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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법이 더 쎈데-71화 (71/203)

< 제34장 - 신을 끌어내리는 육도의 길. >

“······!!”

충격이 감도는 이곳.

아네솔레의 머리통은 반론의 여지 따윈 없이 완벽하게 뭉개졌다.

하지만.

슈아아악!

테이프를 뒤로 되감듯, 조각조각 흩어진 육편이 한데 모여들며 원형으로 되돌아온다.

그 육체가 복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

‘역시 쉽게 뒈져주진 않는군.’

아르민은 탁자를 뒤엎듯 내팽개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듯 놈과 거리를 벌렸다.

이야기는 잘 들었다.

부에르와의 결전 이후, 자신이 떠나온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 후에 어떤 식으로 세계가 영락했는지.

이어진 아르카디아의 말을 통해, 아르민은 진상을 알게 되었다.

요컨대 진실은 이것.

[세계 하나를 희생시켜 육영웅은 신에 가까운 위치까지 도달했다.]

세계가 멸망했다는 이야기치고는 매우 시시한 이야기였다.

모노리스가 이끄는 길을 따라, 지구를 바친 끝에 절대적인 힘을 얻은 자들의 이야기.

마법을 제한하고, 종족에게 리미트를 걸어 자기 입맛에 맞는 세계를 창조하기까지에 이른 걸 보면.

육영웅은 그야말로 ‘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을 테지.

여기까지가 에누리 없는 진실.

하지만.

‘······틀려.’

착각하지 마라.

아르민은 쏘아낸 마탄을 재장전 했다.

확실히 놈들은 강하다.

이 세계의 눈높이로 보자면, 신이라 불러 마땅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놈들이 정말로 신이라면.

눈앞에 있는 ‘저것’이 정말 초월적인 무언가, 절대적인 개념으로 정의되는 존재였다면.

- 아르민이 총을 뽑는 것조차 허락해서는 아니 되었다.

쏘아진 탄환.

적중한 총알.

마력을 동결시킨 것만으로, 이쪽의 공격 수단을 빼앗았다고 착각한 순간 드러난 빈틈.

그저 그것을 찔러 쏘아냈을 뿐인 공격인데도, 총알은 분명히 놈에게 명중했다.

신체를 복구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치명상에 이를 정도의 피해까지는 주지 못한 듯싶지만.

아니, 아예 피해를 줄 수나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아르민은 방금 그 한 발만으로 필요한 정보는 전부 손에 넣었다.

‘놈들은 절대로 신 같은 게 아니야.’

그리고 신이 아니라면. 무엇이 되었든 쓰러트릴 방법은 존재할 터.

자, 그러니 지금부터 보여주마.

“지옥도(地獄道).”

내 마법이 얼마나 더 강한지를.

쿠웅!

아르민의 육체에서 피어난 마력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

‘총···알?’

머리가 깨져나갔다.

그 사실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은 찰나.

깨진 순간부터 아르카디아의 육체는 당연하다는 듯이 복구 시퀀스에 진입했다.

복귀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도리어 상대하고 있던 남자 쪽이다.

‘······당신은 늘 예상을 넘어서는군요.’

설마, 정말로 협상을 결렬하고 자신에게 총을 겨눌 줄이야.

이 세계에서 총을 손에 넣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 행위까지도 미처 예측하지 못했기에 생겨난 빈틈이었다.

하지만 단 일격.

그것으로 자신을 죽이지 못한 이상 승부는 여기서 결정 났다.

슈아악!

복구가 마무리되었다.

머리가 원형을 되찾고, 아르카디아의 육체가 손끝과 발끝의 말단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지옥도.”

담담히 울려 퍼진 강재민의 목소리와 함께.

그 단어를 시작으로 주변의 마력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 아르카디아에게도 감지되었다.

‘이건.’

일대의 마력을 달구고, 미쳐 날뛰게 만드는 이 마법은, 필시 주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변모시키는 대규모 술식 마법.

‘필드 매직······.’

마법의 정체를 깨달은 아르카디아는 비웃었다.

