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6학년. (62/99)



〈 62화 〉6학년.

아빠의 작업이 끝나자, 나는 생애 처음으로 너튜브로만 보았던 pc방에 들어갔다.
나는 빠르게 정보를 입력한 뒤, 아이디를 만들었다.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음식을 클릭하자, 메뉴엔 각종 음식들로 가득했다.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주문을 하고 있었고, 지수 이모는 그런 나를 봤다.

"우리 시윤이, 이모한테 궁금한 게 뭐야?"
"응? 그런 거 없는데?"
"...어? 아빠한테  못할  있는 거... 아니었어?"
"응, 아직 초기 증상 그런  없어."
"아..."
"그리고 아빠가 이미 더 잘 알걸? 시간  때마다 그런 거 검색해보던데."
"그렇구나... 그럼 선배님이 시윤이가  물어봤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그냥 대충 둘러대."

나는 지수 이모가 하는 게임을 쳐다보았다.
지훈이가 나보다 압도적으로 잘하던 fps 류의 게임.
나도 아이디가 있기에 이모와 같이 했고, 지수 이모는 그 박지훈보다도 잘했다.

"....."
"괘... 괜찮아? 시윤이도... 잘하던걸?!"
"하아... 다 아는 사실을 돌려서 말하면,  속상하거든...?"
"미... 미안."

나는 주문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게임을 이어나갔다.
어느새 PC방에 도착한 지은 이모가, 내 옆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다.

"지수야 오늘도 캐리 부탁해! 사람들이 나 못한다고 놀려... 오늘은 티어를 올려야겠어."
"저만 믿으세욧!"

아빠와 짬이 비슷한 지은 이모는 웃으면서 게임에 합류했고.
지수 이모는 최악의 게임 실력을 가지고 있는 둘을 업어주느라 힘겨워보였다.
버스를 태워주려고 해도 탑승을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맞다, 이번에 드라마 찍는다며."
"아! 맞아요 저희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그룹 활동은 슬슬 줄일 생각이에요."
"막 트러블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
"물론이죠, 저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야... 저희도 편한 마음으로 쉴 텐데..."
"있을  잘해."
"...네 그럴게요."

지수 이모는 대화를 하면서도 적의 진영을 혼자서 무너트리고 있었다.
삼국지 여포가 저런 모습이었을까, 당연하다는 듯이 트리플 킬이 연속으로 올라온다.
그때 게임 안의 마이크가 울렸다.

-"우리  핵 아님?"
"아니거든요?"

지수 이모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뒤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체 채팅이 올라왔다.

(팀) - 우리 팀 드리밍 지수 있는데?
(팀) - ㄹㅇ 지수 목소리임.
(상대) - 뻥치지 마세요.
(팀) - 진짜라니까 핵이냐고 물어봤는데, 지수라서 식겁함.
(상대) - 아이디 '지순이' 말하는 거? ㅁㅊ 지금 보니 닉네임부터 지수였음.

나는 이제서야 지수 이모의 닉네임을 확인했고. 지수 이모는 얼굴을 붉혔다.
지순이라... 자신이 누구인지 숨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숨겼다고 하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었기에...
'지순이가 뭐야.'

"이렇게 된 거 나도 해야지~"

나는 게임 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게임 집중이나 해요."

(팀) - ㅁㅊ... 설마 시윤이임? 와... 와... ㄹㅇ?
(상대) - 나도!!! 나도 목소리 들을래!!!

지은 이모도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지금 바로 적진 들어가서 빨리 이기죠."

지은 이모가 말하자 멈춘 2명의 팀원.

(팀) - 와... 나 죽어도 여한 없음... 지은이까지 있었어... 미쳤다...

우리 일행으로 인해 게임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소란스러웠다.
그러던 중, 10시가 되자 내가 하고 있는 컴퓨터가 갑자기 꺼졌다.

"뭐야!?"
"미성년자는 10시에 종료돼."
"아..."
"이제  가야지~"
"응..."

나와 같이 나가기 위해서 지수랑 지은도 컴퓨터를 껐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빠.

"재밌었어?"
"응."

아빠는 지수와 지은을 보며 말했다.

"뭐라도 먹고 갈래? 사줄까?"
"고기!"

역시 지수 이모, 자신이 원하는 건 눈치도 안보고 누구보다 빠르게 말했다.

나는 아빠가 썰어주는 고기를 집어먹고 있었다.
아빠는 셰프라도 된 것처럼 지수 이모와 지은 이모에게 고기를 잘라주고 있었다.

"선배님도 드세요!"
"그러기엔 너무 빨리 사라지는 거 같지 않아? 하핳."

내가 자연스럽게 아빠의 앞 접시에  고기를 얹어주자, 세상 행복해하는 아빠였다.
아빠는 행복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아~ 아빠, 먹여줘."
"내가 먹으라고?"
"아니야... 아빠가 혼자 먹을게"

그 모습을 보던 지수 이모가 말했다.

