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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메카네크-123화 (124/266)

124화. 얼음 산맥(2)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챙기도록 해. 여기 있는 걸 다 가져갈 수는 없을 테 니, 가장 쓸모 있는 걸로 가져가도 록...]

브라이온은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앞을 보았다.

[다 챙겨!]

[예!]

너무나 환희에 찬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 이다.

어느새 해골들이 우르르 일어나 물건들 을 들고 분업을 시작한 까닭이 었다.

[언제? 몇 마리나 있는 거지?]

[얼추 보아도 천 마리는 넘습니다, 마스 터.]

[맙소사.]

브라이온은 입을 벌렸다.

다섯 명이서 있는 힘껏 약탈하는 것으로 는 부족할 것 같아서 운을 뗐는데, 천 마 리가 넘는 스켈레톤이 작정하고 물건을 나르는 걸 보니 황당했다.

심지어 그 스켈레톤들은 언제 만들었는 지 관짝보다 조금 더 큰 강철 컨테이너 안에 물건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집어넣 었다.

그리고 그들은 상자를 들고 언제 만들었 을지 모를 일자형 레일 위에 상자를 끼워 넣었다.

그 다음으로는 컨테이너의 뒷면 좌우를 잡은 스켈레톤 둘이 전력으로 질주하여 레일 위로 상자를 끌고 사라졌다.

위이잉, 하는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스켈레톤이 저 멀리 사라졌다.

[잠깐, 잠깐. 이게 뭐야. 레일? 상자?]

브라이온은 차원이 다른 약탈자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브라이온의 시선을 따라 레일이 어둠 속 까지 이어진 것이 보였다.

스켈레톤과 컨테이너들이 점멸하는 전 등처럼 어둠 속을 깜박이며 달려 사라졌 다.

[어처구니가 없군. 이런 걸 언제 깔았 어?]

[방금.]

[...]

옛날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 기 위해 길에 돌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진후도 비슷하게 돌아갈 길을 남들 모르 게 철분으로 마킹하고 있던 차였다.

혹시나 브라이온이 이들을 버리고 사라 진다고 해도 돌아갈 길은 알아야 했으니 까.

그 상황을 눈치챈 브라이온이 머리를 짚 었다.

[맙소사. 본전까지 다 뽑히게 생겼군.]

브라이온분 아니라 그의 수하들도 주변 을 둘러보고 있었다.

[고마워. 감사는 나중에 제대로 해줄게. 이 물건들은 다 뭐지?]

진후는 한눈에 보기에도 쓸 만한 무기들 과 아이 템들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 감정을 하지 않아서 자세히 알 수 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물건들 등급이 영웅]급이었다.

[여기 갇혀 있는 자들의 소지품이다. 언 젠가는 돌려줘야 하는 물건이니 너무 많 이 챙기지 마.]

[하하하… 우리 친구들 것도 좀 챙겨주 기는 해야지.]

진후는 같이 온 일행들을 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강진은 검과 갑옷을. 예 나도 수정으로 된 검을 찾았다.

기준은 그 상자 중에서 활처럼 보이는 것과 옷, 그리고 포션을 잡았다.

[전설 등급은 없는 것 같네요.]

예나가 지아를 통해 진후에게 말했다.

진후가 고개를 끄덕 였다.

[아마 그런 물건은 다른 곳에 보관했겠 지. 여기 있는 것만 해도 꽤나 훌륭한 물 건들이야.]

[그건 맞아요.]

기준이 활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활은 특수 능력이 활 스킬 상승이에 요. 이런 능력 강화는 전 아직 본 적도 없 어요.]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스킬에 자갈탄을 부여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

[어쩌면요. 오늘 실험해 볼 수도 있겠 죠.]

[큿홈!]

브라이온이 다시 기침을 하자, 진후가 손을 튕겼다.

마지막 스켈레톤 둘이 마지막 컨테이너 를 레일로 밀면서 달려 나갔다.

[주인님. 이건 주인님한테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챙겼습니다.]

