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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평화로운 하루(2) (85/99)



〈 85화 〉평화로운 하루(2)

경기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더욱더 과열되기 시작했다.
박지훈은 야구에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팔짱을 끼고 야구를 보고 있었다.

6회가 마무리되자 다시 시작되는 키스타임.
지금 이 야구장의 가장  화젯거리는 역시나 나인지, 내가 재조명됐다.

그리고... 옆에 앉은 박지훈도 같이.

카메라에자신이 보임을 확인한 뒤 씩 웃더니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박지훈.
순간 카메라 앞에서 박지훈의 안면에 엘보를 꽂을 뻔했지만, 나는 빠르게 이성을 찾았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린 뒤, 박지훈에게 자연스레 말했다.

"한 번만 더, 그 표정이면 광대 함몰시킨다?"

생긋 웃으니 움찔한 박지훈이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나는 빨리 카메라를 치우라는 뜻으로 손바닥에 키스를 하며, 카메라를 향해 키스를 날렸다.

결국 야구는 한성이 승리했으며, 이진석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이진석을 본 김선화가 옆에서 이진석을 때렸다.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진석의 꼬맹이들... 창피한지 얼굴을 붉힌다.
그리고, 박정호는 내가 저기 있었어야 했다며 중얼거렸다.

야구가 끝나고 우리는 유니폼을 입은 그대로 뒷풀이를 하러 고깃집에 갔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어른들.
우리는 바로 옆 테이블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고, 박지훈  새끼는 자기가 구우면서 고기가 익자마자 지입에 먼저 처넣었다.

이제 고등학생 1학년이 되는 정연이는 웃으면서 지훈이에게 자신의 고기를 더 얹어줬고,
지훈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앗, 감사합니다."
"잘 먹네~"

그리고 내 그릇에도 고기를 얹어줬다.
시선은 박지훈에게 고정한 채로...

"지훈이라고 했나?"
"옙."
"시윤이랑 많이 친한가 봐...?"
"그렇죠? 친구라곤 시윤이나 다연이 밖에 없는데요?"
"아 그렇구나~"

정연이는 박지훈을 내내 주시하더니, 성격 파악을 어느 정도 끝냈나보다.
싸늘해 보이기 시작하는 정연이의 눈빛에, 정연이 특유의 상대방의 기를 누르는 방식이 나올 것 같았다.

이대로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꿀잼이겠지만, 바로 옆에 어른들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익은 고기를 집고, 정연이의 그릇에 올려놓으며 살짝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오빠도 많이 먹어."
"어?! 응!"

내 입에서 나온 '오빠'라는 단어에, 박지훈이 소름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박지훈의 표정을  틈도 없이, 내  하나에,
다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17살로 돌아온 정연.
정연이는 어학 공부와 경영 수업을 위한 해외 유학을 앞두고 있었다.





우리가 있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던 어른들이, 3차를 가기로 한 듯 했다.
나와 다연이네 꼬맹이들을 집에 데려다놓더니, 어른들끼리 얘기 좀 한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씻은  잠시 컴퓨터를 할까 고민하다가, 나를 보며 꼬리를 살랑거리는 알파와 베타를 쳐다봤다.

"잘 지냈냐?"
""먕.""

내가 소파에 눕자, 알파와 베타가 따라왔다.
나는 이번에 새로 바꾼 한성의 신상 스마트폰을 켜고, 너튜브를 보려는데 오늘 아침에 올라온 내가 나온 영상이 있었다.
영상을 보니, 누가 야구장의 스크린을 촬영한 것이었다.

- 믿고 있었다고!!! 이쁘게 잘 커주었구나!!!

'네가 내 외모를 왜 믿고 있냐...'

- 와... 와..... 와... 말이 안 나온다.
 와... 미쳤다...
 Zombie 영화 가인 어른 모습인 줄... 미쳤네 진짜로...
ㄴ 비빌 걸 비벼라, 어딜 가상인물 가인 따위를... 와... 보정   거 맞음? 개 미쳤네 진짜.
 이거 한국 여성 외모 1위는 정해진 듯...

