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꼬맹이들의 다짐. (50/99)



〈 50화 〉꼬맹이들의 다짐.
내가 보고 있는 댓글은 좋게 말하면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댓글이었다.

- 이거 아동학대 심함. ㄹㅇ
ㄴ ㅇㅈ아무리 영화여도 시윤이 물속에 굴리는 거 에바임 진짜.
 이번 영화 논란 좀 빡세게  거 같은데.
ㄴ 시윤이 얼굴 빨개지는  보고 나만 심각하게 받아들인  아니었나 보네...
 실제로 고통스러워하는 거 같던데... 원래 유대연 명작 만들겠다고 사람 굴리는 거로 유명한데 애한테 눈 가리고 무슨 짓... 미쳤네...

8살짜리를 물고문하는 장면에 대해 생각보다 논란이 심했고, 나는 다른 영상들도 찾아보았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요즘은 이런 것도 논란이 되는구나...'

나를 포함한 이번 영화의 관계자들은 이미 시사회와 인터뷰에서 설명을 했지만, 오늘은 영화가 나온 지 2일차라서 그 인터뷰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인터뷰와 촬영 현장 영상을 통해 다들 알게 되겠지만.
나는 영화 촬영을 끝내고 그렇게 좋아하던 유대연의 기분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하나의 방법을 구상했다.

"아빠!"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을 텐데, 아빠는 내 목소리를 어떻게그렇게  듣고는 뛰어나왔다.

"응? 불렀니?"
"아빠 너튜브에 내 수영 영상 올려두 돼?"
"그럴까?"
"그 유대연 감독님한테 줬던 영상으로!"






한국에서 순위권을 다투는 압도적인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시윤지호 채널.
그곳에 영상이 올라왔다.
김지호가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하더니 각종 산소 탱크와 장비를 차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코와 눈을 가리는 물안경과 귀마개만 끼고는 아무런 장비 없이 몸에 딱 맞는 프리다이빙 슈트를 입고 깊은 물속으로 들어오는 시윤.
시윤이는 물속에서 떠오를 생각이 없는지, 부력이 없는 것처럼 천천히 물속으로 내려갔다.
2m의 깊이에 있는 발판에 앉아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김지호를 보고 손가락으로 V를 했다.
그리고 일어나더니 1m씩 수심이 깊어지는 계단식의 바닥을 장난스럽게  칸씩 내려오더니 6m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원형으로 깊게 뚫려있는 공간.
그곳을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돌아다니던 시윤이는 몸을 위로 띄우더니 백덤블링을 하며 부드럽게 그대로 밑으로 들어갔다.
김지호가 시윤이를 찍기 위해 얼마나 연습했는지 알 수 있을정도로, 시윤이와 같은 속도로 부드럽게 내려가고 있었고.
총 26m 깊이 바닥에 닿은 시윤이는 그곳에 앉아서 자신의 아빠 김지호를 쳐다보았다.
김지호의 것으로 추측되는 손이, 이제 올라가자는 듯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고.
시윤이는 주변을 바라보다 으쓱이더니, 천천히 올라갔다.
6m 바닥에 도착하자 입에 있는 숨을 뱉으며, 공기로 만들어진 링을 만들고 장난을 치는 장면으로 영상이 끝났다.
시윤이 밖으로 나오는 장면은 있지도 않았지만, 영상의 길이만 6분이 가볍게 넘어가는 영상.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유대연 감독은 영화를 따로 촬영을 하는 모습을 너튜브에 올렸다.
애초에 눈을 가린 물고문 씬은 영상에서 눈을 가리지도 않았을뿐더러,
묶여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돌아가는 기둥을 잡고 찍고, 물속에 잠겨있는 씬은 대부분 나를 본떠 만든 마네킹들이 대신했다.
영상이 퍼지자 공격적인 말로 나를 걱정해주던 댓글들은 사라졌으며, 오히려 진짜로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보고 감탄하는 이들만이 남았다.
내가 찍은 영화를 TV로 다시 보고 있자, 아빠가 과일을 들고 왔다.

"또 보게?"
"응."
"겨울방학이 언제 끝나지?"
"2월 1일 봄방학은 15일 뒤에 2주일."

아빠는 방학을 기억하는 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내 긴 머리를 빗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의 핸드폰이 울리며,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네, 시윤이만? 아... 알겠습니다~"

내 이름이 들리자 아빠를 올려다보았고 아빠가 웃으면서 말했다.

"장성만 삼촌인데 옆집 형님 출연해달라고 하던데?"
"나만?"
"응, 이번에 영화같이 찍은 사람들이랑~ 시윤이 포함해서  3명이래."
"다른 사람은?"
"아빠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스케줄 때문에 못하는  아닐까?"

