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SIYUN - In her brain. (56/99)



〈 56화 〉SIYUN - In her brain.

점심시간이 되고, 나랑 지훈이가 매점으로 향하려 하자, 우물쭈물하고 있는 지영이.
나는  모습을 발견하고 지영이를 데리고 매점으로 향했다.

"아무거나 집어."
"진짜...? 엄마가 남이 사주는 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박지훈을 쳐다봤고, 내 시선을 따라 지훈을 본 지영이  말을 잃었다.
저 새끼는 점심을 항상 자신의 부피만큼 처먹는다.

"쟤 봐, 그냥 아무거나 집어."
"응..."

내가 빵과 딸기 우유를 먹고 있으니, 피자 빵 종류를 데워온 박지훈이 다가왔다.
지훈이는 노골적으로 지영이를 쳐다봤다.

"오올, 친구 생겼어?“

나를 쳐다보며 피식 웃는 박지훈.
나는 눈치를 보고 있는 지영이에게 작게 말했다.

"저 병신은 그냥 무시하면 돼."

내 말로인해서, 지영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봤다.

"...그거 나쁜 말인데..."
"아니야, 병신한테는 써도 되는 거야, 돼지를 돼지라 부르는 거랑 같은 거지, 쟨 병신인 거야."
"...나쁜 말... 맞는데..."

아쉬웠다.

내가 아닌, 다른 꼬맹이가 박지훈에게 병신이란 소리를 하길 원했는데...
이렇게 순수하다니...

우유를 먹고 있는 꼬맹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
박지훈은 꾸역꾸역 입이 터져라, 빵을 쑤셔 넣더니 콜라를 마신다.

"맛있냐?"
"앙 기모띠~ 피자 빵 버억."

점점 병신이 되어가는 지훈이를 보고 있으니... 참... 쟤가 나랑 같이 환생한 새끼가 맞는지 궁금해진다.
걍 운동 좀 하는 10살  자체다.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는 박지훈을 보고 있으면, 배워야 하나 싶을 정도다.

인정한다.
누가 봐도 10살의 모습이기에...

나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먹는 지영이를 보고 말했다.

"배고프면 더 먹어, 많이 먹어야 빨리 크지."
"응? 괜찮아, 이것도 많은걸?"

그리고 나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크고 있는 박지훈을 쳐다보았다.

"2m 찍으려고 그러냐?"
"와오 완전 목표인데?"

지금 지훈은 다른 애들에 비해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나보다도 머리 하나가  큰 키.

"그래서 눈 수술은 언제 하는데,"
"이번 여름방학 때. 이빨 교정도 한다던데."

나는 지훈이가 내밀어서 보여주는 덧니를 쳐다보았다.

"이좀 닦아라 노란색 오바야, 존나 더럽네."
"풋."

옆에서 지영이가 웃자, 지훈이 빵을 먹으며무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움찔해서 시선을 피하는 지영.
지훈이는 꼬맹이들 사이에서 싸움만 하는 양아치로 인식되어 있었다.

"너 나랑 있을  말고, 싸운 적 있냐?"
"전에 5학년이 나한테, 뭐같이 생겨서 너 옆에 붙어 다니지 말라고 경고 하길래 한번?"
"몇 명."
"3명."
"존나 자랑스럽게 말하네, 애들 때리니까 좋냐?"
"와... 시발 누구 때문에 싸웠는데,  감동이라도 할 줄. 그리고 때리기는 혼내준 거지."

나는 딸기 우유를 마시며, 지영이를 쳐다보았다.

"...?"
"피아노 치러 갈까?"
"다음... 국어시간인데?"
"너 피아노 전공이잖아."
"응... 근데 네가..."
"난 상관없어."

우리 대화를 음식을 먹으면서 듣고 있던 지훈이 말했다.

"와...  나 두고 가려고."
"너 이제, 하교하고 운동하러 가잖아."
"앙 들켰띠~"
'미친 새낀가 진짜...'

