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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메카네크-61화 (62/266)

61화. 온자크 사냥⑴

좀비.

대개의 경우는 부패한 시체를 일으켜 세 우는 존재였다.

하지만 다른 경우도 있었다.

살아 있는 상태로 심장을 적출하고 좀비 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정필삼은 명백히 후자의 존재였다.

[심장이 멈춰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쌩 쌩하게 움직이고 있죠?]

지아가 놀랄 정도로 정필삼은 정력 왕성 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산좀비. 그러니까 구울 같은거지.]

[구울이 요?]

[그래. 심장이 죽지 않고 고정된 채 마나 를 온몸으로 흘려보내 조종하는 거야. 아

마 영생의 술법쯤으로 속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모로 보아도 황홀하기 짝이 없는 주문이 다.

산 채로 좀비가 되었으니 신체가 썩어 들어갈 일도 없고, 심장이 굳긴 했으나 마나가 온몸에 돌고 있으니 체력 혹은 정 력까지도 왕성한 상태.

이렇다면 누가 보아도 불사의 술법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문이 왜 인기가 없었는가 하면,

[결국에는 진짜 좀비가 되어 술자의 노 예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지. 아직 살아 있 는 지금도 인면지주를 이용해 술자의 지 배력을 강화하고 있어.]

[와... 끔찍한데요? 뭔가 해결법은 없어 요? 역시 폭탄이 제일일까요? 폭탄 하나 만들어 드려요?]

[폭탄도 좋겠지. 하지만 저 주문은 술자 가 가까이에 있어야 해.]

[온자크가 가까이 있겠군요.]

[바로 그 말이야.]

천장에 붙어 있는 인면지주는 먼 곳에서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주문이 아 니었다.

[개미를 풀까요?]

[...그래, 통로에 개미가 돌아다니면 이 상하겠지만, 전선 사이와 환기구를 돌아 다니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

진후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진후는 간단하게 말하고 문밖으로 나섰 다.

휑한 복도가 좌우로 길게 뻗어 있었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국회의사당은 정말로 크고 복잡하고 넓 었다.

여의도 면적의 1/8을 차지하고 있을 정 도였고 직원도 5천 명 이상이 움직이는 거대 건물이었다.

지하를 연결하는 길고 넓은 지하 통로에 는 많은 인파가 오가고 있었다.

진후는 화장실을 가는 척 빠져나왔고, 실제로 화장실 변기 칸 문을 열고 들어갔 다.

[군단 지배]

[탐색]

진후가 품에 들고 있는 팩토리 1로부터 검은 안개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내렸다.

검은 개미 떼는 진후의 발 아래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행진했다.

일부는 변기의 안으로 들어가 하수도로 흘러갔고,

일부는 벽을 타고 기어 올라가 천장의 환기구 안으로 사라졌다.

하수구를 타고 내려간 개미들이 건물 구 석구석으로 펴져 나가는 동안, 다른 개미 들은 천장에 매설된 전선과 인터넷 선에 금속 턱을 찔러 넣었다.

[통신망에 접근합니다….]

지아가 말했다.

[이제 암호화되지 않은 대부분의 통신을 감청할수 있어요.]

[온자크가 핸드폰을 쓰지는 않을 테고. 혹시 부자연스럽게 전기 에너지가 쓰이 거나 하는 장소가 있을까?]

[잠시만요. 전기 부하를 중심으로 탐지 를 해볼게요….]

곧 진후의 머릿속으로 이 국회의사당의 다양한 장소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 왔 다.

그리고 그중 어딘가 집중적으로 에너지 가 소모되고 있는 장소가 보였다.

[국회 구내식당 조리실 바닥 아래에 뭔 가가 있군요.]

[왜 하필… 음….]

같은 네크로맨서라지만 왜 하필 구내식 당 조리실 밑에 공간을 파고들어 갔을까?

진후는 의아한 마음을 품었지만 일단 눈 으로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확실히 알 방 도가 없었다.

[우리끼리 갈까요?]

[인면지주를 움직여서 사달을 내기 전에 단숨에 온자크를 처치해야 해. 혹시 오로 라가 준 것 중에 쓸 만한 게 있을까?]

최근 오로라를 만나면서 이런저런 설계 도를 받아왔다.

