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메카네크-53화 (54/266)

53화. 세계재편(1)

“미국 국회의사당이 반파되었습니다. 다행히 각 부 요인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 습니다만, 미 의회 경찰관 및 주 방위군 이 최소 3천 명 이상 숨졌습니다….”

벡.

“아직도 미처 해결하지 못한 몬스터가 뉴욕시티에 숨어 있으리라는 우려가 높 아지는가운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천단 제단에서 아직 소요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 지면적 273만 제곱미터인 이 도교 제단 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가 출몰하 였으며….”

벡.

“일본 도쿄시청이 붕괴했습니다. 최소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일본 정부는 자위대를 파견했습 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열리 지 않아 시민들은 불안한 가운데 지켜보 고….”

“러시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중 몬스 터가 등장했습니다. 차마 집계가 불가능 할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벡.

“아프리카 곳곳의 국가 통신이 끊어진 채 사흘이 지났습니다. 연락 두절의 국가 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중에 도 UN 총회는 각국 사정으로 열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벡.

“오늘 세계 선물시장이 대폭락했습니 다. 결국 뉴욕 시장이 열린 지 15분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습니다. 오늘로 5 일째입니다.”

“전 세계의 경제가 붕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투매, 또 투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 하면 모든 주식 가치가 소멸할 것인지, 경제 전문기자님 모시고 알아보겠습니 다.”

티브이를 껐다.

진후는 의자에 앉아 머리를 푹 기댔다.

티브이 어디를 돌려도 긴급 방송 외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하긴. 현대 국가가 이런 충격적인 사건 을 언제 경험해 보았을까?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 고 유튜브 생방송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런 긴급 방송보 다도 유튜브의 조회 수가 훨씬 높은 상태 였다.

[Shock! Monster hunting!!]

충격 몬스터 사냥.

조회 수 14억 3천 2백 72만

[I photographed a man-eating orc!]

나는 사람을 먹는 오크를 찍 었다!

조회 수 9억 7천만.

불과 채 5일도 지나지 않아서 찍은 영상 이니, 이 속도라면 기존 최대 조회 수인 70억 조회 수를 돌파하기까지 한 달도 걸 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두려움과 원시적 불안이 횡행하는 날이 펼쳐졌다.

그 머나먼 옛날, 인간이 어두컴컴한 검 은 숲을 도시 밖으로 추방하고,

숲속의 괴물들이 나올 만한 곳을 모두 가로등으로 밝힌 이후 처음 겪어보는 어

둠 속의 공포였다.

(HUMANITY UNDER ATTACK.〉

오늘 자 발행된 타임스지의 표지 사진이 었다.

야밤에 공격당해 정전 당한, 새까만 뉴 욕 시티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그림이 표지에 있었다.

미국 전역과 캐나다, 남미까지 곳곳이 밝았으나, 뉴욕시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다는 듯 새까만 어 둠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뉴욕과 근방 여러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 는 콘에디슨(Con Edison) 본사에 몬스 터가 쳐들어오면서 모든 시스템이 그대 로 박살이 나버리고 만 것이었다.

“쯧.”

진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알았다.

일단 손이 닿는 한국의 위기는 직접 막 았다.

하지만 전 세계의 충격적인 사건을 모두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유튜브에 남아 있는 영상 중 ‘인 골탑’을 비롯한 가장 잔학하고 끔찍한 비 의 제사 영상들은 모두 삭제된 지 오래였 다.

“전 세계가 한국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1차 충격에서 사상자가 100명 이 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 다.”

여러 방송에서 한국이 어떻게 위기를극 복했느냐에 대한 특집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어떤 나라는 한국이 전 시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등, 자유가 없 는 나라여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얘기하 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 많은 사람은 이 일이 가능 하게 한 진후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정체불명의 네크로맨서. 갑옷을 입은 사람이 거대 괴물을 혼자 사냥했습니다. 괴물이 피를 쏟는 장면, 함께 보시죠.”

“대체 이 사람이 누굴까요? 다른 지역에 서는 이 거대 괴물을 퇴치하는 데 그야말 로 막대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지 않았습니까?”

“예. 각국 정부에서는 엄청난 양의 재래 식 무기를 동원해 이 괴물들을 죽였습니 다. 하지만 평범한 총탄으로는 유효 공격 이 거의 불가능했고, 초대형 열 압력 폭 탄으로 죽을 때까지 쐈다는 것이 중 론….”

“이 헌터스.ii라는 페이지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가 무려 하루 조회 수 32억을 돌파한 가운데, 어떤 대기업의 서버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 습니다.”

옆에서 퀭한 얼굴의 기준이 타이핑을 계 속하고 있었다.

“지아 누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전 옛 날에 죽었을 거예요.”

지아는 팔락팔락 날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뭘 좀 아네. 내가 사실 거의 다 하는 거 지 뭐.”

그리고 지아는 기준의 머리 위에 딱 자 리를 잡고 앉아서 까르르 웃었다.

기준은 사실상 거의 관리자 역할만 하는 셈이 었고, 이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코 딩하는 건 지아의 역할이 었다.

“월 구독료 1천만 원인데도 등록하는 사 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형.”

“그거야 다음 공격이 어디에 올지 다 예 측해서 부렸으니 당연하겠지.”

진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정보를 확실하게 공유하기 위해 만 든 게 이 Hunters.ii라는 사이트였다.

이걸 통해 한 명이라도 덜 죽으면 충분 히 만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비트코인으로 받는 엄청난 ‘월 회비’와 ‘공략법’ 책자는 그야말로 천문 학적인 비용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속 도로 팔려 나가고 있었다.

