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PMC군단(2)
“근처를 스캔 중입니다.”
팩토리 1에서는 스켈레톤들이 지상에 차곡차곡 착지하는 동안, 지아는 진후와 함께 상공에서 일대를 스캔했다.
“엄청나게 많은 던전들이 있어요.”
진후는 어렵지 않게 일대의 던전들을 파 악할수 있었다.
개미들이 사방을 헤집고 다니면서 이미 오래전에 파악했던 던전들이 있는가 하 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생겨나는 던전들도 있었다.
“던전 단계는?”
“대부분 1단계에요. 침식도는 그렇게 높 지 않아요. 아시겠지만 위로 올라갈수 록...”
“그래, 평양에 가까워질수록 난이도와 침식도가 더 높은 던전들이 나오겠지.”
진후는 하늘에서 일대를 내려 보았다.
좀비 사태가 터진 이후 뒤처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각국이었다.
곰팡이, 혹은 따개비가 번져 나가듯이 던전이 휴전선 일대를 메워가고 있었다.
‘참호를 탱크로 돌파하는 것처럼 이곳 던전들은 헌터를 통해 돌파해야 해.’
전쟁할 때 적지 깊숙이 들어가면서 후방 에 적의 성을 남겨둘 수 없는 것처럼, 만 일 군대가 진주하려면 이 일대의 던전들 은 모조리 파괴하고 지나가야 했다.
“아리에타의 마법사들은 하베스터들 때 문에 던전 정리하기를 포기하고 물러난 모양이에요.”
“포기라기보단 떠넘긴 것 같지?”
“그렇기도 하겠네요.”
“하베스터들이 던전 사냥할 때마다 뛰 쳐나오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까 말이야.”
이를테면 난이도는 높고 보상은 적은 사 냥터 같은 것이다.
작은 던전을 정 리하려고 하더라도, 갑자 기 벽을 뚫고 나오는 하베스터들이 나타 나면 혼비백산해서 다 잡은 몬스터도 놔 두고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할 테 니까.
“아리에타는 내가 확실히 손해 봤다고 생각하겠네.”
잡으면 잡는 대로 손해고, 안 잡으면 신 용 문제에서 또 손해가 생긴다.
“그렇겠죠?”
“그러면 억울해서라도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야지. 발전소는 찾았어?”
“네, 저기 발전소 하나가 있어요. 그런 데 역시나 몬스터 천지가 되어 있네요.”
지아는 상공에서 한 지역을 가리켰다.
휴전선 일대의 북한 군부대에 전기를 공 급하던 작은 발전소가 보였다.
_커다란 굴뚝에는 금이 가 있었고, 당연 하게도 증기는 조금도 올라오지 않고 있 었다.
생긴 것으로 봐서는 구시대적인 석탄 발 전소 같았다.
북한 군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이 버리고 간 망가진 장비들과 시설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거 참, 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들을 이렇게 혹사하다니 .”
군대가 버리고 간 야포가 비를 맞아 녹 슬어 있었다.
건물이나 나무 등 곳곳에 혈흔과 옷자락 이 찢어진 채 걸려 있었지만 시체는 조금 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마 던전에서 기어 나온 몬스터들이 다 먹어 치운 모양이었다.
“내부를 확인하겠습니다.”
지아의 말과 함께, 팩토리 1에서 검은 공이 떨어졌다.
검은 공은 땅에 착지하자 물 덩이처럼 터져서는 수백 마리의 개미 떼가 되어 석 탄 발전소 안으로 들어갔다.
“스캔 중… 오, 어라? 사람들이 있는데 요?”
“사람들이?”
“예. 안에 갇혀 있는 모양이에요.”
“누가 가두고 있지? 아니, 내가 직접 보 지.”
진후는 개미들의 영상을 연결해서 직접 보았다.
온통 피범벅이 된 채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발전소 내부는 오히 려 깔끔했다.
아니, 깔끔할수밖에 없었다.
의자고 책상이고 고열에 버티지 못할 것 들은 이미 다 타버렸고, 벽에 묻은 검댕 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불 정령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으니까.
복도 안은 불의 창을 든 불 정령들이 걸 어 다니고 있었고, 뜨겁게 달궈진 쇠와
돌벽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지독한 놈들이네. 놈들이 사람들을 왜 데리고 있는지 뻔하군……
진후는 혀를 찼다.