응결된 마나의 주도권을 어떻게든 가져오려고 발악을 한 모양이지만.

‘소용없습니다.’

아르카디아는 태양의 기운을 뿜어냈다.

그 등 뒤로부터 하나 둘, 셋, 나아가 여섯 개의 줄기 형태가 되어 펼쳐진 태양의 기운.

그 형태는 한 쌍의 날개처럼 펼쳐져 아르카디아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의 기척.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 눈이 멀어버릴 듯,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개가 신성스럽게 펼쳐지낟.

그렇게 만들어진 날개를 가지고, 아르카디아는 우둔하게도 자신의 제안을 흙발로 걷어차고는, 독니까지 드러낸 강재민을 벌하기 위해.

“끝입니다.”

쇄애액···!

날개를 휘둘렀······.

타앙!

두 발 째의 탄환.

아르민이 발사한 마탄은 태양의 날개를 찢고, 아르카디아의 지근까지 날아들어 한 번 더.

퍼석.

그 머리통을 박살낸다.

탄환을 갈아 끼우며 아르민은 뇌까렸다.

“아귀도(餓鬼道).”

쿠웅!

그 여파에 대지가 신음했다.

****

한 번, 두 번,

마법을 발동할 때마다 아르민은 육체 내부에서 마력이 날뛰는 것을 느꼈다.

‘마력 응결이라니, 성가시기 짝이 없어.’

과연 신이라고 해야 할까.

일대의 마력을 장악해버린 그 힘은, 아르민으로선 허를 찔린 공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마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르민은 달리 방법을 강구했다.

‘놈은 신에 가까울지언정, 마법사가 아니다.’

거기서 생겨난 간극.

단순히 반응속도나, 육체의 내구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직전 아르카디아가 다루는 신성력의 양은, 마력으로 따지자면 아르민이 평소 다룰 수 있는 마력신경의 네 배 이상에 달하는 에너지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전에 먼저 아르민은 태양을 아우르는 마법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태양을 쏘아 떨어트린 마탄의 남은 잔탄은 다섯 발.’

처음부터 태양의 여신 아르카디아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작금의 상황을 추론하며 아르카디아의 개입을 짐작하던 아르민이, 아무 준비 없이 이 자리까지 왔을 리가 없다.

3개월 전.

태양을 자처한 흡혈귀를 쏘아 죽이기 위해 마련했던 신화급 마법을 재현하며.

아르민은 세 번째 탄환을 채워 넣고는, 다시금 아르카디아를 겨눴다.

‘역시 이걸로 죽지 않는 걸 보면, 네놈 또한 완전한 태양은 아니란 소리다.’

그것이 더욱, 그녀가 신으로서 완벽한 개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꼴이다.

더군다나.

‘자연의 마나가 멈추어있다고 한들, 현대 마법사에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먼저 한 걸음.

대지에서 끌어들이는 마력정을 이용해, 포박 마법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심장에 탄환을 처넣기 위해.

‘천라지망(天羅地網).’

제2종 개념 마법.

마력으로 짜낸 포박의 그물을 아르카디아에게 투사한다.

하지만.

쇄애애액!

터져나간 머리가 복구되는 것보다도 먼저 움직인 등 뒤의 날개가, 태양의 기운이 서린 마력의 칼날이 서슴없이 천라지망의 마법을 갈라내었다.

‘무효화.’

담담하게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판단하고, 인식하면서 한 번 더.

아르민의 비어있는 왼손이 리드미컬하게 춤을 췄다.

따악!

적을 조준하고, 개념을 설파하고, 체내의 부족한 마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내 준비한 트리플 액션 마법.

키이이이이잉!

순식간에 허공에 만들어진 열 세 발의 마법 화살은 이어.

투두두두!!

그 전부가 아르카디아의 육을 찢기 위해, 기관총처럼 쏘아졌다.

휘이이익!

이번에도 그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한 번 휘둘러 친 태양의 날개가 마법화살을 무위로 만들고, 도리어 아르민을 노리며 공격해온 것이다.

