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박지훈 vs 김태오. (75/99)



〈 75화 〉박지훈 vs 김태오.

첫 번째 문제라서 그런지, 떨어지는 인원이 적었다.
 와중에 앞에있는 박지훈이 뒤를 힐끔힐끔 보는 것이 김태오를 경계하나 보다.
몇 안 되는 틀린 인원들이 빠지자, 빠르게 다음 문제가 나왔다.


-수학의 최대 업적 중 하나는 불교의 공(空)사상에서 나온 0의 발견입니다. 0을 단순한 기호가 아닌 당당한 수로 연산구조에 편입시켰습니다.
그렇다면숫자 0을 처음으로 수학에 사용하기 시작한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확실히 전교생을 놓고 보는 시험이라서 그런가, 주제가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아무리 기본 상식 문제여도, 나이가 어릴수록 불리하기 때문에.
나는 '인도'라고 적어서 들었고, 1,2학년 꼬맹이들이 대거 탈락했다.

'쓰읍... 이럼 나가린데...'

인원은 400명이 남았고, 이번에 10점을 받을 수 있었다.
3학년에는 10점을 받은 학생들이 꽤나 있었다.



-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오늘날에도 제례가 웅장하게 거행되는 곳입니다.
신위를 봉안하고 제향을 올리는 신전으로 건립된 이곳은 동시대 단일 목조건축물로는 규모가 세계에서도 가장 크고 옆으로 긴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시아의 '파르테논 신전'이라고도 불리우는 이곳은 어디일까요?



순간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배워본 적도 없었기에...
나는 그냥 조선시대 때 만들었던 가장 긴 건물을 적었다.

'종묘'

아무리 봐도 종묘 맞는  같은데...
결과적으로 정답은 종묘였고,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살아남았다.
물론 1,2학년은 전부 전멸이었지만.
그리고 일어나는 김태오와 박지훈, 서로를 쳐다본다.
다연이는  앞에서 엄청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문제, 나는 문제를 듣자마자 펜을 떨궜다.



-17세기 중엽부터 러시아는 남하정책의 일환으로 흑룡강 방면으로 진출해서 청나라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조약을 계기로 두 나라의 관계가 조정되었습니다.
1689년 청나라와 러시아가 맺은 국경 획정 조약으로 청나라로서는 유럽 국가와 최초로 대등하게 체결한 조약입니다. 이 조약은 무엇일까요.?

나는 3초의 고민을 하다가 깨달았다.

'그래 시발  한다 안 해, 개같은 거 문제도 어이가 없네.'

한 번이라도 읽어봤으면 맞추겠지만, 세계사는 고등학교 준비하는 애들이나 읽어봤겠지.
결국 나는 백기를 들었지만, 다연이는 맞췄다.
정답은 '네르친스크 조약'
내가 틀렸다는 것에 엄청 놀라는 다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면서 한 번도 못 본 거야... 응원할게 힘내!"
"응!!!"

나는 반으로 돌아가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고, 앞에 있는 김태오랑 박지훈의 어깨를 밀었다.

"응원 안 하냐?"
"".....""

나는 반장을 부르고 귓속말을 했다.
혼자 남은 다연이를 응원하자고.
반장은 앞으로 나가서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

""이다연!!!!""
짝! 짝! 짝!

""힘내라!!!!""
짝! 짝! 짝!

다연이가 부끄러워할  알았겠지만, 티를 안 낼 뿐 이런  좋아한다.
내 쪽을 보며 해맑게 웃는 다연이가 문제를 풀었다.
결국 2위에서 멈춘 다연.
반으로 다가오자 다들 다연이를 칭찬하기 바빴고.
우리는 응원 점수 15점도 받을 수 있었다.



오후 타임에 시작된 축구 반 대항전은 점수가 가장 커서, 올 승을 거둔다면 오늘승리 점수로 900점을 받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골 점수에 눈이 갔다.

득점을 한 선수의 반에 득점 하나  100점...
특히 1학년은 경기를 뛸 타임을 많이 주었기에...
옆에서 웃고 있는 나를  다연이가 눈치를 봤다.

"시유나 왜 그래?"
"태오 축구 잘해?"
"응! 진짜 날아다녔어."
"으흐흐흐흣. 나에게 5성급 호텔 여행권을 선물해다오... 아핳"
"...?"

역시나 예상대로 경기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공을 잡은 지훈이가 튀어나가자, 같이 튀어나가는 김태오.
갑자기 박지훈은 쇼맨십이라도 하려는지 팬텀 드리블로 두 명을 제치더니, 마르세유 턴을 한 뒤 중거리 포를 꽂았다.

퍼엉!

중학교 1학년, 14살의 다리 힘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 축구공은경기 시작 15초 만에 골로 나타났다.

