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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법이 더 쎈데-77화 (77/203)

< 제38장 - 보다 마왕답게 (1) >

“잠시 영지를 돌아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부에르 영지를 찾은 비에르였다.

그녀는 자신이 떠난 뒤, 도시가 어찌 바뀌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여독이 아직 풀리시지 않았을 터인데. 조금 더 쉬시지요.”

유겐은 비에르를 막아보려 했지만.

“아니요. 벨레드 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지금이야말로, 제 발로 걷고, 제 눈으로 봐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아르민은 유겐과 함께 비에르를 데리고 도시로 내려왔다.

당연히 거리의 풍경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순 없었다.

정비되지 않아 더러운 가도.

여기저기 쏟아져 있는 오물들.

대낮부터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마족까지 보인다.

“······.”

비에르는 입술을 깨문 채, 근처에 있는 주점으로 들어섰다.

생전에 부에르도 종종 들렸다고 하는 그곳은, 아르민이 친위대에게 붙들렸던 바로 그곳이었다.

“아, 아가씨?! 정녕 돌아오신 겝니까?!”

“네. 겔리온, 오랜만이에요.”

비에르가 들어서자, 눈이 하나만 달린 주인장이 호들갑을 떨며 일행을 맞이해주었다.

“엇?”

친위대에게 끌려갔던 아르민까지 곁에 있는 걸 발견한 주인장은 요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자, 들어오시지요. 어이! 네놈들! 자리 좀 비워봐! 아가씨가 돌아오셨다고!”

으름장을 놓는 주인장의 모습에, 테이블을 장악하고 있던 마족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 아가씨? 정말로 아가씨가?

- 오! 크로셀 대신 다시 영지를 보살피시는 겁니까?

같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가 있는가 하면

- 아가씨가 누군데?

- 처음 보는 얼굴인데?

- 그래도 얼굴은 반반하네.

- 휘유! 언니! 한 번 벗어봐!

딱 봐도 외지에서 찾아온 것으로 보이는 마족들이 보여주는 반응까지.

특히 외지 마족들이 꺼내든 말 덕에, 삽시간에 주점 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 이 새끼들이 아가씨께 무슨 개지랄이야?!

- 한 판 붙을까?!

일촉즉발의 상황.

그 사이로 끼어든 건 비에르 본인이었다.

“전 괜찮아요. 최근 외부에서 찾아오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 분께 저는 그저 타인일 뿐이니까요. 지금부터라도 그런 분들도 알아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니까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가 다정히 꺼낸 말을 듣고도 싸움을 계속하려고 드는 놈은 없었다.

스멀스멀 가라앉는 분위기를 보고 있으려니.

‘친화력 자체는 나쁘지 않는 수준인가.’

아랫것을 이끄는 통솔력이나 카리스마는 모르겠지만, 이런 갈등에 서슴없이 발을 들이는 저 간담이라면.

크로셀이 나타나기 전의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이 왜 많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괜히 불쾌한 일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최근에 어중이떠중이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특히 갈 곳 없는 놈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네 주점을 많이 찾는다고.

주인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저희 영지에서 보물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주신 분이 많다고······.”

3년 전.

갑자기 부에르 영지에 굉음이 울렸다고 한다.

그 후, 영지와 인접해 있는 산맥 끝자락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는 동굴.

처음엔 크로셀도 어떻게든 정보가 새나가는 걸 막기 위해 분투한 모양이지만.

원래 발 없는 말이라는 건,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멀리 달아나는 법이다.

부에르 영지의 내부는 물론, 외부 마계에도 차츰차츰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한다.

- 부에르 영지에는 어마어마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

‘하필 3년 전이라는 건······. 내가 이곳 차원에 흘러들어왔을 때와 같다.’

작은 의심과 함께, 아르민은 물었다.

“보물이라는 건 뭐지? 정말로 있는 건가?”

“······그건.”

비에르도, 유겐도 말을 잇지 못하는 걸 보니.

‘모르는 눈치는 아니야.’

슬며시 느껴지는 경계심.

그녀들이 아르민, 아니. 벨레드에게 의지하고는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완전히 신뢰하는 경지까진 아니라는 거군.’

하긴, 벨레드조차도 그 유산을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비에르가 쉽사리 마음까지 열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실제로 아르민은 그 유산을 얻는 게 목적이기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도리어 보물이 있다고 말하는 꼴이라고.’

“자, 이건 제가 쏘는 겁니다. 한 잔 쭉 들이키시지요.”

“앗, 그게······.”

주인장이 맥주잔을 꺼내오자, 비에르가 곤란하단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비에르를 대신해, 유겐이 맥주잔을 가져가더니.

