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6학년.(1부 끄읏) (65/99)



〈 65화 〉6학년.(1부 끄읏)

결국 나는 배멀미로 인해서,  마리도  잡고 아빠만 8마리를 잡았다.
크기가 작은 치어 3마리를 풀어주고, 우리는 육지로 돌아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소주가 간절한 분위기의 음식점...

아빠는 가게 주인에게 말하더니, 잡은 도다리를 넘기고 수조를 보며 몇 가지를 가리켰다.
이런 촌으로 오면 좋은 점이 있다.

대부분 아빠와 나를 못 알아본다는 것.

이들의 눈에는 그냥 잘생긴 아빠와 엄청나게 예쁜 딸일 뿐이다.
아빠가 시킨 건지 가장 먼저 살아있는 홍새우가 냄비 안에 담겨왔다.
펄떡펄떡 뛰는 게 고놈 참 먹음직스러웠다.

주인아저씨의 시선을 보니 내가 기겁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나는 그런 기대에 맞춰줄 생각은 없다.
나에게 홍새우는 그저 훌륭한 술안주일 뿐.

나는 살아있는 새우를 잡고 머리를 딴 뒤, 껍질을 자연스럽게 벗겼다.
꼬리를 잡고 있으면 아직도 새우의 맥박이 느껴지는  했다.
확실하게 싱싱하다.

입안에 넣고 씹으니, 이빨을 감싸듯 들어오는 엄청나게 탱글탱글한 찰기와 단맛...
아빠도 먹어보더니 감탄한다.

생새우를 먹고 있는 동안, 완성된 소금구이 새우들...
새우의 머리를 따로 보관하면, 버터구이를 해준다기에 한곳에 모아두었다.


그리고 등장한 오랜만에 먹는 물회...

속을 비워서 그런지 상당히 배고팠다.
야채와 잘게 썰린 도다리를 같이 집고, 후루룩 소리와 함께한입 가득 흡입했다.
새콤하고 달콤한 맛과 아삭거리는 야채의 식감, 그리고 입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도다리가 감탄을 자아냈다.

'캬...'

다시 한 번 소주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아빠도 마찬가지인지, 잠시 술이 있는 냉장고 쪽을 보더니 나를 보고는 포기했다.

소면이 나오고, 물회에 비비고 있으니 침샘이 폭발했다.
내가 평소 먹는 양의 배로 먹었더니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윽... 배불러..."
"벌써?"

아빠는 아직 부족한지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버터구이 먹어야지."
"아! 맞네."

한참을 더 먹은 아빠가 잠시 테이블 위를 보더니 말했다.

"밤낚시는 안 하는 게 낫겠지?"

이미 밤에도 배를 빌린 아빠다.

"응, 낚싯배는 처음 타 봤는데... 안될 거 같아..."
"취소해야겠다."

아빠는 곧바로 전화를 했다.


아빠와 나는 숙소로 들어왔고, 배를 타서 그런가 나는 씻은 뒤 눕자마자 잠에 빠졌다.
저녁이 돼서야 아빠가 나를 깨웠고,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베란다에 준비되어 있는 바비큐.

어제 내가 기분이 안 좋았다는 이유로 어제부터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아빠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바닷바람에 내가 추울까 담요를 가져다주는 아빠.

어떻게 엄마를 꼬셨나 했더니, 이런 자상함을 어필한 게 훤히 보였다.
아빠는 구워놓은 고기를 썰어서 나에게 줬다.

"흠... 고마워."
"응?"
"딸 기분 풀어주려고 오늘 고생했네."
"내일도 해야 되는데? 아핳"
"그럼 오늘하고 내일도 고생하네!"
"시윤이다  때까지 매일 해야 되는걸?"
"그럼 앞으로 매일 고생 좀 부탁하네!"
"하하 그럼~ 당연한 거야."

당연한 거라... 말로는 누가 이렇게 못해줄까.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하루 만에 숙소와 즐길 거리를 준비했던 아빠가, 내가 피곤하니 준비된 걸 고민 없이 바로 취소했다.
아빠는  옆에서 고기를 먹으며 와인을 페어링하며 마셨다.
술을 생각보다 좋아하는 아빠다.

"아빠."
"응?"
"엄마  잘 마셨어?"
"아니, 한 방울도 못 마셨는데?"

하... 궁금증이 풀렸다.

이 말도 안 되는 체질이 누굴 닮은 것인지...
하지만 한 방울은 좀... 아니지 않나...

"한 방울?"
"응, 정말 신기했었어, 갑자기 신기한 거 보여준다더니, 맥주 숟가락으로 떠먹고 바로 기절했어."

아빠가 자꾸만 내가 엄마 성격 닮았다고 하는데, 저  하나로 알 수 있었다.
고민 없이 보여주는 행동력이 기가 막히다.
아빠는 과거를 회상하는지, 이젠 쓸쓸함이 없는 평온한 표정으로 피식 웃으면서, 와인을 마셨다.

