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외전)Zombie. (39/99)



〈 39화 〉(외전)Zombie.

유민성은 가인의 손길에 당황하며 문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냄새제거 스프레이를 뿌리던 가인은 문을 닫고 옆에 있는 철문을  번 더 닫았다.


"....."

가인은 단도를 뽑아들더니 유민성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물리거나 스쳤어?"

유민성은 반항 의사가 없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아뇨..."

가인은 유민성을 위아래로 훑다가, 단도를 허리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민성이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의심되는 상황이  있었어... 하루 동안 방에 가둬줄래? 성격 이상해지면 죽여주고."
"그냥 지금 죽이는 게 편할  같은데...?"

석궁을 장전하는 가인의 모습에 소름이 돋은 유민성이 천천히 끄덕였다.

"하긴...  말이 맞네... 변한 뒤에는 반항을 하려고 하겠구나..."

가인이 유민성을 바라보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호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있던 거야 X같게..."






긴박했던 하루가 지나고, 아침은빠르게 찾아왔다.
유민성은 자발적 격리를 위해, 스스로 팔을 묶은 뒤 잠을 자고 있었다.
유민성을 발로 차서 깨우는 가인.

"뭐냐 이게?"

잠에서 깬 유민성은 주변을 확인하더니 자신의 몸을 보고 대답했다.

"이래야... 안심이 되지 않을까 해서..."
"병신..."

가인은 민성에게 밥을 넘겨주고는 밖으로 향했다.

"아직 위험..."
"그냥 밥이나 처먹지?"

밖이 아직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가인의 한심하다는 목소리에 유민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

그리고 창문으로 주변을 확인하던 가인은 밖으로 향했다.



가인을 발견한 곽인구가 반겼다.

"가인아! 어젯밤은 왜 샌 거야?"
"아, 걱정하지 마. 아저씨보단 늦게 죽을 거니까."

들쥐들의 건물 안, 가인의 말을 들은 노인들이 웃는다.

"효녀네! 효녀야!"

머리를 긁던 곽인구가 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밥 먹어~"
"응."

창문 옆이 가인의 지정석이라도 되는지, 밥을 먹던 이들이 한자리씩 옆으로 비켜주었다.
창가 자리에 음식을 들고 앉은 가인, 어제와는 달리 좀비가 쌓여있는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었다.

"나무좀 잘라야 하나..."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은근히 풍기는 가인으로 인해, 주변이 조용해졌다.

"".....""
"저것들 힘들게 모은 건데..."

옆에서 밥을 먹던 명철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덕분에 비싼 하나도 안 썼어~"
"응."

가인이 입 안 가득 음식을 넣으며, 밖을 보고 있자 곽인구가 다가왔다.

"가인아, 밥 먹고 취조실 좀 같이 가자."
"응."






바닥이 열렸던 고문장 같은 곳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는 둘.
곽인구가 등장하자, 급격하게 경직되었다.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은 곽인구가 턱을 괴며 이들을 보았다.

"이름."

앉아있던 민지가 곽인구의 말에 빠르게 답했다.

"민지! 이민지입니다!"
"김지성입니다!!!"

곽인구는 민지에게 몸을 돌리라고 손짓하자, 민지가 무릎을 꿇은 채로 뒤돌았다.
옷을 당겨서 그대로 등을 확인하는 곽인구.
깨끗한 등에 다시 옷을 올리고는, 똑같은 행동을 김지성에게도 했다.

"떠돌이?"
""예!""
"서로 아는 사이고...?"
"맞아요!"

여기에 앉아있는 한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듯, 1초의 고민도 없이 답하는 이들.
누가 봐도 열리도록 설계되어있는 바닥판, 밑에서 좀비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듯 소리가 올라왔다.
명철이 옆에 서서 곽인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때마침 밥을 다 먹었는지, 들어오는가인.
가인을 발견한 둘은,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캥...거루...""
"....."

가인을 보며 경악하고 있는 둘에게, 곽인구는 중지와 엄지로 손가락을 튕겨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곽인구가 한쪽을 바라보자, 곽인구의 시선에 따라 쳐다보는 둘.
그곳에 유민성이 쓰던 장비들과 똑같이 생긴 장비들이 있었다.

