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옷이 보여-155화 (155/231)

155화 아제슬 오픈 2

<유명 배우 차승준! 또다시 폭행>

<차승준 폭행! 피해자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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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승준

2. 이상진

3. 차승준 이단 옆차기

4. I.J

늦은 밤, 인터넷 뉴스를 보던 우진은 뉴스 내용이 기가 막혀 헛웃음을 뱉었다. 인터넷엔 아직 자세한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았지만, 우진은 불과 몇 시간 전 이 사건을 직접 눈으로 봤다.

오픈 하루 전 아침까지만 해도 줄이 없었다. 그런데 한 무리가 매장으로 들어와 오픈이 맞는지 확인하더니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 사람들이 줄을 서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연이어 다른 사람들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이 길지 않은 데다가 미리 준비도 철저히 해놔서,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오후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되자 30명가량 서 있던 줄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200명을 넘지는 못했지만 첫날치고 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줄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상관없다는 듯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진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고객들이 걱정돼 수시로 밖을 살폈고, 미리 준비한 핫 팩들을 손수 나눠줬다.

그렇게 줄이 길다는 아쉬운 소리부터 팬이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핫 팩을 나눠 주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소리에 놀란 우진이 그곳을 봤을 땐 이미 상황은 늦어 있었다. 멀리서 영화처럼 날아가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찰칵대는 소리가 들렸다. I.J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의 카메라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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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우진이 대처할 틈도 없이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오더니 날아 차기를 한 사람과 맞은 사람을 싣고 가버렸다. 남아 있는 기자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그들을 따라갔다.

우진은 방금 기사를 보고서야 그 사람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저 미친놈은 왜 줄을 서고 있는 사람을 때리고 지랄이야. 내가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러게요. 왜 때린 거지?”

“모르지! 또 폭행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원래 그런 놈인가 보지.”

아직 아무런 조사 발표가 없어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필이면 왜 오늘 여기서 그런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같이 뉴스를 보고 있던 장 노인과 미자가 갑자기 우진을 불렀다.

“이것 좀 보거라!”

“선생님! TV에 매장 나와요!”

“우리 매장이요?”

“네! 네! 지금 계속 나와요! 사람들도!”

그때, 밖에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을 관리하던 준식이 올라왔다.

“선생님! 매튜 실장님이 밑으로 절대 내려오지 마시래요.”

“네?”

“기자들이 그, 차승준 폭행 사건 때문에 인터뷰하고 싶다고 찾아왔거든요.”

우진은 고개를 갸웃거리고선 장 노인에게 향했다. 장 노인이 보고 있는 모니터를 들여다보자 뉴스에 정말 I.J 매장이 나오는 중이었다.

“그 미친놈이 여기서 날아 차기를 한 덕분에 지상파에 광고도 하는고만? 가만있어 보자. 유 실장, 이거 다른 채널로 좀 돌려보게.”

미자가 뉴스가 나오는 채널을 찾아 돌렸다. 그 뉴스에서도 차승준 사건이 보도되는 중이었고, 자연스레 I.J 매장도 같이 나오고 있었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까지.

-이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유명 브랜드 앞입니다. 지금 이곳에선 신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 있는 이곳, 바로 이곳에서 차승준 씨가 줄을 서 있던 배우 A 씨를 구타했다고 합니다. 사건을 목격한 시민 한 분과 인터뷰를 나눠보겠습니다.

-저도 잘 몰라요. 한정판 -삐삐삐- 옷을 사러 왔는데, 갑자기 마스크를 쓴 사람이 앞에 있던 사람한테 뭐라고 했어요.

“와…… 그 미친…… 아니, 예쁜 놈 덕분에 뉴스에 광고한 셈이네.”

“인터넷에도 엄청 퍼졌어요.”

구석에 있던 팟사라곤도 말을 보탰다.

“홈페이지에 갑자기 방문자 폭주합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 덕분에 I.J는 갑자기 분주해졌다. 우진은 미자가 보여주는 댓글을 봤다.

-하루에 200명 선착순이라서 포기한 건데, 생각보다 줄이 안 긴데?

-저 줄이 안 김? 난 우리나라에 부자가 저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는 중인데.

-아제슬? 아제슬에서 옷 또 나옴?

-차승준 새치기를 저런 식으로ㅋㅋㅋ

-아제슬 판매 내일부터였음?

-뉴욕에서 팔았다던 그 옷임?

처음에는 Moon 매거진이나 Y튜브 스트리머를 통해서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했다면, 이번 사건은 패션에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광고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거 이러다가 200명도 넘기겠고만?”

200명이 넘으면 기분은 좋겠지만, 정말로 넘게 되면 그것도 문제였다. 한 명, 한 명 치수를 측정해야 하는데, 201명부터는 꼬박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번호표라도 주고 돌아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번호표를 파는 장사꾼이나 노쇼 고객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하루 200명 한정은 희소성을 고려한 아제슬에서 정한 방침이었기에, I.J도 그 일원으로서 방침에 따라야 했다.

그런데 자정이 막 넘어설 무렵, 200명이 넘어버렸다.

***

오픈 당일 아침.

I.J 식구들은 밤새 200명 이후의 사람들을 돌려보내느라고 오픈 전부터 진이 빠진 상태였다. 각종 매체에서도 차승준 사건과 더불어 I.J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왔다.

밤새 기자들과 고객들을 관리하던 직원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쪽잠을 자다 깬 우진은 TV를 확인하다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을 살피기 위해 창가로 향했다. 그때 일어나 있던 매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셨습니까?”

“안 주무셨어요?”

“Watch 오픈 때문에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틈틈이 잤습니다.”

