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메카네크-84화 (85/266)

84화. 유나 스미스(2)

블랙펄.

과거 그녀가 대진그룹의 연구팀 팀장일 때, 그녀는 수많은 PMC와 두 명의 헌터 를블랙펄에 밀어 넣었다.

그곳은 사지 였다.

끔찍하고 무자비한 전장이었다.

인간에게 적대적인 이세계 자연환경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배회하는 끔찍

한우주.

하지만 지금 그곳을 진후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려 제대로 움 직일수가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진후가 말하자, 그녀 가 화들짝 놀랐다.

“안전지대 안쪽으로만 움직이면 괜찮을 겁니다.”

“안전지대 안쪽으로… 안전지대가 있어 요‘?”

“예. 자세한 건 가서 보면 됩니다.”

진후는 더 설명해 주지 않은 채 유나를 이끌고 게이트로 향했다.

이곳 17번 창고 안에 만들어진 게이트 중에, 가장 오른쪽 끝에 만들어진 게이트 로 갔다.

“그르르.”

스켈레톤은 진후의 시선을 받고 시설을 조작했다.

곧 반원 형태로 만들어진 금속에 전기가 흐르는가 싶더니, 곧 반원으로부터 슬라 이드가 내려와 땅에 닿는 것처럼 일렁이 는 포탈이 만들어졌다.

반대편 세계는 새까만 빛으로 일렁거리 고 있었다.

“정말... 블랙펄이군요.”

“감회가 새롭지요? 직접, 이 안에 들어 가게 되니 말입니다.”

“설마… 제가 뭔가 하실 말씀이 더 있으 신 건가요. 대표님?”

“하실 말씀이라니요?”

“이런 이 세계에 pMC와 헌터를 보내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혹시나 우리 공군이 바르기만 해도 스텔스가 가 능한 특수 소체를 손에 넣는다면, 중국이 나 일본의 위협에서 강력한 상대적 우위 를 얻을 수 있었단 말이에요.”

“혹시 죄책감이 있어요?”

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안에서 죽은 PMC 병력만 150명이

장군도 아니고 그저 연구원인 그녀 가 얘 기한 계획을 윗선에서 덜컥 받아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명령을 내린 것은 회장이지 자신이 아니 라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150명이나 되는 사 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녀 의 창백한 표정을 본 진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잔인하게 생각되나요?”

“아뇨.”

“정 원하면, 다른 게이트로 갈 수도 있 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 은 것이 있군요. 괜찮다면 같이 가요. 아 니라면, 다른곳으로 가지요.”

“갑작스러운 출장에… 갑작스러운 선택 이라. 예전부터 느끼지만… 굉장히 자기 중심적이시군요, 대표님.”

“그렇지 않으면 대표 같은 것 못하죠. 사장이든 대표든.”

“하하-”.”

유나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알겠어요. 들어가죠.”

“좋아요. 따라오세요.”

진후가 먼저 포탈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 다.

유나는 딱딱하게 굳은 채 진후의 뒤를 따랐다.

유나가 포탈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물 안에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고막이 ‘위잉’ 하고 떨리면서 먹먹한 감 각이 이어지다가, 이내 완전히 다른 바람 이 코끝을 스쳤다.

“블랙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상상하던 검고 어두운 세 계는 이곳에 없었다.

대신 보이는 것이라면 철제 건축물이 사 방에 솟아 있는 광경분이 었다.

게다가 이 철제 구조물들은 에펠탑 혹은 송전탑같이 금방금방 지어 놓은 간이 구 조물들분이었다.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세상에 이런 탑들 이 솟아 있으려니 을씨년스러움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몸서 리를 쳤다.

그때 멀리서 자박자박하는 소리가 들렸 다.

발소리 같은데, 한 번에 한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소개하죠. 내 스켈레톤군단입니다.”

그녀는 진후의 소개대로 고개를 돌렸다 가 깜짝 놀랐다.

문자 그대로 5,000마리는 될 법한 어마 어마한 숫자의 스켈레톤이 오와 열을 맞 춰 행진하고 있었다.

고개를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돌려도 한 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스켈레톤이 많았다.

저게 전부 다 철로 된 스켈레톤이 었다.

“유나 씨가 오늘 할 일은 간단합니다. 이 뒤를 따라가면서 사냥감을 전부 그 망 치와 정으로 심장을 뚫는 겁니다.”

“자, 갑시다.”

“자, 잠깐만요!”

“자자, 얼른 타세요.”

진후가 박수를 쳤다.

그러자 스켈레톤들이 진후 앞으로 탈것 을 대령했다.

유나가 그걸 보면서 물었다.

“이걸 타요?”

“맘에 안 들어요? 바퀴 달린 거로 움직 이기에 이 블랙펄이란 곳은좀 험한데.”

