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8화 〉(외전)Zombie. (48/99)



〈 48화 〉(외전)Zombie.

가인은 자신이 김지성의 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발버둥치며 내려왔다.

"....."

얼굴이 붉어진 가인을 바라보는 김지성.

"꺼져."
"...안 돼."

가인은 김지성의 얼굴을 한번 바라보고는 유민성이 있는 건물 외부의 비상구로 향했다.
밖의 상황을 처음  김지성은, 압도적인 관경을 보고 당황했다.

"세상에..."

그리고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지성 씨!"

위층에 있던 유민성이 김지성을 발견하곤내려오면서 손을 흔들었다.

"세상에... 폭발음이 너무 많이 들린다고 생각은 했는데... 엄청나네요..."

주변에 건물을 뒤덮인 채 쓰러져 있는 좀비들이 가득했고, 산처럼 보이는 시체들 사이에 불구가  좀비들이 기어 다니고 있었다.
바로  백화점과 전철이 연결돼있는 구조물들은 전부 주저앉아있었다.

"더 이상 이곳까지올라올  있는 좀비들은 보이지 않아요."

김지성이 밑을 바라보자, 벽을 타고 쌓여있는 좀비들. 그 높이만 6층을 넘어섰다.

"....."

하지만 유민성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곳에... 보이진 않지만 무전을 통해 아직 엄청 많다는 건 알았어요."
"네?"
"이미 건물 반대편은 좀비들이 반 이상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그럼 그쪽으로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이곳을 포기할 수는 없죠."

김지성이 가인을 보더니 끄덕였다.

"그럼 저라도..."

가인도 반대편에 넘어가길 희망하는지, 옥상으로 올라가는 김지성을 따라갔고, 군인 2명과 마주쳤다.
김지성에게 인사하는 군인들이 가인을 보고 눈에 살기를 띠었다.
 모습을 본 가인은 손을 떨면서 김지성의 바지를 잡았고, 가인의 상태를 확인한 김지성과 유민성.
김지성이 가인을 들었다.

"제가 대신 사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거 압니다. 죄송합니다."
"".....""

두 명의 군인은 한숨을 쉬더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바닥에 쌓인 탄피들.
김지성은 미끄러지지 않도록 가인을 들고 조심스럽게 위로 향했다.
군인들을 지나치자 가인은 김지성의 품에서 내리려고 했고, 김지성은 가인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유민성과 가인.
김지성은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
"네가 어리고, 처음 느껴본 감정 때문에 두렵고 무서운  알겠는데... 넌 잘못한 게 맞아, 너한테 죽은 사람들도 너랑 같은 감정을 느꼈고, 이들에게 보복을 당해도 넌 할 말 없어."

움찔한 유민성은 밑에서 가만히 서있었고, 가인은 김지성의 말에 벌을 서는 아이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네가 몇 명의 나무들을 죽였는지 생각해 봤어? 아니, 기억은 나?"
"....."

김지성은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가인을 바라보았다.

"너도 이들의 가족들을 죽인 거에 죄책감이 없고 나무들을 마주할 자신도 없다면, 내려가자. 아직 안 늦었어."

땅을 보고 있는 가인은 아무 말이 없었다.

"....."
"...너 지금 민폐야. 그렇게 행동할 거면, 내가 방공호까지 대려다 줄게."

김지성이 가인의 작은 손을 잡고 내려가려고 하자, 가인은 가기 싫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고 계단의 손잡이를 잡았다.

"...놔."
"안 내려가..."
"꼬맹아, 민폐라고."

가인의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싫어..."
"너 때문에, 방금도 너 구하겠다고 나  번이나 죽을 뻔했고, 또 얼마나 위험에 처할지 모르겠어. 내려가자."

가인은 눈물이 가득한 눈망울로 말없이 계단의 손잡이를 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민성.

"같이... 가죠."
"민성 씨도... 하아... 같이 가죠."

다시 이들이 내려오자총을 쏘던 군인들은 의아해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1층.

미니건을 쏘던 하사가 외쳤다.

"마지막 벨트입니다."

미니건의 화력이 5분 뒤면 끝이 난다는 소리에 곽인구는 얼굴을 구겼다.
그리고 김 대위의 목소리가 울렸다.

"1,2조 손들어!"

손을 드는 12명의 사람들.

"정 하사! 이들을 이끌고 아이들이 있는 방어선으로 가라!"
"예!!!"

정 하사는 12명과 함께 탄약을 가득 들고 지하로 향했다.
명령을 기다렸다가 지하에서부터 뚫고 올라가기 위해서.
곽인구가 장전을 하며 김 대위 옆에 섰다.

"우리는 어쩌냐?"
"2개의 비상구를 기점으로, 위층에서 방어선을 하나씩 만들었을 겁니다! 천천히 올라가면 됩니다!"

미니건의 총알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뒤에서 자세를 잡은  대위가 외쳤다.

"강 하사! 달려!!"

