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외전)Zombie.
묶여있는 김지성을 먼저 위로 올려주는 유민성.
그 뒤에 따라 올라오더니, 화 한번 내지 못하고 원망의 눈으로 들쥐들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곽인구가 다른 버튼을 눌렀고, 지하실 내부에 진짜 좀비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지성에게 소도를 들고 다가가자, 김지성을 해치려는 줄 알고 앞을 막는 민성.
"비켜."
장난은 더 이상 치지 않겠다는 듯, 한 손으로 가볍게 유민성을 밀쳤지만,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급격히 밀려나는 유민성은 차량이 자신을 민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밀려난 거리를 보며 경악했다.
곽인구는 소도로 밧줄을 끊은 뒤, 김지성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배신은... 어떻게 되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예!!!"
유민성은 밀려난 뒤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 끝에 있던 것은 장재혁의 물건들...
"...어...? 형님..."
무엇에 홀린 것처럼 다가가는 유민성.
그 모습을 발견한 곽인구가 말했다.
"이미 좀비가 되었더군..."
"...그럴 리 없습니다."
"...?"
유민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었으면... 죽었지... 백신으로 인해 좀비가 될 가능성은 없...어요..."
"".....""
가인이 사실을 말하려고 하자, 곽인구가 제지했다.
"백신이라...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유민성은 혼란스럽다는 듯이 장재혁의 장비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 없어..."
"우리는 상황을 모른다. 다만, 네 친구는 이미 좀비가 되었고. 내가 처리했을 뿐이다."
유민성은 말없이 장비를 쳐다보다 돌연 곽인구를 쳐다보았다.
"...케이스! 케이스는 어디에 있었죠?!"
"그 케이스 때문에 우리도 귀찮아졌다. 우리도 케이스가 어디에 있는지 찾고 있어. 확실한 건 그 친구 몸엔 없었다는 거다."
"주변에 숨겨놓았을 겁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곽인구가 밖을 쳐다보자, 유민성의 시선도 따라갔고,
밖에 수천 구의 좀비들이 보였다.
"....."
"일단 너의 그 상처에서 나는 냄새부터 지우고 움직이지."
"네..."
지하에 있는 좀비들은 김지성과 유민성의 옅은 피 냄새로 인해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가인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지 아저씨에게 넘기며 밖을 바라보았다.
그 뒤편에서 큰소리로 말하는 유민성.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소리를 듣고, 한 손에 술을 들고 있는 곽인구가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주변에 앉아있는 노인들이 유민성을 무시하듯 귀를 파고 있자, 곽인구에게 소리친다.
"애를!! 어떻게 저곳으로 보냅니까?! 예!?"
"...?"
주변을 둘러보는 유민성이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이 소리쳤다.
"애야!! 아직 어린애라고!!!"
술을 마시던 곽인구가 유민성을 보고 비웃었다.
"누구? 가인이?“
믿었던 곽인구 까지 같은 반응을 보이자, 유민성은 그 모습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이 돼서, 애를 희생시키겠다고...?"
"크하하핳! 떠돌이들, 설명 안 했어?"
"".....""
"이 새끼, 외부인이라고 그러려니 했더니 상황 판단을 못하네?"
곽인구의 비웃음에 유민성을 무시하던 노인,
지 아저씨가 가인이 넘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낸 뒤 조립하며 말했다.
"우리 가인이 아가지 아가~"
지 아저씨의 비아냥에 곽인구가 돌아보며 웃었다.
"어엌?"
가인이 자신의 도구를 정비해주던 지 아저씨와 곽인구를 찌릿 쳐다보았다.
항복할 의사가 있다는 듯 손을 든 두 명, 그리고 곽인구가 유민성에게 다가갔다.
"너, 캥거루쥐 들어본 적 없어?"
"...저에겐 가인이는, 어린 소녀일 뿐입니다."
유민성의 답변에 주변의 사람들이 큰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가인은 말없이 정비가 끝난 자신의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듯 자신의 발목에 착용하고는 움직여본다.
활대처럼 구부러지는 스프링을 가진 부츠를 신은 가인.
잘 고정이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통통 몸을 뛰었다.
"병신... 눈뜨고 잘 봐둬라. 왜, 사람들이 가인이한테 캥거루쥐, 캥거루쥐 하는지."
3층 높이의 창문을 열고 있는 단발머리의 소녀가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클리닝 작업 시작해요."
주변의 노인들이 창문 쪽으로 다가와 구경을 시작했고, 거기엔 지성과 민지도 같이 있었다.
"와! 두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가인은 머리카락 끝에 피를 묻히더니, 갑자기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고,
유민성은 기겁을 하며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벽을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가인.
바닥을 밟으며, 중력으로 인해 극한으로 당겨진 스프링을 튕기니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갔다.
"".....""
작은 몸으로 엄청난 속도를 보여주며, 좀비 중 러너라 불리는 괴물들을 유인했다.
성인의 달리기속도를 가진 러너보다 압도적인 속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인,
스프링 부츠를 신은 가인은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 중 한 건물 앞에서 태클을 거는 듯한 자세로 멈추자, 최대의 스프링 반동이 생겼고, 이를 이용해 벽을 밟더니 건물 위로 튀어 올라갔다.
"....."
좀비 해일을 일으키며 한곳에 모으는 가인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하는 사람들.
"캬하~ 기가 맥히네"
한 손에 소도를 꺼내든 가인 앞에 좀비가 나타나면, 그 좀비의 머리는 바닥에 떨어졌다.
"....."
곽인구가 유민성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게애처럼 보여?"
"....."
"쟤 없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이미 다 죽었어. 여기 어른들은 대부분 전투에 특화된 게 아니거든.
