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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메카네크-113화 (114/266)

114화. 검은 용들(1)

진후도 솔직히 아룬달이 어떤 주문을 사 용할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적 군주의 코앞까지 가면서 은신 주문이 걸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아룬달은 눈에 띄게 거 대한 폭발을 만들어냈다.

[스켈레톤 다 꺼내서 철벽을 만듭니다.]

진후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지아가 먼 저움직였다.

팩토리 1에 담겨 있던 대량의 스켈레톤 이 뿜어져 나오면서 몸으로 방벽을 만들 었다.

그것도 모자라 금속이 일행의 피부 위를 꼼꼼하게 덮었다.

폭발은 단숨에 끝나지 않았다.

폭발이라기보다는 화산 분화구 자체를 소환한 것처럼 끓어오르는 막대한 증기 가 주변 모든 곳을 날려 버리는 것만 같 았다.

하지만 특별한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도리어 새하얀 증기가 소용돌이치는 것 만보였다.

진후가 지아에게 말했다.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아룬달이 강력한 염기성 폭탄을 터트렸 어요.]

염기성 폭탄?]

[소환술의 일종이에요. 어지간한 금속들 도 모조리 부식되고, 몬스터라고 하더라 도 녹여 버릴 수 있는종류의 것이죠.]

[왜?]

[직접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근거리 통 신, 연결되어 있어요.]

진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준과 강진은 타이밍 좋게 자신의 뒤에 숨어 있었고, 예나는 냉기의 방벽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견디고 있었다.

동시에 근처의 안개 속에서 일렁이는 그 림자 같은 게 보였다.

[아룬달.]

[예, 마스터.]

[왜 염기 폭탄이야?]

[저 괴물에게는 피부가 없습니다. 내부 의 마나 핵을 직접 공격하는 것 외에는 적절한 타격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놈인지 알아?]

[블랙 헥사의 네크로 드래곤입니다.]

진후는 입을 다물었다.

블랙 헥사가 정확히 어떤 조직 인지는 다 알지 못했지만, 과거 경험상 네크로 드래 곤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진짜 드래곤들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사 령술사들이 죽은 드래곤에 엄청난 제물 과 마법으로 거짓 생명을 부여하여 살려 낸 존재들이었다.

[쉽게 처리하기는 글렀군.]

순간,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 니 증기가 사방으로 폭발하면서 일행 모 두가 뒤로 미끄러졌다.

새하얀 염기 가스가 벽에 그대로 들러붙 었고, 어두컴컴한 고대의 사원은 온통 새 하얀 페인트를 부려 놓은 꼴이 되었다.

그 하얀 공간 가운데, 바닥이 깊게 파여 있는 크레이터 위에 드래곤 하나가 앉아 있었다.

뼈로 된 꼬리가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고, 검은 뼈로 된 흉곽이 보였다.

가죽으로 된 스크롤이 뼈와 뼈 사이를 칭칭 감고 있었고, 해독할 수 없는 녹색 의 문자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목덜미를 따라 천장에 닿을 정도 로 높게 솟아 있는 뼈 날개가 펼쳐져 있 었다.

“꽤나 세련된 대응이로군….”

그것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웅웅거리 는 목소리로 말했다.

철판을 긁어내는 것 같은, 성대가 쉰 듯 한목소리 였다.

높은 곳에 맺혀 있는 어둠이 서서히 걷 히면서 용의 두개골이 보였다.

먼저는 날카로운 칼날처 럼 빛나는 두 개 의불이,

두 개의 안와골과 함께 이마에도 안와골 이 파여 있는 두개골이었다.

눈동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 세 개의 파여진 홈이 일행을 주시하는 것 만 같았다.

기준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

“집중해요. 아차 했다간 한 번에 죽을 수도 있어요.”

예나가 호흡을 조절했다.

새하얀 증기를 뒤집어쓴 얼음의 방패들 이 주변을 맴돌면서 더욱 단단하게 자라 났다.

그 뒤에서 기준이 자신의 몸에 투명 주 문을 사용하고 일행 모두에게 기계적으 로 응원의 주문을 다시 사용하는 동안, 강진이 진후의 눈빛을 살폈다.

