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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평화로운 하루(2) (91/99)



〈 91화 〉평화로운 하루(2)

다음날, 다연이는 엄청 들떠있었다.
산책 나가는 강아지마냥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었다.

"나 공용 버스 처음 타봐!"
"나도 그래."

우리는 학교 앞에서 만난 뒤 터미널로 가서, 강원도로 향하는 표를 끊었다.
나와 다연이, 김태오는 마스크를 썼다.

우리 셋의 얼굴은 어그로를 너무 많이 끌기에...
당연히 박지훈은 그럴 필요 없다.

"안 덥냐?"
"얼굴 까볼까? 사람들 몰려서 오히려 더 더워질걸?"

내 몸이 작은 건지, 캐리어가 큰 건지 나는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다가 의자에 앉았다.

"언니, 커피 마실래요?"

나는 민지가 쳐다보고 있는 카페를  뒤, 내 체크카드를 줬다.

"6개 사와."
"에이... 저도 돈 있거든요?!"
"사 와."
"넵."

민지와 준수가 카페로 향했고, 잠시후 민지가 자연스럽게 각자 입맛대로 음료를 사왔다.
달달한 음료 파인 나, 지훈, 민지.
그리고 다연, 태오, 준수는 아메리카노 파로 반으로 갈렸다.

얼굴을 전부 가리고, 평범하게 입었음에도귀티가 나는 우리기에, 시선이 끌리는 건 어쩔  없다.
우리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느낌으로 여행을 시작했고, 꽤나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우리를 안 보이는 곳에서 따라다니는 경호원이 있지만... 이정도야 뭐.

이번엔 다연이의 바램이 있었고, 럭셔리의 럭자도 제외하는 방향으로 여행계획을 짰었다.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김태오와 박지훈이 일행의 짐을 싣는 것을 도와주고, 우리는 버스에 탑승했다.
다연이는 창가를 좋아해서 안쪽에 앉혔고, 다연이의 표정을 보자 상기되어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연아."
"응?"
"일로 와."

나는 얼굴을 내미는 다연이에게 선크림을 발라줬다.






버스는 한참을 달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변 풍경이 전부 산으로 바뀌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보는 다연.
시골 풍경을 책으로 공부한 다연이 신기해할 법했다.

하긴 이기석의 집에 갔을 때도, 건물이 보이지 않는 곳을 걷거나, 말을 타고 초원에서 돌아다니는 걸 엄청 좋아했던 다연이다.

"이번 여름에 우리 할아버지네 놀러 갈래?"
"시유니 할아버지?!"
"응."
"갈래!!"

그때 뒤에서 박지훈이 내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우리는?"
"너 빼고 아무나 가능."
"지랄? 결국 부를 거면서."
"과자나 넘겨. 너 콧수염과자 챙기는 거 봤어."
".....내꺼야."
"뭐래, 그니까 내꺼지."

결국 나에게 콧수염과자를 넘긴 박지훈.
나는 다연이랑 과자를 우물거리며 주변 풍경을 즐겼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서 아이스박스와 얼음들을 구매한 뒤, 민박집할아버지를기다렸다.
우리를 데리러온 할아버지.

짐을 싣고 어느새 도착한 민박집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빈약했다.
침대? 그런 건 당연히 없고, 그나마 화장실이 멀쩡한 게 다행이었다.

이불을 깔고 바닥에 자는  얼마만인가...

열악한 시설과는 반대로 우리는 들떠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기에, 나는 마스크를 벗은 채 동그란 테안경만 끼고 돌아다녔다.

"할머니~"
"왜 불렀어!"
"통발이랑 먹이통, 쌈장. . . . ."

나는 박지훈과 김태오를 데리고 가서 프라이팬을 시작으로 각종 식재료를 구입했다.
오늘을 위해 현금 좀 만들어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완성된 통발을 들고 박지훈에게 말했다.

"야 지훈아, 쩌어기 강가에 던져두고 와라."

다연이는 나를 반짝이는 눈으로 봤다.

"시유나 계곡 많이 와봤어?"
"우리 할아버지랑 할머니 시골에 살아."
"진짜?!"
"응."

그리고 우리가 빌린 정자로 내려가 보니 생각보다 잘 되어있었다.
정자에 자리를 잡자, 인상 좋은 할아버지가 오더니 수박 반 토막을 갈라서 줬다.
""감사합니다!""
"너희들끼리 여행  겨?"
"네!"

당차게 대답하는 민지에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놀러 다니는 거 같아 보기 좋구나.“
"감사합니다~"

우리는 공복이어서 빠르게 끼니를 하기 위해 메뉴를 봤다.

