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외전)Zombie.
건물의 입구는 좀비의 시체가 쌓이면서, 점점 좀비로 고이기 시작했다.
8층.
백화점 외부 벽을 뚫어 진지를 구축해놓은 곳에서 사격을 시작하는 이들.
좀비가 쌓이기 시작했지만, 만들어 놓은 바닥판으로 인해 쉽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기름 부어!!!"
"씨발 끝도 없습니다!!!"
기관총을 갈기던 남성이 벨트형 탄띠를 갈아 넣으며, 말했다.
"닥치고 부어 병신아!!!"
한참을 기름을 붓던 군인들이 불을 붙이자, 좀비들이 건물에서 후두둑 떨어져 나가며, 장전을 끝낸 군인이 다시 기관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밑에선 뭐 하는 거야!!!"
화약 냄새와 열로 녹아버린 좀비들의 냄새로 인해 구토하는 인원도 발생했다.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밑에서 곧바로 올라오는 좀비들을 보고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을 타고 쌓인 좀비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바닥판에 뚫린 구멍에 소총의 총구를 집어넣고 발포하는 이들.
그때 손을 떨던 일병이 급한 마음에 총구를 끝까지 집어넣지 못하고 발포해서, 도탄 되어 기관총을 쏘고 있던 하사의 등을 뚫었다.
"끄아아아악!!!"
""정 하사님!!!""
배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던 남성이 부사수를 보고 말했다.
"아압... 하압...잡아..."
부사수가 떨리는 손으로 상처를 누르려고 하자, 소리치는 하사.
"미니건 잡으라고!!!!"
총을 발포했던 일병은 떨리는 동공으로 아수라장이 된 주변을 보고 있었고, 누워있는 하사에게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시발... 괜찮아... 괜찮아..."
일병은 자신이 들고 있던 모르핀이라 적힌 주사기를 꺼내 하사에게 놓았다.
"죄송합니다...“
자신의 실수로 발생했다는 일에 좌절하며, 눈시울을 붉히며 서있는 일병.
정 하사는 일병의 뒤통수를 잡고 자신의 입 쪽으로 당겼다.
"하악... 하악... 다시 쏴...“
"...예... 알겠습니다."
일병은 떨리는 손으로 소총을 잡고 바닥에 끝까지 쑤셔 넣은 뒤, 쌓인 좀비들을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소음으로 인해 바로 밑이 아닌 주변에도 쌓이기 시작했고, 정 하사는 진통제의 약발이 돌았는지, 일어나 폭발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폭발물을 자신의 몸에 부착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하는 이들.
"정 하사님!!!!"
"놔!"
"안 됩니다!"
이미 바닥판 밑으로 엄청난 수의 좀비가 파도처럼 밀려 올라오고 있었고, 옆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미... 글렀어."
자신의 배에 뚫린 구멍을 본 정 하사가, 말이 없어진 이들을 무시한 채 폭발물을 들고 바닥으로 낙하했다.
강렬한 피 냄새에, 벽 붙어있던 좀비들이 피를 흘리는 정 하사를 따라 파도처럼 건물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 하사가 좀비들의 산으로 떨어지고 몇 초 뒤...
꽈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상에서 올라온 화마가 일렁였다.
"".....""
부사수였던 병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벨트형 탄띠를 미니건에 꽂으면서 말했다.
"뭐해, 다들 총 들어!!! 새끼들아!!!"
무너졌던 좀비의 산은 다시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글록 17을 가지고 하나씩 사격하던 가인은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는 곳을 쳐다보았다.
쌓여있던 대부분의 좀비들도 그곳으로 이동했다.
가인은 두 개의 탄창만을 제외한 모든 총알을 소모한 채, 위로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오는 가인을 쳐다보는 유민성.
"밑에 어그로 풀렸어."
내 말을 들은 유민성이좀비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밑으로 내려갔다.
1층.
4차 방어선으로 내려간 곽인구를 보고 움찔하는 이들.
"정면이나 봐."
곽인구는 소총을 장전하더니 다른 사람과 다르게 한발씩 빠르게 사격하기 시작했다.
타앙!
"무슨 우리는 248발만 줘놓고 이렇게까지 쌓아놓고 있었냐, 어이가 없네."
바닥에 가득한 탄피들... 곽인구는 간만에 맡는 화약 냄새에 미소를 띠었다.
"나도 그거 쏴도 되냐? 재밌어 보이네."
기관총을 다루던 병사가 살기를 띄우자 곽인구가 말했다.
