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3학년. (95/99)



〈 95화 〉3학년.

이제 16살이 되면서 육체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  것 같았다.
그리고  믿음에, 답해주는 듯 점점 커지는 가슴!

'후후훗...'

성장에 힘입어 더욱더 격하게 운동을 하고 있으니, 아빠가 쳐다봤다.

"너무... 심하게 하는  같은데."

엉덩이에 힘을 주자 거울로 보이는 탱글탱글해 보이는 엉덩이가 압권이다.

"오우..."
"김시윤... 너, 그거 하지 말라고 했어."
"알겠어, 정색하지 마."

나는 대충 샤워만  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침운동을 위해서 다연이와 한강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강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박지훈과 마주쳤다.

"허억... 허억... 다연아 반갑다. 허억... 어디 가냐?"


186cm의 박지훈.
쥐새끼만 했는데... 이제는 한참을 올려다 봐야하는 게 자존심 상한다.
나와 다연이 앞에서 헉헉대는 지훈이, 우리 뒤에 있는 태오를 보더니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스파링이나 할까?"
"업무 중이다."
"같이 가면 되지~"

태오가 다연이의 눈치를 봤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지훈이와 오랜만에 겨뤄보고 싶었나보다.
지훈이와 태오의 스파링도 지켜볼 겸, 우리는 지훈이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 들어가기  입구 앞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야 지훈아."
"응?"
"이거 들어, 김태오 너도."
"".....""

나는 음료수를 한가득 사고는 둘에게 들게  뒤, 위로 올라갔다.
우리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와 다연이만 반기는 사람들.
그리고 나서 오랜만에 온 태오를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인다.
박지훈과 김태오가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다연이와 서로 어깨를 기댄 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 또 졌어..."
"시유니... 잘하던걸?! 열심히 하면 되지!"
"다연아... 너... 나랑 있을  말고는 이거 하지도 않잖아."
"아니야! 매일 하..."

내가 다연이의 기록을 켜자 플레이 타임에 10시간이 적혀있었고, 반면에 나는 250시간이 적혀있었다.


"".....""


나는 말없이 옆에 있는 봉지에서 콧수염 과자를 꺼냈고, 스파링 복장으로 갈아입은 둘이 나왔다.
태오를 보고 눈을 반짝이는 다연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직도 태오가 좋아?"

급격하게 얼굴이 빨개지는 다연.

"응..."
"태오는 좋겠네~ 다연이가 좋아해주고, 요즘은 나보다도 좋아하는  같아~"
"응? 에이, 그건 절대로 아니지."


내말에 정색하는 다연이를 쳐다보며 웃었다.


"아하핳"

나는 다연이의꼼지락거리는 손 위에 과자를 얹어주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맛인데, 맛있어 먹어봐~"

박지훈과 김태오는 한참을 몸을 풀더니 케이지 안으로 들어갔다.

"오오 시작한다~ 박지훈 져라~ 태오한테 쳐맞아라~!"
"응~ 그럴  없어~"

경기가 시작되고, 태오는 박지훈을 다시금 인정하게 되었다.
그냥 주먹을 팔로 막았을 뿐인데, 태오의 몸이 붕 떴기에...

자동차에 치인  같은 파워에 경악한 태오가, 가드를 포기했다.
저런 주먹은 스치면 뻗는다는 생각으로, 전부 피하면서 카운터를 노리는 태오.
지훈이는 그동안 복싱 위주로 훈련을 했는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태오의 주먹을 습관적으로 부드럽게 피했다.

처음엔 가드를 섞어가면서 피하다가, 태오의 주먹에 익숙해졌는지 가볍게 피하기 시작하는 지훈이의 모습은 꽤나 화려했다.

"오오오!"


태오의 하이킥을 부드럽게 피하면서 반대 다리에 레그킥을 꽂자, 공중에서 한 바퀴 구르며 엎어지는 태오.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 절망할 법도 하지만, 태오는 웃고 있었다.
라운드가 끝나며 태오가 누운 상태로 말했다.

"1년만  기다려라."
"그러다 평생  못 이긴다?"
"그렇다면... 그 다음 1년만 더 기다려라...“
"그래,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 다 쉬었으면 일어나고."

천장을 바라보던 태오가 끄덕이며 일어났다.
태오는 기존 타격에 엘보를 섞기 시작했고, 그 동작은 내가 봐왔던 태오의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깔끔하고도 화려한 동작들.