"닭볶음탕 대자랑, 염소탕 대자 주세요."
"...너무 많지 않겠니?"
"저 둘이 엄청 먹어요."

내가 가리킨 곳에는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김태오와 박지훈이 물안경을 끼고 있었다.
둘  시골은 처음이라고 했다.

박지훈은 나처럼 과거가 떠올라서, 내가 시골을 좋아하는 것처럼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김태오와 박지훈의 몸은 민지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뒤늦게 나온 준수가 자신의 배를 쳐다봤다.

오랜만에 출렁이는 뱃살을 보니 귀엽다.
나는 어려운 요리는 못하더라도 단순한 요리는 엄청 잘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시골 짬밥이 있는데.

수박 껍질을 그릇삼아, 화채를 만드는 모습에 다연이와 민지가 감탄했다.

"수박 엄청 맛있네."
"대박..."

어느새 음식을 가져온 할아버지.

"저쪽은 깊으니께 가지들 말어."
"어느 정도 깊어요?"
"한 3메다 정도 뎌~ 위험혀"

여기에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민지 단 한 명뿐이었지만, 우리를 걱정하는 할아버지께 말하기도  그렇다.

"넵 말해둘게요."
"밥은 여기 솥 째로 둘테니께 부족하면 갖다 먹고."
"감사합니다~"

민지는 어느새 수영을즐기고 있는이들에게 다가갔다.
박지훈은 나한테 신나서 달려오더니 말했다.

"물 개 쩔어, 물고기도 엄청 많고 너가 좋아할 듯."
"진짜?"

박지훈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꽤나 봐 줄만한가보다.
2박 3일 여행 중에 오늘은 물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지만, 수정해야겠다.

어느덧 푸짐한 양의 음식들이 차려졌고,
내가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그런가 닭볶음탕은 그저 그랬지만, 염소탕은기가 막혔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염소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와... 진짜 맛있다."

박지훈은 닭을 좋아해서 거의 혼자서 닭볶음탕을 비우기시작했는데, 5명에서 먹는 염소탕과 줄어드는 속도가 비슷하다.
밥까지 싹싹 비벼먹더니 만족하는 지훈,
후식으로 내가 만들어놓은 화채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야, 근육돼지야 통발 꺼내라."
"근육돼지..? 내가 분명하구만. 오키."

분명 욕으로 한말이지만, 좋아하는 박지훈... 역시 병신이다.

나는 작은 칼과 냄비를 들고 물가로 내려갔고, 박지훈이 통발을 가져왔다.
 옆으로 온 다연이.
나는 넓적한 돌 윗부분을 물로 헹군 뒤, 작은 물고기들을 손질했다.
보통 작은 물고기는 손으로 따지만 나는 칼이 편했다.

촥촥촥.

박지훈이 도와주려했지만, 내가 저리 가서 놀고 있으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태오와 준수, 민지를 데리고 놀러갔다.
이들의 임무는 2박 3일 동안 쉬지 않고 즐길 거리가 있는지 탐색을 하는 것이었다.
다연이가 동그란 눈으로 물고기를 보고 있었다.

"해볼래?"
"응!"

나는 한 마리를쥐고는 차근차근 순서를 알려줬다.
다연이는 도시의 꼬맹이들 답지 않게 물고기를 꽤나 잘 만졌다.

"오... 잘하는데?"
"시유니만큼 잘하고 싶은데..."
"에이, 나처럼 하려면 매일 쥐어야지. 어디 원양어선이라도 다녀오던가 해야 돼~"

우리는 손질을 끝내고 그릇을 들어서 물고기를 헹군 뒤, 키친타올 위에 올려 물기를 제거했다.

"언제 먹어?"
"저녁에 튀겨 먹을거야."
"맛있겠다..."
"응, 이정도 민물고기는 뼈째로 먹어도 돼~"
"진짜~?"

어느새 멀리서 다가오는 일행들, 민지가 신나서 말했다.

"언니, 저기에 잠자리 엄청 많아요!"
"잠자리? 구워먹음 맛있어."
"...네?"
"아핳, 장난이야."

근데 진짜 맛있긴 하다, 매미랑 같이.
더 말하면 야만인이나 베어그릴스처럼 볼까봐 더 얘기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수영할 준비를 했다.

"와... 언니  대박..."

귀걸이를 빼고 있자, 내 복근을 본 민지가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그리고 이어서 다연이가 내 배를 양손으로 꼬집었다.

"난 이렇게 안 되던데..."

나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는 다연이는 꼬집고 싶은 귀여운 뱃살에 11자 복근이 살짝 보였다.