꿀꺽꿀꺽.

“후우.”

그대로 원샷을 때려버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음으로 가시지요. 아가씨.”

“아, 네······. 그럼 다음에 다시 뵈어요. 겔리온.”

****

대강의 시찰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

마계에 어둠이 내리는 그때, 비에르가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지가 가난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농사가 불가능하고, 있는 자원이라고는 산맥에서 캐는 광석이 전부.

그것도 태반이 부에르의 호전적인 성격 덕에 영지군의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갔다.

이 영지에서는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부에르는 늘 말했다고 한다.

- 조금만 더 참아라. 영지를 다시 발전시킬 방법이 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부에르는 사라졌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차원쟁탈전의 이야기인가.’

다만 비에르는 부에르가 어째서 사라졌는지, 그 내막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놈에 대한 신성화가 이루어지는 걸 보면, 차원쟁탈전 자체가 밖으로 공표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막말로 차원쟁탈전을 치르는 사이, 영지가 빈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비밀유지를 했던 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 결과.

“영지는 그때보다도 더욱 피폐해졌군요.”

원인은 물을 필요도 없었다.

크로셀이다.

‘일확천금의 뜬소문이 퍼지고, 치안도 그만큼 나빠졌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크로셀은 내정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유산을 찾는 데만 몰두하고 있으니.

지난 100년 간, 용케도 버텼다 싶다.

“하지만 저는 이곳을 지키고 싶어요······.”

비에르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가 떠나간 지금, 자신만이라도 영지를 지키고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영지민들을 위해서.

그야말로 갸륵한 마음가짐이었다.

다만.

‘마왕답지는 않아.’

아르민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

다음날.

아르민은 유겐과 함께 유물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쿠우우웅!

콰아앙!

지금도 현장에서는 각종 마법을 동원한 채굴이 한창이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군.”

본래 광산으로 운영되었다던 장소였다지만.

지금은 크로셀이 데리고 온 세력들로 장악이 된 상태였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차원 진동이 있고선, 광산 쪽에서 부에르 님의 마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광산 깊숙한 곳에, 부에르의 유산이 잠들어 있는 모양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럼 지금 크로셀이 하는 일은···?”

“바싸고 휘하의 세력을 이끌고, 멋대로 광신을 헤집으면서 유산을 찾고 있지요. 하지만 유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미로와도 같아서, 작업만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듣기로는 그나마 광산 채굴 정도가 부에르 영지에 남아있는 산업이라고 하던데.”

“······크로셀은 그것조차 포기해버린 것이지요.”

크로셀은 오로지 유산을 찾기 위해 광산을 통제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말이었다.

“영주 대리인이 직접 산업을 죽였다, 이건가.”

“처음부터······. 그 자는 영지 관리 따위엔 관심도 없었다는 말이지요.”

어제 부에르의 도시를 돌아보고 느낀 바가 있었다.

이곳 도시에 활력이 돌지 않는 이유.

그건 이 마을을 찾은 마족들에게 ‘동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산업이 가능한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소문을 듣고 찾아왔건만, 보물 채굴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이곳을 찾은 하급 마족들이다.

그런데 와보니 막상 보물이 잠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크로셀이 점거하고 있다.

‘하급 마족들 주제에 제3위 마왕의 비호를 받고 있는 크로셀에게 도전할 놈들은 없겠지.’

덕분에 부에르의 영지에는 ‘쓸데가 없는 과도한 인적 자원’이 모여든 상황이 되었다.

‘그 결과. 영지엔 술 쳐먹고 싸움판이나 벌이는 마족들로 가득해진 거지.’

지금 부에르 영지는 폭발 직전의 활화산과도 같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하겠어······.”

그걸 통해 비에르의 신뢰를 얻어내야만 했다.

“······?”

아르민의 말을 들은 유겐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여기서 뵙는 군요. 벨레드 님.”

‘크로셀······.’

49위의 마왕.

크로셀이 다시금 아르민에게 다가왔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저와 손을 잡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슨······?”

크로셀의 제안에 당사자보다도 유겐이 먼저 노기를 보였다.

“친위대는 잠시 빠져 있도록, 이건 마왕 간의 이야기다.”

“······크윽.”

그 말엔 차마 거역할 수 없었는지 유겐은 침묵했다.

그걸 만족스럽다는 듯이 바라본 놈은 술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벨레드 님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산을 찾게 되면, 바싸고 님께 당신이 얼마나 커다란 도움을 주셨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크로셀의 화법은 교묘했다.