본래라면 기존 수익을 아득히 초월할 수 입이 새로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청난 사 업조차 지금 진후의 비트코인 채굴 사업 의 수익을 못 좇아가고 있었다.

“말씀을 듣고 보니 말인데, 비트코인은 엄청나게 치솟고 있지 않습니까?”

“예. 전번 전염병 사태 때는 비트코인이 폭락하고 달러가 폭등하였는데요, 지금 은 그때와 달리 비트코인이 폭등하고 달 러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미국 국방성이 의회 파괴 사 태를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 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본 질상 전염병은 경제 문제라 미 연준이 해 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침략’은 다른 문 제지 않습니까?”

“휴머니티 언더 어택이라는 말씀이군 요.”

“그렇습니다. 각국 정부가 해결할 수 없 다면, 각국 정부의 통화 가치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단기적인 조정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저번 전염병 사태의 교훈을 따라 이번에도 매수하시는 분들 이 많지 않겠습니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전염병 사태는 반드시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리고 돈은 풀어서 부양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전쟁 은 다릅니다. 생산 설비 자체가 타격을

받고 파괴가 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합니 까?”

“맞습니다. 이번에 V자 반등은 어려울 겁니다. 이전에는 전염병을 통제한다는 생각이라도 했지, 괴물이 언제 어디서 어 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마당 아닙 니까?”

몇몇 사람들은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패널들의 중론은 V자 반등은 없다는 것 에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혹시나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정말로 생 필품을 비트코인으로 사고팔아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조차도 나 을지경이었다.

“게다가 이건 오컬트적인 사건이에요. 세상이 다시 정상이 될지 아니면 이대로 멸망할지 누가 입.니까?!”

겁에 질린 패널의 외침이 티브이를 절절 울렸다.

방청객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 이며 수군거렸다.

“게다가 무기도 통하지 않아요! 총이나 미사일이 먹히지 않는 괴물과 어떻게 싸 웁니까? 예?”

“자자, 진정하시고요. 그렇기 때문에 오 늘 토론을 하는 게 아닙니까? 심성초 교 수님, 무기 전문가이신데 어떻게 생각하 십니까?”

“방산 산업은 망했습니다.”

“ 거봐요!”

“자자, 진정하시라니까요!”

방송은 아비규환에 빠져들고 있었다.

진후는 화면을 넘 겼다.

“코스피가 800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겁에 질린 국민들이 투매를 이어가는 가 운데, 기관들조차도 떨어지는 칼날을 잡 을 수 없어 시간만 흘러가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당연하게도, 미국 시장이 서킷 브레이커 가 터졌는데 한국 코스피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보다 ‘훨씬 빨리빨 리’의 민족이었기 때문에 5일 연속이나 서킷 브레이커를 할 필요가 없었다.

3일 만에 모든 가격은 1/4토막이 나버 린 지 오래였다.

“특히나 방산 업체의 폭락은 긴장 고조 사이클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입 니다.”

특히 방금 아나운서가 말한 것처럼, 방 산 업체의 폭락은 탄도 미사일이 수직 낙 하하는 것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언제나 저게 폭발하여 반등을 조금이라 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조금 씩 샀다가 피눈물을 흘리는 일만이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누구도 떨어지는 방산 주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총이 효과가 없으니 뭐.”

진후는 고개를 끄덕 였다.

총알이 먹히는 적이면 방산 업체가 날아 오르겠지.

하지만 총이 통하지 않으니 어쩌겠는가.

주식이란 ‘체결된 가격’으로 나오는 법.

팔 사람들은 있고, 살 사람들이 전혀 없 으면 1,000만 원짜리도 250만 원이 되는 것이 바로 주식이 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폭탄을 정면으로 맞 은 대진그룹도 있었다.

“얼마나 떨어졌다고?”

“일주일 전에서 87% 떨어졌어요. 장외 거래를 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저곳 사이 트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어요.”

“잘됐네.”

진후는 빙그레 웃었다.

“코인 팔아서 싹 사들이면 되겠어.”

“대진만 살까요?”

“이것들도 사.”

진후는 종이에 목록을 적어서 건넸다.

지아는 리스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 다.

“대진 같은 그룹은 이해하겠어요. 우리 가 잡아먹을 계획이니까. 나오는 걸 싹 다 사버려도 별문제는 없겠죠. 그런데 이 뒤에 나오는 기업들은 뭐에요?”

“아, 그 회사들은 미래에 신기술을 개발 할 곳들이야. 헌터들과 이미 관계가 깊 어. 알 사람들은 알 건데. 아직은 모를

진후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 곧 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 발하고 나면, 그 기술을 바탕으로 헌터들 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거 준비해.”

“IPO(기업 공개)?”

“응. 이제 헌터스.고구를 대중에게 공개할 때야.”

“…와. 이걸 주식회사로 지금 상장하시 겠다고요?”

“왜 안 돼‘?”

진후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자본금 2천억을 모았 는데, 조만간에 1조를 아득히 넘을 거야. 정보는 돈이라는 거, 구골이 가르쳐 준 이후로 주식시장이 잊어버렸던 적이 없 는 경구지.”

진후는 말을 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봐. 분명 미국 정부가 달러를 풀어 재낄 테니까. 그러면 저렇게 겁먹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차 리게 될걸. 우리가 IPO를 할 때쯤이 면….”

진후는 손가락을 들어 하나씩 접으면서 숫자를 세 보았다.

“뭘 세세요?”

기준이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진후가 대답했다.

“동그라미 숫자.”

두 손을 다 쓰고도 모자라 한 손을 다 쓰 는동그라미라니?

“...설마 조 단위를 노리는 거예요?”

“못할것도 없지. 준비나 해.”

진후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기준은 입을 벌린 채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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