‘막는다.’

끼릭.

탄환을 장전한 리볼버를 놈에게 겨누며, 아르민은 방어마법을 준비했다.

대지의 마력정을 이용한 방어 마법.

‘태백(太白).’

쿠우웅!

솟아난 대지에 부딪쳐 오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육체가 떨린다.

일촌광음(一寸光陰)

이런 식으로 촌음의 시간 속에서 아르카디아의 머리가 복구되는 동안, 그녀와 아르민이 주고받은 공방은 어느새 여섯 번.

그 사이에 다시금 아르카디아의 머리는 원형을 되찾았다.

“복구······!”

타앙!

세 번째 탄환.

푸각!!

새빨간 선혈이 튀는 것에도 개의치 않은 채로.

- 축생도(畜生道)

아르민은 호흡을 쥐어짰다.

****

극한까지 이른 마법 구사 행위.

이건 마치 한 번 들이킨 호흡을, 한계까지 넘어서도록 내쉬는 것과도 같다.

더는 짜낼 숨도 없건만, 여전히 아르민이 마법을 구사할 때마다 그 육체에 남아있는 마나는 시시각각, 소실되고, 마력이 소실된 아르민의 육체는 상처 입어갔다.

‘마력은 이미 밑바닥이다.’

몸에 두르고 있는 아티팩트의 핵까지 깨부숴가며 준비한 마력이건만.

역시나 신의 공격에 대비하기엔, 그 숫자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움찔.

아르민의 몸이 흔들렸다.

부족하다.

다음 공격은 제대로 막을 수 있을까?

또 다시 탄환을 처먹일 빈틈을 만들 수 있을까?

다음 길로 이어지는 주언을 읊을 수 있을까?

모든 것에서 확신 따윈 할 수 없는 상황.

이것만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좀 더 마력을 끌어올 수단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네 이 노옴······!”

간신히 상황을 파악하는데 성공한 황제 이반이 칼을 빼들었다.

아르민과 아르카디아의 공방을 펼쳐지고, 세 번의 주언이 읊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초 남짓.

그 극한의 영역으로, 이제껏 외부에 있던 황제 이반 또한 간신히 들어서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촌음(寸陰)의 영역.

그 칼이 휘둘러지는 걸, 아르민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선 저것을 막는데 손을 더하는 것조차, 아르민의 마법 행사에 불필요한 행위가 된다.

그래서였다.

- 이스텔.

아르민의 부름에 응해.

- 예스, 마이 로드.

콰아앙!

벽면을 부수고, 창문 유리조각을 흩날리며 이 자리로 난입한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제 이반에게 달려들었다.

인간형의 동체 위로 길게 뻗은 한 쌍의 날개와 머리 위로 돋아난 진홍색의 용각(龍角).

이스텔은 이글거리는 불꽃이 서린 양 발톱을 가지고, 있는 힘껏 황제 이반이 휘두른 검과 부딪쳤다.

“·········!”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이반의 얼굴을 일별하고.

콰아앙!!!

충격이 내달린다.

그리고 한 번 더.

타앙!

- 수라도(修羅道).

네 발 째의 탄환이, 아르카디아의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

울컥.

아르민의 입가에서 피가 튀었다.

마침내 그 육신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리미트가 걸린 몸 따위로······!’

그것을 목도한 아르카디아의 눈이 번뜩였다.

말이 되지 않았다.

자신은 신이다.

상대는 한낱 인간.

그것도 그 육체에 리미트가 걸린, 불완전한 생명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어진 공격은 뭐지?

대체 무엇이 그를 저렇게 움직이도록 하는 거지?

과거, 지구가 무사하던 시절. 강재민이라는 남자는 언터쳐블 메이지. 현대 마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신성시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자신은 언제나 그것이 부러웠다.

칠영웅의 리더를 자처하고 있음에도, 그 발치조차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의 존재를 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때의 무력하던 영웅은 끝내 신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에 걸맞은 힘을 손에 넣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자신이 놈을 짓뭉개고, 박살낼 수 있다.