"".....""
"알아?"

이번에도 김지성보다 빠르게 고민도 없이 말을 꺼내는 민지.

"이번에 넘어온 이방인을 저희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저건  친구가 쓰던 장비와 같아요."

가인은 그 말에 유민성을 떠올렸다.

"....."
"그래? 그럼  이방인에 대해서 아는  그게 다야?"

더 있다는 듯이 고개를 저은 민지가 답을 하려는 순간, 곽인구는 손으로 제지한 뒤 말했다.

"너는 왜 말이 없냐?"

명철이 버튼을 조작하자, 김지성이 앉아있는 바닥이 움직였다.
살짝 열린 바닥판 밑에서 좀비의 울음소리가 더욱 진하게 울리자, 옆에 있던 민지까지 기겁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 빠르게 말하는 김지성.

"초원으로 들어가려고 하기에, 제가 데려오자고 말했습니다! 콩고물이라도 받아먹으려고요!"
"그래서."
"그 녀석이 독수리들 영역으로 들어가기에, 더욱 빠르게 갔지만이미 경기장까지 갔었습니다."

곽인구가 민지를 쳐다보자 민지가 말을 이었다.

"독수리들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려고 해서, 저희가 급하게 말렸는데... 그때 하필이면 경기가 시작했어요."

이젠 눈치껏 서로 번갈아가면서 말하는 둘.

"그 이방인 때문에, 저희 둘은 독수리들에게 찍혔고, 지역을 떠날 생각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유민성 때문에 들쥐들의 영역에 들어오려고 결심한 순간부터 둘이 잡히기까지의 모든 내용을 들은 곽인구가 끄덕이고 있었다.

"가인아 어때? 진짜 같지?"
"응."

그리고 가인이 김지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김지성.
그러나 그는 배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들쥐들에게 자신이 유민성을 버리고 온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캥거루쥐, 가인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 김지성이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이곳에... 엄청난 수의 좀비가 몰려있더라고요."

눈치를 보던 김지성이 말을 이었다.

"그런 광경은 처음 봤어요... 건물 3층 높이까지 쌓여있는 좀비가 해일처럼 다가오는 모습은... 저랑 민성이는 그 수를 줄이기 위해서 둘로 나누어졌고, 그 뒤는 어떻게 됐는지..."

곽인구가 가인의 눈치를 보았고, 가인이 끄덕이며말했다.

"거짓말... 일단 보류..."
"...네? 거짓말 아닙니다!!!"

곽인구의 결정으로 둘을 격리시키며, 민지만을 안전한 방에 넣어놓았다.






가인이 방의 문을 덜컥 열자 소리치는 민성.

"함부로 들어오지 마! 먼저 말을 걸어야지! 내가 변했으면 어쩌려고 그래!"
"...뭐래."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을 메고, 대충 만든 것 같은 딱 맞는 옷을 입고 다니며, 여려 보이는 가인의 모습.
가인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한숨을 쉬던 민성이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가인은 유민성을 한번 쳐다보더니,  일이라도 있는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던 가인이 유민성에게 말했다.

"움직일 수 있어?"

피 냄새를 50m 밖에서 맡기 시작하는 좀비를 피하려면 달려야 하기에, 뛸  있냐고 물어보는 가인이었다.

"응.   있어."

가인은 단도를 꺼내더니 유민성의 팔에 묶인 줄을 풀었다.

"먹어. 출발하게."

유민성이 배고팠는지 밥을 빠르게 먹어치웠다.

"넌... 들쥐들...인 거지?"

유민성과 눈을 맞추며 밥을 먹는 가인.

"먹어."

말없이 밥을 전부 먹은 둘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인이 옥상 문을 두들기자, 한 명의 노인이 밖을 확인하기 위해, 눈높이에 있는 칸막이를 열었다.
칸막이 밖으로, 유민성이 보이자. 싸늘하게 말하는 노인.

"이번 한번만살려줄 테니까, 그냥 꺼져 죽기 싫으면."

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작은 손으로, 노인이 문을 활짝 열었다.

"가인아~!"
"다녀왔습니다."