나는 아빠가 가져온 과일 중 사과를 먹으면서 영화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아빠의 핸드폰이 울리며, 아빠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와... 시윤이 인기 많나봐... 아이 출연료가 무슨... 와... 아빠랑 비슷한데?"

나는  얘기만 나오면 그곳을 바라봤다.

"그래?"

그때 다시 전화가 울리면서 아빠가 받았다.

"여보세요?  시윤이 한다고 하네요."

아빠는 잠시 전화를 받더니 눈을 크게 떴다.

"네? 또요? 이번엔 드라마... 와... 시윤이 인기 진짜 많나 보네요."

한참을 통화하던 아빠는 진지하게 듣더니 눈을 밝혔다.

"...구미호 역이요...? 한복... 꼬리...? 시윤이... 꼭 시키겠습니다."
"...?"

내가 아빠를 쳐다보자, 아빠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받더니 혼자 무슨 상상을 하는지 변태같이 웃으면서 좋아했다.

"뭔데."
"시윤아, 이번에 '내 사랑은 구미호였다'라는 판타지 드라마 나온다는데..."

나는 아빠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싫어."
"....."
"아빠 얼굴 보니까 느낌상 귀염 뽕짝한 장면들 원하는 거 같은데  해."
"....."

갑자기 불쌍한 강아지처럼 표정을 짓는 아빠.

"그 표정 그대로 츄르 잃은 알파보다 불쌍한 표정 지으면 생각해볼게"

'츄르'라는 단어 때문에 알파와 베타가  몸을 비비 시작했다.
내 말을 들은 아빠가, 갑자기 불쌍한 표정이라도 지으려는지 표정을 더욱 구겼다

"...더러워."

 한마디에 당황한 아빠.

"...시윤아?"

아빠는 절망하며 나를 붙잡으려 했고, 그런 아빠의 손길을 가인이처럼 잽싸게 피했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지만, 아빠와 장성만의 힘으로 모든 스케줄을 쳐냈다.
그럴수록 올라가는  출연료로 인해, 옆집 형님 측에서 기존 출연료에 4배를 올렸다.
어차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능이기도 하며, 아빠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기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
촬영장에 도착한 나는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는 내 보호자로 같이 와서, 스태프들이 있는 곳에 앉아 촬영을 구경하고 있었다.
곽인구가 가인을 들고 있는 장면이 유명해서인지...
리허설 중 송일성에게 나를 안고 들어오는  어떻겠냐는 부탁을 하는 옆집 형님PD.
나는 흔쾌히 끄덕였고, 송일성은 웃으면서 나를 들어 올렸다.
송일성은 대한민국의 대표 힘캐로 유명해서 심각하게 근육이 빵빵했기에 그의 품은,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사인이 들어오고, 강인성과 옆집 형님 고정 출연진들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를 들고, 문을 덜컥 여는 송일성.
송일성의 덩치에 놀란 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교탁 위에 편하게 앉도록 하기 위해서, 들고  방석을 빠르게 깔아주는 김하늘.
나는 손을 흔들었고, 송일성과 김하늘도 나를 따라 인사를 했다.

"안녕~"

인사가 끝나고, 나를 오랜만에 본다고 말하는 사람들.

"시윤아 엄청 컸다~"
"알아."
"이제 몇 살이지?"
"검색해 봐."
"요즘 뭐하고 지냈어?"
"너튜브, 시윤지호 브이로그로 확인해 봐."

이런 식의 싹수없는 대답이 오갔지만, 이들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인성이 대표로 나에게 물었다.

"시윤이 수영을 그렇게 잘한다면서."
"맞아, 잘해."
"그럼 아빠한테 수영 배운 거야?"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말했다.

"우리 아빠 수영 개 못해. 아마 우리 집고양이가 더 잘할 걸?"

머리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아빠를 디스 하는 내 모습에 전부 웃음을 지었다.
나는  작은 남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그림 빼고 해본 적 없는 것들도 다 잘한다고"
"에이~ 영상 보니까 그림도 엄청 잘 그리던데?"
"다른 건 그거보다 더 잘해."

여전한 내 자화자찬에 어이없을 법 하지만,  모습이 나에게 더욱더 어울렸다.
무엇보다 숨김이 없어 편하기도 하고.




각자의 소개 시간이 끝나며, 나는 교탁 위에서 다리를 흔들거리고 있었고.
강인성이 송일성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일성이 요즘 해외에서 영화 찍는다며."
"맞아, 근데 유대연 감독님 대본 받아보니까, 내가  필요해 보이더라고."

다들 내 콘셉트에 맞추려는지,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다.

"인연도 있으니, 내가  해줘야지."

옆에 있던 잘생긴 남성이 김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알아? 세계에서도 난리 났었잖아."
"뭐로?"
"엄청 잘생긴 걸로."