"".....""

과거 영화 쿵푸축구 마냥 골을 넣는 박지훈.
운동장은 조용해졌고,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경기에 32골을 들어본  있는가.
아무리 유소년 경기여도 꽤나 실력 있는 놈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32골이라니...
보고 있는 나도 어이가 없다.

"아핰, 이야 3,200점을 날로 먹었네?"

거기에 승리 점수 300점을 추가하니 한 경기에 3,500점을 당겼고, 2경기를 더 뛸  있는 1학년이기에 선생님들은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밸런스 파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 불이 붙은 김태오와 박지훈은 자연스럽게 서로 누가 더 많이 넣는지 시합하기 시작했다.
거의 쿵푸축구를 하는 이들은 말 그대로 공과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었다.

다음 경기로 28점을 득점하자 심각성을 느끼는 선생님들.
평균 30점 득점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는 이들의 모습에 모두가 당황해했다.
나는 쉬고 있는 박지훈과 김태오에게 음료수를 들고 다가갔다.

"쇼맨십 하지 말고, 협동 해봐라. 50,000점 얻어서 물만 백오십만 병 바꿔보자."

아무 생각 없이내 계획을 들은 우리반 남자애들은 경악을 하기 시작했다.

"궁금하지 않냐? 백오십만 병이면 운동장을 잔디 대신에 생수통으로 채울 있을 듯"
"".....""

나는 자리로 돌아가서 다연이와 피자를 먹었다.

"역시... 피자는 다미노지."

하지만 선생님들은 내 계획대로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는지,
득점 점수를 50점대로 줄였다.
항의를 해봤자, 우리 반밖에  사람들이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우리를 무시한 채 규칙을 바꾸려고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고민 없이 교장이 있는 강당으로 갔다.

"규칙이 원래 이렇게 쉽게 바뀌는 건가요?"

교장 선생은 나를 알고 있었는지 반갑게 맞이했다.

"아니란다, 하지만 너무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니...?"
"그만큼 노력해서 얻은 점수를 상의 없이 선생님들끼리만 결정하면, 당연하게 기분 나쁠 거라고는 생각  하시나 봐요?"
"".....""
"지금 저희 사이에서 무슨 말이 오가는지 아세요?"

내 말을 듣고 있는 선생님들.

"25,000점 얻고, 그대로 전부 물로 바꾸자는 거예요. 물 75만  날라보실래요?"

물론 나만의 생각이었다.

""...어?"“
"물로 안 바꿀 테니까 점수 원래대로 돌려놓죠? 반 친구들 하고 싶은 거 하나씩시켜주게. 아니면 뭐 미련도 안 남는데 물로 바꾸죠 뭐."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선생님들과 나는 토론을 이어갔다.

내가 다연이에게 돌아오자 다연이가 나를 봤다.

"무슨 얘기했어?"
"응? 축구 득점 그대로 가기로 했어."
"진짜?"
"응, 대신 메뉴판 구성을 새로 제안한다고, 각반 반장들 데려간 거야."
"아하!"





다음날, 호화로움이란 우리 반을 칭하는 말임이 분명했다.
밥도  먹고 전부 시켜서 먹는 flex를 보여주는 우리 반.
전부 1일 쿠션 이용권을 받고, 쿠션 위에 앉아서 5개의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음료수를 박아놓았다.

"이거지~"

나는 집에서 챙겨온 선글라스를 꼈다.
아빠 거라서 선글라스의 알이 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 좋아~"

다연이가 나를 보고 있었고, 지훈이는 내가 무슨 대사를 하는지 눈치 챘다.

"역시 명품이 좋긴 좋아 띄빠~ 시~커먼  존내게  보여~"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욕설에, 김태오도 나를 쳐다보았다.
다연이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얼음이 담긴 생과일주스 빨대를 입에 꽂아주었다.
나는 움직이지도 않고, 다연이가 들고 있는 주스를 마시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태오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너는 다연이를 친구로 보는 게... 맞는 건가?"
"안 좋게만 보려고 하지 말고, 해주려는 사람 마음 좀 읽지? 다연이가 그냥 꽂아준 거거든?"

다연이 옆에서 태오를 보고 끄덕였다.

"이간질하지 마, 김태오."
"응..."

다연이와 나는 서로 엄청 먹여줬다.

"치마를 안 입으니 편안하구나~"

나를 보던 지훈이 말했다.

"지랄? 치마 입어도 다리 벌리더만."
"...?"
"아, 미안..."

우리 반은 여행을 가기보다 호화롭게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을바꿨고, 많은 점수를 빠르게 소모했다.
한 명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여유로운 점수.
다들태오와 지훈이에게 감사했다.
전에 지훈이에게 맞은 강훈이란 꼬맹이를 제외하고...