“아니, 바퀴가 문제가 아닌데요.”

“왜요. 가마 처음 타 봐요?”

“당연하죠….”

유나는 구시렁댔지만, 결국 해골 열두 마리가 끌어 올린 철제 가마 위에 올라탔 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뜨거웠다간 이 철제 가마는 가마가 아니라 고기구이용 불판 이 되었으리라.

다행히 이 블랙펄이라는 세계는 햇빛도 어둡고 모든 게 어두워서 상관이 없었지 만.

게다가 유나는 잠시 후 깨달았다.

이곳 땅에 바퀴 달린 물건이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르륵! 끄륵!”

“크라라라락!”

스켈레톤들이 광분하며 앞으로 달려갔 다.

사람 허리만큼이나 높게 솟은 촉수들이 웬 맨땅에서 솟아난 까닭이 었다.

스켈레톤들이 달려들어, 문자 그대로 맨 손과 이발로 촉수를 물어뜯었다.

초장에 산 낙지를 비벼 그대로 씹어 먹 는 광경 같았다.

“크라락!

“크르!”

최일선의 스켈레톤들이 입에 검은 물을 덕지덕지 묻힌 채 뒤로 찢긴 촉수 덩이를 던졌다.

그 촉수를 들고 다른 스켈레톤들이 뒤로 뒤로 전달해서, 마침내 진후와 유나가 타 고 있는 가마 위에 커다란 문어 다리 같 은 것이 쾅! 하고 떨어졌다.

가마가 잠시 출렁이고, 얼굴에 튀긴 검 은 피를 닦아낸 유나가 가까이 다가가 죽

은 촉수를 내려 보았다.

“으음….”

“뭐 하세요?”

“관찰하는데요?”

“정으로 쪼세요.”

“...알겠어요.”

유나는 닦달하는 진후를 한 번 봐주고는 정을 들어 촉수를 내리찍었다.

촉수가 사람 몸뚱이만 해서 생각보다 금 방 끝날 것같았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산더미같이 쌓인 촉수 덩어리,

혹은 처음 보는 사마귀와 뱀을 섞어 놓 은 듯한 생김새의 괴물을 두들기면서 그 만 학을 떼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앗, 왜요. 설마 문제라도?”

“아뇨. 너무 지긋지긋해서 외쳐 봤어 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쏟아지는 시 체 더미를 찔러 들어갔다.

온종일.

그렇게 얼마나 했을까.

이 세계는 불빛이 어두컴컴하고 낮과 밤 의 변화가 없었기에 유나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몽롱한 상태에서 끝도 없이 몬스 터를 찔러 쪼갤 뿐이었다.

“으으으, 너무 지쳤어요. 더는 못해요. 보세요. 옷도 전부 피에 젖었고, 피곤해 서 팔도 떨려요.”

“저런, 지치셨군요.”

“악덕 근로는 그만하고 저녁이나 먹어 요. 제발요.”

“저녁이라?”

“저녁 아니에요?”

“자. 식사가 필요하시면 여기 마석이 있 습니다.”

“...? 대표님?”

이건 돌인데요.

그녀는 마석 덩어 리를 자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몸에 마나를 불어 넣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도 익히 알고 있었다.

고추냉이를 먹은 것처럼 코끝이 시원해 지고, 동시에 온몸에 새 활기가 돌면서 피곤이 싹 가신다는 것을.

그렇다면 이건…

“ 설마?”

“예. 드시고 일하십시오. 어서.”

“으아아……

진후는 연구원 아가씨 옆에서 마석을 손 으로 쥐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마나석이 코 안으로 마 나를 밀어 넣자, 눈물이 나왔다.

분명, 기쁨의 눈물이리라.

결국 연구원 아가씨는 더 손이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사냥감을 쪼개고 또 쪼개었

고, 그러다가 탈진할 지경이 되면 마나석 으로 온몸의 활기를 다시 회복 당했다.

“살림 당해 버렸다

그녀는 죽음의 끝자락에서 정신을 차린 채, 다시금 망치를 손에 쥐었다.

망치가 그녀의 손에 난 땀으로 번들거릴 지경이었다.

“설마 대표님?”

“왜요?”

그 뒤에서 진후는 먼 곳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이 노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

“이거 인디언 기우제 아니죠?”

“… 아닌데요.”

“박자! 박자! 왜 한 박자 느려욧!”

“아, 아니 에요, 빨리 쪼개기나 해요!”

“으아아아……

울고 싶다.

유나는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것을 흘 리며 마나석의 마나를 흡수했다.

손바닥이 파랗게 빛나는 것 같다.

그렇게 얼마나 행진하며 눈에 보이는 것 을 다 찢어 죽이고 다 해체했을까.