나는 지훈이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지영이를 데리고 나갔다.

"나 아직 다 안 먹었어!!!"
"꺼져 그냥."

지훈이는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먹을 걸 그대로 버리고 내 쪽으로 달려왔다.


나는 지영이를 데리고 음악실로 향했다.
나를 발견하자마자 반기는 음악선생.

"다음 수업이 2-4 담임 선생님인 국어 선생님인데, 저 여기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는 학교 내에 있음을 알리기만 하면, 뭘 하던지 선생님들이 터치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엔 내 성적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재능을 꽃피우는  목적인 서울 사립 초등학교 교육방식도 한몫했다.
피아노를 치는 지영이의 실력은 생각 이상이었고, 꽤나 잘 쳐서 놀랬다.

"오... 잘 치는데?"
"아니야..."

나는 얼굴을 붉히는 지영의 옆에서, 음악선생과 같이 지켜보았다.







아빠가 크래미 어워드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나와 같이 미국으로 향했다.
시윤 생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았고, 과거 비행기와는 많은 것이 달랐다.
내부가 말도 안 되게 깔끔하고, 냄새도 나지 않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시윤아 비행기 처음 타지?"
"응."
"신발 벗어야 된다?"
"그래?"

내가 입구에서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으니, 스튜어디스가 웃었다.

"...?"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웃고 있는 아빠.

"왜?"
"원래 신발 벗는 거 아니야."
"그래?"

나는 가볍게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내려놓고 다시 신었고.
나와 9년을 같이 산 아빠가, 내 기분을 눈치 채고 급하게 말했다.

"시윤아 미안해."
"아니야, 그럴 수 있지."

아빠가 내 어깨를 잡으려고 해서 탁! 하고 빠르고 가볍게 쳐냈다.

"시윤아!"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스튜어디스가 작게 말했다.

"브이로그랑 모습이 같네요..."
"아하하..."

어색하게 웃고 있는 아빠를 보며 정색했다.

"웃어...?"

아빠는 결국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하루 종일  수발을 들어줬어야 했다.










아빠는  첫 해외여행이기에, 매니저를 대동하며 움직였다.
JSM 소속 아빠와 친분이 두터운 매니저인지,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
120cm의 다 큰 나를 들고 다니려는 아빠.

"아빠."
"응?"
"밥."
"배고파? 피자 먹으러 갈래?"
"피자? 그래, 그럽시다."

아빠는 식당에 앉자마자 주문했다.
시간이 지나자, 커다란 피자와 콜라 3개가 나왔다.
내 얼굴보다 커다란 피자 한 조각을 들고 먹었고, 생각보다 맛있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빠는 이런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만 좀 찍지? 얼굴 닳는데."
"아니야~이런  남겨야 돼."

그때 나를 힐끔힐끔 보던 흑인 남성이 다가왔다.
경계를 하는 매니저.
흑인이 다가와서 어색한 한국어로 내게 말했다.

"가인... 맞쥐?"
"안녕~"
"놔 좀븨 영화 봤업, 진쫘 대박야!  정말 Fan이야!"

팬이라는 소리에 경계를 푸는 아빠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입안의 피자를 우물거리며, 흑인 남성에게 사인을 해준 뒤, 아빠랑 셋이서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에 찍힌 아빠의 얼굴을 확인하고 경악하는 흑인 남성.

"지... 지호...? Your Father? Oh my god..."

아빠는 어색하게 웃었고, 역시 나보다 유명한 아빠를 알아보는 이들이 다가왔다.
나는 피자를 오물거리며,  모습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빠지고 가게의 사장까지 사인을 해주고 나서야 아빠는 앉아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눴다.

"그니까, 경호원 데리고 오자고 했잖아."
"...알아볼 줄은 몰랐지..."
"빌보드 1위 해놓고 알아볼 줄 몰랐다고하면 참... 그렇구나 싶겠다."
"원래 동양인 얼굴 구별 잘 못하잖아..."
"그게 일반인이랑 빌보드 1위 한 사람이랑 비교하는  맞냐고..."