사람들을 고문하는 걸 즐기는 종류는 아 니지만, 어쨌거나 사람을 불에 집어 던지 는 종류다.
화상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끔찍 한 고통 중 하나이므로,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끔찍하고 무시무 시한 종류라면 이런 불 정령 계열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상대하기도 까다롭다.
인간 형태로 타오르는 불인 플레임 워커 라거나, 아예 날아다니는 불덩이인 도깨 비불, 용암으로 만들어진 용암 거인 같은 것들은 하나같이 몸이 뜨거웠다.
도심 한복판을 걸어 다니면 그냥 놈들이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온통 불바다가 된 다.
게다가 이것들은 성질상 뜨거운 곳을 좋 아하기 때문에 발전소에 자주 나타났다.
인류가 핵발전을 포기한 건 핵발전소의 밀봉된 핵연료봉 시설 안에서 이것들이 나타나면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도 불 정령 이 나타난다니. 이건 상당히… 조심해야 하겠군.”
새로운 위험 평가를 보고서로 만들어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의 명함을 달아 올 리면 조금이라도 읽어보겠지.
진후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말했다.
“하지만우리 애들은 상관없겠지.”
“아무렴요. 이만큼의 내열 성능을 가진 기계는 거의 없죠. 밀어버릴까요?”
진후가 명령했다.
하늘에서 나는 자동차를 따라 빠르게 지 상으로 이동하고 있던 스켈레톤 PMC는 언덕 위에서 석탄 발전소 주변을 포위하 고 있었다.
[가자!]
진후의 명령이 떨어지자 PMC 스켈레톤 직원들이 절벽을 뛰어내려 아래로 달렸 다.
총기류가 주어진 대신 단순한 냉병기를 쥐고 있지만, 인간이었을 당시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그들은 풀엑셀을 밟는 스포츠카 같은 속 도로 절벽을 뛰어 내려갔다.
어찌나 빠르게 달리는지 몸 주변에 바람 이 일어나 덮개처럼 덮일 정도였고, 주위
의 메마른 나무들을 몸으로 때려 부수며 돌진하는 것은 오히 려 당연했다.
돌과 나무를 때려 부수는 묵색의 강철 스켈레톤들이 뛰어 내려오자, 곧 발전소 의 불 정령들도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왔 다.
“불과 철의 싸움이군.”
진후는 위에서 아래에 펼쳐진 장관을 내 려 보며 말했다.
평야를 덮은 메카닉 스켈레톤 mk2들이 스미스가 주조한 마법 무기를 휘두르며
불 정령들을 찔러 죽이고 있었다.
불로 만들어진 무기들도 분명 위협적이 었지만, 처음부터 초고열로 제련된 갑옷 을 뚫을 수는 없었다.
작은 그을음조차도 남지 않았다.
몸으로 불의 무기를 받아 낸 스켈레톤들 은 침착하게 조를 짜서 불 정령의 몸 안 에 마법 검을 밀어 넣었다.
I”
단순한 메카닉 스켈레톤과는 달랐다.
이들 중 기괴한 괴성을 지르거나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히려 묵묵하고 단순하게 조립 작업을 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불 정령을 찌르 고 쑤셨다.
“감정 억제가잘 되는 걸까?”
“아무래도 인간일 당시보다는 관련 회 로가 거의 없거나 적으니까요. 지금이야 영혼에 남아 있는 신호가 좀 있겠지만, 이제 곧 몸을 따라가게 될 거예요.”
“그렇겠지.
진후는 그들의 가족들을 더 잘 돌봐주기 로마음먹었다.
이미 월급 형태로 아버지나 형, 오빠가 죽었을 거로 생각했던 머나먼 가족들에 게 임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에 원하는 사람들 은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도록 허락했는 데, 물론 통화할 때에는 그래픽으로 스킨 을 씌워 생전의 모습을 최대한 만들어주 었다.
아마 저 군대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 다.
싸우다 보면 헌터들도 죽을 것이고, PMC, 정규군, 그리고 여러 사람도 기계 몸으로 되살아나기를 원할 터이니.
“히야, 아무리 불내성이 강하다지만 정 말 이건 카운터 군단이네요.”
지 아가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상의 광경은 압도적이 었다.