미니건을 놓고 달리기 시작한 강 하사,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린 나머지 탄피를 밟고 미끄러졌다.

"강 하사!!!"

급하게 일어나려던  하사는 뒤에서 달려오는 좀비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조졌네..."
"강주환!!!!!"

강 하사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고, 이어서 울리는 폭발음.

꽈앙!

군인들이 절망하는 김 대위를 끌어올렸다.

"올라가셔야 합니다!!!"

위층으로 올라간 김 대위는 방어라인 뒤편에 앉아있었다.

"김 대위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그래..."

곽인구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같은  안 나려면 집중하자고."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이들은 정색을 했다.
그중  명의 병사가 곽인구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책임을 지셔야  겁니다."

말다툼도 일어날 시간도 없이 몰려드는 좀비.
가능한 좀비들의 수를 줄이며 올라가기 위해, 이들은 2곳  하나의 비상구 위치에 층마다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임시탄약고를 배치하여, 넓은 공간에서 진을 치고 화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독수리 문신을 한 남성이 계단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핳!? 다들 족같아! 왜 나한테만 그래?! 이힠?! 나도 총 가지고 싶었는데!"

독수리 문신 남성이 이곳저곳 들쑤시며 내려가자 총기가 보였다.

"오... 쩔어... 내꺼야? 자랑해야지~"

총을 주운 독수리 문신 남성.
시간이 한참 흐르고, 독수리 문신 남성은 흥얼거리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쿵쿵거리는 문.

"누구세요~~ 아핰?"

독수리 문신 남성이 문에 귀를 가져가자 좀비가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독수리 문신 남성은 소총을 들고 이리저리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이힠? 완전 멋있는데?! 오! 쩌러!"

쿵... 쿵...

"왜 이렇게 시끄러워! 다 죽었어!"

독수리 문신 남성이 총을 장전하며 문을 열었고, 가득했던 좀비가 쏟아져 나왔다.

"어...? 어?!"







엄청난 물량의 좀비가 쏟아져 나오고, 넓은 공간으로 나오기 전에 일제히 사격하는 이들.
시간을 만들어줄 장애물을 만들면서 그곳에 있는 탄창을 소모하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앞서서 위층으로 올라가던 김 대위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올라간 이들은 그곳에 좀비로 변한 김 상사가 김 대위를 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앞서가던 곽인구는 김 상사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친 뒤, 계단에 엎어진 김 상사의 머리를 강하게 밟았다.

퍼걱!

팔을 물린 김 대위.

"하악... 하악... 시팔..."

계단 위를 쳐다보니 김 상사는 좀비로 변하기 전에 턱 아래에서 머리를 향해 한 발을 쏜 것 같았지만, 뇌를 통과하지 않으면서 좀비가 된 것 같았다.
김 대위는 절망에 빠질 틈도 없이 말했다.

"8층은... 이미 좀비로 가득 차서 문을 잠갔다고 들었다... 7층을 통과해서 8층은 포기하고 빠르게 올라가라."
"김 대위님!"
"빨리!!!"

7층의 문을 연 곽인구는 정면에서 달려오는 몇 마리의 좀비를 확인했다.

"야, 얘들아. 그럴 시간 없다."

단검을 뽑은 곽인구가 정면에서 뛰어오는 좀비의 머리를 뚫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는 수십의 군인들에게 곽인구가 소리쳤다.

"입구 막고 튀어와!!!!"

곽인구의 고함소리에 당황한 사람들이 빠르게 올라왔고, 7층에 가득 몰려오는 좀비들을 확인했다.
김 대위는 이들이 문을닫지 않자 입구까지 걸어 올라간  스스로 문을 닫았다.

"김 대위님!!!"

무전기를 켜는 김 대위.

"임정혁 소령님..."
-"...그래."
"전... 아니 저희는... 들쥐들 용서 못 합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저희가족들  지켜주십시오."
-"걱정하지 마라."
"예. 그동안 감사했으며, 영광이었습니다."

김 대위는 몸에 있는 수류탄의 핀을 꾹 쥐었다.
눈물로 가득한 대위의 얼굴...
그리고 몰려오는 좀비들이대위의 모습을 가렸다.


콰앙!...






곽인구는 총알을 아끼기 위해 쥐고 있는 단검을 들고, 좀비들을 빠르게 하나씩 제거했다.

꽈앙!

김 대위의 마지막이 진동으로 느껴지며, 군인들은 눈을 꽈악 감았다.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그것까지 말리지 않는 곽인구.

"이대로면 고립된다! 뚫어!!!"

자연스럽게 지휘권을 넘겨받은 곽인구가 이들을 지휘했다.

"이번 탄창이 마지막입니다!!!"
"저 앞까지만 뚫으면, 탄창이 준비되어 있을 거다! 너희들이  잘 알잖아!!! 빨리 뚫어!"