- 옆에 박정호 아들임? 15살 맞아? 존나 듬직하네.
ㄴ 그거보단 시윤이가 지림...
 글쓴이 고자인가 봄, 시윤이를 두고 박정호 아들에 눈이 간다고?
 ㅇㅈ 댓글 보고 그제서야 박정호 있는 거 확인함.

역시 자본주의와 외모 지상주의가 극한으로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내 얼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오늘 야구장에서 찍힌 것이 기사화까지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초상권이고 뭐고 없는  같지만, 방금 봤던 영상이 갑자기사라졌다.
아마도 장성만이 관리하는 거겠지...

그와중에 알파가 자신을 만지라는 듯이 내 손목에 머리를 비볐다.

"츄르 줄까?"
""먕!?""
"가져와."


나는 영화를 틀고 누워서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니, 알파와 베타가 서랍으로 뛰어가서 츄르를 한 봉지씩 가져왔다.
먼저 가져온 베타가 반짝이는 눈으로 내 앞에 츄르를 놨고, 나는 입으로 뜯어서 베타에게 먹였다.
알파가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갑자기 베타의 머리에 '파바박!'하며, 냥냥 펀치를 꽂았다.

"카아아아학!!"
"야! 흘렸잖아!"

내가 상체를 일으키자 나를 피해 거리를 벌리는 알파.
나는 베타에게 먼저 먹인 뒤, 알파의 츄르를 뜯자 알파가 왔다.

"맛있냐?"
"먕먕먑먕...먑먑먕."
"뭐라는 겨."

나는 일어나서 다 먹은 츄르 봉지를 버린 뒤, 창고에서 과자를 꺼내서 다시 누운 뒤 영화 감상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아빠.
취해있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하게 너무 부러웠다.

15살, 내가 혼자 있어도 될 나이가 됐다고 생각했는지, 아빠는 가끔씩 술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아빠는 휘청이며, 신발을 벗더니 상체를 숙이고 천천히 신발정리를 시작했다.

"시유니 시이인바알~ 되게 작다 기여어워어..."

'살짝 욕하는  같은데...'

왠지 모를 기분 나쁜 말투를 들으며 누워있자, 아빠가 불을 켜더니 나를 봤다.

"시윤아아아!"

갑자기 달려오기 시작한 아빠를 발로 막았다.

"씻고 와."
"넵!"

난리 났다.

아빠는 내가 생각한 거보다 많이 취한 상태였고,  정도로 많이 마신 모습은 2번째로 보는 모습이었다.

아빠가 처음 취했을 때는 패륜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빠의 찐한  냄새와 과한 애정행각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아직 없었기에...

미안하지만, 하이킥을 시전해 물리적으로 재워줬었다.
진짜, 술 냄새도 술 냄새지만 3병 이상 마시게 되면, 내가 너무 피곤해진다.

씻고 나온 아빠는 옷도 안 입고 나오더니, 해맑게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오래간만에 출렁이는 아빠의 텀블러로 인해 눈을 배렸고, 곧바로 시선을 돌려서 아빠한테 말했다.

"옷 좀 입지...?"
"응!"

아빠는 빠르게 옷을 입더니, 간식을 들고 있는 주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강아지처럼 나를 쳐다봤다.

'어쩌자는 거지...?'

"...뭐."
"더  거 없지?!"
"하아... 알았어."

아빠는 나에게 뛰어들었고, 자꾸 이마에 뽀뽀를 하려고해서 손으로 막았다.

"나 15살이거든?"
"왜애애앵~ 아빠한텐 아직 애긘데?"

결국 아빠의 입이  볼에 닿았고...
내 볼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아빠.
아예 흡입을 하려는지, 찐한 키스마크를 남긴 뒤에야 만족을 했고, 그제서야 아빠가 일어났다.

"오늘 아빠랑 같이 잘까?"
"그 정도 했으면, 그냥 들어가서 자."
"어?! 잠깐만! 시윤이 엄마한테 인사 안 했어! 빨리 갔다 올게!"

