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외전)Zombie.
명철이 밥을 먹고 있는 곽인구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형님!!! 형님!!"
"왜."
"큰일 났어요!!!"
"뭐가."
"가인이 나무들한테 끌려갔답니다!"
""뭐?!""
주변의 노인들도 곽인구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소리쳤다.
죄수들이 들어갈 것 같이 생긴 방 안에 가인과 민지가 갇혀있었다.
철창 밖에 있던 김 상사가 가인을 발견하자 눈에 살기를 비쳤고,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민성이 들쥐들 비밀 지키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거 알고 있나?"
"....."
"의리 하나는 정말 들쥐더군... 우리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도 안 풀어"
"....."
침묵을 지키는 가인에게 김 상사가 철창 안으로 얼굴을내밀었다.
"너 맞지?"
"...?"
"유민성이가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 죽인 거."
"....."
"이 감당 안 되는 쓰레기 새끼... 시체 보니까 사람일 때 죽였던데...?"
옆에 있던 민지의 동공이 흔들렸다.
"난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좀비한테 물린곳이 아물려고 하는 흔적이 있더만..."
가인은 묶인 채 말없이 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 상사가 말을 이었다.
"유민성은 알고는 있나? 옆에 반응 보니까, 모르는 거 같네...?"
갑자기 철창을 내려치는 김 상사.
콰앙!
"악마 새끼... 너 때문에... 죽은 전우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지만..."
상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가인을 바라보더니, 혀를 차고는 밖으로 나갔다.
유민성은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얼굴에 독수리 문신을 한 남성이 다가왔다.
"와... 안녕?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더니... 캬핳. 역시 나무들... 콩고물 하난 기가 막힌다니까~ 그치?!"
유민성이 독수리 문신을 알아보고 움찔했다.
"너 때문에... 종수 죽은 거 알아?"
독수리 문신 남성은 거꾸로 매달린 유민성의 머리 밑에, 커다란 물통을 밀어 넣었다.
"저번처럼... 가능한 말 안 해주길 바래~ 부탁이야."
거꾸로 매달려있는 유민성을, 물통을 향해 내리면서 말하는 독수리 문신 남성.
"크헿. 뭐 말해도 상관없고~ 질문은 엄청 많거든..."
유민성을 물속에서 끌어올린 독수리 문신의 남성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야야~ 너도 알고 우리도 아는 사실을 왜 말 안 해서 힘을 빼게 만들어~ 이거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거 생각보다 힘들다?!"
"쿨럭... 커억... 허억..."
"이렇게! 버튼을 눌렀다가 다시 올렸다가~ 힘들다고오~"
"커헉... 하악..."
"오!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말할 마음 생기면 멈춰달라고 말해야 돼~ 알았지?!"
물속에 들어간 유민성을 보고 말하는 독수리 문신 남성.
"아차차! 물속에 있으면 말을 못 하는구나!?"
다시 유민성을 물속에서 빼려는 순간, 문이 열리며 김 상사가 들어왔다.
장난스럽게 대충 경례하는 독수리 문신의 남성이 유민성을 위로 올렸다.
경례를 무시한 김 상사는 곧바로 유민성에게 다가갔다.
"하하... 불쌍하군."
김 상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유민성과 눈을 맞췄다.
"재밌는 사실 말해줄까?"
"....."
"네 형님 있잖냐? 먼저 온 사람..."
유민성이 김 상사를 쳐다보자, 김 상사가 독수리 문신의 남성에게 손짓했다.
물통을 치우고 유민성을 바닥으로 내리는 남성.
"정신없을 텐데 내 말이 귀에 들어올까 몰라..."
"말해..."
유민성이 처음으로 대답하자, 상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들을 마음은 있나보네?"
유민성은 부족한 숨을 채우기 위해, 말을 들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었나? 거의 살인병기인 꼬맹이... 거기 곽인구 라고 있지? 걔가 그 꼬맹이 키운 건데... 암튼, 거기에 있는 사람들 전부 심상치 않았냐 이거지."
"본론."
"새끼, 급하기는... 알겠다. 네가 백신이 들어있는 케이스도 들쥐들한테 바친 거 알고 있는데, 네 형님 죽인 거 가인이다."
"....."
유민성도 의심하고 있었다.
가인이 자신의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신을 불편해했기에...
"난 네 형님 시체 봤다. 오른팔에 좀비에게 물린 상흔이 있었고, 미간에는 단검이 꽂힌 자국이 있었지..."
"....."
"그리고 오른팔은 아물어있었다. 너도 알지? 좀비한테 물린 곳은아물지 않는다는 거."
"백신은 완벽하지 않다... 늦게 맞아서 돌이킬 수 없었을 수도 있어."
"그래? 너 곽인구가 무슨 무기 쓰는지 알아?"
유민성은 곽인구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자주 쓰는 건 둔기류, 가끔 쓰는 건 소도. 좀비나 사람을 때리는 위치는 보통 관자놀이."
상사가 자신의 턱 밑을 가리켰다.
"그것도 아니라면 여기, 턱 밑에서 위로 꽂지."
"....."
"미간에 구멍이 뚫렸다. 너 사람 미간 뚫어봤어?"
"....."
"자는 사람이면 모를까, 어떻게 사람 미간에 구멍을 뚫냐? 근데... 가끔씩 미간에 구멍이 뚫린 시체가 나와."
유민성은 김 상사의 말에 동공이 흔들렸다.
"상상돼? 어린 꼬마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다가와서 방심한 틈을 타. 다가간 뒤, 상대가 돌아보면 미간에 푹 찍는 거... 단검으로 가끔씩 미간을 뚫린 시체를 만드는 사람은, 모든 초원을 통틀어서 하나야."