유나는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몬스 터의 다양한 시체들을 쪼개고 또 쪼개어 마침내 V자 형태로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서 본 것은, 떼 살 을 당하는 스켈레톤이 었다.

“어?”

그녀가 의아한 소리를 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는 맘모스를 닮은 괴물이 날뛰고 있었다.

맘모스를 ‘닮은’ 이유는 몸과 상아, 코는 누가 보아도 맘모스인데 다리가 열 개의 촉수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에는 눈이 열 개.

모두 시뻘건 갑각류의 눈이다.

게다가 몸 아래에 달린 저거. 저건 촉수 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고, 단단했다.

차라리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나무라고 해야 할까?

나무 같은 촉수를 움직이며, 그 거대한 맘모스는 5,00마리가 넘는 스켈레톤을 헤집었다.

“부우우우우!”

“오, 나왔다.”

“오. 나왔다?”

유나는 진후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돌아보았다.

진후는 가마에 앉아서 턱짓으로 정과 망 치를 가리켰다.

“이... 이익|”

“뭐 해요, 빨리 쪼개요. 안 그러면 해골 다 죽으니까.”

“뭐라고요?!”

‘내가 쪼개는 거랑 해골이 안 죽는 게 무 슨 상관이죠?’

그녀가 이 질문을 미처 입 밖으로 다 꺼 내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폭발이 터지면서 선두에서 달려들던 스 켈레톤 최소 700마리가 단숨에 폭발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충격파를 막기 위해 진후가 앞으로 나와 강철 갑옷과 벽을 소환해 주 었던 까닭이다.

“부우우우우우!”

맘모스가 콧김으로 제트 압력을 분사했 다.

유나는 금방 사건의 전말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이해한 사건을 이해하고픈 마

음이 싹 달아나고 말았다.

“저기 대표님. 그냥 돌아가야 하지 않아 요?”

“어허, 얼른 쪼개요. 여기서 쪼개다 죽 으면 산재 처리라도 되지만 도망가면 아 무것도 없을 줄 알고요.”

“이 악덕 사장!!”

“좋아요. 바로 그 감정을 실어서 쪼개 요. 어서!”

“아아악!”

유나는 진후의 머리를 쪼개는 기분으로 남은 시체들을 내 리 쳤다.

망치가 떨리고 정이 떨려서, 그만 실수 로 자기 손을 치고 말았다.

손톱이 깨지고 피가 확 솟았다.

어이가 없고 아프고 서러워서 유나는 갑 자기 눈물이 왈칵 솟았다.

“으아앙!”

“이런, 다치셨군요. 괜찮습니다. 포션이 있으니까요.”

진후가 날렵한 손놀림으로 우는 유나에 게 다가와 턱을 젖히고는 그대로 입에 포 션을 부었다.

유나는 포션이 목을 넘 어가는 동안에도 어이가 없어서 진후를올려 보았다.

그 와중에도 스켈레톤들은 하늘을 날아, 마치 어린아이가 친 물장구가 떨어지듯 군단의 다른 스켈레톤들을 들이받으며 넘어졌다.

목으로 넘어가는 포션, 위에서 내려다보 는 사장님의 아기 보는 듯한 시선, 사방 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메카닉 스켈레톤 들. 그리고 서로 부딪쳐 종소리 내듯 우 렁차게 댕그랑거리는 해골 대가리들.

“컬럭! 컬럭! 젠장!”

“크라라라라!”

“크아아아아!”

그녀의 욕설에도 불구하고, 스켈레톤의 함성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자, 다 낫죠. 어서.”

유나는 잘못 내려찍은 손톱과 손이 고쳐 지는 것을 보면서, 동시에 저 멀리서 달 려들어 필사적으로 싸우는 스켈레톤들을 보았다.

그들은 손톱, 이발, 그 외의 부지깽이 같 은 철창으로 괴물의 몸을 찔렀으나, 나 무-촉수-맘모스는 끄떡도 하지 않고 다 시금 스켈레톤을 짓밟았다.

“이제 알겠어요?”

“대체 뭐를요?!”

“적당한 무기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 도 죽이 지 못해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요. 이제까지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면 그만이니까.”

“뭐라고요?”

“뭐해요. 쪼개요.”

“...보여주고 싶다는 게,”

“어서.”

그녀는 다시금 정을 들어 앞에 놓인 몬 스터를 쪼갰다.

쩍!

[각성 : 스미스]

[칭호 획득 : 몬스터 해체자]

“ 어?”

“드디어!”

진후는 그녀 의 어깨를 세게 두드렸다.

“자, 빨리 무기 만들어요. 안 그러면 산 재 받게 생겼으니까!”

유나는 눈을 들어 앞을 보았다.

눈 여섯 개가 시뻘겋게 변한 맘모스가 그들이 탄 가마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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