아빠는 붉어진 얼굴로 웃더니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

나는 침 범벅이 된 왼쪽 뺨을 닦으며 생각했다.
아마도, 요즘 아빠와 잘 안 놀아준 것이  화근이 된  같다.
이때는 눈에 안 띄는  최선이기에, 아빠가 사라진 사이에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뭐가 꿈틀거려서 알파랑 베타가 들어왔나 싶었지만.
머리통이 너무 컸고, 털도 너무 빳빳했다.
눈을 떠보니 아빠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침대가 젖어있는 것이, 아빠는 울고 있었다.

"자기야... 시유니... 자기..... 많이... 닮았어..."

눈물을 계속해서 흘리며 웃음을 짓고 있는 아빠.
나는 아빠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이불을 덮어준 뒤에 잠을 자려고 했다.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강하게 껴안지만 않았다면...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아빠의 힘이 생각보다도 세서, 나는 계속 발버둥을 친 뒤에야 아빠의 품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한숨을 쉬고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가서 누웠다.




아침이 되자, 아빠는 나를 위해 밥을 만들고 있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내 주변에 알파와 베타가 앉아있었다.

"끄으응."
"일어났어?"
"응,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암."

아빠는 요리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나는 아빠에게 중얼거렸다.

"어제 기억은 나?"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던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행이네, 기억나면 나한테 미안해서다신 술 안 마실 텐데..."
"...어? 아빠가  했어?"

나는 아빠를 골려줄 생각으로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응, 내가 다른 아이였으면, 진즉에 아빠 경찰에 넘겼을 거야..."
"...뭐?"

아빠는 심각하게 어제 일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기억나는 것은 아마도 꿈에서 엄마를 만났다는 거 뿐이겠지...

"나를 엄마랑 착각하는 거 같던데..."

아빠는 잠꼬대의 일부가 생각났는지 경악하기 시작했다.

"뭐?! 진짜로!!!!?"
"응... 막 아무것도 안 입고...  덮치려 했...어."

쿠웅! 소리가 들린 것 같은 아빠의 표정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진짜...?"
"....."

나는 살며시 몸을 가리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작했고, 아빠의 손이 격하게 떨렸다.
아빠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숨도 쉬고 고민하는 했고, 그대로 경직돼서 점점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그래도... 내 처음은 아빠네?"
"...!!!"

아빠는 경악을 넘어서 충격으로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갑자기 털썩 주저앉았다.

"내... 내가 무슨 짓을..."

덜덜덜 떨기 시작한 아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내 장난에아빠는 간질이라도 있는 것처럼 심각하게 떨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당황한 내가 빠르게 말했다.

"아빠? 구라야."
"...무슨 짓을..."
"아빠?"
"내가..."
"아빠!!!"

충격을 받은 아빠의 모습에 심각성을 느끼고 달려 나가자, 아빠의 떨림이 멈췄고 나를 쳐다봤다.

"김시윤 너...!!! 그런 거짓말을 해!!!?"

어느새 아빠 옆에는 먼지 쌓인 매가 들려있었고.
아빠에게 빠르게 달려가던 나는 그대로 브레이크를밟으며, 유턴을 하고 방으로 튀어 들어갔다.
문을 잠그자마자, 아빠가 힘을 줘서 덜컹거리는 문.

"문 열어!!!"
"싫어."
"야!!! 김시윤!!!! 문 열어!!!!"
"꺄아~ 아빠가 또 덮치려고 한다~"
"야!!!!!"





나는 아빠에게 오래간만에 심하게 맞아서 뜨거워진 엉덩이를 만지며 밖으로 나왔다.
진짜로 화났던 아빠는 내 엉덩이가 빨개지도록 때렸다.
문 앞에 있던 다연이가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괜찮아?"
"응, 많이 기다렸어?"
"아니야~"

웃고 있는 다연이와 같이 1층으로 내려갔고, 김태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한강을 산책하며 걸어 다니다 박지훈을 만나서 산책을 이어갔다.
역시나 한강을 걸으면 평화로움이 찐하게 느껴졌다.

엉덩이가 생각보다 많이 뜨겁다는 것만 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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