이미 제련이 끝난 스켈레톤 군단이 불 정령을 쓸어버리는 구도로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럿이 단번에 내지르는 칼에 사방에서 찔린 정령이 퍽! 하고 터지면서 가루가 되어 쏟아지는 동안, 다른 불 정령들이 아무리 용을 쓰며 공격해도 스켈레톤들 의 몸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진후에게는 예전에 인간과 싸울 때 얻었던 경험치보다 많은 경험치가 수 도 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모든 소환수가 진후에게 귀속되어 있 었기 때문이다.
저들이 사냥한 경험치는 전부 진후에게 들어왔고, 진후의 스킬이 증가하면 저들 이 더욱 강해지는 구조였다.
“속도가 빨라서 좋군.”
진후는 레벨이 오른 것을 확인했다.
어느새 레벨이 19가 되어 있었다.
‘...19라. 100이 되려면 멀었지만, 아직 이 시기에는 나보다 레벨이 높은 사람은 몇 없을걸.’
정체를 아직 모르는 아리에타 등 이전부 터 암약하고 있던 자들을 제외하면, 이제 막 헌터 시대가 시작된 까닭이었다.
‘랭킹으로도 지금 1위고.’
진후는 헌터스가 공개하는 헌터 레벨을 확인했다.
1위 레벨 18 까울로스 주앙 브라질〈레 드〉
2위 레벨 17 마르틴 마기 루마니아〈레 드〉
‘레드놈들이네.’
진후는 인상을 찌푸렸다.
1위는 브라질 마피아.
2위는 루마니아 군벌이 었다.
〈레드〉란 사람을 죽이는 데 스킬을 사용 하는 자들에게 붙이는 칭호였다.
저들에게는 분배금도 돌아가지 않고, 전 쟁 코인으로 옹호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자기 레벨이 높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레벨을 공개하는 것이다.
‘물론 레벨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 들도 있고, 등록하지 않은 자들도 있지.’
레벨 공개를 동의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들 때문에 대부분의 헌터는 레벨 공 개를 동의했다.
아리에타 등 다른 기관에 소속된 자들만 레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당장 누가 진후처럼 몰이 사냥을 할 수가 있을까.
게이트 너머에서 스켈레톤과 함께 사냥 하는 헌터들도 불가능한 일이 었다.
심지어는 그들과 함께 사냥하는 스켈레 톤이 얻어가는 경험치도 진후에게 들어 을 터였다.
‘이래서 사장이 좋다고 하는구먼.’
진후는 지상으로 내 려왔다.
압도적인 병력이 정령들을 완전히 짓눌 러 버린 광경이 평야 전체에 펼쳐져 있었 다.
사방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 정 령의 잿더미가 흩뿌려져 있었고, 그 위에 는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대부분이 마법 물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령의 핵들이었고, 그 외에 특별한 물건 은 없었다.
스켈레톤들은 무기와 아이템을 회수해 서 도열해 섰다.
“안을 정리하고, 혹시나 동굴에서 뛰쳐 나올 하베스터를 조심하자.”
“예.”
스켈레톤들은 지치지 않았다.
그들 중 대장이 가장 먼저 던전 안으로 향하자, 다른 이들도 석탄 발전소 안으로 들어갔다.
[불정령의 하우스] [E급]
[경고. 참여자가 너무 많습니다.]
[경고. 참여자가 너무 많습니다.]
혼자서 던전을 돌 때는 볼 필요가 없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백 명을 데리고 E급 던전에 들어 왔으니 당연히 메시지가 마구 날뛰었다.
“다 때려 부숴.”
“예!”
던전 안을 때려 부수고 들어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전력을 회전에서 격파한 이상, 던전 안에서 걱정할 것은 함정 약간과 암습하 는 적 몇 종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철의 장벽을 몸 주변에 두른 진 후를 암살할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제아무리 거대한 함정이라 해도, 아예 철분을 조작해 공간에 갑자기 구조 물을 생성해 버리는 진후를 쓰러트릴 수 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방.
보스의 방에 들어간 진후가 미간을 찌푸 렸다.
“흠
정령들이 다 그렇지만, 소위 제단이라는 것은 악취미적이다.
인골이 타들어가는 불구덩이 안에서 뭉 개지고 있었고, 그 뒤로는 우리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살려주시오!”
“ 아악!”
쿠르으으으!
깊이 파인 불구덩이 안에서 거대한 굉음 과 함께 타오르는 용암의 머리가 치솟아 올랐다.
[너희 모두 불길의 손에 스러질지어다!]
“구덩이 메꿔.”
진후는 뒤따라오는 스켈레톤들에게 명 령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