[대형 생산 설비] [대형 발전 설비] [태양 광 포집기] [마나 포집기] [전쟁 무기 ILv] 등의 새로운 생산 스킬들이 상태 창 에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강진을 지배하고 헌 터스ii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등의 일에 매진하느라 스킬들을 아직 전부 검 토해 보지는 못한 상황이 었다.

진후의 질문에 지아는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전쟁 무기들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 시 설을 강화도 공장에 설치하고 있어요. 당 장 스켈레톤을 위해 준비된 병기들은 없 다고 보셔야 하겠네요.]

[전쟁 무기 ILv]에는 쓸 만한 아이템들 을 제작하는 방법이 다수 기록되어 있었 다.

이제까지 그냥 단순한 철검이나 철창을 가지고 싸웠던 스켈레톤은 충분한 제조 시설이 갖춰지면, 효과적인 전쟁 병기로 무장한 채 나가서 싸울 수 있을 터 였다.

[여기서 싸우게 될 줄은 몰랐으니 말이 야.]

하지만 이 작업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하연이 알아서 온자크를 추적해 서 정리해 줄 줄 알았는데, 온자크 녀석 이 하필 여기서 도사리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있어요. 우 리가 사냥했던 고블린 킹 기 억하시죠?]

[응. 두개골이 투명한 수정이었지.]

진후는 리체가 들어간 대형 스켈레톤으 로 맞서 싸우고, 마침내는 금속 조작으로 피를 뽑아내 죽였던 고블린 킹을 떠올렸

그 시체를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직접 챙겨 와서 경기도 공장에서 직접 해체하 여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 뒀다.

[고블린 킹의 두개골은 크리스털처럼 투 명해요. 그리고 그걸 이용하면 ‘태양광 포집기’를 조금 쉽게 제작할 수 있을 거 예요.]

[태양광 포집기?]

진후는 스킬창에서 [태양광 포집기]를 검색해서 확인했다.

[태양광 포집기]

포집기 1단계 [속성 : 빛]

태양광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기, 장비, 시설에 빛 속성을 부여하여 벼려내 기 위한장비.

주의 [빛]에 내성을 가지지 않은 채 작업하다가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오로 라 시스템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 다.

‘확실히….’

진후는 네크로맨서들이 꼼짝없이 ‘빛’에 약점이 있다는 걸 기억했다.

태양광이나 별빛, 혹은 달빛 같은 것에 도 혼령들은 추가 데미지를 받았다.

[이걸 설치하자는 거야?]

[네. 마침 이 건물의 중앙부에는 열기 딱 좋은 게 하나 있잖아요?]

[돔.]

국회의사당 중앙에는 커다란 구리 돔이 하나 얹어져 있었다.

연한 초록색의 돔 아래로는 □ 자 형태로 건물이 배치되어 있어, 일직선으로 천장 까지 훤히 뚫려 있는 형 태 였다.

[좋아. 그러면 개미를 이용해 설치하자.]

[네, 준비할게요. 칩과 마나젬이 각각 100개씩 들고, 작업을 마친 후에 해체하 여 가져갈 수도 있지만, 실패하면 전부 손실할 수도 있어요. 괜찮겠어요?]

[괜찮아. 이제 100개 정도는 구매하기 어렵지 않으니까.]

진후가 허락했다.

그러자 개미들은 환풍기와 시설을 타고 국회의사당의 꼭대기를 향해 올랐다.

돔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무수한 개미 떼는 준비가 되는 즉시 지아의 명령에 따 라 자신의 몸을 포집기로 변환시킬 준비 를 마쳤다.

[이제 녀석을 끌어내기만 하면 되겠군.]

진후는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나와서 지 하 통로로 이동했다.

국회 지하에 만들어져 있는 길쭉한 지하 통로를 지나 구내식당에 도착하니, 아직

점심시간이 오지 않아 사람들이 별로 없 었다.

[CCTV는 정리하고 있지?]

[예. 이중 저장되고 있지만, 중간부를 하 이재킹해서 허위 영상을 집어넣고 있어 요. 주인님 이 영상에 포착되는 경우는 없 을 거예요.]

개미 몇 마리가 가는 지역마다 미리 가 서 합성한 영상을 대신 전송하고 있었다.

국회 보안 영상에서 진후는 화장실에 간 이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진후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리실 안 으로 들어섰다.

[이곳 지하라고?]

[예. 조리실 한가운데에… 이미 이런 상 태네요.]

일하는 사람들은 눈에서 혼백이 빠져나 가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누가 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기계처

럼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여기에요.]