가인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
어느새 좀비를 몰아넣은 가인은 옥상에서 몰려있는 좀비들을 바라보더니, 피를 묻혔던 머리카락을 소도로 잘라내서 밑에 있는 좀비들에게 뿌렸다.
어두운 방안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남성이 있었다.
유민성의 통신장비를 들고 있는 남성.
남성이 통신장비에 호출신호를 보냈다.
-"유민성군! 살아 있었나요?"
"반갑네, 난 임정혁 소령이라 하네."
-"...유민성군은 살아 있나요?"
남성은 잔에 담긴 샴페인을 마시더니 피식 웃었다.
"그 꼬마 말인가...? 흠... 아마도 살아있을지도 모르겠군."
-"케이스는..."
"백신이 맞나?"
-"....."
"너무 경계하진 말게나, 이래봬도 국민들의 세금을 받아먹었던 사람이었으니."
통신장비 너머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맞습니다."
"수량은?"
-"이제 없습니다."
"...흠... 만들 방법도 없나? 도와주고 싶은데..."
-"...유민성 군을 찾으신다면... 설명하겠습니다..."
대화를 하고 있는 여성의 말을 들은 임정혁 소령이 나직하게 말했다..
"아... 다행이네... 없는 거였어. 그렇다면 만들러 간 거고... 밑에서 의정부를 통해 올라가려면..."
-"....."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라... 양주의 정산 제약? 아니면 동두천의 ms 제약? 걸어서 간다면 둘 중에 하나겠군..."
-"....."
"백신이라... 백신이라... 하하하, 궁금하군... 백신 기술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유민성군을 찾는다면다시 연락하지."
임정혁 소령은 귀에서 통신장비를 뽑고,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백신을 손에 쥔다면... 꿈을 이룰 수도 있겠어..."
시간이 흐르고 몸의 상태가 좋아진 유민성 일행.
장재혁이 가지고 있던 케이스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서, 민성과 가인, 민지, 지성 총 4명에서 같이 움직였다.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길가엔 한 마리의 좀비도 보이지 않았고. 유민성은 뒤에서 걷고 있는 가인을 힐끔 쳐다보았다.
막대사탕을 먹으며 노래를 듣고 있는 가인에게 긴장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유리로 되어있는 건물이 나왔고, 가인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들은 가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3층이랑 4층은 아직 안 건드려서 좀비 있어."
들쥐의 소굴에서 각자에게 익숙한 무기들을 가져온 이들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유민성은 장재혁이 케이스를 숨길법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유민성을 도와 주변을 찾기 시작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저녁이 되었다.
유민성이 찾는 동안, 3층과 4층을 정리하던 이들.
좀비가 너무 몰려있다고 생각한 민지와 지성은 한 마리씩 잡기 위해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가인이 달려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눈과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가인의 움직임에 경악하고 있었다.
"저게... 말이 돼...?"
"그러니까... 캥거루쥐지..."
벽이 벌어진 것을 발견한 유민성이 천천히 들어 올렸다.
틈 사이에 있는 검은색 케이스...
"어!찾았다!!!"
좀비사태 이후, 들쥐들과 같이 있으며 밖에 돌아다니며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껴서그랬을까?
한참을 찾다가 드디어 찾았다는 마음에서 그랬을까...
소리를 지른 유민성은 주변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유민성의 소음으로 인해, 건물 밖에서 지나가던 '골리앗'이 유민성을 쳐다보았다.
극소수로 등장하는 변질 좀비 골리앗은 몸이 근력으로 비대하게 커져서 뼈밖에 없는 일반좀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컸다.
쿵... 쿵... 싸늘한 소리에 눈을 돌린 유민성은 달려오는 골리앗과 눈이 마주쳤다.
"....."
콰자자자장!!!
유리벽을 뚫고 들어와서 엎어진 골리앗.
경악한 유민성은 가방을 들고 빠르게 계단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좀비들도 건물 안으로 달려들었다.
유민성이 스스로의 실수로 일으킨 문제라 생각하며, 크게 소리쳤다.
"골리앗!!!"
민성의 목소리를 듣고 4층에서 튀어나온 이들이 빠르게 위로 향했다.
"골리앗이 갑자기 왜?!"
가인이 뒤에서 달려오는 러너에게 단검을 던지며, 철책으로 방어선을 만든 6층까지 올라와서 이들을 빠르게 안으로 집어넣었다.
건물 옥상까지 올라간 뒤 문을 닫고 숨을 죽이는 이들.
"".....""
"빠져나갈 수 있는 거지?"
"아니, 여기 탈출구 아직 안 만들었어."
"....."
들쥐들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공간이지만, 골리앗의 소음으로 주변의 좀비들이 점점 건물 안으로 몰렸다.
가인은 유민성이 들고 있는 케이스를 보았다.
유민성은 가인의 시선에 경계를 풀며 말없이 케이스의 내부를 보여주었다.
"이게 백신이야. 우리 측 생존자는 연구원들이 많은데... 재료가 없어서 이게 전부지..."
9병이 들어있는 백신.
총 10개가 들어갈 자리가 있었지만 한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 역시... 맞았어... 재혁 형님이 좀비로 변했을 리가 없다고!"
유민성이 가인에게 따지듯이 말하자, 가인은 자신은 모른다는 듯이 으쓱이며 케이스 안의 백신을 바라보았다.
가인이 한 병을 꺼내 달빛에 비춰보았지만, 유민성은 그런 가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곽인구 형님한테 물어봐야겠어..."
가인이 백신의 뚜껑을 열어보자 바늘이 있었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자신의 팔에 꽂아 주입했다.
"....."
경악한 유민성이 가인을 내려다봤다.
"그걸 맞으면 어떻게 해!!!"
"왜."
자신이 사는 게 먼저라는 듯이 백신을 맞아버린 가인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기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