아빠는 죄지은 사람처럼 식은 피자에 크림치즈를 얹어 먹었고, 그 모습을 보던 매니저가 말했다.

"어차피 내일부터 경호원 따라다닐 거야."
"...시윤이랑 구경 다니려고 했는데..."
"너 시윤이까지 위험에 빠트리지 마."
"응..."





아빠는 다시 이곳이 미국임을 깨닫고, 준비되어 있는 숙소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사람들, 너튜브에서 자주 보던 외국인까지 보인다.
호텔 방으로 들어가서 정리를  뒤, 아빠는 자려고 누워있는 코를 만졌다.

"하지 말지?"
"왜애애앵"
나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빠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저기 소파에서 자."
"미안."







다음날 이곳에 온 김에 토크쇼 섭외를 받아들인 아빠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호야 시간 없어 출발해야 돼."
"잠깐만, 시윤이  좀."

나에게 가지고 온 옷을 이것저것 입혀보고는 한참을 고민하는 아빠.

"이제 좀 가지?"

결국 아빠는 지금 입은 옷으로 결정하고, 나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호텔 앞에서 대기 중인 차량.
타고 이동하니 공장처럼 생긴 건물들이 나왔고, 우리는 안내원을 따라 움직였다.
그곳에 토크쇼를 진행하는 '자민'이란 정장을 입고 있는 외국인 아저씨가 우리를 반겼다.
잠시 대화를  뒤, 리허설을 끝내고 토크쇼는 진행되었다.






"빌보드는 이 사람이 휩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개하죠 김지호 씨."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아빠는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와우, 실물을 영접하는데 대통령보다 힘들다는 말이 있더군요."
"아하하..."

아빠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소파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초대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유는 역시..."
"제 딸 때문입니다. 너무 어려서 혼자 두기 힘들죠."

자민은 끄덕이면서, 말했다.

"지호 씨를 초대하기 위해서는 같이 섭외해야 한다는 말이 있죠.

한 번 더 소개합니다! 대한민국의 작은 바비 인형, 김시윤 양 들어와 주세요!"
나는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면서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모습까지 환호하는 이들.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요?"
"하아... 제가 왜 인형이죠?"

커다란 화면에서 내 구미호분장이 나왔다, 한복 치마를 흔들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모습.
뽀잉뽀잉 효과음도 들어가 있었다.

"이 장면은 현재 미국에서도 핫하죠? 시윤이란 이름은 몰라도, 이 밈을 아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저거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행동이에요."

내 갑작스러운 대답에, 아빠가 깜짝 놀랐다.

"내가 언제!"
"봤죠?"

아빠와 나의 대화로 인해서, 진행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지호 씨, 이번에 크래미 어워드 시상식에 참여하는데 어떤 기분이신가요?"
"참여하는 것만으로 정말 감사하며, 영광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윤이가 더 중요하죠. 빨리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오... 지금도 잘 지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제가, 시윤이를 데리고 밖에서 자본적이 없어서 슬슬 불안하네요..."
"아하하, 이래서 10년간 외부활동을  한 것이군요."

아빠는 웃으면서 나를 보더니 코를 만진다.
요즘 들어 자주 코를 만지는 것 같지만, 이 정도야 허락해 줄 수 있다.

"시윤이 없었으면, 아마 저도 없었을 겁니다. 사실 힘들긴 했거든요 많이."
"".....""

잠시 3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나는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아빠와 눈을 맞췄다.

"뭘 봐."

 말에 피식 웃은 김지호가 카메라를 봤다.

"시윤이는 제게 과분한 축복이죠."

자민은 그 모습에 웃으면서 말했다.

