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다연이의 짝사랑 (61/99)



〈 61화 〉다연이의 짝사랑

다연이는 박지훈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박지훈은 다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우리보다 머리 하나가 커졌으며 그간 운동을많이 해서 김태오보다도 몸이 좋았다.

그래봤자 둘 다 꼬맹이지만.

그리고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얼굴.
찐따 같았던 얼굴이 수술  완벽히 가라앉은 눈 하나로 날카로운 인상으로 바뀌었다.
누가 봐도 '나 삐뚤어졌소'라고 광고를 하는 것처럼 정확하게는 양아치 상이지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코를 파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김태오 쪽으로 튕기는 박지훈.
사람들 몰래 나한테도  짓을 질리도록 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존나 든든했다.

태오에겐 미안하지만, 박지훈을 싫어하게 만들면서, 나는 그런 박지훈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목표.

하지만 김태오는 박지훈을 신경 쓰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박지훈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고.
우리 둘은 온몸에 가시가 돋는 것처럼 소름이 돋았다.
 와중에 기뻐하는 박지훈의 어머니...


다행인 것은 다연이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나와 박지훈은 작전회의를 위해서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야, 손잡는 건 이제 그만하자."
"나도 소름 돋아서 못하겠어."
"상황에 따라더한 것도 해야 될 수도 있을 건데... 일단 보류야."

나는 끄덕이고 있는 박지훈에게 말했다.

"맞다 내 손목  강하게 잡아볼래?"
"왜?"
"악력 좀 보자."

나는 박지훈이 가볍게 잡은 악력이 김태오와 비교해서 더욱 묵직한 걸 느끼고 끄덕였다.

"김태오보다 뭐든 잘해야 한다. 뭐든 이기고 알겠지? 그리고 남들 몰래 하는 네 특유 족같은 미소도 좀 지어주고."
"???"
"이 새끼 모르는척하네... 나한테 하던 거 있잖아,"
"아, 오케이."

우리 둘은 작전회의를 이어갔다.




멀리서 몰래 지켜보던 아빠와 지훈이의 엄마.

"어머... 저렇게 친하게 지내는지 몰랐어요."
"그러게요... 하긴, 시윤이 학교에 친구라곤 지훈이랑 지영이 밖에 없잖아요."
"그래요?"

아빠와 지훈의 엄마는 웃으면서 끄덕였다.







작전을 끝낸 우리는 다연에게 다가갔다.
나는 다연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어때 지훈이 멋있지?"

내 눈치를 보던 다연.

"시유니... 지훈이 좋아해?"

나는 준비된 말을 해야 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응? 으응..."

갑자기 다연이가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진짜?! 전혀 몰랐어!"

나는 다연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쉿... 좋아하는 건, 티내면 안 되는 거야."
"응!"

지훈이가 다연이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다?"
"응! 4년만이야."
"이야  까먹고, 기억하나 보네 똑똑하다."
"원래 내가 더 똑똑했어."

박지훈은 피식 웃으며 다연이의 머리를 만지려 했지만, 김태오가 박지훈의 손을 잡으려 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쓱 피하는 박지훈.

"왜, 내 팔 만지려고 하냐?"
"....."

김태오는 지훈이 피할 줄은 몰랐는지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친해지고 싶으면 말을 하거라. 아가야."

다연이가 보지 못할 때 썩소를 날리는 박지훈.
역시  박지훈 특유의 족같은 미소는 보는 이를 빡치게 하기에 충분했고, 감정 변화가 없던 태오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박지훈은 김태오에게 턱으로 물을 가리키더니, 물속으로 깔끔하게 입수했다.

"....."

김태오는 갑자기 피식 웃더니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완벽하다.
누가 봐도 박지훈은 시도 때도 없이 빨빨대는 11살이 분명하다.
그리고 시작된 둘의 수영시합.

"와... 지훈이 수영 잘한다~"

승부욕에 불이 붙은 둘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고,
나와 다연이는  모습을 지켜보다 물속에 들어갔다.
모든 힘을 발휘하여 빠르게 나아가는 둘이지만,
나와 다연이는 대충 수영하면서 박지훈과 김태오를 압도하는 속도로 앞질러갔다.

나와 다연이의 수영실력을 보더니 벙쪄서 멈추는 둘.
박지훈은 다연이의 수영선수 같은 실력을, 김태오는 내 수영실력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시선에 힘입은 나는 '인간 어뢰'가 뭔지 보여줬다.

""....."“





이곳에도 15m 밑으로 들어가는 다이빙 연습 구역이 있음을 확인하고 몸을 풀었다.

"시유나... 저기 들어가려고?"
"응 위에서 떠다니면서 구경하고 있어~"
"응!"

나는 직원에게 주머니에 있는 프리다이버 자격증 0단계를 내밀었다.
깊은 물에 들어갈 때는, 나도 자만하지 않고 앉아서 호흡 조절을 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기에.

"하압."