마왕의 자존심을 긁지 않도록, 철저하게 동등한 입장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제3위의 마왕. 바싸고의 신뢰를 얻을 기회.

특히 자유 마왕으로서 특정한 거점 없이 돌아다니는 벨레드에게도, 바싸고라는 뒷배는 나쁜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그러니 저와 같이 손을 잡고, 유산을 찾아보시지 않겠습니까?”

“흐음.”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촉이 왔다고 느낀 건지. 크로셀은 더욱 열성적으로 떠들었다.

“물론 유산을 찾은 뒤에도 비에르 영애의 후견인이 되어 영지를 다스리는 것도 좋겠지요.”

이러면 벨레드도 친우의 정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바싸고와 연을 맺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니냐면서.

과연 간밤에 놈이 머리를 쥐어짜고 짜낸 해결책이 이거였던가.

‘과연 나쁘지 않군.’

딱 하나.

아르민의 목적이, 유산을 손에 넣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시답지 않은 개수작이라면 집어 치워라.”

“·········.”

크로셀의 얼굴은 물론, 유겐까지도 얼어붙었다.

그만큼 아르민이 꺼낸 말에 담긴 살기는, 진짜였다.

애당초.

“아무리 마왕이라고 한들. 넌 마족이 아닌가?”

“······무슨.”

마족이란 약육강식 속에서 원하는 게 있다면 힘으로 취하는 존재.

정치싸움이니, 노회한 정치 술수니.

전부 시답지 않은 정치질에 불과했다.

“그런 건 자기 힘에 자신 없는 나약한 놈들이나 지껄이는 이야기다.”

크로셀의 얼굴이 시꺼멓게 죽었다.

아르민의 말은, 정면에서 약육강식이 아닌 정치질을 하는 자신을 두고 막말로 ‘마왕답지 못한 쓰레기’라고 모욕당한 꼴이었으니까.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벨레드 님의 고견은 잘 들었습니다.”

크로셀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는.

“어차피 당신이 여기서 무얼 하려고 해도, 이곳은 저와 바싸고 님의 세력권······. 원로회조차 등을 돌린 비에르 영애와 함께, 힘내보시길 바랍니다.”

그놈의 정통성이라는 걸, 어디 잘 지켜보라면서.

멀어져가는 크로셀의 등을 보며.

“거 참, 말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좆같네.”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박살을 내버릴 수도 있겠지만.

아르민은 참았다.

유산을 찾기 위해서라면, 한 걸음 물러나는 것쯤이야 간단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네 말대로 해주마.”

아르민은 곧바로 비에르를 찾았다.

꾸준히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 짜낸 방법.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다.”

“······네?”

뜬금없는 말에 비에르는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지만, 그보다 아르민은 물었다.

“그 방법을 위해서라도, 내게 전부 믿고 맡길 수 있겠냐?”

비에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지만.

“예. 벨레드 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은연중에 묻어나오는 신뢰는, 완전한 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럼 좋았다.

“볼프. 네가 해주어야할 일이 있다.”

“뭐, 뭡니까. 나으리?”

“넌 상인이잖아? 그럼 이런 일도 가능하겠지?”

아르민이 건네준 말에, 볼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어차피 벨레드는 날 방해할 수 없다.”

비에르가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 한들.

지난 100년간 영지에서 세력을 구축해온 크로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무리 정통성이 있다고 해도, 세력이 없으면 채굴 작업 자체에 손을 댈 수 없을 테니까.

‘당황할 건 없다.’

설사 지금부터 비에르가 벨레드와 세력을 만들려고 해도, 단순히 1~2년으로 끝나지는 않을 터였다.

그 사이에 크로셀은 유산을 찾을 자신이 있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돼.’

그 사이에 벨레드의 정체를 밝혀내고, 놈을 단죄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 처음부터 상황은 전부 자기 입맛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다급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

“후후.”

이제 조금만 더······라고 크로셀이 생각한, 바로 그때였다.

덜컹!

“음?”

크로셀의 부하 중 하나가 다급한 얼굴을 하곤, 방으로 들어섰다.

인상을 찡그리며 크로셀이 물었다.

“노크도 없이 들이닥치다니, 갑자기 무슨 일이냐?”

“크, 크로셀 님! 채, 채굴 현장이 지금 난리입니다!”

뭐? 이게 무슨 소리야? 싶던 크로셀이었지만.

“지금 하급 마족들이 단체로 몰려들어서, 통제가 안 됩니다!”

그 한 마디에, 크로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채굴장을 향해, 하급 마족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 풍경.

그것을 비에르와 유겐은 아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르켈만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해 멀둥히 서있을 뿐.

“벨레드 님······. 이건······.”