"시윤이 애정표현이 선배님을 전혀 안 닮았네요."
"응, 시윤이 성격은 시윤이 엄마랑 정말 똑같아."
"그래도 얼굴은 선배님 많이 보여요."
"그래?"

아빠는 이제 엄마에 관한 일은 자연스럽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보지 않을 때엔 항상 그리워하지만...
나는 앞에 있는 화로 때문에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자글자글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멍하니 밥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12살이 되자 다연이와 나는 급속도로 크기 시작했다.
키가 컸던 박지훈을 넘을 정도로.

그리고 나보다 작았던 다연이는 나를 넘어서더니, 2차 성징 시기도 찾아온 듯 했다.
같이 수영을 하기 위해서 옷을 갈아입을 때, 다연이의 신체변화를 직접 보았다.
내가 다연이에게 이런  숨기면 안 된다고 교육하고, 같이 김선화에게 갔다.

그리고 겨울이 되었을 때, 이진석의 집안에 소란이 일어났다.
다연이가 부끄러운지 나와 김선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
나도 곧 저럴 것이라는 심각함을 느끼며, 다연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유나,  몸이 이상해..."
"이제 어른이 되는 거지~"
"아... 엄마도 이랬어?"

김선화가 다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럼~ 엄마도 다연이만할 때 똑같이 경험했지~"
"내가 이상한  아니네?"
"그럼~"

나는 다연이가 부담스럽지 않게, 아빠가 나에게 준 것과 내가 준비한 것들을 선물했다.

"이게 뭐야?"
"음... 어른이 되려면 필요한 것들? 나도 다연이처럼 몸이 변하면 다연이도 선물해줘야 돼?"
"응!"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내가 심각함을 느끼며, 아빠랑 진중한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빠..."
"응?"
"나 살이 아리고, 가슴에 뭐 잡히기 시작하는 게... 심상치 않거든?"
"....."
"일단 다연이네 어머니한테  좀 전해줘 알았지?"
"응..."

결국 그날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에서야 내가 여자로 태어났음을 심각하게 느꼈다.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 찝찝함은 이로 말할 수 없었고, 나는 집에서 뒹굴기를 반복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성징에 적응을 해가면서 어느덧 13살이 되었을 때,
내 키는 154cm가 됐고, 다연이는 나보다 조금 컸다.

다연이는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다른 꼬맹이들과는 다른, 남다른 성장 발육으로 인해서.

다연이는 완전한 사춘기에 돌입해서, 나와 김선화가 아니라면 말을 잘 섞지 않았다.
자주 하던 수영도 가지 않고, 학교가 아니라면 집안에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다연이의 침대에 누워서 다연이를 지켜봤고,
침대 뒤편에 있는 다연이의 비밀 장소에서 태오의 사진을 보았다.

"아직도 좋아해?"
"응? 누구? 태오?"
"응."
"음... 조금?"

다연이는 태연한척하지만, 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예전부터 다연이에게 가능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라고 말했지만.
김선화는 좋아하면 고백하라고 말을 했고, 다연이는 엄마의 말에 홀린 듯이 고백을 했다.
그리고는 시원하게 차였다.

다연이는 한동안 김선화를 원망했지만, 김선화는 다연이에게  예뻐져서 후회하게 만들라고 말했었다.
그 뒤로 다연이는 마음을 정했는지, 김태오의 사진을 멀리했다.

내가 다연이 침대에서 뒹굴거리자, 다연이가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가슴이 너무 커... 창피해..."
"그게 얼마나 축복인데?!"

 표정을 확인하려는지  얼굴을 보는 다연.

"진짜?"
"그러엄~ 난 다연이가 얼마나 부러운지 알아?!
".....진짜로?"
"응, 다연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제일 부러운데?"

내 말에 다연이가 기운을 냈는지 웃음을 보였다.

"에이~"
"진짜야 어렸을 때부터 가슴 커지려고, 좋다는 건 다 찾아먹었어."
"진짜?!"
"응, 근데 다연이는 그렇게 안했는데도 커졌잖아? 엄청 좋은 거지~"

나는 다연이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있는 말 없는 말을 섞어서 말했다.
어렸을 때 연기를 했던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연이의 몸을 보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눈에 띄기 때문에, 다연이가 창피하게 여긴다면 분명 소심해질 것 같았다.

한번 트라우마가 생긴다면, 이를 극복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데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그래서 나는 종종 다연이에게 부러운 시선을 주었다.



나는 5학년 때, 사립초 전교회장 자리를 거부했지만, 많은 꼬맹이들의 청원으로 전교 회장이 되었다.

압도적인 득표율...

이렇게 되니 회장이 되고 싶어서 전교생에게 피자를 돌렸던, 6학년 대표가  꼬맹이에게 미안했다.
6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기 하루 전, 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니... 날 모르는 사람이 날 왜 찍어요."
"....."
"하기 싫다니까 왜 여기에... 하아..."
"그... 그래도 시윤아, 다들 네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잖니?"

나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유로, 옆에 앉은 고민수 선생이 내 눈치를 봤다.

