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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메카네크-30화 (31/266)

30화. 루티아 탐험(3)

[자장가 부르기]

숙달된 수면술사는 모든 헌터에게 꼭 필 요한 도우미다.

적이 잠깐 멈칫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전 투에서 생사가 갈리는 일은 흔하디 흔한 법.

지금 하늘에서 강하하던 하피 다섯 중 셋은 이 사실을 뼈가 저리게 느끼고 말았

“꿰엑!”

독수리가 낚아채는 것처 럼 재빠르게 떨 어지던 하피 두 마리가 수면에 걸려 그대 로 지상에 들이박았다.

콰아아아!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두 마리의 하피는 목이 꺾어진 채 그대로 죽었다.

“끼에에엑! 끼엑!”

갈색범들의 보석들이 사방으로 흩어지 자, 다른 세 마리의 하피가 기괴한 소리 를 내질렀다.

“어떻게 찾은 보물 더미인데, 네놈들의 비행 미숙으로 망치다니 죽고 싶으냐?”

“...한국말 잘하는데.”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호 호.”

“그나저나 진짜로 죽은 걸 조만간 알아 차리겠지.”

진후의 말이 맞았다.

보물을 빨리 낚아채려고 머리부터 강하 하다가 마지막에 날개를 크게 휘저어 발 톱으로 땅의 것을 낚아챈다.

이게 보통 하피들의 강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경쟁하다가 땅을 발톱으 로 먼저 긁어버린 거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저들은 기준의 주문에 의해 수면 에 걸려 강하하던 그대로 머리부터 땅에 처박아 버린 것이다.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다.

흙먼지가 가시기 전, 우리가 유의미한 반격을 해야 한다.

진후가 손가락을 튕겼다.

[금속 조작]

처어억.

그 순간, 방패였던 것들이 기다란 장창 으로 바뀌었다.

메카닉 스켈레톤들은 마치 올림픽 선수 들 같은 투창 자세를 취한 채 허공서 날 개를 펄럭이는 하피를 겨누었다.

당연히 흙먼지 때문에 하피들은 거의 보 이지 않는다.

하지만 진후는 맞출 자신이 있었다.

진후가 손을 뻗어서 허공에 있는 하피들 을 가리켰다.

[메카닉 네크로맨시]

그 순간, 땅에 떨어져 목이 분질러진 채 죽어 있던 하피들이 꿈틀대면서 일어났 다.

“까악! 까으이”

간단한 울음소리지만, 동시에 고통스러 운 비명이기도 하다.

동족들은 그 순간 떨어진 동료들이 ‘진 짜’ 크게 다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떨어진 동료들을 향해 서서히 다 가갔고, 그들이 다가오는 모든 것은 ‘진 후’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싫어할 만해.’

몬스터를 사냥할 때만 네크로맨시 주문 을 사용하긴 했으나,

확실히 이런 비인외도의 트랩이라는 것 은 너무 잔혹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놈들도 인간에게 활을 쐈으니 그게 그거 아닌가?’

진후는 메카닉 네크로맨시 주문을 유지 했다.

하피들이 바닥에서 기는 하피에게 다가 오는 그 시점, 진후는 떨어진 하피들을 팔딱거리게 하여 다른 하피들의 다리를 붙잡게 했다.

“끼에엑! 끼에엑!”

진후가 손가락을 튕겼다.

망설임은 20년 전에 끝냈다.

회귀까지 한 마당에 한 번 겪었던 혼란 을 또 겪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우웅-!

스켈레톤들이 진후의 명령을 따라 앞으 로 뛰어서 창을 던졌다.

메카닉 좀비에 붙잡힌 하피들에게 창이 날아갔다.

묵직한 쇳덩이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자 흙먼지도 갈려 나갔다.

그리고 열 개나 되는 창 중에 무려 일곱 개나 되는 창이 하피 여럿의 몸에 그대로 꽂혔다.

“끼에에엑!”

“꺠액!”

운이 나쁜 하피는 복부와 목에 창을 맞 고 바로 절명했다.

운이 좋은 건지 모를 하피는 팔에 창을 맞고 펄럭이며 날아오르려고 헀다.

운이 좋은 하피는 그 창들이 모두 비켜 간 덕분에, 살기를 띠고는 진후에게 화살 을 겨누고 쏘았다.

팅-!

화살 현 튕기는 소리가 났으나, 화살은 진후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메카닉 네크로맨시 스펠로 일으켜 세운 하피 하나가 날아오는 화살을 대신 몸으 로 맞았기 때문이다.

“끼에에에엑?!”