멍뭉미를 자랑하던 김하늘은 이번 영화를 통해 해외에서도 말이 많아졌었다.
김하늘은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이  칭찬해 주면서 캡처한 거 봤어?"

김하늘이 지금 말하는 것은,
요즘 인터넷상에 김하늘의 인생 샷이라고 돌아다니는 사진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근데 시윤이랑 같이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내가 앉아있는 교탁 밑에서 패널을 꺼냈다.
패널엔 나와 김하늘이 같이 찍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시윤이랑 같이 찍으면 오징어 돼서..."

유독 내 얼굴에 필터를 끼운  같은 모습.

"진짜 시윤이 외모 많이 죽이려고 분장 엄청 했었는데."

나는 가능한 꼬질꼬질하고 남자답게 분장했었기에.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고, 나를 맞춰봐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김하늘의 손길을 받아 교탁에서 바닥에 내려왔다.
김하늘이 말하고 있을 동안 송일성은 나를 들어 높은 의자에 앉혀주었다.

"내가 지금까지 대본 리딩 하면서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 있어. 그게 뭘까?"

뒤에 있던 키 큰 남성이 말했다.

"시윤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비슷하지만 아니야, 포인트는 잘 잡은 거 같아."

앞에 있던 못생긴 남성이 손을 들고 말했다.

"시윤이의 애드리브 때문에?"

김하늘은 웃으면서, 지적했다.

"그 애드리브가 뭘까.?"

나는 처음 대본 리딩 때 초면인 김하늘에게 욕을 박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앞에 있는 연예인들 중,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것저것 말하지만 전부 틀렸고, 다시 왼쪽에 앉은 잘생긴 남성이 말했다.

"엿 날리면서 X까라고  거?"
"어! 정답이야!"

영화를 안본 이들이 있었는지, 수군거렸고 강인성이 나에게 말했다.

"시유나~ 한번 보여주면 안 될까?!"
"응, 안대."

내 단순 명쾌하고, 깔끔한 대답에 배우들은 웃고 있었다.

"안 그래도 콘셉트 때문에 싹수없어 보이는데, 여기에서 욕했다간 돌이킬 수 없어."

이번엔 배우들이 멈칫했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아빠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다 들리게 귓속말을 하는 김하늘.

"그거... 콘셉트 아니잖아."
"...?"
"미안..."

내 눈빛을 확인하고, 사과부터 하는 김하늘의 모습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내 차례가 되어서, 나는 뿅망치를 들고 걸어 다니며 말했다.

"흠... 내가  행동을 하면, 아빠가 극적인 반응을 해, 아마 저기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텐데, 이 행동을 하면 튀어나올 거야."
"".....""

멀리서 아빠가 움찔거렸고,  사람을 쳐다보았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게 뭘까?"
"어떤 반응하는데?"

잘생긴 남자가 물어봐서 나는 팔짱을 낀 뒤, 턱을 괴고 고민했다.

"흠... 엄청 좋아해."

못생긴 남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뽀뽀?"
"아냐  적극적으로 바뀌어."

같이 출연한 송일성과 김하늘도 모른다고 어깨를 으쓱였다.
갑자기 키 작은 남성이 카메라로 나오더니, 다리를 떠는 저질스러운 춤을 췄다.

"어? 비슷해, 춤은 맞아."
"춤 종류인 거야?"
"응 힌트 줄게"

내가 교탁을 잡고 엉덩이를 툭 내밀자, 역시나 아빠가 빠르게 카메라 뒤로 다가오더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핳, 저기 봐봐 아빠가 엄청 좋아해."

모자를 쓴 아빠를 찍는 일부 카메라맨들.
나는 아빠가 있는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한  더 튕겼고, 결국 아빠가 카메라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아빠는 다른 연예인들과 인사를 짧게 나눴다.

"오늘 등장 좋았어요~"
"시윤이 아이디어라서, 아하하..."
아빠의 등장은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였다.
아빠는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인사를 끝내고 나에게 다가왔다.




집으로 향하면서 아빠 핸드폰을 보니, 아빠는 어떻게든 나에게 한복을 입혀 보고 싶은 것 같았다.
검색어에 8세 여아 한복 사이즈가 많이 나왔다.
나는 아빠가 눈치 채기 전에 빠르게 너튜브를 틀고 영상을 보았다.

"시윤아~"
"응?"

아빠는 운전을 하면서 룸미러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한복 사러 갈까?"
"그냥 말해, 구미호 찍자고?"

 눈치를 보는 아빠.

"...그렇게 티 났어?"
"응."
"CG 엄청 한다고 그러더라고... 시윤이 복슬복슬한 꼬리..."

동물을 좋아하는 아빠는 사진으로 받은 꼬리를 나를 빗대어 상상했는지, 정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알겠어 할게."
"진짜?!"

아빠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과거 어린이집에서 만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혼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번 드라마는 아빠의 입김이 많이 있을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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