지아가 보고했다.

[대상의 안와골 부근에서 강력한 에너지 를 감지했습니다.]

“피해!”

지아의 말에 진후가 외쳤다.

그 즉시 일행이 사방으로 뛰어올랐다.

용의 텅 빈 세 안와골에서 붉은 빛이 모 여들더니 하나로 합쳐져 검은 광선이 되 어 떨어졌다.

그들이 서 있던 곳을 검은 광선이 때렸 다.

바닥이 새카맣게 물들어서 폭발했다.

그 새카만 바닥에서 검은 구슬이 치솟아 올랐다.

그 구슬은 눈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 도의 검은 탄막을 사방으로 부려냈다.

[스킬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했습니다. 대 상의 스킬은 광역 블랙 애로우 소환술입 니다. 기록에 따르면, 네크로 드래곤은 총 열 개까지 해당 주문을…….]

타타타타타타탕!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의 시야가 닿는 곳이 일제히 폭발하며 검은 구슬이 떠올 랐다.

그리고 그 구슬들이 일제히 블랙 애로우 를 쏘아내자 사방으로 검은 화살들이 튀 어 올랐다.

불과 탄막과 탄막 사이의 거리가 50cm 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밀집한 공격이 사방 을 덮었다.

“다른 헌터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문을 닫고!”

“예!”

밖에서 싸우던 헌터들이 스킬을 써서 돌 무더기를 쌓았다.

그렇게 박살이 난 문에 돌들이 쌓여 길 을 막았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검은 화살만이 사방 으로 날아다니는 동안, 진후가 스켈레톤 의 머리만 뽑아서 천장으로 던졌다.

천장에 냅다 꽂힌 스켈레톤의 머리 부품 들이 일제히 빛을 뿜었다.

곧 붉은 조명등 아래에서 일행들은 쏟아 지는 블랙 애로우를 막거나 피했다.

강진이 스킬인 운철검이 펼쳐지자 은색 으로 빛나는 검신이 검막을 이루어 떨어 지는 블랙 애로우를 튕겨냈다.

“크읏!”

하지만 검으로는 이걸 다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

곧 스켈레톤 강화복 곳곳이 블랙 애로우 에 스쳐 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용의 본체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쿠우우웅!

바닥을 깊게 밟으며 뛰쳐 오른 용의 본 체가 가까운 곳의 예나를 덮쳤다.

막대한 질량을 담은 오른발이 예나의 방 벽을 후려쳤다.

쿠우우웅!

예나의 전신과 그 주위를 덮은 이글루 같던 얼음 방벽에 금이 갔다.

투명한 얼음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금이 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공간을 덮고 있는 검은 화살들이 깨진 얼음을 두들기는 동안, 다시 레시나스가 앞발을 들어 예나를 후려쳤다.

“읍!”

예나는 힘을 모으며 뒤로 미끄러졌다.

그녀의 몸 주변을 두르고 있는 방벽이 통째로 미끄러져 그들이 들어온 입구 부 분에 그대로 부딪쳤다.

그 충격으로 벽에 생긴 금이 위로 벋어 올라갔다.

그때, 갑자기 서리가 돋는 것처럼 금속 의 막이 그곳을 덮었다.

“예나 씨, 버텨요! 이 안에서 잡아야 합 니다.”

진후가 외치면서 스켈레톤을 있는 대로 소환했다.

팩토리 1에서 그레이트 스켈레톤과 함 께 일반 스켈레톤, 그리고 강화된 스켈레 톤들이 뿜어져 나오면서 쏟아지는 탄막 을 몸으로 막아냈다.

[마나 소모가 엄청납니다. 주인님. 언제 까지나 유지할 수는…….]

[탄막부터 막아야 해. 그 다음에 어떻게 든…!]

“끼 이익!”

스켈레톤 하나하나는 검은 탄막을 두 발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탄막을 압도하는 숫자의 스켈레 톤이 끝도 없이 진후의 손에서 쏟아져 나 왔다.