놀라는 비에르에게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간단한 이야기다.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뿐이야.”

비에르와 아르민에게 주어진 문제는 두 가지.

첫째. 크로셀의 유산 채굴을 막아야 한다.

둘째. 영지에 쌓인 불만을 해결해야 한다.

아르민은 바로 그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그 방법이란 것이······.”

“별거 아냐.”

아르민이 제시한 방법은 단순했다.

크로셀이 독점하고 있어, 정통성은 있더라도 세력이 부족한 비에르가 개입하지 못한 유산 채굴 작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승화시키는 거지.”

전날 아르민은 볼프를 시켜, 갈 곳 없는 마족들이 모여드는 주점에 한 가지 벽보를 붙여놓았다.

[부에르의 유산 채굴 사업을 공개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그 누구라도 좋다. 부에르의 유산을 찾은 자가 있다면, 나 비에르가 직접 그와 계약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겠다.]

끄트머리에 찍힌 비에르의 영주 각인까지.

정통성을 등에 업은 비에르이기에 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미국 대공황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피폐해진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지역 자체를 재활시킨 사업 모델을 적용시킨다.

헌터로서 굵직한 경험이 쌓여있던 아르민이기에 택할 수 있었던 방법.

“유산 채굴 자체를, 하나의 퀘스트로 제공한다.”

물론 고작 저런 벽보 하나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겐 크로셀에게 없는 무기가 있다.”

부에르의 적통.

정통성이라는 무기다.

유산을 손에 넣은 자가 있다면, 무려 직접 서열 10위 마왕인 부에르의 친딸이 손수 대가를 지불한다고 한다.

하릴없이 영지에 처박혀 있는 마족들 중, 이 유혹을 거절할 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하, 하지만 만약 그렇게 유산을 찾는다고 해도, 그걸 가지고 도망치면요?!”

“너, 너무 무모합니다!”

비에르와 유겐의 지적은 정당했다.

크로셀이 비밀스럽게 자기 세력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한 이유가 뭐겠는가?

그게 곤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물론 아르민도 그걸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럼 계약 위반이잖아? 그런 놈은 죽여 버리면 돼.”

정당한 계약조차 어기겠다면, 그때는 힘으로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게 마왕다운 일이잖아?”

게다가 아르민이 노린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유산 채굴 과정에서 유능한 능력을 보여준 놈들이 있으면, 놈들을 이쪽 편으로 만들면 금상첨화다.”

세력이 없다고?

그럼 만들면 된다.

특히 크로셀과 부딪치는 과정에, 능력을 보인자들을 이쪽의 세력으로 편입시킨다.

그야말로 이미 세력을 구축한 크로셀은 선택할 수 없는······.

아무 세력도 없는 비에르의 입장이기에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아.”

유겐과 비에르가 저마다 숨을 삼킨다.

평범한 인생, 아니 마생을 살아온 그녀들이라면 떠올리지도 못했을 해결책일지 모르겠지만.

아르민은 이미 주사위를 던졌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나 있는 겁니까?! 유산을 내어주겠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크로셀이 나타났다.

“무슨 소리야. 나는 유산을 찾아준 마족과 일대일로 정당히 계약을 하려는 것뿐이야. 잃어버린 유산을 찾아준 놈이라면, 대우를 해줘야지.”

“그, 그따위 궤변을······?!”

“이건 비에르의 의견이다. 정통성을 지닌 후계자의 선택이지. 거기에 태클을 걸겠다는 건.”

아르민은 느긋하게 크로셀을 바라보았다.

“영지 대리인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단숨에 제압된 분위기.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한 건, 크로셀이었다.

“더는 못 참는다······! 네놈이 정말로 벨레드일 리가 없다!”

콰아앙!

몰아치기 시작한 마기.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한 적의에, 아르민은 입가를 비틀었다.

그래. 좋다.

“나도 자잘한 일을 벌이는 건 성미에 안맞아.”

마계가 약육강식의 세계라면, 어디 힘과 힘으로 부딪쳐 굴복시켜보자고.

“네노오옴!!!”

그런 식으로 달려들기 시작한 크로셀.

아르민은 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스텔.”

쿠우우웅!

- 그오오오오오오!!

명에 따라 공기를 찢고 나타난 것이 있었다.

모든 생명체들의 왕이자, 신을 대행해 처벌하는 자.

“드, 드래곤?!”

크로셀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들으며, 아르민은 이어 말했다.

“가서 물어.”

홍염의 드래곤은, 그대로 크로셀에게 날아들었다.

콰아아앙!

< 제38장 - 보다 마왕답게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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