화살을 쏜 하피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동족의 머리를 꿰뚫어 버린 셈이니 경악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으리라.

하피가 경악하는 동안,

“자갈탄!”

기준은 도망치는 녀석에게 자갈탄을 쏘 았다.

마무리 겸 연습으로 쏜 자갈탄이 날아가 하피의 머리를 때렸다.

하지만 그 공격은 가소롭기 짝이 없었는 지, 하피는 머리가 흔들렸지만 계속 도망 가는 모양새였다.

“노가다를 더 해야 하겠는걸.”

그 말을 들은 기준이 풀이 죽어 있는 동 안, 진후는 저 멀리 날아오른 상처투성이 의 하피를 손가락으로 겨눴다.

[금속 조작]

쪼아아아악—!

“끼에 엑!”

하늘을 날던 하피는 갑자기 상처에서 피 가 콸콸 쏟아지자 어쩔 줄 모르고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원거리에서 혈액 속 철분을 조작해 버리 니 어떻게 저항할 방도가 없었다.

“어…?”

그때 기준이 멍한 표정으로 자기를 겨누 는 화살을 보았다.

동료의 시체에 화살을 쏜 하피가 분노에 차 기준에게 화살을 겨눈 것이다.

저것에 맞으면 죽는다.

그 공포는 마치 덤프트럭이 질주해 오는 것 같아, 불과 손톱만 한 사이즈의 화살 촉이 눈앞을 모두 가리는 것 같았다.

퍼어억-!

그때 뒤에서 날아온 검이 하피의 정수리 를 관통했다.

하피는 피와 뇌가 묻은 칼날이 박힌 채, 화살을 들고는 휘청거리다가 땅으로 떨 어졌다.

“아직 살아 있군.”

진후가 말했다.

“네?”

“여자 말이이:.”

스켈레톤들이 좌우로 길을 트자, 진후가 흙먼지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사냥당한 다섯 마리의 하피들 이 떨어져 있었고, 그로부터 더 먼 곳에 는 어깻죽지에 화살을 맞은 여전사가 비 틀거리며 일어나 있었다.

“...그대가 나를 도와주었습니까?”

진후는 가볍 게 고개를 끄덕 였다.

여자는 창백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었 다.

“고맙습니다. 회사가 보답할… 것….”

그리고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진후는 가까이 가서 그녀의 상태를 확인 했다.

기준이 따라와서 살펴보았다.

“몸 여기저기에 자상이 있고, 심지어는 어깨에 화살까지 맞았어요.”

기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도망쳐 오면서 화살에 여기저기 스쳤을 분 아니라, 아마 근접 전투도 한 모양이었다.

옆구리나 허벅지, 심지어는 등에도 깊게 벌어진 상처가 가득했고, 어깨에는 화살 까지 박혀 있으니 그 상태가 처참했다.

기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대로두면 죽겠죠?”

“아니, 살 거다.”

진후의 말에 기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평범한 지구인이라면 이 정도 상처라 면 옛날에 죽었을 거야. 게다가 어깨에 화살까지 맞았다면 더더욱. 쇼크로 죽었 겠지. 뼈에 화살이 박히는 건 말도 안 되 게 아프거든.”

“에이 형, 무슨 맞아본 것처럼 얘기하시 네요.”

“진짜요? 형?”

“하지만 이 여자는 헌터다. 그것도 갑옷 을 입고 다니는 가로 봐서는 전사 계열로 각성한게 틀림없어. 게다가….”

진후가 손가락으로 여자의 목을 가리켰 다.

거기에는 사원증이 하나 달려 있었다.

기준은 목덜미에서 힘 잃고 떨어져 있는 사원증을 앞으로 돌려 보았다.

[대진 그룹 헌테

[서예나]

[혈액형 O]

[직업 : 전사]

[381737-3134이

간단한 군번줄처럼 만들어져 있는 사원 증이었다.

진후는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 다.

“절대 죽을 리가 없지.”

왜냐면, 이 여자는 서예나니까.

진후가 왔던 시간대에서 이 여자는 10 대 헌터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던 여인이 다.

고작 하피에게 죽을 정도라면 그때까지 살아서 무명을 떨칠 수는 없었으리라.

“하지만 몸에 상처가 난 건 사실이잖아 요? 그것도 아주 심하게?”

“하지만 출혈은 없지. 안그래?”

그제야 기준은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 다.

분명 몸에 난 상처들은 아주 심한 자상 들이었지만, 출혈은 거의 없었다.

