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환상 속의 전차남(3)
“커어어어어엉!”
저 멀리서 아파트만큼 큰 거인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환영 속이라지만 빌어먹을 정도로 실감 나는 괴물이 었다.
온몸이 모기로 덮여 있는 괴물이 들고 있는 나무를 숲 한복판에 내리쳤다.
처어어얼썩-!
나무들이 부러지며 무릎까지 오는 뻘에 부딪치자 흐르는 물이 폭발했다.
해일이 사방으로 일어났지만 진후는 옆 으로 살짝 비켜났을 분, 매섭게 내리치는 물 가운데에서 미동도 없었다.
[제어 소프트웨어가 미숙합니다.]
[시스템 동력을 다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신체 기관의 부하를 주의하십시오.]
자기 몸인데도 불구하고 상태창에 온갖 경보가 깜빡인다.
인간과 기계의 중간쯤인 사이보그 상태 라 그런지, 이전만큼 몸을 자유자재로 움 직일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이 전보다는 훨씬 빨랐으니 까.
터
발로 진흙벌을 밀어내며 뛰어오른다.
강한 힘으로 땅을 박차면, 설사 진흙뻘 이라 하더라도 그 순간에는 돌처럼 단단 하게 굳어버린다.
진후는 그대로 모기 거인의 몸을 향해 뛰어올랐다.
[금속 조작]
[아이스 픽]
그런 진후의 두 손에는 빙산 등산용 아 이스픽이 쥐어졌다.
진후는 양쪽 손에 쥔 아이스픽을 거인의 피부에 힘차게 박아 넣었다.
꽈아악!
어찌나 가죽이 두껍고 질긴지, 최대한 날카롭게 벼려낸 열화우라늄 아이스픽도 절반 이상이 꽂히지 못했다.
끈적거리는 가죽이 픽을 꽉 움켜쥐자, 진후는 발에도 비슷한 형태의 픽이 달린 신발을 만들어 내서 강하게 걷어찼다.
‘좋아, 고정은 튼튼하게 됐고!’
진후의 몸이 착지하자, 윙윙거 리는 모기 떼가 사방에서 피어올라 달라붙었다.
절로 한숨이 나올 것 같다.
이 지독하기 짝이 없는 모기떼 때문에 현대전 병력이 이 거인을 상대하기가 어 려웠다.
포탄에 직격하면 그에 몇 배나 되는 모 기가 지상에 풀렸고, 그건 거의 돌아다니 는 화생방 오염 이나 다름없었으니 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피부가 티타늄 복합재로 덮여 있는 상태 라면, 모기 주둥이는커녕 전기톱이 와도 썰어내기 어려우리라.
다행히 진후의 티타늄은 평범한 티타늄 과는 달리 마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모기의 이빨을 견뎌낼 수 있었다.
끼기끽!
사방에서 들리는 모기 주둥이질 소리를 무시한 채, 체중이 실린 오른손 아이스픽 을 꽉 잡고 왼손 아이스픽을 더 높은 곳 에 강하게 내려찍는다.
왼손, 오른손, 왼다리, 오른다리.
진후는 리드미컬하게 몸을 움직이며 거 인의 몸을 타고 올랐다.
그때, 거인이 자기 몸을 커다란 손바닥 으로 후려쳤다.
퍼어엉!
진후는 몸을 휙 돌려서 떨어 지는 손바닥 을 피했다.
눈앞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커다란 손 바닥을 피하고 나니, 두 다리가 허공에서 흔들렸다.
퍼어어엉!
다음 손바닥이 또 떨어졌다.
이렇게 느긋하게 올라갈 수는 없었다.
진후는 큼지막한 받침대를 만들어서 그 대로 거인의 피부에 꽂아 넣고는 발로 강 하게 걷어차 더 높은 곳으로 뛰어올랐다.
거인은 다시금 진후를 때리기 위하여 손 바닥으로 자기 몸을 거칠게 후려쳤다.
“먹어라!”
진후는 녀석의 손바닥이 떨어지는 곳에 금속의 기둥을 하나 만들어 세웠다.
거 인은 자기 힘을 가득 담은 손바닥으로 그 날카로운 기둥을 그대로 내리쳤다.
“커어 엉!”
거인이 손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주춤하 는 동안, 진후는 더욱 빠르게 머리까지 치솟아올라갔다.
그리고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어깨가 어찌나 큰지 운동장 하나만큼의 거리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작은 빌라만 한사이즈의 얼굴이 있었다.