[파자.]

진후가 명령하자 곧 팩토리 1에서 개미 들이 쏟아져 내렸다.

[가면.]

[예, 주인님.]

진후의 얼굴에 금속으로 된 가면이 덮였 다.

혹시 모르니 얼굴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 다.

그리고 보자마자 싸울 수도 있으니 갑옷 을 소환해 입지도 않았다.

[준비는?]

[완료되었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놈은 아리에타의 마법사로부터도 도망 칠 정도로 능수능란해. 단번에 끌어들여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개미가 진후가 서 있는 곳의 땅을 파 내 려 갔다.

곧 동그란 원이 열리고 아래로 통로가 뚫렸다.

진후는 그대로 아래로 뚫린 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가 내려오자 조금 전까지 뚫려 있던 곳을 개미들이 다시 움직여 가로막았다.

...이계화를 해놨군.

어두컴컴하고 긴 회랑.

도무지 국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 다.

그리고 그 깊디깊은 통로 좌우로는 촛불 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음산하기 짝이 없는 노래가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누구냐‘?”

그 노랫소리 가운데에서 한 목소리가 들 렸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복도의 끝자락, 어둠과 검은 옷 사이의 경계가 희미한 곳에 선 자가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를 보며 진후가 말했다.

“여러 장소가 있었겠지. 하지만 왜 하필 이면 식당 지하지?”

어디 선가 은은한 썩은 냄새가 난다.

엄청나게 많은 촛불이 좌우에 펼쳐져 있 지만, 촛불의 불꽃으로도 숨길 수 없는 미묘한 악취였다.

통로 끝자락에 서 있던 로브를 입은 자 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서렸다.

“먹을거리가 많으니 좋지 아니한가?”

그르르……

공기 중에 짐승 노린내가 흘러나왔다.

“내 애완동물들이 궁금한가? 나는 네가 누구인지가 더욱 궁금한데….”

온자크는 한 발자국 더 내디딘 채 진후 를 살폈다.

“호오라, 아리에타의 마법사들도 아니 고, 벌거숭이 같은 헌터 놈들도 아니고, 오히려 네크로맨서라?”

“알아보기는 하는 모양이군.”

“당연하지. 그대의 몸 주변에 황천사령 술의 힘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의 사제 일지도 모르겠군.”

사제라.

같은 서클 안에 속해 있다는 얘기겠지.

로브를 쓴 자가 로브를 뒤로 넘겼다.

붉은 눈동자에 반질거리는 피부.

툭 튀어나온 눈동자 위로 눈두덩이가 부 어오른 모습이 사람과 두꺼비 사이의 이 종 교배로 태어난 것 같은 생김새였다.

진후는 워낙 그런 괴물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온자크의 모습을 똑바로 보았다.

“얼굴을 드러내거라. 내가 누군지는 아 느냐? 이 세계에 또 다른 네크로맨서가 있다니, 반갑구나.”

“반가울 것까지야. 온자크.”

“하하하… 선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 니. 너에게 황천사령술을 가르쳐 준 자의 서열에 따라 너의 처분이 달라지겠구나.”

진후가 입을 열었다.

“리체라고 아나?”

“아아, 블랙 헥사의 어린 제자로군.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지도 오래되 었지.”

온자크는 침묵하는 진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하니 네가 리체의 제자란 말이냐? 그 아이가 마스터의 칭호를 받아 벌써 제 자를 들일 수 있었다고?”

“미안하지만, 직접 배운 건 아니고.

진후가 품에서 팩토리 1을 꺼내 들었다.

붉은 수정구를 본 온자크가 고개를 갸웃 하더니, 이내 눈을 부릅떴다.

“알아보는군. 나와라, 리체.”

“아아아아아아아—! ”

비명과 함께, 금속으로 된 거대한 스켈 레톤이 팩토리 1에서 붐어져 나왔다.

좁디좁은 공간에서 거센 물줄기가 뿜어 져 나오는 것처럼 메탈 나이트 스켈레톤

의 두 팔이 먼저 빠져나와 대지를 강하게 내리쳤고,

이내 묵색의 거대한 머리가 빠져나와 비 명이 공간을 울렸다.

“뭐… 뭐라고?! 아아! 리체여!”

온자크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 다.

“이놈이 감히! 감히 나의… 나의 리체를 해골에 담아!!”

“리체, 죽여!”

진후가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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