나는 안전요원의 감시 하에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원형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김태오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다연이가 물속에 다리만 집어넣고 있자, 박지훈이 자연스럽게 다연이 옆에 앉았다.

"진짜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네..."
"시유니는 인어니까."

박지훈은 피식 웃으며 다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지만, 또다시 김태오가 박지훈의 손을 잡았다.

"함부로 손대지 마라."

피식 웃은 박지훈이 김태오의 손을 가볍게 털려고 했지만.
박지훈의 생각보다 김태오의 악력이 강했다.
힘을 줘서 빼자, 박지훈의 손을 놓친 태오로 인해 그 반동으로 사이에 있던 다연이가 물속으로 빠졌다.

꺅!

당황한 김태오가 다연이를 구하기 위해 빠르게 물속으로 들어갔고,
박지훈도 마찬가지로 물속으로 들어갔다.
간과한 게 있다면, 다연이는 이들보다 수영을 압도적으로 잘한다는 것.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물 위로 올라온 다연이 때문에, 둘은 물속에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물밑에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을 무렵, 위에서 갑자기 다연이가 물속에 빠졌다.
나는 급하게 헤엄쳐서 올라갔고, 상황을 판단했다.
물안경과 귀마개를 벗은 뒤 이들을 쳐다보자, 내 눈빛에 움찔한 꼬맹이들.

"뭔 상황이냐?"
"".....""

나는 박지훈의 조인트를 까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에 물 위로 올라온 뒤, 다연이의 손을 잡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봤지? 바보들인 거."
"응..."

다연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졸졸 따라왔다.







언제 김태오가 나에게 고백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뒤,
다시 한  나는 한동안 김태오를 보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크면 나를 잊어주기를 빌면서...

아빠는 브이로그를 찍겠다더니, 갑자기 카메라를 나에게 맡기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어휴..."
-시윤아 얼굴 보여줘!
"싫어요."
-시윤아 그림 그려줘!
"싫어요."
-시윤아 뽀뽀해 줘!

나는 자연스럽게 신고 버튼을눌렀다.

그리고 잠옷 모자를  뒤, 아빠가 자주 쓰는 검은색 마스크를 가져와서 쓰자, 얼굴 전부를 가렸다.
나는 살짝 내려서, 눈만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됐다."

 얼굴이 안 나오자 실망한 이들.

"아빠는 자꾸 나한테 맡기고 어디 가는 거야..."

나는 카메라를 거실에 설치한  소파에 누웠고, 살며시 다가오는 베타를 만졌다.
이젠 베타보다 큰 나지만, 베타는 동종 고양이들에 비해 커도 너무 컸다.

"베타야, 언니가 좋니?"
"먕."
"아핰, 커여워"

어느새 알파도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뽀송뽀송한 하나의 티끌도 없는 하얀 털.
알파가 우아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손."

알파가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내 손가락을 핥는다.
그럴수록 내 품으로 더욱 파고드는 베타.
나는 고양이들과 놀다가 그대로 잠에 들었다.







김지호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거실로 나왔고, 알파와 베타 사이에서 자고 있는 시윤이를 발견했다.

"어? 자고 있네."

김지호가 카메라를 보며 인사하고는 시윤이를 들었다.

"시윤이 잘 때 누가 업어 가도 몰라서... 방에 두고 올게요."

김지호는 시윤이를 눕히고, 마스크를 벗긴  방문을 닫고 나왔다.

"오늘도 요리 방송할까 하는데 괜찮죠?"

-ㅇㅇㅇㅇㅇ
-시윤이 없는 요리 방송이라 98% 부족한데 ㄱㅊ

"2%여도 봐주셔서 감사해요 아하하."

김지호는 댓글을 보며 웃으면서 요리를 만들었다.







눈을 떴을  앞이 보이지 않는 걸보니, 밤인 걸 알 수 있었다.
눈앞엔 분명 아빠가 있을 테니, 나는 침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방을 빠져나오니, 눈이 어둠 속에 적응이라도  듯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실에 있는 내 핸드폰을 찾은 뒤에, 핸드폰을 켜자 4시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오는 하품소리를 참으며 기지개를 펴고, 살금살금 게임방으로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소리가 나지 않게 닫은 뒤 컴퓨터를 틀었다.

'후후후... 긴장이 되는구만...'

나는 조심스럽게 헤드셋을 끼고 단풍잎 게임을 했다.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혼자 쿡쿡거리며 게임을 한참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는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느끼며,
공포영화의  장면처럼 헤드셋을 벗고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고...
웃고 있는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꺄아아앙앍아악!!!"
"김시윤!!!"

나는 너무 놀라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아빠는 불을 켜고 나를혼냈다.

"요즘  이렇게 빨리 자나 했어!  시간에 컴퓨터를 해?!!"

나는 책상 밑에 들어가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악... 하악... 미안..."

