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외전)Zombie.
김지성은 속옷만 입은 채로, 독수리들이 있던 컨테이너로 둘러싸인 곳에 서있었다.
"살려주세요!!! 정말 뭐든 다 할게요!"
"뭘 다할 건데? 윤재 소개해 줄까? 다 해볼래?"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철창 안의 남성.
주변엔 사람들이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뿔 문신이 있는, 심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외쳤다.
"자, 가볍게 시작하자고!"
사람의 환호성과 함께. 지훈의 앞에 송곳이 떨어졌다.
그리고 정면에 문이 열리면서 발 없이 기어 나오는 좀비.
"죽여!!!"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김지성은 가능한 체력을 아끼며 천천히 좀비를 피해 다녔다.
"뭐해!!?"
김지성에게 총을 겨누는 심판.
"1분 안에 안 죽이면, 너부터 죽인다?"
김지성은 총구를 보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고,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며 천천히 좀비에게 다가갔다.
"지랄?! 야! 너 이 새끼 좀비 처음 죽여보는 척 하지 마라!!! 야! 심판!!! 저 새끼 그냥 쏴!"
김지성은 가능한 시간을 끌기 위해서, 힘겨운 척하며 좀비를 천천히 죽였다.
쉴 틈도 없이 바로 나오는 좀비.
김지성은 조금이라도 오래 살기 위해, 아주 천천히 힘겹게 잡는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 유민성의 얼굴을 확인하러 한 명의 남성이 찾아왔다.
뚜벅... 뚜벅.
남성은 방 안에 들어온 뒤, 책상 위에 칼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묶여있는 유민성을 발견했다.
그의 머리에 씌워진 검은 천을 걷어내니, 유민성이 머리를 흔들었다.
"백신 어디에 있어."
"니들이 가져갔잖..."
남성이 휘두른 주먹에 빠악 소리가 장내를 채웠다.
"말하기 싫은가 봐?"
책상 위에 있는 칼을 쥐기 위해 다가가는 남성.
그 모습을 바라본 유민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크큭... 왜...? 두려워?"
하지만 유민성의 시선 끝, 책상 밑에는 언제부터인지 가인이 숨어있었다.
유민성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의 시야를 피해 천천히 나오더니, 가인이 단검을 뽑아 남성의 손을 내려찍었다.
"아?"
자신의 손을 바라본 남성이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가인이 의자를 밟고 뛰어오르며, 깔끔한 동작으로 허리에 있는 비수를 남성의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컥."
책상을 밟고 남성의 뒤통수를 잡은 뒤, 입 밖으로 튀어나온 비수의 손잡이를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쿠웅...
좀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초등학교에 들어가 있어야할 소녀.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하다는 듯이, 깔끔한 동작으로 죽은 남성을 당기며, 나무로 된 책상과 함께 남성의 손등에 찍혀있는 단검을 뽑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민성의 동공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렸다.
가인이 유민성을 쳐다보더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쉿..."
발소리가 들리자 주변을확인하고는 고양이가 움직이듯, 아무런 소리 없이 은밀하게 높은 선반 위로 올라가는 가인.
선반에 앉아 긴 양말을 벗은 뒤, 방으로 들어오는 남성의 등에 올라탔다.
빠르게 단검으로 목을 긋고는 비명을 지르려는 남성의 입속에 양말을 쑤셔 넣었다.
"커... 커업."
가인이 쓰러진 남성을 바라보다가, 묶여있는 민성을 풀어주며 말했다.
"숨어 있어."
성인 남성 2명을 숨 쉬는 것보다도 자연스럽게 죽인 가인은 문밖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김지성은 철창에 매달려서 밑에 있는 5마리의 좀비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살려줘!!! 저건 아니지!!! 미친놈들아 니들도 송곳으로 저건 못잡잖아!!!"
"이 새끼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네? 너 때문에씨발 돈 다 날렸다 십새끼"
이미 김지성이 송곳으로 처리한 좀비들은 18구가 넘어가고 있었다.
각종 문신을 한 남성들은 긴 막대기를 가져와서 김지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쿡쿡 찔렀다.
"내려가 새끼야!"
"잠깐만, 잠깐만!!! 알겠어... 내려갈게!!! 그러니까 2마리만 줄여주라, 그리고 돈 걸면 되잖아? 내가 몇 라운드 버티는지."