태양의 날개가 펼쳐졌다.

놈이 빈틈을 보인 지금이 타이밍이었다.

‘죽어라.’

휘둘러 친 날개는 명확하게도 아르민의 급소를 노린 채, 그 깃털을 흩뿌렸다.

그걸 본 아르민의 시선이 흔들렸다.

울컥.

여전히 입가에서 꿀럭 하고 쏟아지는 선혈.

전성기에 비해 절반 이상이 리미트가 걸린 육체는 지금 순간에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막을 수 없나?

아르민의 머릿속으로 그러한 생각이 찰나처럼 스쳐지나갈 무렵.

타앗.

아르민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이멜다.

그녀는 눈물 자국조차 말라붙은 결연한 얼굴로, 아르민을 지키듯 그 앞에 섰다.

양 손을 펼쳐, 그녀가 펼치는 힘은 아르민을.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힘이었다.

“태양의 이름으로·········!!”

쿠우웅!

전력으로 다해 펼치는 태양 방패.

그 강도는 신이 펼치는 태양날개에 비해 실로 나약하고 보잘 것 없지만.

“!!”

이번에야말로 아르민의 목을 땄다고 생각한 아르카디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방패와 날개가 부딪치며, 아주 조금, 실로 약간, 순식에 가까운 차이로, 날개가 아르민의 목옆으로 비껴나간 것이다.

- 아르민 님!

미처 목소리조차도 형태로 맺어지지 않을 만큼 표홀한 시간 속에서.

아르민은 분명히 이멜다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그리고

타앙!

- 천상도(天上道)

다섯 번째 탄환과 함께.

아르민의 육이 마력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퍼억!

하지만 아르민의 육이 한계에 이른 탓일까.

아르카디아 또한 몸을 비틀어, 머리가 아닌 오른 팔뚝으로 탄환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아주 잠깐 생겨난 호흡의 빈틈.

놈은 그것을 노리고.

‘좋습니다. 제가 공들여 만든 세계가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 빛이여.

‘사라져라.’

훅.

아르카디아가 불어낸 숨결에.

세계의 불이 꺼졌다.

****

세상천지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 아쉽게 되었습니다. 강재민.

아르카디아는 조용히 멸망해버린 세계에 갇혀 있는 피조물들을 안타깝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방금 그 한 마디로 세계는 멸망했다.

빛이 있으라는 말로 세계를 창조한 그녀였다.

당연히 말 한 마디로 세계의 생명을 빼앗는 것 또한, 그녀에겐 매우 간단한 일이었다.

‘처음부터 무의미한 반항이었습니다.’

신에게 대항하고자 하는 기개는 높이 사지만, 결국 강재민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한 것이다.

승리를 확신한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아르카디아는 참지 못했다.

콰직. 콰지직.

뿌직.

‘지금까지 절 방해하던 그 가증스러운 팔을 뜯어내드리죠.’

아르민의 양팔을 뜯어낸 뒤, 아르카디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해놓으면, 그 잘난 손가락을 튕기는 현대 마법도 발휘할 수 없을 테지.

나아가 불경스럽게도 마탄을 자신에게 겨누던 그 행위도 더는 할 수 없게 된다.

- 이로서 단죄는 끝났습니다.

참으로 허무하지만, 어차피 신에게 덤빈 자의 최후는 이런 법이었다.

아르카디아는 미소 지었다.

그때.

- ·········.

한 마디, 출처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나지막이 아르카디아의 귓가를 두드렸다.

그 목소리는 분명한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더랬다.

“천상도(天上道)”

- 무슨······?!

****

상대가 장난을 그만두고, 신적인 힘을 행사할 타이밍.

아르민은 그것을 고려해야만 했다.

놈이 정말로 만물까지 창조해낸 신이라면, 응당 그것을 거두어가는 일 또한 불가능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아르민이 고른 것은 지금까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방법이었다.

‘기왕이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아르민이 사용해온 마법은

제1종 원소 마법.