불필요한 동선이 없이 아름답게 뻗는 태오의 주먹은, 격투의 천재가 여기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상대가 지훈이만 아니었다면...

지훈이가 킥을 하기 위해 발을 움직이자, 태오가 움직이는 지훈의 허벅지를 발로 밀며, 거리를 벌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장님은 16살들의 경기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지훈는 대충해도 이젠 아마추어 성인들은 가볍게 씹어 먹는다.
그리고 UMM 미들급 선수인 오정수.
이미 미들급 랭크 6위까지 올라가며, 코리안 좀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었다.
그런 그의 스파링 상대는 항상 지훈이가 되었다.

관장님의 말을 듣기론 6:4 비율로 지훈이가 오정수를 이긴다고 한다.
과거 오정수가 랭크 4위를 잡으며 공개석상에서  말이 있었다.

-"한국에 15살의 괴물이 있습니다. 하하하, 그 아이가 크면 UMM는 괴물을 맞이할 겁니다."


UMM를 좋아하는 사람은  괴물이 누군지 추측하느라 커뮤니티를 한창 달궜지만,
오정수가 말한 괴물은 지훈이었고 실제 대회에 나간 경험이 없었기에, 다른 이들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괴물이 되어버린 박지훈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HSW의 작은 괴물, 김태오는 관장의 입을 벌리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무리 고전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박지훈을 제외한다면 독보적인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였기에.
다연이와 나는 과자를 먹으며, 직관하고 있었다.

"이야... 태오 엄청 쎄졌는데?"
"응! 태오 멋있다~"
"지훈이는?"
"못생겼어."
'괜히 물어봤다...'


나는 속으로 지훈이에게 사과하려했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지훈이가 외쳤다.


"야!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야?!"

다연이를 쳐다보면서도, 태오의 주먹을 보지도 않고 피하자, 태오가 당황했다.
그리고 지훈이가 태오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가 강해지는 만큼 나도 쎄질 텐데, 따라올 수 있겠어?"
"물론..."
"하핰, 너 되게 마음에 든다."
"마찬가지다."


서로 오글거리는 대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 같지만,
다연이는 그런 모습이 좋은지 눈을 반짝였다.

하긴... 다연이는 어렸을 때부터저런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다연이를 유혹하지 않았는가, 라이벌이 되면 김태오와 박지훈이 친해질 것이라고.
지훈이가 한참을 봐준 뒤, 체력이 빠진 태오에게 가볍게 잽을 꽂자 턱을 맞은 태오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정말... 강하군..."
"그래?"

바닥에 누운 태오가 밝은 천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지훈이도 그 모습을 보더니,  부분이 손바닥으로 가려지게끔 손가락을 눈썹에 대고 하늘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영화 찍냐? 존나 오글거리네."
"".....""

내 한마디에 조용해진 장내였다.






나는 동아리실에 있는 의자에 누워있었다.
동아리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다연, 지훈, 태오, 민지, 준수.
그와 대비되게 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골드 하와이한 음료를 얼음 컵에 담아 빨대를 꽂고 쪼옥 마시고 있었다.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느끼면서 에어컨은 풀가동 상태로 두고 창문을 열어놓는 사치를 즐겼다.

그때  정적을 깨는 인물이 찾아왔다.
바로, 부회장이다.

"회장!"
"뭐."
"이번에 수학여행 회의 있는데요?"
"알아서해."
"넵"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하는 부회장.
작년에 나에게 고백했던 꼬맹이다.


"아, 맞다. 이번 3학년은 한국으로 가는 걸로."
"네? 왜요?"
"여권 챙기기 싫어서."
"아... 네."


부회장은, 공부를 하다가 깨진 정적에 부회장을 째려보고 있는 박지훈과 태오의 눈치를 보더니,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부회장이 나가고, 내게 말을 거는 박지훈.


"너 뭐하냐."
"평화를 만끽하는 중이지."
"존나 도도한척 오지네.'
"...?"

나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면서 박지훈을 쳐다봤다.


"미안."
"심심하면 나한테 시비 걸지 말고, 태오랑 밖에 가서 공놀이나 하고 와라."

박지훈은 내 말에 김태오를 힐끔 쳐다봤고, 김태오는 유혹을 못 이긴 듯 다연이를 살짝 쳐다봤다.
웃으면서 끄덕이는 다연.
벌떡 일어난 태오가, 박지훈을 툭툭 쳤다.