불꽃을 뿜어내며 하늘을 날아가는 로켓 처럼, 진후는 소환수를 뿜어내며 사방으 로 쏘아지는 탄막을 향해 움직 였다.

“어떻게든 부숴!”

[자폭 절차 개시… 대상과 접촉해서 터 트리 겠습니다.]

소환된 스켈레톤들은 탄막에 터지고 부 서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열 개의 구슬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하나하나 몸을 던져서 구슬을 끌 어안고는 사방에서 폭발했다.

[주인님, 아룬달의 주문 시전 보조 마무 리를 위해 메모리를 사용합니다. 방어 체 계를 제외한 반응이 초 단위로 지연될 수 있습니다.]

지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들의 일제 폭발이 용의 발목 부 근을 덮을 동안,

지아의 연산 보조를 받아 만들어낸 불꽃 의 창이 공중을 휘황찬란하게 덮었다.

“하마르티아.”

여 러 제자들의 보조를 받아 사용하던 주 문이 지아의 연산 보조를 통해 공중에 나 타났다.

이전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주홍색의 창이 었다.

번쩍-!

그 창이 어둠을 가로지르며 날아가 용의 가슴팍에 그대로 꽂혔다.

버어어어억!

폭음이나 폭발은 없었다.

창이 가슴을 파고 들어가면서 뼈 안에 훤히 드러난 붉은 심장을 후려치더니 그 대로 끈의 형상으로 변해 심장을 꽉 묶었 다.

뼈들이 부러지면서 사방으로 뼈 조각이 튀었다.

뼈와 뼈 사이를 묶고 있던 주문 스크롤 들이 찢어지고, 양피지인지 인피지인지 모를 종이들이 사방으로 흩날리다가 금 세 불이 붙어 재가 되어 흩부려졌다.

“하하하! 고작 이 따위 주문으로?”

용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용이 몸에 힘을 주자 끈이 끊어 질 것처럼 떨렸다.

그때, 잿가루를 뚫고 은색의 검이 보였 다.

온몸에 기준의 버프와 자신의 마나를 잔 뜩 휘감은 채 운석처럼 빛나고 있는 강진 이었다.

[운철검]

어둠을 꿰뚫으며 떨어지는 검이 심장을 향해 떨어졌다.

하지만 용은 머리를 휘둘러 강진을 베어 냈다.

“커윽!”

용의 뿔은 칼보다도 날카로웠고, 그 짧 은 교전에 강진의 오른팔이 잘려 허공으 로 날아올랐다.

“젠장!”

강진은 왼손을 휘둘러 허공에서 오른손 을 잡았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용의 머리가 그를 향 해 날아들었다.

이 번에는 이빨로 깨물어 몸을 짓이겨 버 릴 공격이었다.

쩌정!

하지만 그 거대한 아가리를 두 개의 대 형 낫이 크로스로 막아냈다.

충격파가 구를 그리며 뻗어 나갔고, 곧 용의 머리를 막아 세운 두 개의 커다란 스켈레톤이 허공을 가로질러 벽에 처박 히는 모습이 보였다.

[키키키키킥! 드디어 네놈이 죽겠구나! 드디어!]

[그어어어어…….]

고통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지만, 그 레이트 스켈레톤에 지배 중인 리체는 웃 었다.

그레이트 스켈레톤에 속박된 상태로 이 리저리 사용된 마당이니, 진후가 위기에 처한 것이 기뻐서 견딜 수 없는 모양이었 다.

리체가 웃는 동안 강진은 지상에 착지해 서 진후를 향해 미끄러졌다.

그는 떨어져 나간 오른팔에 입을 이용해 천을 찢어서 허리춤에 묶고는 왼손으로 팔을 꽉 쥐어서 지혈했다.

“급한 대로 치료하지.”

“크윽, 절단상을 고칠 방법이 있습니

까?”

어느새 피를 많이 흘려 창백해진 강진에 게 진후가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상처에 손을 대어 금속 조작을 사용했다.

“아… 피가 멎긴 하는군요.”