가인이 동행한다는 이유로 프리 패스가 되는 상황에, 유민성은 의아해 하고 있었다.
민지나 지성에게 듣기로,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포박 당한 채,들고 있는 모든  뺏기고 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기에...
그런데, 앞에 보이는 노인은 유민성을 딱히 경계하고 있지도않았다.
유민성은 눈치를 보며 인사를 건넸고, 노인은 유민성을투명인간 취급하며, 가인에게 사탕을 건넸다.
사탕을 받아든 가인을 따라 들어가면서, 파악된 인원은 젊은 여성 4명, 남성 3명 나머지는 전부 중년에서 고령이었다.
어느 방에 들어가자, 묶여있는 민지를 발견했다.

"민지 씨!"
"뭐야! 어떻게 왔어!"

가인은 호구 유민성이 반기는 모습을 보고, 민지를 풀어줬다.

".....?"

유민성의 행동을 본 가인이 자신을 풀어준다는 것을 눈치 챈 민지가 유민성의 모습을 훑었다.
곽인구가 뒤에서 갑자기 등장했고, 그의 덩치에 기가 죽은 유민성.

"가인아아~~ 왔니~?"

가인을 들어올린 곽인구가 가인에게 얼굴을 비비려고 하자 어느새 가인 손에 대못이 들려있었다.

"내려줘."

곽인구가 자신에게 얼굴을 비비는 순간 대못을 내려찍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인의 모습에, 곽인구가 들고 있던 가인을 빠르게 내려놨다.

"그래..."

가인은 차고 있던 굵은 은색 팔찌에 탁 하고 대못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곽인구는 유민성과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평소의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누구인지 설명해 달라는 곽인구의 눈빛을  가인은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호구."

유민성을 경계하던 사람들은  말을 듣고는 끄덕이며 경계를 풀었다.
과거 가인에게 호구 소리를 들었던, 명철이만 머리를 긁적였다.
방을 옮기며, 김지성이 있는 취조실의 문을 열자, 유민성이 크게 움찔했다.

"....."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김지성.
민지는 어느새 풀려나 옆에 있었으며, 유민성은 들쥐들에게 케어를 받아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제, 자신이 거짓말을 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김지성이 유민성에게 말했다.

"미안해... 살...려줘..."

상황을판단한 명철이, 바닥판을 열려고 하자 김지성이 억울함을 토해냈다.

"잘못했어! 이방인한테까지, 목숨을 걸고 싶지 않았어!!!! 살고 싶었어!!! 정말이야..."

바닥판이 조금 열려있어, 그곳에서나오는 소리 때문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유민성이 큰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이야!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어떡해!"

김지성을 살리기 위해 열리는 바닥판 옆으로 김지성을 끌어오는 모습을 본 곽인구가 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호구 맞네?"
"응."

가인이 명철이에게 가더니, 바닥의 작동 기기를 받았다.
그것을 본 유민성이 빠르게 버튼을 빼앗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 버튼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곽인구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렸다.

"네 권한 밖의 일을 하는  같은데... 가져오지."
"...안됩니다."

곽인구가 씨익 웃더니 30cm 길이를 가진 소도를 꺼냈다.

"그래?"

초원의 외각, 들쥐들의 리더 곽인구.
그의 전설을 알고 있는 민지와 지성만이 움찔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곽인구가 다가가자, 전투 자세를 취하는 유민성에게 가인이 말했다.

"이유는...?"
"한번 배신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나를 구해준 게 훨씬 더 많아..."

유민성이 묶여있는 김지성을 보며 말했다.

"잘 살고 있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것도 나 때문이고, 저렇게 묶여있는 이유도 나로 인해서야."
"그래서?"
"이곳에... 합류하기 힘들다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

가인이 말없이 끄덕이더니 버튼을 눌렀다.
바닥판이 열리며, 무게중심으로 인해 김지성은 비명을 지르면서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고, 유민성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무기를 들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옆에서 비명을 지르던 민지는 지하실을 보고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엔 단  마리의 좀비도 없었으며, 좀비 소리는 녹음기에서흘러나오고 있었다.

"착하네."
"응, 호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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