"지랄?! 이 새끼 그냥 총으로 쏘자니까?! 심판!!!"
"야! 야!!! 알겠어, 알겠어!!! 내려갈게 새끼들아, 존나게 보채네 근데 송곳 하나는 진짜 오바잖아! 안 그래?!"
옆에서 막대기를 가져온 사람이 김지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찌르자, 김지성은 철창에 매달려서 묘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어쭈? 지랄? 이 새끼 피하는 거 보소?"
"야! 얌마!!! 나진짜 뒤진다고!!! 기다려봐! 작전은 짜야지 씨바아알!!"
김지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다가온 3명의 남성이 찌르는 막대기를 필사적으로 피하는 김지성의 모습은 마치 곡예와 같았다.
"이 새끼!!! 피하는 거 봐! 와, 시발!? 무서운 새끼였네 이거?! 야!!! 막대기 가져와!!!"
"아니!! 내려갈게, 간다고!! 무기 하나만 줘!!! 송곳 하나로 5마리를 어떻게 죽이냐고!!!"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판이 웃는다.
"곽인구나 캥거루쥐는 될 걸?"
"내가 봤는데 걔들은 사람이 아니잖아... 그 괴물 같은 새끼들 나도 싫었다니까?!"
몇 초 전까지 말하던 심판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사람들은 심판이 있던 곳을 쳐다보았고.
뒤통수에 손잡이가 생긴 채로, 죽은 건지 누워있는 심판을 발견했다.
"싫었어?"
"누니임!!!!!"
캥거루 쥐라 불리는 가인을 두 눈으로 확인한 이들, 이윽고 작은 꼬맹이에게 극한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시체로 변한 구경꾼들, 김지성은 전설의 실체를 보자, 가인을 진짜 괴물을 보는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성인 남성 20명이 작은 소녀인 가인에 의해 갈려나갔고, 가인은 철창 앞에 매달려있는김지성을 바라봤다.
"알아서 나와."
"누님?"
"무기 필요하다 했지?"
옆에 있는 2개의 창 중 하나를 철창 안으로 던지는 가인.
가인은 다른 창을 들고 김지성앞에 가져왔다.
"누님?"
"누님 거리지마. 거기 매달려서 내가 찌르는 창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보든가..."
"잘못했습니다.!!! 살고 싶은 마음에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
가인은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멀쩡해 보이는 김지성을 두고 움직였다.
"알아서 나와, 나 바빠."
"...누님?"
이미 가인은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손과 발이 묶인 채로 구석에 박혀있는 민지.
"와... 나도 진짜 사람 됐네, 저걸 보고 어떻게 참고 있냐?"
민지가 경멸하는 눈빛으로 이마에 뿔 문신이 있는 남성을 쳐다보았다.
"핥는 건 되지?"
"캬하핰 그건 되지 않을까요?"
"나무 새끼들이 여자들 다 끌고 가서 시발..."
"아니 형님은 굳이 경기를 보고나서 일을 치른답니까? 먹을 거 앞에 둔 우리들은 어떻게 하라고..."
"형님이 심판이잖냐. 까라면 까야지. 아씨... 못 참겠다 만져라도 보자."
그때 한 명이 들어와서 소리쳤다.
"작은형님! 캐... 캥... 캥거루쥐!!!"
"뭐?!"
"큰형님 이미 뒤졌습니다!!!"
"이런 싯팔!"
뿔 문신의 남성이 묶여있는 민지의 머리카락을 잡고 끌어내렸다.
"형님 이 상황에 왜 그러십니까!!"
"들쥐들은 의리를 우선순위로 한다. 그리고 캥거루쥐 손에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주변에 소리치던 뿔 문신의 남성이 말을 이었다.
"죽던가... 죽이던가..."
가인은 건물 뒤편에 숨어 3명의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쥐새끼!! 네 언니 뒤지는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나와!!"
가인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민지에게 칼이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손을 펼치며, 항복 의사를 밝히는 가인.
"와... 형님 말이 됩니까? 너무 어린데..."
"...닥쳐, 저 좀만한 꼬맹이 때문에, 우리 식구 30명이 죽었으니까."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남성에 의해 머리카락을 당기며 들려져있는 민지가 고통에 울먹이며 말했다.