"멜론 맛있겠다..."

다연이의 말로 인해 먹음직스럽게 잘린 멜론이 30접시 배달되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뜨거운바람을 맞으며, 호화롭게 그늘에서 앉아있으니 신선이  것 같았다.
나는 선글라스를 벗은 뒤 안경집에 넣었다.
그리고 다연이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나 이거 아빠 몰래 가져온 거라서 걸리거나, 잃어버리면, 아빠한테 뒤지게 맞거든? 부탁해~"
"응..."




중학교 체육대회의 마지막 날이 열리고, 나는  앞에 있는줄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나는 지금...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만지고 있었다.
옆에는 미술 선생님과 미술 좀 한다는 꼬맹이 선배들이 가득했지만.
 앞에 줄만 엄청 길었다.

그것도 남자 꼬맹이들로.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서 앞에 놨지만, 나와 선생님은 뭐든지 가능하다고 적어 놨다.
고양이로 만들어달라는 소리에 연필로 앞에 있는 종이에 빠르게 그렸다.
얼굴형이 그려져 있는 a4용지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그대로 얼굴에 그리는 방식.
나는 손을 까딱이며 말했다.

"더 가까이 와."
"응."

내 손길에 혼자 설레어하는 꼬맹이들이지만.
나는 털 하나하나 그려주며 진짜 고양이로 만들어주었다.

""와...""

그 속도는 옆에 있는 애가 귀엽게 토끼를 볼에 그리고 있는 시간보다도 빨랐다.
다음 사람은 다연이었다.

"예쁘게 그려줄게"
"응!!"

나는 다연이의 얼굴에 혼신의 힘을 다해 핑크빛 꽃을 그려 넣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선생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있었다.
어지간한 프로들도 못 따라오는 붓놀림에 다연이 간지러운지 웃었지만, 그 떨림에 따라 붓을 움직였다.

"됐다~"

다연이가 얼굴을 거울로 확인하더니 입을 틀어막았다.

"너무 예뻐!!!"
"다연이가 예뻐서 그래."
"응!"

김태오가 다연이를 따라서 움직이려고 하자 나는 손을 까딱였고, 다연이가 태오의 팔을 잡고 내 앞으로 가져왔다.

"태오도 그려!"
"...난..."

태오가 주변을 보더니 별을 가리켰다.

"별로 부탁... 하지..."

김태오는 작고 귀여운 별을 생각했겠지만...

나는 씩 웃고 김태오의 얼굴 전체에 밤하늘을 그려 넣었다.

"푸하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찬란하고, 강렬한인상의 밤하늘이 김태오의 얼굴에 박혀있었고, 다연이가 웃음을 참을 수 없는지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림 실력에 감탄한 선생과 꼬마들이지만,  압도적인 밤하늘을 보아라...

낌새를 눈치  김태오가 피했지만 이미 넓게 펴 바른 상태였기에 한숨을 쉬며 기다렸다.
그림 자체는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밤하늘의 별이 파란빛의 어둠 속에 빛을 쏘아내기에...

그게 사람 얼굴 전체에 박혀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그거 다연이가 얼굴 지울 때까지 지우지 마라? 혼자 얼굴에 그림 그리면 다연이 창피해한다."
"너는!!! 하아... 알겠다."

박지훈이 김태오를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아앜, 얼굴 왜그러냨? 미친, 면상에 밤하늘을 박아놨누. 별똥별 떨어지면 소원 빌겠음 엌"

그 뒤로 내가 박지훈에게 오라는 표시를 하자, 박지훈이 정색했다.

"싫어."
"와라."
"싫다."
"오라 했다?"
"...싫어..."
"하나... 둘..."

어느새 박지훈의 얼굴엔 완벽하게 바다 위 주황색의 노을이 핑크색의 구름을 품으며  존재감을 흘리고 있었다.
김태오도 참을 수 없었는지, 피식 웃었다.
저렇게 서있는 두 명을 보는 나는, 실성한  웃느라 손이 떨려서 그림을 그리기 힘들었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2개 만들었다.

사진을 찍는 다연.

나는 잠시 멈추고 가서같이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축구 결승전이 다가왔고, 오늘 경기는 내 그림의 효과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3학년과의 경기에서 스트라이커로 있는 태오와 박지훈의 얼굴 때문에 웃느라 집중하지 못한 꼬맹이들을 압도했다.
그 와중에 하필이면 나에게 고양이 페인팅을 받은 남자 꼬맹이도 있어서, 박지훈도 웃느라 공을 뺏겼었다.

우리 반에서 대표로 나간, 장기자랑을 하는 꼬맹이들을 끝으로.
체육대회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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