 파면서 지켜보다가, 유민성에게 튕겼다.
그리고 어린 소녀에서 나온 미소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비릿하게 웃으며 엿을 날리는 가인.

"X까."

하지만 가인을 발견한 유민성은 마지막 희망을 느꼈고, 건물 사이에 발을 얹어가며 천천히 올라갔다.
좀비들이 높아 보였던 위로 넘어오기 시작하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유민성은 좀비로 차오르기 시작한 발밑의 공간을 바라보며, 더욱 빠르게 올라갔다.

"허억!! 허억!!"

극한의 근력을 사용한 유민성은 호흡을 똑바로 할 수 없었다.

"허억... 저...저기요... 하악... 안에 있는 거 알아요. 하악..."

생각보다도 앳된 목소리가 문안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말투는 전혀 앳되지 않았다.

"그냥 뒤져, 피해 주지 말고."
"... 제발... 살려주세요..."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이미 건물을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짜내어 근육의 경직으로 인해 온몸이 떨리며, 찢어져 피가 새어 나오는 떨리는 두 손을 바라본 유민성은 절망했다.

"...제발."

 반대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인.
가인은 숨을 죽이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유민성의머리에 석궁을 박아 넣을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 옥상 가까이 좀비가 쌓였는지 한 마리의 머리가 보였고, 모든 걸 내려놓은 유민성이 말했다.

"하아... 그러게...  뭘 믿고... 미안하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꼬마인데... 같이 죽자는 것도 아니고... 하아... 네 말대로 어른이 돼서 민폐를 끼쳤네."

이젠 전부 포기했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유민성.

"김지성 개새끼..."

그의 바로 앞까지 한 마리의 좀비가 다가왔다.

"대가리 더 숙여, 뚫리기 싫으면... 병신아."

말을 들은 유민성이 본능적으로 머리를 숙이자.

파앙!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좀비의 미간 사이로 깊이 박혔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빠르게 열렸고, 가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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