"시윤이도 마셔볼래?"
"아니."
"오... 나쁜  다 해보려고 하면서 웬일이래?"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엄마 닮았나봐."
"...?"
"소주 6방울 먹고 기절하더라."
".....언제."

나는 아빠가 만들어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후룹 마셨다.

"언제 마셔봤는데..."

아빠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시선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미소지었다.

"수학여행 때 마셔봤지."
"!!!! 어떻게?!"
"자꾸 그렇게 나오면 이제 비밀 얘기 안 한다?"
"...아니야... 미안."
"원래 조심스러운 얘기를  때는 흘려듣는 척하면서 들어주는 거야. 아빠처럼 반응하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하겠어."
"그치... 미안."

아빠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아무튼... 지훈이는 잘 마시길래, 나도 마셔야지~ 했다가 기절했어. 지훈이 아니었으면 밖에서 잘 뻔. 아핳"
"....."

화로에서 나오는 열기가 바닷바람을 타고  몸을 데워주었다.

"폭죽 놀이하러 가자!"

아빠는 피식 웃더니 잔에 있는 와인을  샷 했다.

"시윤아, 옷 갈아입고 와."
"응, 기다려."

한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과하게 하는 아빠는, 어디 테러라도 하러 가는지 엄청난 양의 폭죽을 꺼내왔다.
그날 동해바다 어두운 하늘엔, 오랫동안 다양한 색상의 꽃이 밝게 피어났다.




아빠와 힐링을  다음날.
나는 평소처럼 아빠의 차를 타고 학교에 등교했다.
오늘도 가장 먼저 학교에 도착해서, 신발장을 열고 있는데 편지와 초콜릿이 2일 치가 밀려있었다.
후두둑 떨어지는 편지와 초콜릿들.

"하아... 아니  누가 보면 내가 수금하는 줄 알겠네... 이  썩겠다 아휴..."

나는 가방에 쑤셔 넣고는 신발을 갈아 신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 안에 들어가, 천천히 책을 펼치고 읽어 내려갔다.
드르르륵 탁! 소리가 나며 열리는 문.
문을 통해 나온 박지훈이,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어제 학교  안 나왔수?"
"알 거 없잖아."
"그날?"

저 미친새끼는 아침부터 내 머리에 피가 빠르게 돌도록 도움을줬다.
내가 가만히 있자 천천히 다가오는 박지훈.
그대로 소설책을 휘두르자 박지훈이 피했다.

"너무 뻔하구료 홀홀..."
"아, 그래...?"
"...아... 미안."
나는 손에서 소설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났다.

"미안하다고!"

한참을 지훈이를 패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져서 멈추고 자리에 앉자 곧바로 지영이가 들어왔다.

"안녀...? 지훈아 얼굴 왜 그래?"
"쟤가 그랬어."
"...그렇구나 고생했어~"

한결같은 익숙한 하루가 시작되며,  늘 비슷하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곧 겨울임을 알리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하지만 수영 시간이라니...

그래도 내부가 따뜻해서 목욕탕 같긴 했다.

나처럼 발육이 좋은 꼬맹이들은 몸매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딱 붙는 옷을 싫어하는 꼬맹이들이 많아졌다.
어차피 래시가드가 서울 사립초 수영복이긴 하지만.

나는 수영을 싫어하지 않지만, 머리카락을 돌돌돌 묶어서 수영모에 집어넣는 게 귀찮았다.
그래서 머리만 묶은 채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영장을 보며 일명 '물멍'.
물을 보며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수영을 목표로 하는 꼬맹이들이 한편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거기에 박지훈도 있었다.
 병신은 가만 보면 어디하나 안 끼는 곳이 없다.

수영을 목표로 노력하는 애들 사이에서 우월감이라도 느끼고싶은 걸까...
그때  꼬맹이가 다가왔다.

"...안녕."

얼굴을 보니 6년 전, 나에게 수영선수가 되고야 말거라고 말했던 꼬맹이다.

"그래 반갑다."

갑자기 나에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꼬맹이.

"내 이름은 조태환이야."

내가 무슨 용무로 찾아왔냐는 눈빛을 보이자 꼬맹이가 말했다.

"나랑... 수영 시합해."

수영모를 쓰기 싫어서 이러고 있는데, 수영시합을 하자고 말하는 꼬맹이.
그래 뭐, 못해줄 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부탁에 응해주려고 끄덕이며 일어날준비를 했다.

"내가 이기면 나랑 데이트해줘."

이 부탁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내가 왜?"

꼬맹이는 얼굴을 붉힌  아무  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수영 연습이나 해, 그럼 나보다 예쁜 사람은 아니어도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자화자찬의 극치지만 어쩌겠는가.
동양 외모 1위라는 것을 자타가 공인한다는데.

"난... 오늘을 위해서 6년을 연습했어..."
"네, 노력에 상으로 나를  끼워 넣냐... 꼬마야."