"가즈아!!!"


태오도 갑자기 신나하더니, 준수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훈과 태오,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요즘 보면 태오의 성격에 박지훈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나가면서 문이 잠기도록 꼬옥 닫는 태오.
동아리실엔 나와 다연이, 민지만이 남았다.
나는 빠르게 일어나며 다연이에게 손수건과 음료수를 건넸다.

"괜찮아?"
"언니! 괜찮아요?"
"응, 나는 시유니랑 다르게 그렇게  아파."
""부럽다아~""
"에이, 뭘 이런 걸로 부러워해..."
"모르는구나? 나는 누가 내 하복부에 주먹 꽂는 느낌이야..."

민지가 나를 보며 경악했다.

"그 정도에요?"
"진짜...?"

두 시선을 받으며 끄덕였다.


"응... 평소엔 안 그러다가 가끔씩 그런 거긴 한데, 그래서 얼굴  창백해지고 구부정한 자세 돼서 허리 아프고 그러잖아... 다연아 에어컨 끌까?"
"아니~"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말해, 혼자 가지 말고."
"응, 그것보다 이 문제 어떻게 풀어?"


나는 다연이가 고민하는 수능 문제를 보고 풀이과정을 설명해줬다.





운동장 밖에서 뛰어노는 김태오, 박지훈, 허준수... 어느새 축구 동아리까지 합세해서, 인원수를 모두 채워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시험기간에 저러기 쉽지 않은데."
"그러게..."
"언니!"

민지가 부르는 소리에 쳐다보니, 민지가 수학문제를 보여줬다.

"이거 어떻게 풀어요?"

나는 다연이를 두고, 민지의 공부를 도와줬다.
어느덧 종이 울리고, 샤워를 끝내고 온 이들.
나는 김태오를 보며 말했다.

"지훈이 아직 쉬림프냐?"
"야!!!"


김태오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난 새우라고 하길래 정말인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다."
"오?"


박지훈이 김태오를 보며 말했다.

"하지마라."
"칭찬이다."
"그니까, 내꺼 가지고 칭찬하지 말라고."
"...알겠다."


하긴 가끔씩 생리적인 현상으로 커지는 지훈이의 그것은, 내가 기억하는 새우 수준은 아니었다.
우리는 종례를 위해서 민지와 준수랑 헤어졌고, 반으로 가는 길에 다연이가 나에게 말했다.

"맞다, 할아버지가 선물 준다던데?"
"나?"
"응, 나랑 같이 시험 끝나고 본사로 놀러 오래."
"요즘 들어 자주 찾으시네... 몸 편찮으신 거 아니지?"


다연이가 잠시 고민하더니 끄덕였다.

"음... 그런  못 들었는데? 할아버지 나이에 그렇게 정정한 사람 몇 없을 거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큰 기업 운영하면, 스트레스로 잔병치레가 많을  있어."
"응, 그래서 1주일에 한  씩 진단받으셔."

나는 지금이21세기란 것을 잠시 잊었다.
돈 많은 사람이 21세기에 단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죽으려고 해도 의사가 살려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기에.


"그러게. 건강하시겠네..."







곧이어 시험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나는 빠르게 문제 풀기를 반복했다.
시험이 시작되고, 이제 내 숨소리에 모두 익숙해진 듯,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평균 100점.
1, 2학년을 합친 8번의 시험에서 평균 100점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나다.
잠시 게시판에 적혀있는 학년 순위를 보자, 한 문제를 틀린 다연이가 2등이었다.
예전엔 하나라도 틀리면, 무언가 고통이라도 느끼는 표정을 했던 다연이지만, 지금은 웃어넘긴다.

"오오오오 다연쓰~"
"우와아앙!~ 2등이네!"
"후훗... 나에겐 아직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대단하구나..."
"후후훗... 언젠간 넘어보겠사옵니다!"


그리고 김태오는 192등, 박지훈은 233등이었다.
무슨 순위가 그렇게 낮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학교에선 공부 못하는 꼬맹이를 찾는 것이 더 힘들다.
죄다 지능이 타고났거나 또는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받으니까.
둘이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 모습은 꽤나 낯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역시 공부는 내가 앞서는군."
"1년만 기다려라..."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죽을지도..."
"이 샊... 나랑 똑같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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