피를 억지로 누군가가 쥐고 있는 것 같 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진후는 기준의 피가 상처에서 쏟 아지지 않도록 막을 분이 었다.

진후가 지아에게 말했다.

[교체 가능해?]

[임시적으로는요.]

[그럼 됐어.]

진후는 강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 였다.

“아파도 참아.”

“푸흐흣, 참지 말라고 할 때가 있기는 할… 끄아아악!”

강진은 비 명을 질렀다.

진후가 지나가는 스켈레톤의 팔을 뽑아 다가 그대로 기준의 팔에 쑤시다시피 꽂 았기 때문이다.

[신경기관을 미스릴로 연결합니다. 상세 한 조작은 제가 보조하죠.]

“그거 참 고맙… 고맙군요… 끄으……

강진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처를 파고드는 금속성 물질이 신경과 연결되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고통과 엔돌핀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갑작스러운 냉기의 폭발이 일어났 다.

두 마리의 스켈레톤을 때려 부수고 있는 네크로 드래곤의 뒷다리 두 개가 그대로 얼음 속에 갇히고 말았다.

최대한 오래 잡아두겠어요!”

이태까지 용을 전면으로 버텨내던 예나 가 땅에서 뛰쳐 올랐다.

그녀가 마나를 있는 힘껏 쏟아부어 용의 뒷다리 두 개를 잡아 채운 상태에서, 용 은 두 팔을 휘두르며 자신을 휘감은 얼음 을 두 손으로 내리쳤다.

[순수 미스릴로 포탄을 하나 만들어.]

[어떻게 하시려고요?]

[초근접으로 쏴야겠어.]

“길을 열어줘!”

진후가 말했다.

그 순간 진후는 자신의 몸이 투명하게 되는 것을 느꼈다.

“가세요, 형.”

어둠 속에 숨어서 자갈탄으로 방어하며 버프를 주고 있던 기준의 목소리가 들렸 다.

이어서 진후는 강진이 강철 팔로 검을 잡은 채 정 면으로 달려 가는 것을 보았다.

용은 머리와 뼈의 날개마저도 휘두르며 칼날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그 위로 여러 개의 진홍색 광선이 떨어 져 용의 날개와 가슴팍을 두드렸다.

차차차차차창!

근거리에 들어간 강진이 좌우 사방에서 떨어지는 손과 날개를 검으로 튕겨냈다.

한 합, 한 합마다 검에 금이 갈 정도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위험할 때마다 스켈레톤, 혹은 자갈탄이 날아와 용의 공격을 막아 세웠 다.

진후는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정면을 향 해 달렸다.

사방으로 떨어지는 공격들을 피해 가슴 팍을 붙잡고 매달렸다.

용의 흉곽이 사방으로 흔들리는 동안, 진후는 그 안으로 파고들어 가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색 심장을 향해 손을 겨눴다.

[지아, 화력 최대로. 미스릴 날탄.]

[예, 주인님. 카운트하겠습니다. 셋, 둘, 하나.]

콰앙

진후가 만들어낸 첫 탄이 발사구에서 쏟 아졌다.

심장에 그대로 꽂힌 날탄이 그대로 튕겨 나가 흉곽의 뼈를 뚫고 밖으로 튕겨 나갔 다.

“크악!”

용이 비명을 지르며 펄떡 뛰었고, 고통 속에서 용은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흉곽 안이 컴컴한 어둠에 휩싸였다.

진후는 어둠 속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날 탄을 연달아 쏘았다.

오직 포구에서 드러나는 순간적 인 빛 외 에는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폭음과 충격, 진동 속에서 마 침내 날탄의 끝이 심장 속을 조금이나마 뚫고 들어갔다.

퍼퍼퍼퍼퍼퍼펑!

그 즉시 심장 전체에 잔금이 수도 없이 퍼져 나갔다.

파고들어 간 날탄이 심장 안에서 수백 개의 자탄이 되어 쪼개지면서, 그대로 심 장이 폭발했다.

콰아아아아!

[네크로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일행 모두 막대한 경험치를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용의 심장액에 노출됩니다!]

진후는 쏟아지는 심장용액이 몸을 휘감 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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