커다란 빌라가 통으로 회전하는 것처럼 목과 얼굴이 돌고, 번들거리는 한 쌍의 눈동자가 진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금속조작] Lv3
[열화우라늄 포대]
[날개안정철갑분리탄]
진후는 그 자리에서 금속 조작을 통해 포대와 날탄을 만들었다.
몸 안에 비축되어 있는 화약을 응용해 만들어낸 포탄이 공중에서 만들어낸 포 대 안에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진후가 그 포대를 눈을 가리 키 게 끔 조작한 후, 그대로 날탄 속 장약을 폭 파시 켰다.
퍼어엉!
포대 안에서 불꽃이 치솟으면서 철갑 날 탄이 공중을 날았다.
눈으로 미처 파악하기도 어려운 속도로 치솟아 오른 포탄이 었다.
포탄은 초속 1200m/s에 도달한 후, 거 인의 오른쪽 눈동자를 정확하게 찔러 들 어 갔다.
타타타타타타탁!
저 멀리서 폭죽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크 o}o}o}o}악!”
거 인의 반응은 한 박자 느렸다.
동공의 수정체가 안으로 함몰되며 수천 개의 파편이 눈 안으로 찔러 들어갔다.
거인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감쌌고, 진후는 다시금 아이스픽을 만들 어 거인의 몸에 매달렸다.
‘젠장, 이걸로 안죽나?’
눈 하나를 터트리고도 남을 위력이었는 데, 이걸로 모자랐단 말이야?
진후는 사방으로 흔들리는 거인의 어깨 에 매달린 채 숨을 삼켰다.
거인은 한쪽 눈으로 진후를 찾더니, 눈 물을 흘리면서 진후가 매달린 어깨를 그 대로 땅에 내리 꽂았다.
“으윽 I”
진후는 바닥이 급속도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픽을 마구 찌르며 위로 치솟았 다.
거인의 어깨가 땅에 떨어졌을 때, 다행 히 진후는 거인의 목덜미 근처까지 도달 할수있었다.
[금속 조작]
[자기첨예화 열화우라늄 검]
진후의 손에 검이 만들어졌다.
진후는 그 우라늄 검을 있는 힘을 다해 위로 휘둘렀다.
퍼어억!
거 인의 가죽은 단단하고 질긴 것을 넘어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검은 깊이 박히지도 못하고 멈추고 말았 다.
하지만 진후는 이내 다시금 검에 [금속 조작]을 사용했다.
[자기 첨예화]
기름과 가죽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던 검날의 끝 부분이 다시금 진후에게로 흡 수됐다!
그리고는 다시 새로운 금속이 돋아나는 것처럼 새 날이 솟았다.
그렇게 검이 가죽을 베어내고, 베어내 고, 또 베어내면서 계속 날카로워지기를 반복하여 마침내는 거인의 동맥에 닿았 다.
“여기다.”
진후는 그대로 거인의 동맥을 강하게 찔 렀다.
촤아아아아악!
붉은 피가 쏟아졌다!
진후는 쏟아지는 거인의 피를 맞으며, 동맥 부근에 손을 대고 [금속 조작]을 이 용했다.
피 안에 섞여 있는 온갖 종류의 금속들 이 상처를 통해 치솟아 나왔다.
다양한 희귀 금속들과 독특한 물질들, 그리고 산소를 운반하는 데 꼭 필요한 철 분들이 목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허억, 허억!”
끼이익....
거인은 파리해지더니 몇 걸음도 걷지 못 하다 뒤로 비틀거 렸다.
진후가 거인의 목에 꽂힌 검을 꽉 잡고 버티는 동안, 커다란 거인은 뒤로 넘어져 맹그로브 숲을 그대로 폭파시키고 말았 다.
콰아아아아......
충격파와 물보라, 그리고 나무가 부서지 면서 쏟아낸 톱밥의 가루가 다 흩어지기 까지 몇 분이나 걸렸을까.
진후는 숨을 조절하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온통 우라늄으로 덮여 있는 피부가 따끔 거렸고, 속이 울렁거렸다.
[금속화 한계치 도달]
[해제를 권장합니다.]
“해제.”
진후가 말했다.
그러자 몸을 덮고 있던 금속이 다시금 진후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가 마석을 이 루고 있는 신체 안으로 모여들었다.
“큭... 간이 기계화됐다더니, 거기가 아 예 금속 저장고가 되어버린 건가.”