"시윤이는 떨지도 않을 거고, 무엇보다도 다들 시윤이를 좋아하잖아."
"하아... 민수쌤 얼굴 봐서 할게요, 내일 뭐하라고요?"

들고 있던 A4용지를 나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교감 선생.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는데..."

나는 A4용지를 힐끔 보고 돌려줬다.

"...읽어봐야 하지 않겠니...?"
"다 외웠어요."
"...어?"

못미더워하는 교감 선생을 위해 나는 요약해서 한번읊어줬고, 교감 선생은 경악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다음날 나는 학생 대표로 신입생들 앞에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시윤입니다."

내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학부모님들은 연예인을 본 듯 환호했다.

'하긴 나 연예인이구나...'

"크흠...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거기 열두 번째 줄 왼쪽에서 하나, 둘, 서이... 네 번째에 앉은 부모님? 핸드폰 그만 보시고 집중해주세요."

거기엔 선생님이 앉아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누구를 불렀는지 모를 것이다.
선생님도 눈치껏 끄덕이고 있었다.

"여기는 사립초입니다. 특수 목적 학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뭐,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나는 학부모들을 보며 말했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한다면 밀어주세요, 부모님 본인들이 원하시는  말고, 아이가 하고 싶은  할 수 있도록."

누구나 하는 뻔한 말에 몇몇 부모님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나는 피식 웃었다.

"저희 아빠 김지호의 딸로 옆집 형님에 나왔을 때, 거기서 저는 잘하는 것 중 그림을 제일 못한다고 했어요."

나는 아빠 이야기가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는 것을 느끼고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기 앉아계신 고민수 선생님의 개인 지도하에 능력을 키워왔고, 최근에는 30억에 제 그림이 팔렸죠."

내 자랑이긴 하지만, 초등학생 입에서 30억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부모님들이 전부 집중했다.

"저희 아빠는 제가 다양한  하길 원했지만, 저 같은 아이들은 좋아하는 걸 하려고 하지,  시키는 건 하기 싫거든요"

내 프리스타일 설교에 선생님들도 나에게 시선을 집중했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키길 원한다면, 제가 어떻게 말리겠습니까? 시키세요. 저희가 다니는 서울 사립초가 교육이 부족한  또 아니니까요.“

나는 주위를  번 쓱 바라보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근데 그럴 거였으면 굳이 이 서울사립초를 올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대한민국 최고의 예체능 선생님들이 있는데..."

이야기를 지속하면서 모든 부모들이 집중했을 때,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에도 공부만 시키길 원하신다면, 전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부모님들이 원하시는 대로 큰 인물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강당 안 가득, 박수소리가 들리며 나는 고민수 선생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내려왔다.





아이들은 모두 새로 취임한 학생회장의 전달사항을 듣기 위해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아아... 들리나요? 들리겠지 뭐."

"".....""

1학년이 된 학생들은 아까와는 다른 선배의 귀찮다는 태도를 보고 벙쪄서 입을 벌렸다.

-"하아... 하기 싫다니까 왜 뽑고 난리야."

벙찌기 시작한 건 꼬맹이들뿐만이 아닌, 각 반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암튼, 이제 후배들밖에 없겠네? 말 편하게 할게, 부모님이 공부만 하길 원하는 꼬맹이들 있을 건데... 그럼 해, 더도 없는 너네 부모님인데 어쩌게, 근데 만약에 너네가 하고 싶은걸 하는데 부모님이 밀어준다? 그럼 절대 포기는 하지 마라."

화면 속 김시윤은 턱을 괴며 카메라를 보고 펜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누가 시윤이에게 뭐라고 했는지, 카메라 뒤를 보며 말하는 시윤.

-"아니 뭐요, 이거 말해도 얼마나 알아듣는다고... 다 형식적이구만, 그래서 내가 풀어서 말하잖아요."
"".....""
-"하아... 그리고 회장하지 마라 귀찮다. 누가 회장 하고 싶다고 피자 돌린다? 꼭 걔 뽑으면 돼. 다른 사람 피해 주지 말고"

화면 속의 시윤이는 카메라 뒤편을 한번 보더니 말을 이었다.

-"아무튼 너네 전부 1/50 경쟁률 뚫고, 여기 들어온 똑똑한 친구들인 거 아는데, 여기에 적혀있는 뭐 착실하고 건강한 장난하나...

시윤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을 이었다.

-"남들한테 멍청하단 소리 듣지 않으려면 배우고, 큰 사람 돼. 그리고 유명해지고 싶으면 노력하고. 또 즐겁고 싶으면 하고 싶은걸 해, 그게 인생이지. 인생은 너네들 선택에 따라서 바뀌게 돼있어. 이상."

방송은 꺼지지도 않은 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윤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떻게 해! 생방송인데!!!"

화면에 등장하는 고민수 선생,화면 속에 있는 김시윤이 피식 웃으며 카메라를 가리켰다.

-"안 꺼졌는데요?"
-"뭐?!"

내가 간과한 게 있다면,
 방송은 홈페이지에서도 흘러나왔고 누군가가 너튜브에도 올려서,
장성만이 지우기엔 이미 영상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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