제2종 비원소 마법, 즉 개념 마법.

제3종 종교 마법.

제4종 원시 마법까지.

총 네 종류였다.

하지만 그러한 마법을 사용해오며, 아르민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이 있었다.

의도적으로 사용을 배제하고, 거부하고 있던 마법.

- 제5종 외법(外法).

문자 그대로 사용이 금지된 마법들을 카테고리화 시켜서 봉인해둔 금지된 마법들.

외법이 금주로 지정된 이유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마법의 사용 자체가 세계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둘째. 필연적로 외법을 사용하는 자는, 그 육체와 영혼······.

즉 존재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마법이란 인간들을 위한 힘이다.

세계를 밝혀내는 신비다.

하지만 모든 마법들이 세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는 유독 이 세상에 어째서 있는지 알 수 없고, 왜 존재하는지도 모를 것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신의 장난이라고까지 불리는 마법들.

때문에 그러한 마법들은, 금주(禁呪)는 강했다.

‘그 정도 수단이 아니면, 정말로 놈이 펼칠 ’신적인 힘‘을 막아낼 수가 없어.’

그래서 아르민은 주저없이 자신에게 외법을 사용했다.

자신에게 건 금주는 간단하다.

그 육체를 세계로부터 벗어난 특수한 장소에 매어두어, 마르지 않는 마력, 강력한 힘, 그밖에도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손에 넣게 하는 금지된 마법.

‘틴달로스의 계약.’

아주 잠깐 동안, 이 육체가 세계에서 벗어난 아르민은 그래서 뇌까릴 수 있었다.

- 천상도(天上道)

마력이 퍼져나가며, 아르민의 세계가 빛을 되찾았다.

****

“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아르카디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몸이, 움직이질 않아.’

그 육은 움직이지 못한다.

틴달로스와 계약을 마친 아르민에게, 더 이상 마력의 제약은 무의미했다.

뜯어냈다고 생각한 양팔조차 원래대로 돌아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르민은 총구를 아르카디아에게 겨누고 있었다.

“어, 어떻게, 당신은······! 신인 나를······!”

그 발악도 몸부림도 무의미했다.

아르민은 그저 천천히.

달칵.

장전을 끝마친 리볼버를 멈춰 선 아르카디아의 미간에 들이대며 그는 입을 열었다.

“애당초 불교에서 신 같은 초월적인 존재 따윈,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아. 네놈이 신이라고? 그럼 좋아.”

그렇게나 신을 자처하고 싶다면, 위에서 한낱 피조물들을 내려 보며 거들먹거리고 싶다면 그러라고 해라.

그 대신.

“나는 인간으로서, 네놈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까지 끌어내려줄 테니까.”

이제까지 펼친 마법은 마나의 응결을 풀어내기 위한 필드 매직 따위가 아니었다.

여태 아르민이 주언으로 읊어온 길은 다섯 길.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천상.

그건 전부가 신적인 존재인 놈을 인간의 위치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준비한 길이었다.

다섯 개의 길을 걸어 그 끝에 도달하는 곳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계.

사바다.

즉 오로지 오만한 신을, 이곳 흙바닥에 처박기 위해서 준비한 마법이었을 뿐.

“헛······.”

소리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놈의 말보다 아르민이 방아쇠를 당기는 게 더 빨랐다.

이번에야말로 남김없이 처먹여주마.

일곱 번째 탄환.

“인간도(人間道).”

놈의 멱살을 휘어잡아, 그 존재의 격을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으로 끌고 온다.

그걸 위한 여섯 개의 관문.

타앙!

여기까지가 삼계육도(三界六道)

그 숫자. 헤아리기를 삼천세계(三千世界)

그래서 이름 붙이길.

- 육도윤회(六道輪回).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서 사바의 세계에서 가루가 되어 무너지는 놈을 보며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었다.

이래서야 결국 신이라던 놈이 가진 힘보다도.

“내 마법이 더 쎈데?”

아르민은 승리를 선언했다.

< 제34장 - 신을 끌어내리는 육도의 길.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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