갈색범이나 하피가 피를 흘린 것처럼 피 를 쏟아도 모자랄 지경이었으나, 피 한 방울 옷에 묻어 있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참 끔찍한 운명이지. 헌터가 된다는 건 말이야. 그것도 전위에 선다는 건 더더 육 ”

“아….”

“이런 상처를 매일 두르고 사는 게 일상 이거든. 이 여자처럼 출혈 저항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조금 더 오래 살지도 모르겠군.”

진후는 그렇게 말하고는 쭈그려 앉아서 사원증을 살펴보았다.

“대진 그룹이라.”

“형, 저도 이 회사 이름은 알아요. 인터 넷에서 유명하거든요.”

여자가 안 죽을 것을 알자마자 기준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유명해?”

“네, 무기랑 폭탄 만들어서 수출 많이 한다고 하던데요. 탱크도 만들 수 있고. 최근에는 전차를 중동 나라에 팔았다고 도 해요.”

“그래, 그랬었지.”

진후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대진 그룹은 무기를 만드는 일에 능통했 고, 헌터가 나타난 이후에는 헌터들에게 쓸 만한 물건을 납품하는 것으로 엄청난 이 익을 톡톡히 누린 대기 업이 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게이트와 던전 이 마구잡이로 열린 시절에는 더 이상 군 수용품은 돈이 되질 않았다.

“지아.”

“예, 주인님?”

“상처를 대충 꿰매주고 데려간다.”

“데려가시게요?”

지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면 버리고 갈까?”

“간이 철로 된 매정한 주인님이 여자를 살려주신다니 까 이상해서 요.”

“...안 그래, 아니… 그런 사람 아니야.”

진후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꿰매기나 해.”

“예!”

지아는 내려와서 손바닥에서 금속으로 된 핀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스템플러로 종이를 묶는 것처 럼, 여자의 상처 난 살에 핀을 꽂아 넣어 살을 딱딱 붙게 만들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지만 이건 분명 효 과가 있거든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많이 실험해 봤으니 알지요.”

지아는 기준에게 빙그레 웃어주었다.

기준은 순간 작은 요정의 미소에 소름을 느끼고 말았다.

꽤나 많은 수확이다.

커다란 창고로 돌아온 진후는 생각했다.

스켈레톤 병사 열 명은 거의 모두 다 엄 청난 양의 짐을 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땅에서 파낸 오팔이 었고, 갈색 범의 가죽 채로 뜯어 온 오팔도 몇 바구 니나되었다.

그분 아니라 온몸이 비싸게 팔리는 하피 의 시체도 무려 다섯 구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수요가 있는지 모르겠지 만.

‘아, 저건 냉동해서 보관해야 하나. 시간 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긴 할 텐데.’

그리고 심지어는 스켈레톤의 어깨에 들 려있는 헌터 여자도 있었다.

서예나라고 했던가?

그때 문득 여자의 사원증이 눈에 들어왔 다.

‘내 생각보다 대진 그룹이 헌터 세계에 진입한 게 훨씬 더 빨랐군. 아마 저 양반 들이라면 당연히 하피 시체를 사려고 하 겠지.’

꽤나 비싸게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에 넣어둬.”

“냉장고요?”

“뒷면 사무실에 있어. 공장주가 사용하 던 건데 그건 해체 안 했거든. 온도는 영 하로 맞춰 놨으니 하피 시체가 썩지는 않

을 거야. 아, 그냥 넣으면 안 되고 랩으로 꽉싸서 넣어. 다른 공기 들어가지 않게.”

기준이 대답했다.

물론 기준과 스켈레톤은 함께 일할 것이 었다.

스켈레톤들 중 일부가 기준과 함께 하피 를 포장(?)하는 동안 진후는 스켈레톤을 감독해서 아이 템을 분류했다.

오팔은 1번 트레일러에. 2번은 다른 보 석류를 넣었다.

이 런 식으로 자산을 축적해 나가기만 하 면, 어느 한순간에 아주 비싸게 팔아버릴 각이 설 것이었다.

“으음….”

그때 여자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진후는 스켈레톤들을 흘깃 보았다.

이 스켈레톤들은 모두 갑옷을 입고 오토 바이 헬멧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 본다면 그냥 힙스터스러운…

아니, 조금 이상하지만 헌터들이 보기에 아주 이상하지는 않은 생김새를 하고 있 었다.

‘좋아, 내가 네크로맨서로 의심받을 건 덕지는 아예 없다.’

쇠 냄새가 좀 진동하긴 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시체 썩는 냄새보다야 훨씬 지구인에게 익숙한환경 아니겠어?

그렇게 자조하는 진후는, 곧 눈을 뜬 서 예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잘 잤습니까?”

서예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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