"... 새끼 표정 한번 살벌하네. 그래 그거 네꺼 해라."
그때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며, 밀고 들어오는 좀비들로 인해, 장난을 치던 곽인구도 진지해졌다.
좀비들이 쌓이기 시작하며, 벽을 타고 넘어온 좀비들이 군인들을 덮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뒤늦게 발견한 임정혁이 명령을 내렸다.
"김 대위, 터뜨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건물.
백화점을 제외한 3층 높이의 건물이 주저앉으며, 그곳에 쌓여있던 좀비들이 파편에 깔려 죽었다.
바닥이 부서지자, 7층 높이까지 올라왔던 좀비들도 한순간에 무너져 바닥은 먼지로 가려졌다.
"마지막 4차... 방어선이다... 정비하도록."
외부와 연결된 단 하나의 입구.
1개의 미니건이 배치되어 있고, 곽인구가 있는 곳이다.
그곳으로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수가 상당했다.
각종 문신들을 하고 있던 초원의 사람들이 많았으며, 곽인구를 보고 이를 갈지만 이 상황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먼지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괴음이 들렸다.
""캬아아아악!!!""
자연스럽게 곽인구가 대표로 말했다.
"사격 준비."
연기 속에서 한 마리의 좀비가 튀어나왔지만, 아무도 쏘지 않았다.
그리고 연기를 뚫고 뛰쳐나오는 수천 마리의 좀비.
곽인구가 말없이 사격을 시작하자, 그 발포음을 따라서 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총알을 빠르게 소모했다.
8층.
이미 좀비에게 물려 뚫려버린 공간.
주변엔 좀비로 변한 전우가 다른 전우를 뜯고 있었다.
하사를 쐈던 일병은 지상에 쌓여있는 좀비들을 보고는 변하고 있는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정 하사님... 따라가겠습니다..."
폭발물을 걸치고 좀비들 품으로 뛰어내린 일병, 다시 한 번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지만, 이미 올라온 많은 좀비들은 건물 내부로 침투했다.
가인은 혼자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뒤로 빠지면서 방어를 하려고 하는지 층마다 준비되어 있는 방어 라인들.
빠르게 내부의 방어선을 만들고있는 이들을 지나치려다, 한 명의 외침이 들렸다.
"8층!!! 뚫렸답니다!!!"
가인은 8층으로 향하던 도중 칼을 들고 있는 김지성과 마주쳤다.
"어? 가인아 어디 가."
"네가 가려는 곳."
"....."
김지성은 피식 웃으며 가인을 따라 8층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수의 좀비들이 들어왔는지, 좁은 입구에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버티는 사람들.
가인을 발견하자 말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마주친 가인을 고문했던 김 상사.
김 상사는 못마땅한 듯 가인을 쳐다보았고, 가인은 김 상사와 눈을 마주치고 움찔하며, 멈춰 섰다.
"....."
떨리는 가인의 몸을 발견한 김지성이 말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
김지성은 가인의 손을 잡았고, 가인은 경직된 채 상사를 쳐다보았다.
8층 입구를 열고 들어간 가인과 지성.
이들을 따라 군인들도 진입했다.
김지성은 몸을 풀더니 좀비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실력을 숨기던 김지성, 장대를 가지고 좀비들의 머리를 빠르게 뚫었다.
말없이 따라가던 가인을 쳐다본 김지성이 말했다.
"헿 잘난 척하던 꼬맹이는 어디 갔을까?"
"....."
지금까지 민지와 둘이서 생존한 것이 운으로 버틴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김지성은 장난을 치며 여유롭게 좀비들을 죽여갔다.
"아까 그 돼지 새끼 때문에 그래?"
"....."
김지성은 아무 반응이 없는 가인을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우리 가이니 무서워서 그랬쪄..."
가인의 손이 허리춤에 가 있었고, 김지성은 자신이 선을 크게 넘었음을 깨달았다.
"미... 미안..."
뒤로 주춤거릴 때, 가인이 소도를 뽑고 달려들었다.
바닥으로 엎드려서 피하는 김지성 옆으로 좀비의 얼굴이 떨어졌다.
"병신."
"....."
8층에 있는 이들은 근접무기로 좀비들을 처리하며, 빠르게 입구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들이닥쳤다.
등에 있던 소총을 장전하는 이들.
정면에 가인과 지성이 있어 사격하지 못하자, 한 명의 군인이 외쳤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뒤를 확인하고, 주변을 바라보던 가인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군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좀비들에게 포위되었을 것이다.