"우와... 언니들 몸...와... 코피 나올 뻔 했어여."

민지는 특히 다연이를 보고 눈을 못 뗐다.
나랑 다연이는 래시가드를 입고 반바지 수영복을 입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살에 선크림을 샥샥 발라주고 민지도 발라줬다.







나와 다연이의 성장한 몸을 정확하게 본  없는 이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다연이랑 물속에 들어갔다.

물안경을 쓰고 깊은 물속에 들어가자, 박지훈이 뭔 소리를 한 건지 알겠다.
계곡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에메랄드빛 물속에 물고기가 엄청 많았다.
생각보다 큰 물고기들도 많아서, 낚시 할 맛 날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깊은 물속을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올라오니.
준수와 민지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
""말도 안 돼!""

다연이랑 김태오, 박지훈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 잠수실력은, 처음 보는 둘이 경악하기에 충분했다.

"10분이 넘었는데요!?"

다연이가 민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너튜브에서 시유니 잠수하는 거 못 봤어?"
"네? 그런 것도 있어요?"
"우리 시유니한테 관심이 없네~"

민지가 방수 팩에 들어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조작했고, 준수도 옆에서 지켜봤다.

"우와..."

나는 얕은 물가로 올라오며 다연이에게 말했다.

"물고기 진짜 많아, 물속 완전 이뻐."
"진짜?"
"응, 한번 들어가 봐."

다연이와 해맑게 웃으면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박지훈이 아까 봐둔 높은 바위 위에서 다이빙을 했다.
그렇게 다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에서 장난치는 데에 열을 올렸다.







나는 한참을 놀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머리의 물기를 털면서 정자로 다가갔다.

미리 사둔 튀김옷과 기름, 프라이팬.
어느새 물에서 올라온 다연이가 보조 쉐프처럼 나를 도와주었다.

다연이는 라면을 끓이고, 나는 민물고기를 튀기며, 저녁을 만들었고.
실컷 놀다가 냄새를 맡고 올라온 이들이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역시 과거에도 그랬지만 민물고기 튀김은 기가 막히다.

"와... 엄청 맛있다."
"많이 먹으면 니글거릴 수 있어."
"언니..."
"응?"
"나 행복해요..."
"아하핳"

다들 웃고 있는 게, 제대로 즐기는 거 같아뿌듯하다.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 앞에 있는 정자에 이불을 깔고, 모기장을 쳤다.
각종 과자를 안에 넣어둔 뒤, 이불을 추가로 집어넣고, 약간은 지저분해진 정자를 치우기 시작했다.

다들 샤워를 끝내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모기장을 쳐놓은 정자에 들어가서 조명을 키자, 어둠속에서 모기장을 비추는 옅은 빛만이 들어왔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고 있는 다연이.

비가  방울씩 떨어지며 시원한 게 분위기를 더 살려주었다.
박지훈이 마지막으로 모기장 안으로 들어오며, 모기장 안으로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입구를 잠갔다.

"후후후훗... 비도 오겠다... 무서운 이야기가 빠질  없지..."
"...시유나?"

분위기를 타며 즐거워하다가 갑자기 겁먹은 표정을 짓는 다연이.

"그...  해도 되지 않을...까?"

다연이를 보니,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간 그대로 방으로 돌아갈 거 같은 표정이었다.
이미 '무서운 이야기'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계속해서 어두운 주변을 흠칫한 표정으로 보기 시작한 다연이었다.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응."

다시 표정이 풀어지는 다연이를 두고, 우리는 민지와 준수가 알려주는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 점점 강해지는 빗소리가 가득한 정자에서 과자와 음료를 먹으며 게임하는 기분은, 도시에서 즐길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힐링이었다.
게임에 열을 올리는 이들을 두고, 나랑 다연이는 이불속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솨아아아아아아...

"어때?"
"소름 돋게 좋아...'
"나도."

진짜 말 그대로 소름 돋게 힐링되는 상황이다.
이대로 자면 습기 때문에 눅눅해진 이불로 인해서, 현실을 깨닫게 되겠지만, 그전에 방으로 돌아가면 된다.
한가득 쌓여있는 과자를 누워서 먹고 있으니... 이것이 극락이 아니겠는가.

급격하게 올라오는 졸음에 잠시 잘까했지만, 나랑 다연이 사이를 꼬물거리며 올라오는 민지.

"언니들 뭐해요?"
"누워봐."
"와..."

솨아아아아아.

시원한 빗소리와 바람이 얼굴을스쳐지나가니 역시 잠이 몰려온다.

"그냥 여기에서 잘까?"
"응."
"네."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잠들었다.

"피슈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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