진후는 복통을 느끼며 중얼거 렸다.
몸 안에 만들어진 마석은 마나홀과 달리 몬스터의 것과 같았고, 그 마석을 감싸고 있는 금속 구는 간에서 보관하고 있는 압 축 금속 큐브를 이용해 움직이는 모양이 었다.
공장의 생김새를 생각하니 몸 안의 기관 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후….”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술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저항력이 증가했습니다.]
[환영이 종료됩니다.]
진후는 환영이 다 사라지기 전, 마지막 으로 일대를 둘러보았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지옥도.
하지만 이제 이곳은 환영과 함께 스러지 리라.
‘이런 꼴이 되게 내버려 둘수는 없지.’
번쩍-!
진후가 마음을 다잡는 동안, 시야의 끝 자락부터 먼지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 다.
그리고 그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려 나선 을 이루는 폭풍이 되었고,
이내 진후가 있는 곳까지 바람이 스며들 었다.
“허어어억!”
진후는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끄응….”
진후는 자기 복부를 누르는 극심한 통증 과 함께 주변을 보았다.
일행이 모두 서 있었고, 진후 혼자 바닥 에 쓰러져 있는상태였다.
일어났군….
진후는 앞을 바라보았다.
검고 어두운 공간 속에 하얀 고치가 허 공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커다란 탄두 위에서 알로 된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구나. 생각보다 빨라. 불 과 일주일밖에 재우지 못했다니 …….
“ 일주일?”
진후는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지금 핸드폰을 꺼내거나 다른 일 을 할 마음은 없었다.
[지아.]
[예, 주인님. 숨어 있었어요]
[새로 얻은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내 가 만들라는 걸 만들어.]
[이건….]
하지만 시간은 충분했다. 인간들아, 너 희는 나를 막을 수 없어… 보이느냐? 너 희가 나를 이것에서 떼어내려 한다 면.......
그것은 자기 몸에 달려 있는 긴 실을 흔 들어 보였다.
그러자 탄두가 흔들거 렸다.
즉시 이 귀여운 장난감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후후후…….
[주인님, 제가 살펴봤는데 사실이에요. 우리 병력은 마지막까지 어둠 마귀와 싸 우면서 저 녀석을 고립시켰어요. 하지만 저렇게 굳어진 채로 녀석이 모든 병력을 방어에 돌려서, 저도 방어만 한 채로 일 주일간 대치했어요.]
[지아.]
[네?]
[고생했어. 데이터를 분석해 봐. 내가… 처리할수 있을지.]
[...설마?]
지아는 잠시 머뭇거 리다가 말했다.
[가능해요.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하시 려구요?]
진후는 고개를 끄덕 였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쏴.]
예.]
그 즉시, 알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 췄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 것처 럼 줄을 진동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모든 것을 발견하기도 전에, 지아가 공중에 다섯 개의 포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철로 만들어진 다섯 개의 날탄 이 알을 향해 날았다.
퍼어어엉!
다섯 번의 폭발이 동일하게 중첩됐다.
화약 대신 마석으로 만들어진 폭발이 날 탄을 쏘아내고, 곧 공중에서 분리된 탄두 가 눈 한 번 깜짝이기도 전에 다섯 방향 에서 알을 찍어버렸다.
빠지직-!
이... 으아아악!
알의 몸이 깨어지면서, 동시에 흰 줄에 매달린 핵탄두가 발버둥 쳤다.
진후가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핵탄두를 손에 붙잡은 채, 머리 를 탄두 가운데에 파묻고 입을 벌렸다.
[플로토늄을 찾아!]
[탄두 정중앙에 있어요. 이미 다 파악해 뒀습니다. 플루토늄 214. 거기, 거기에 요]
진후는 입을 벌려 금속들을 그대로 씹어 삼키고, 그대로 머리를 파묻고는 원자탄 중앙의 플루토늄 장비를 뜯어내 그대로 씹어 삼켰다.
[대량의 특수 희귀 금속을 발견]
[강력한 방사능을 확인]
[차폐에 필요한 금속을 확인]
[보호 장비를 체내에 형성하겠습니까?]
“으읍!”
진후는 대답 대신 소리쳤다.
시스템은 그의 신음소리도 긍정으로 받 아들였다.
진후는 그 시간에도 힘내서 플루토늄을 씹어 삼켰다.
[핵물질을 장착하였습니다.]
느껴진다.
뱃속이 부글부글 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