달려오다가 갑작스레 멈추는 가인.
"가인아!!!"
김지성은 멈춰있는 가인을 발견하곤 다시 반대로 달려가서 가인들 들고 달렸다.
"정신 차려!"
안전 범위까지 오자 사격이 시작되고 정신을 차린 가인이 상황을 판단했다.
"...미안."
"왜 그런 거야."
가인은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발견했다.
작은 손을 꽉 쥐는 가인.
김지성은 가인을 두고, 군인들이 8층의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도와주었다.
8층의 입구를 막은 뒤, 위와 아래로 나눠져서 움직이는 사람들.
가만히 앉아있던 가인을 지키기 위해서 김지성이 남아있었고, 올라간 군인들 사이에서 덩치가 큰 상사가 내려왔다.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김 상사를 발견하자, 동요하는 가인.
"넌... 죽어야 한다. 아니 내가 꼭 넌 죽일 거야."
가인이 김 상사의 눈빛, 그리고 그 목소리에 떨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뭐!? 이런 상황..."
김지성의 머리에 권총을 가져다 댄 상사.
그의 행동으로 김지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비켜, 뒤지기 싫으면."
"미친 거 아니야?! 이 상황 속에서 이러는 이유가 뭔데!!!"
"저 새끼 때문에 너무 많은 전우들이 죽었다."
김 상사의 살기가 담긴 목소리에, 가인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구석에서 눈을 감으며 떨고 있었다.
"어린아이인 척하지 마라... 역겨우니까. 살인귀 새끼야..."
"잠깐만!!!기다려!!!"
김 상사가 가인이에게 총구를 돌리려고 하자. 김지성이 차라리 자신을 쏘라는 듯이 자신에게 총구를 돌렸다.
"잰 꼬마일 뿐이야."
피식 웃는 김 상사.
"꼬마? 어젯밤 또 한 명의 전우가 죽었다... 그럼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놔두자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상사가 권총을 든 손에 힘을 주자 김지성은 반항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그래? 너희들에겐 그렇게 해석이 되나? 나는 6년은 같이 행동하던 친구가 바로 어제 저 새끼한테 죽었다. 우리는 장례식을 치를 시간도 없이 여기에 있지, 만약 우리가 다 죽으면 누가 복수를 해주지?"
김지성은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김상사가 가인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순간적으로 김 상사의 권총을 뺏었다.
총을 분해하고 바닥에 떨구는 김지성.
"차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안하다. 가인은 살인귀가 아니야, 이 X같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살아남고 싶어서 행동했을 뿐이지."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가인을 바라보는 김 상사.
"시간이 없다..."
김지성도 가인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잘 생각해 봐, 가인이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죽였는지..."
김지성은 떨고 있는 가인에게 다가가 가인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가인은 빠르게 김지성에게 달라붙었다.
가인의 반응에 놀란 김지성은 가인에게 가능한 티 내지 않고 안은 채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홀로 남은 김 상사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군복에 가려져 있지만 검은색 군화를 통해 흘러내리는 피...
"시간이... 없..."
건물 외부의 비상구 계단.
유민성은 쩔뚝거리며, 군인들에게 수류탄을 받은 뒤 아래로 던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군인들.
그중 병장 한 명이 유민성에게 다가왔다.
"죄송했습니다."
"네?"
"그곳에 저도 있었습니다."
유민성은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받던 기억을 떠올리며, 명령 하에 자신을 위로 당기던 병장을 떠올렸다.
"아... 예."
"특히 캥거루쥐..."
유민성은 병사의 말을 잘랐다.
"가인입니다."
"예, 가인이에겐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럼... 직접 사과하시죠..."
병장은 사격을 하면서 말했다.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하..."
병장은 유민성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애정하던 이들이 그 작은 손에 죽었다면, 아이를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보호가 목적이었습니다."
"예, 상대방이 보호를 목적으로, 당신이 애정하던 이가 죽는다면, 그 아이를 어려서 그렇다고 치부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런 겁니다. 어제 죽은 중사님은 저에게 그런 분이셨으며, 20분 전까지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
유민성은 사격을 중지하고 병장을 쳐다보았지만, 병장은 말없이 사격을 하고 있었고, 그 뒤의 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타인이니 공감하지 못하는 게 맞습니다. 공감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당신에게 어제 일은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유민성은 말없이 병장을 바라보다가,다시 사격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