시차만 다를 뿐 같은 날 오늘, 스위스에서도 ‘I.J Watch’가 오픈될 예정이었다. 시차 때문에 매튜는 밤새 스위스 매장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매튜는 우진에게 인사만 건네고는 곧바로 다시 볼일을 봤다.

그를 도와주고 싶어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우진은 조용히 커피를 타서 매튜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방해가 될세라 조용히 컴퓨터로 정규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마침 아침마다 방영하는 생활 정보 뉴스에서 I.J 매장 밖 상황이 흘러나왔다. 차승준 사건을 우선으로, 줄을 선 I.J 고객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곳은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들이 들어선 청담 패션거리입니다. 제 뒤로 줄이 보이십니까? 날씨가 아직 쌀쌀한데도 옷을 구매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요. 시민 한 분과 인터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언제부터 기다리신 거예요?

-전 어제 11시인가? 그쯤에 왔어요.

-오후 11시 말씀이신가요?

-오전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셨네요. 거의 하루를 기다리고 계시는데, 이 옷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음…… 멋있기도 하고, 궁금하더라고요. 옷은 입은 사람들이 항상 똑같은 말을 하잖아요. 입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그리고 지금 줄을 서야지 옷을 빠르게 받을 수 있어요. 만드는 데 오래 걸려서, 나중에 올수록 완성이 늦어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한정판이잖아요.

-그렇군요. 그럼 성공적인 구매를 기원합니다.

생방송인지라, 아마 매장 밖에서 실시간으로 인터뷰 중인 것 같았다. 밤을 새워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카메라를 피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우진은 밖의 상황을 살피려 다시 창가로 향했다. 밤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줄은 결국 옆 블록까지 늘어섰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방송에 나왔던 기자를 비롯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우진은 일단 사무실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을 깨웠다. 다들 긴장하고 있어서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일어났다.

일어난 사람들은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창문을 통해 밖을 한 번 보고는 TV와 인터넷부터 검색했다. 우진은 자신과 똑같이 행동하는 식구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윽고 사무실 직원은 유니폼으로, 테일러들은 자신들이 만든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미자가 머리까지 만져주자 힘겨운 밤을 지낸 사람들답지 않게 깔끔해 보였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준식이 올라왔다.

“통역사분들이 도착하셨습니다. 오픈 준비도 끝났습니다.”

“그럼 내려갈까요?”

“오픈 전에 한 말씀 하시고 내려가시죠.”

우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얼굴에서 긴장감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우진은 자신이 대표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진은 그걸 상기시켜 준 준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다. 그러고는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아침 회의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기에, 우진은 생각한 그대로를 내뱉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많이 서툴 거예요. 그래도 그동안 많이 준비했으니까 연습한 대로만 해요. 아마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할 텐데,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시고요. 그럼 내려가죠.”

보통 스케줄을 읊거나 주의를 줄 자리인데,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이 짧게 뱉은 말에 테일러들은 서로를 보며 약간 당황했다. 우진은 할 말이 끝났는데 다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의아했지만, 곧 빠진 게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I.J 파이팅!”

모두 그제야 우진의 말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따라 외쳤다.

“파이팅!”

직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 오픈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뒤, 맞춰놨던 알림이 울렸다.

10시 정각.

그와 동시에, 매튜가 매장 문을 활짝 열었다.

***

처음으로 치수 측정을 마치고 나온 고객들은 갑자기 들이대는 카메라를 보며 당황했다.

“선생님, KBC입니다. 잠시 인터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잠시면 됩니다!”

“아제슬 1호를 주문하신 분이 맞습니까? 이제 곧 옷을 입을 수 있으신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오래 기다리셨던 만큼 만족하시나요?”

“두 번째, 세 번째 분들은 왜 곧바로 나오신 거죠?”

남자는 몰려드는 카메라가 어색해 얼굴을 가리려 애썼다.

“원래 들어가면 30분이나 걸리는 겁니까?”

“거의 천만 원에 육박하는 금액인데 아깝진 않으십니까?”

남자는 마지막 질문을 한 기자를 힐끔 봤다. 기자 말대로, 남자는 사실 기다리면서도 계속 고민했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계약금을 낸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다. 옷을 입어봐야 알겠지만, 치수 측정이 끝날 때까지도 3달치 월급이 넘는 돈을 쏟아붓는 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냐는 생각으로 끝까지 기다렸다.

치수를 재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900만 원을 쓴 것 같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I.J 유니폼을 입은 노인이 나오면서부터 조금씩 마음이 바뀌었다.

이미 충분히 알아보고 왔지만, 관계자를 통해서 직접 듣는 것과는 차이점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I.J 직원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원단 및 자재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했다.

입고 가격까지 보여주며 설명을 하니, 마음속으로 ‘그럼 이 정도는 받아야 맞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명이 끝나자 매니저가 오더니 평소 옷 스타일을 물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찰 시계를 고르듯 한참을 설명하고 고민하면서 시계를 추천했다. 이미 인터넷으로 좋은 제품이라는 평가를 보고 온 터라 바로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그저 팔려고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에게 맞는 시계를 고려해 주는 것이 보여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상당히 큰 금액에도 후회스럽지 않았다.

남자는 매장 안에서 대접받았던 일을 떠올리자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 얼굴로, 질문을 한 기자에게 대답했다.

“아깝지 않았어요.”

“그 정도로 만족하시는 겁니까?”

웃으며 대답하는 남자의 모습에 기자들은 물론이고, 기다리던 사람들도 궁금해졌다.

그때 매장 문이 열리면서 두 번째 고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인터뷰하고 있는 남자와 같은 미소를 지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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