곽인구는  사람들이 곽인구를 두려워했는지 몸으로 보여주는 듯한 모습으로 엄청난 양의 좀비를 단검으로 죽여나갔다.
자신의 소총을 옆에 있던 병사에게 던져주는 곽인구.
진지가 구축되어 있는 장소에 도착하자 군인들이 빠르게탄약을 보충했다.

쿠웅!

김 대위의 자폭으로 인해 헐렁해진 문을 뚫고, 목이 부풀어있는 좀비가 튀어나왔다.
스크리머의 눈이 돌아가며, 천천히 곽인구와 눈을 맞추더니 목이 부풀기 시작했다.

"시발."
"끄에에에에에엑!!!!!"

스크리머의 괴성이 건물 안을 가득 채웠고, 좀비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다시 반대편을 돌아본 곽인구는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좀비들을 확인했다.

"X됐네..."





가인은 말없이 유민성과 김지성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울리는 무전기.

-"가인이 들리나?."
"".....""

임정혁의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민성은 빠르게 무전을 받았다.

"유민성입니다."
-"지금 어디지?"
"10층에서 내려가고 있습니다."
-"....."
"무슨 일 때문이죠?"
-"곽인구가 고립되었다."

무전기로 들리는 목소리에 크게 움찔한 가인.

-"이미 비전투 인원까지 투입했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임정혁은 무전기를 통해서 빠르게 말했다.

-"누군가 잠가놓은 8층의 입구를 열어놓은 것으로 확인된다. 혹시나 열려있는 비상구를 통해 좀비가 내려가고 있다면... 입구를 막을  있겠나?"
"해보겠습니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포기하고 올라오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유민성과 김지성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가인은 멈춰있었다.

"가인아 넌 올라가."

갑자기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가인.

"죽어...? 아저씨가...?"
"가인아...?"

가인이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고, 이들은 당황하며 가인을 쫓아갔다.


9층.

유민성과 김지성은 말을 잃어가고 있었다.
주변의 좀비들과 달리 가인의 움직임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넘어섰다.
혼자서만 1.5배속으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
수십 마리의 좀비가 빠르게 갈려나갔고, 가인이 던진 투척용 단검이 미간에 박힌 채 쓰러져가는 좀비들.
유민성과 김지성이 달리면서 따라가고 있었지만, 가인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미친..."
가인이 지나간 뒤에 몇 마리 남아있지 않은 좀비들을 상대하는 사이, 가인은 이들의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동행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죽었으며, 좀비들은 장애물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명의 군인이 외쳤다.

"총알이 다 떨어졌습니다!"

장애물을 넘다가 곽인구 앞에 엎어지는 좀비.
곽인구는 좀비의 머리를 밟아서 터트리며 외쳤다.

"총알 남는 사람은 입구를 향해서 쏴!!! 좀비들이 못 오게 시체로 막아!!!"

아무리 시체 벽을 쌓아도 밀고 들어오는 좀비들...
이미 좀비에게 물린 여러 명의 사람들이 변하기 전에  마리라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총과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곽인구는 달려오는 두 마리의 좀비 중 한 마리의 머리를 옆으로 밀어 넘어트리고, 다른  마리의 머리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박혀있던 단검을 빠르게 뽑은 뒤, 일어난 좀비의 머리를 뚫고는 외쳤다.

"우리가 뚫리면 위는 끝이다! 우리는 전멸하면 안 돼!"

곽인구는 그나마 사격을 잘하던 병사에게 자신의 작은 가방과 권총을 건넸다.

"너는 가방에 총알 있으니까 뒤에서 총질이나 해라 새끼야."
"예!"

단검을 왼손으로 바꿔 쥔 곽인구가 오른손에 가인과 같은 소도를 쥐었다.
가인보다 느리지만 정확하고 힘 있는 노련한 움직임.
육체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곽인구의 움직임은 덩치와 맞지 않게 화려했다.
소도를 쥔 곽인구가 좀비에게 박아 넣자 좀비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권총으로 하나씩 조준해서 쏘고 있는 군인보다도 빠르게 처리하는 곽인구의 모습.
왼손에 쥔 단검을 좀비의 팔에 박아 넣고 당긴 뒤, 소도로 머리를 찍는 곽인구의 모습은 이들의 사기를 올리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정면에선 끝없이 올라오고,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좀비들로 인해, 좀비에게 근접한 군인 한 명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끝없이 몰려오는 좀비들, 곽인구는 더 이상 물러나면 위험하다 판단하고 입구를 막아섰다.

"곽인구씨 뒤로 물러서십시오!"

정면에서 다가온 한 마리의 좀비가 곽인구의 팔을 물었다.

"깝죽거리지 말고 뒤나 막아라 새끼야."

보호구로 인해 곽인구의 팔은 멀쩡했지만, 잠시 군인을 쳐다본 곽인구.

콰득!

쌔한 느낌을 받은 곽인구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고,
기어 다니던 좀비가 곽인구의 발목을 물고 있었다.

"아... 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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