"지호 씨, 이번 노래가 딸과 싸우고 만든 노래라고 소문이 많던데요?"
"아! 저도 그 댓글 많이 봤어요, 노래만 듣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썼는지 맞출  있다는 거... 정말 대단합니다."
"그럼진짜인 건가요? 요즘 지호 씨의 싸우고 난 노래는 승리감에 취해있다고 하던데..."
"시윤이가 져주는 거죠."

나는 아빠가 내민 손가락을 만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자민이 나에게 질문했다.

"이번 네 머릿속 137번 작품이 백만 달러를 넘어선  알고 있니?"
"알고 있죠, 아마도 아빠가 유명하니까 시너지 같은데...  쓸 곳 없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아하하, 아니지 그만큼 작품이 좋다는 얘기인 거야."

이어지던 토크쇼는 자연스럽게 아빠의 공연으로 끝을 내렸다.





아빠는 유명한 사람들의 초대를 받아 같이 사진을 찍거나 돌아다니며, 나에게 미국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크래미 어워드 시상식에 참가했다.








아빠는 크래미 어워드에 대상을 차지하며 세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
그럼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아빠 덕에, 변한 것은 없지만.
아빠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알파와 베타를 빗질해주고 있었다.

"시윤아~"
"응?"
"털 좀 담게 봉지 좀 가져다줄래?"

나는 창고에 들어가, 커진 키 덕분에 원래 닿지 않던 높이에서 봉지를 꺼낸 뒤, 아빠에게 건넸다.

"먹고 싶은  있어?"
"딱히? 피자?"

나는 냉장고를 열어서 떠먹는 요거트를 들었다.
뚜껑을 따고숟가락을 가져와서 조금씩 먹고 있자, 알파와 베타가 다가왔다.

"너네 꺼 아니거든?"
"시윤아."
"응?"
"머리 조금만자를까?"

아빠는 엉덩이 밑까지 오는 내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긴 머리카락 때문에, 앉을 때 뒷머리를 앞으로 넘기며 앉아야 했다.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많이 잘라도 상관없는데?"
"안 돼. 시윤이 머리 긴 게 이쁜걸? 허리까지만 자르러 가자~"
"알겠어."

나는 뉴스를 보며 대답했다.







시간이 흐르고 여름방학 10일을 남기고 있었다.
이제서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세계 미술대회를 주최하는 '브사'라는 곳에서 고민수 선생에게 연락을 했다.
'SIYUN - In her brain' 시리즈가 있었기에, 내가 그린 것임을 확인하는 절차 단계가 없었다.
이미 나는 화가 반열에 올라있었다.
인터뷰 요청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장성만과 아빠가 모두 잘랐다.
어느 브사에서 나에게 직접 연락이 왔다.

"Hello."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에, 영어로 답해주었다.

-"Is that Siyoon?"
"Yeah."
-"You must come to Australia, because get a prize and money. (이번에 상금과 상을 타기위해서 호주로 와주셔야 합니다)."
"Ask my father. (아빠한테 요청하세요.)"
-"Umm... He said no... (그게... 거절을 해서...)"
"Right, I won’t go there. (맞아요. 안갈 거예요.)"

내 단호한 목소리에 브사의 직원이 결심한 듯 말했다.

-"So, your prize will be transferred to another person. (그렇다면 상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됩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Alright. (그래요.)"
-"...What..?"
"I’m busy. Um, send my painting by next week. (바빠요, 그럼 그림도 다음 주까지 보내주세요. 그럼.)"
-"Wa.. Wait...! (자... 잠시!)"

전화를 빠르게 끄고 책상 위로 던진 나는, 다시 지훈과 같이 단풍잎 게임 보스 몬스터를 잡기 시작했다.

"아 뭐 하냐고!!"

헤드셋으로 들리는 박지훈의 목소리.

-"어이가 없네, 지금 네가 딜 못하고 있거든?"
"뭐래, 삼촌 때문이지."
-"그건 맞는 말이네."

그때 가만히 있던 쉰이 말했다.

-"야!! 그건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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