아빠는 나를 끌어내린 뒤, 한참을 설교했다.
하지만 벌까지 세울 마음은 없었는지, 나를 들더니 방에 눕히고는 아빠는 다시 잠에 들었다.
아빠의 숨소리가 깊어지며 잠을 자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조심스럽게 나가려고 하자 아빠가 말했다.

"...벌서고 잘래?"
"아... 아니... 불편해서 그랬지..."

나는 그 상태에서 멈춰서 뒤척이는 척하며, 이불을 덮은   오는 잠을 마저 잤다.









푹푹 찌는 한여름, 나는 세상이 좋아진 걸 다시  번 느낀다.
더우면 그늘에 가는 것이 맞지만, 지금은 어딜 가던지 여름에도 춥다.
실내에만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의 입구에서도 찬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많던 벌레들을 대량 학살이라도 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박물관이나 체험학습, 아니면 너튜브에서만 보일뿐.
하긴, 옛날에 흔했던 벌레들도, 멸종 위기종이니...

나는 11살이 되고 행동반경이 비교적 넓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아빠를 두기도 했고, 나 자체도 너무 유명해서 안전상 혼자 돌아다니지는 못하지만.
아파트 내부에선 혼자 돌아다녀도 상관없었고, JSM 본사 내부에서도마찬가지였다.
결국,'건물 안'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는  하지만.




나는 지금 JSM 본사 안에서 드리밍이 춤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캬, 기가 막히네.'

특히 이제 27살이  지수 이모의 미모는 명불허전이다.
과자를 집어먹으며 지켜보고 있으니, 연습을 끝낸 드리밍 멤버들이 달려왔다.

""시윤아~""
"응."

오랜만에 스스로를 시크하다 생각하며, 특유의 방식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빠는?"
"아빠? 대표 삼촌이랑 얘기하던데."

리제가 나에게 사탕을 바쳤다.

'오냐 내가 널 예뻐해 주마.'

나는 사탕을 받아들고는 나중에 먹을 생각으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나를 유심히 보던 유아가 말했다.

"진짜 엄청 예뻐졌다... 나중에 엄청나겠는데?"
"나?"
"응!"
"지금도 그래."
"맞지 맞지~"

 팔다리는 더욱더 길어져서, 나중에 얼마나 클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의 키가 커서, 나도 그렇게 큰 편도 아니었다.
막상 다연이랑 비교해도 3cm 정도 클 뿐.

JSM 본사 안에는 내 그림이 자주 보인다.
원래 그림 한 점 없던 본사지만, 지금은 파르지에의 작품부터, 안준태 화백의 작품, 고민수 선생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물론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수 이모."
"응?"
"나 PC방 가보고 싶어."
"어...?"

나는 핸드폰으로, 새벽에 가끔 PC방에 출몰한다는 지수 이모의 뉴스를 보았다.

"아빠한테 허락 맡아볼까...?"
"응."
"근데... 이모 혼나면 어떡해?"

나는 눈을 꿈뻑꿈뻑 천천히 뜨면서, 반짝이며 지수 이모를 유혹하자,
지수 이모는 내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다짐을했는지 혼자서 끄덕이더니,  손을 잡고 아빠에게 향했다.

문앞에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지수 이모가 문을 천천히 두들겼다.

"들어오세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지수 이모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장성만과 대화를 하다가, 이쪽을 힐끔 본 아빠가 나를 발견하더니 시선을 고정했다.

"응? 무슨 일이야?"
"저... 선배님? 시윤이 대리고 PC방에... 가도 될까요?"
"안 돼."
".....네."

지수 이모는 아빠의 단호한 한마디에 무너지려고 했고,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빨리 말을 이었다.

"구경이나 해봅시다."
"...안 돼."
"아 왜! 이모랑 같이 갔다 올게 궁금해서 그래!"
"...흠 아니야 역시 안 돼."
"와... 요즘 애들은 PC방 가는데... 왜 나만 안 되는데!"
"넌 평범하지 않잖니..."
"우리 반 국회의원 아들도 혼자서 가더라, 아빠 정도면 평범한 거지. 치사하게."

아빠는 잠시 말이 없었고, 그제야 지수 이모가 말했다.

"제가 자주 다니는 곳 있는데... 거기 멤버들이랑 같이 자주 가거든요... 방도 따로 있어서, 지금까지 알아보는 사람 없었어요."
"하아... 새벽에 가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아빠는 반짝이는 나와 지수 이모의 눈을 보면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같이 가자."

아빠의 말에 나는 빠르게 생각을 마치고 말했다.

"싫어."
"왜?"
"아빠랑 가면 여자만의 대화가 안 돼, 궁금한 거 많단 말이야."
"....."

아빠는 잠시 침묵하더니, 내 나이를 생각하고는 천천히 끄덕였다.

"안전한 맞지? 아니다 거기가 어디야? 방으로 되어있으면, 주변에서 나도 하고 있게."

아빠는 혼자서 최대한 합의를 봤다고 생각했는지,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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