"가...가인아..."
"울지 마. 일틀어지면나라도 도망가려고 했는데, 마음 약해져서 못 도망가."
"그냥 도망..."
민지의 말은, 목에 깊게 들어오는 뿔 문신 남성의 칼날때문에 이어지지 못했다.
"자신감이 대단하네? 계획을 입 밖으로 꺼내?"
가인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리를 밟으며 다가갔다.
뽀드득, 뽀드득.
어린아이가 겨울에 쌓인 눈을 밟듯, 장난스러운 모습에 인해 움찔거리는 이들.
"오지 마!"
"병신들. 왜 겁먹고 그래... 내가 니들 나이였으면... 어휴 말을 말아야지."
"저 좀만한 새끼가!"
남성이 가인에게 칼을 던졌고, 순간적으로 고개를 젖힌 가인의 볼에 스쳐 지나갔다.
싸늘하게 웃는 가인.
그 모습에 이들은 더욱 동요했다.
"아하하. 도망은 무슨, 그냥 그 언니랑 길동무하자 우리..."
가인은 허벅지에 있는 주머니에서 꺼낸 투척용 단검을 던지며 달려 나갔고, 방어하기 위해 팔로 얼굴을 가리는 남성.
달려 나가며 양발을 부딪히자, 신발의 코 부분에서 칼날이 나왔다.
가인은 방어를 위해 얼굴을 가린 남성의 허벅지를 밟고, 옆에 있던 남성의 관자를 신발 끝으로 찍었다.
신발 끝에 달려있는 날붙이가 분리되면서 남성의 관자에 박혔고, 동시에 투척용 단검을 던지자 다른 한 명의 미간 사이에 꽂혔다.
자신의 팔에 꽂힌 단검을 뽑은 남성이, 눈앞에 있는 가인의 멱살을 잡았다.
"씨바아알!!"
가인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리는 남성, 가인은 얼굴이 빨개져가는 상황에서도 피식 웃었다.
"목은... 움직이지못하는 사람만... 잡는 거야..."
허리에서 단검을 뽑은 가인이 뿔 문신을 한 남성의 팔에 있는 힘줄을 끊어낸 뒤,
자신을 놓치는 남성의 가슴에 단검을 박은 채로, 천천히 바닥까지 내려왔다.
지이이이익...
"....."
"아..."
가인은 말없이 민지의 밧줄을 풀어줬고, 곧바로 김지성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민지는 가인의 뒤를 따라가면서, 황당한 표정으로 가인이에게 당해서 쓰러져 있는 초원의 사람들을 지나쳤다.
결국에는 송곳으로 좀비들을 다 죽이고 가인에게 삐져있는 김지성.
이들은 가인을 따라 유민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분명 가만히 숨어있으라고 말했건만, 그곳에 유민성은 없었다.
천천히 밖으로 나가자 주변에 있는 지게차 조명에 빛이 들어오며, 유민성 일행을 비췄다.
가인이 자신의 가슴에 있는 빨간 레이저 포인트를 발견했다.
"하아..."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트리고 천천히 두 손을 올리는 가인.
정면엔 유민성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2개의 총구가 유민성을 향하고 있었다.
뒤에서 중얼거리는 김지성.
"어떻게 살아나왔는데... 하아... 이젠 나무야?"
유민성 일행은 모두 항복 의사를 밝혔지만, 포박을 위해 나온 5명의 군인은 가인에게 다가가기를 꺼려했다.
그중 눈에 익은 김 상사가 다가와서 가인을 포박했다.
전부 포박한 뒤에야 이들을 조준하는 레이저 포인트가 줄어들며, 군인들이 다가왔다.
묶여있는 가인의 줄을 들고가는 이들, 가인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렸고,
유민성은 묶여있는 가인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미안하다."
유민성의 얼굴을 바라보는 가인이 피식 웃었고.
가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안 이들은, 공중에 매달린 가인의 무장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가인의 몸에 있는 무기를 하나씩 빼자, 소음기가 달린 아주 작은 권총부터 수십 개의 날붙이가 떨어졌다.
"".....""
이들을 차량으로 인도하며, 나무들의 본거지, 백화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