내가 말을 할수록 꼬맹이의 표정이 점점 구겨졌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는지 끄덕이곤 말했다.

"...그럼 시합만이라도 해줘."
"처음엔 그럴 생각이었어, 근데 데이트해줘는 뭐야, 그냥 가."
"...미안."

자존심이 강한 꼬맹이가 충동적으로 붙인 '데이트해줘'라는 말로 인해서, 6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됐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점점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쯤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어 바닥을 보고 있는 꼬맹이를 쳐다봤다.

"누가 이기던 학교에서 점심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
"어...어?!"

나는 수영장 바닥으로 인해 젖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는 수영모를 착용했다.
수영 선생은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어느새 시합할 라인을 만들어 줬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조태환.

"집중해, 6년간 노력했다며."
"응!"





매일이 비슷하게 반복됐던 학기가 끝나고, 어느덧 겨울방학이 되었다.
나와 아빠는 파르지에의 초대를 받아 지금 스위스로 여행을 와있었다.

"어떠냐 꼬맹아!"
"뭐래, 이게 얼마라고요? 어이가 없네."

파르지에가 전시해 놓은 작품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낙서였다.

"500만 달러."
"어이가 없네, 자존심 안 상해요? 이런 거 만들고 돈 받으면."
"허어, 꼬맹이 아직 예술을 모르는구만!"
"뭐래,  그림만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그건... 부정할 수 없군. 허나, 이건 거장의 고뇌를 표현한 거란다!"
"내가 입에 물감 물고 도화지에 뱉어도 돈 더 나오겠네."
"오?!"
"뭐가 '오?!'에요!? 장난하나,"

파르지에는 그림 하나로 세계 최정상에 오른 인물이다.
자신의 그림을 모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입을 찢어버리고 싶어할 만큼 자존심 또한 강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말은 웃으면서 받아치는 파르지에.

"이건 어떠냐?!"

이제 중년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파르지에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자신의 장난감을 소개해 주는 것처럼 작품을 소개했다.

"이것도!"

나는 파르지에의 작품을 보다가, 창문 밖을 쳐다보았다.

"이런  살면서 그림만 보고 있으니 꽉 막혔지."

한국어로 말했기에 알아들은 사람은 아빠뿐이었다.
하지만 아빠도 내가 바라보는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경.

 단어에 완벽하게 어울린다 할  있는 창밖의 모습이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나는 보이는 이젤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시윤?"

 모습을 보고 창문 밖을  파르지에가 피식 웃었다.

"밖에 이미 준비되어 있다. 꼬맹아."
"오...? 스위스 와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소릴 하네요?"
"역시, 너는 싹퉁바가지야."
"알아요."





서울에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으 답답해..."

아빠가 내 패딩을 주섬주섬 꺼내서 나를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다연이랑 눈사람 만들기로 했잖아. 감기 안 걸리게 해야지."
"이 정도 싸매면 몸 숙이기도 힘들겠다."
"힘들어도 감기 걸리면 안 되지."

옷을 입은 뒤 밖으로 나가니, 왼편으로 이진석의 꼬맹이들이 신나서 뛰어놀고 있었고,
태오와 박지훈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오른편에 어른들은 한곳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오른편으로 가야할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다연이네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가연이를 놀아주는데 날아오는 눈덩이.

나는 이미 박지훈이 준비할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고, 날아오는 눈덩이를 쳐다도 안보고 캐치한 뒤 눈사람에 붙였다.
박지훈은 오기가 생겼는지 계속 던지기 시작했다.

저 X같은 새끼는 자신의 부모님이 앞에 있으면 자꾸 선이 없어진다.
내 머리와 몸으로 날아오는 눈덩이들...

다연이가 내 표정을 보더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시... 시유나 괜찮아?"

아... 표정관리가  안됐나 보다.
어색하게 웃으며 다연이에게 끄덕이는 도중 또 눈덩이가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결국 내가 눈덩이에 돌멩이를 넣는 모습을 발견한 박지훈이 뒤도  보고 도망쳤다.



내 키는 여기까지라는 듯이 천천히 크기 시작하는 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170은 못 넘길 것 같은 키. 157에서 아주 느리게 크기 시작했다.
어쩌면, 165도 안될지도...

다행히 가슴과 엉덩이는 빵빵해질 조짐이 보였다.
이제 갓 14살이란 것에 기대를 하며...

나는 한동안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아직도 내 영화와 구미호 짤이 돌아다니는  볼 때마다 내 인기를 실감했다.
녹색창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근황'이 나왔다.

졸업식이 다가오고, 나는 학생회장이기에 학생대표로 연설을 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졸업식을 마쳤다.

하루 먼저졸업식을 한, 다연이가 김선화와 같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아빠도 있었고,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갈 때, 박지훈도 합류해 꽃다발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도착한 중국집.

"졸업식엔 짜장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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