유민성은 자신도 가인을 처음봤을 때, 그냥어린 꼬마 아이로 봤다는 것을 떠올렸다.
"크하핳,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맞을 걸? 대부분 방심한 틈을 타 미간에 칼을 꽂는 사람."
"....."
"곽인구가 만들어낸... 이 초원의 괴물, 캥거루 쥐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유민성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상사는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웃었다.
"백신이 들어간 케이스 들쥐들한테 바친 거 알겠고, 의리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너 어차피 이방인이지 않나, 괜한 의리로 들쥐들 지킬 필요 없다. 우리에게 온다면, 백신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보내준다고 까지 약속하지."
떠들고 있는 김 상사와 눈을 맞춘 유민성이 피식 웃었다.
"여자아이 하나에도 벌벌 떨면서 묶어놓고 가둬둔 병신들."
".....?"
"나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백신에 대해서 모르면 당연히 물린 자국 보고 변하기 전에 죽였어 병신들아."
"...그래? 내가 기대한 대답은 아니군."
상사가 독수리 문신 남성에게 손짓했다.
"혼자 재밌었네, 미리 말 좀 해주지 그랬나.. 허허..."
김 상사는 물통을 끌며 유민성의 머리 아래에 배치했다.
그리고 독수리 문신 남성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시간을 뺏었네... 흠... 미안하군."
곽인구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모두 한 번씩 쳐다보았다.
"가인이가 나무들에게 잡혀갔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혼자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설마... 임 소령이 절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그것보다 명철아."
"예!"
"만약이라는 상황이 있으니, 그렇게 된다면 네가 힘써야한다."
"...형님?"
"임 소령이 가인이를 죽일 리는 없겠지만, 그의 부하들이라면 모릅니다. 지 아저씨 뒤를 부탁드립니다."
"그려... 다치지 말고."
노인의 말에 곽인구는 끄덕이며 빠르게 나무들의 본거지 백화점으로 향했다.
근무를 서고 있던 사람이 동물원에 구경 온 듯, 철창 밖에서 가인을 쳐다보았다.
"와... 얘가 소문의 캥거루 쥐라고? 너무 어린데?"
"이번에도 혼자서 35명 죽였다고 하더라."
"미친... 저 꼬맹이가...? 말이 돼?"
"꼬맹이? 너 밖에서 살아있는 꼬마 본 적 있냐?"
"....."
"우리처럼 안에 있지 않는 이상... 밖에서 살고 있는 사람 중에 여자와 꼬맹이는 없어."
"그렇지..."
"그리고... 다른 조 군인들은 저 꼬맹이 보면 죽이려고 달려들 거다..."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두 명의 경호원을 이끌고 나타났다.
중앙의 남성을 확인하고는 경례를 하는 이들.
그는 나무들의 수장인 임 소령이었다.
"오랜만이구나 가인아."
가인은 임 소령을 보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름 부르지 마시죠..."
"그래, 곽인구는 잘 있고?"
"곧 보게 될 거에요."
"허허... 그렇겠지... 당연히 널 데리고 있으니, 곽인구는 분명 여기에 오겠지..."
가인은 말없이 앉아있었다.
옆에서 둘의 대화에 눈치를 보고 있는 민지.
"그래서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전에 너를 먼저 죽이기로 했단다."
"....."
가인은 무덤덤하게 있었지만 옆에 있던 민지가 경악했다.
"왜 죽이려고 그래요!!!"
"왜 죽이려고 하는 지를 물었나? 가인이 입장만 생각하는 너무 이기적인 말 아닌가... 가인이는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어..."
"당신들이 다! 자초한 거잖아요!"
임 소령은 이민지의 말에 피식 웃었다.
"자초했다라... 그래, 그럼 이렇게 된 것도 가인이가 자초한 일이겠지."
임 소령이 뒤에 있는 중사에게 눈짓을 했고, 중사는 거리낌 없이 철창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빠악!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다른 군인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가인이 뛰어올라 임소령의 관자놀이 부근에 손을 얹었다.
쓰러진 중사의 관자놀이에 반짝이는 무언가 꽂혀있었고, 그것의 정체는 가인이 들고 있는 대못과 같았다.
끼고 있는 반지에 걸려있는 대못은 얼마든지 찔러 넣을 수 있다는 듯이 위험해보였다.
"총 내려."
다른 한 명의 군인이 들고 있는 권총을 내리려 하자, 가인이 임 소령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생각 못했나 봐?"
"...인구가 잘 키웠어... 근데 말이다..."
임 소령이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가인이 대못을 관자에 쑤셔 넣기 위해 힘을 줬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대못이 빗맞으며, 가인의 팔을 잡은 임 소령이 그대로 대리석 바닥에 가인을 내려쳤다.
"커헙... 허어억!!!"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며 호흡을 하지 못하는 가인.
"인질은 가장 약한 사람을 잡아야 하는 거란다..."
가인으로 인해서 눈썹 옆쪽으로 찢어진 상처가 생기면서 피가 흘러나오자, 옆에서 부하로 보이는 군인이 손수건을 가져왔다.
호흡을 하지 못해 숨을 못 쉬고 있는 가인.
임 소령이 주변을 쳐다보자, 근무를 서던 일반인이 가인을 다시 묶었다.
가지고 있던 액세서리를 모두 빼내는 모습을 지켜본 임 소령이 말했다.
"기절시켜."
"예!!"
숨을 못 쉬고 있는가인의 입에 약을 뿌린 천을 넣자, 호흡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가인이 금방 기절했다.
밖으로 나가려던 임 소령은 얼굴 한쪽에 피가 가득한 채로 민지가 있는 철창을 쳐다보았다.
"자네 말이 맞네... 이건 자초한 일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