지아가 공중에서 나타나 진후에게 마법 지팡이를 하나 건네주었다.

아주 길지 않은 완드였지만, 진후는 그 완드를 잡은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는 걸 경험했다.

[네크로맨서 스킬을 강화해 주는 물건이 군.]

예. 이 안에 있는 자들 중에 네크로맨서 도 있는 모양이에요.]

[잘 쓰도록 하지.]

진후는 아이템의 이름을 확인했다.

[영웅 - 일링크스(Ilinx)의 완드]

[완전 감정되지 않음]

[네크로맨서 스킬에 반응하여 보라색 마 력으로 반짝인다.]

[죽은 몬스터를 생전의 모습으로 되살리 는 스킬을 제공한다.]

진후는 아이템을 확인하고는 허리춤에 권총처럼 끼워 넣었다.

브라이온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괜히 우리 보물을 준 게 아니다. 적들이 와서 약탈한 것처럼 보여야 할 필요도 있 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진짜 적들이 나타 날 거다. 그것들이 알림을 울리지 못하게 하는 게 우리 목표다.]

[알람을 울리지 못하게 한다고?]

[그래. 녀석들 중에 누구도 이곳으로 탈 출하지 못하게 해야 해.]

브라이온은 자신의 은색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창고 문 밖으로 나와서 바닥에 지팡이를 내리꽂았다.

그러자 바닥 전체에 은은한 은색의 광채 가 피어오르는 것 같더니, 곧 검은 선이 그려졌다.

사방에서 모여든 검은 선이 그의 지팡이 가 놓인 곳으로 모여 원을 그린 후 바깥 쪽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이 었다.

“내가 여기서 진명을 읊어, 힘의 계획과 질서를 교환하노라. 브리아오스 아킬레 나 세르파고의 별들이여, 남극성의 가호 에 환희를 표하라.”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목소리만 울려 퍼 졌다.

그러자 그가 땅에 꽂은 부분의 검은 선 들이 회전했다.

마치 열쇠구멍이 돌아가는 것처럼, 안에 서 흘러나온 검은 선이 한 바퀴 돌아 밖 으로 나가는 길이 끊겼다.

브라이온은 지팡이에서 손을 떼고 앞을 바라보았다.

“지팡이를 지킬 자 넷이 남고, 다섯은 안으로 진입해서 내 스승님을 구출한다. 여 기 남을 자는 누구지? 두 명을 골라라.”

“기준, 예나와 함께 이곳을지켜.”

“알겠어요.”

“네, 형.”

“우리 쪽에서는 샤로스, 제이스가 남는 다.”

“예, 마스터.”

우우우우우웅!

네 명이 지팡이 가까이 다가왔다.

바닥에 그려진 검은 선들이 진동하는 것 같더니, 검은 선이 이어진 통로의 끝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결계를 수호하는 자들이 온다.”

“어떤 적들이지?”

“별빛으로 벼려진 수정 골렘과 별빛 혼 령체들이야. 지성은 없지만 그만큼 더 매 서운 괴물들이지.”

진후는 혀를 찼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골렘에 혼령체라면 금속 조작으로는 재미를 보기가 어려웠 다.

“바로 달릴 테니 최대한 빨리 따라오도 록.”

미처 대답을 다 하기도 전에 브라이온과 그의 수하들이 로브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아갔다.

진후는 강진을 보고는 바닥에서 리체를 소환했다.

그레이트 스켈레톤이 모습을 변형하여 금속형 차량의 모습으로 변하자, 그 차량 에 올라탄 채 그들을 뒤쫓았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날았다.

그들을 쫓아 날아가는 진후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진후는 브라이온에게 메시지 주문을 날 렸다.

[이제까지 꽤나 천천히 움직 였군.]

[일부러 입구에서 결계 통신을 끊었으니 말이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 어. 우리가 최대한 많이 적을 쓰러뜨리고 심장부로 진격해야, 지팡이가 더 안전하 다.]

[그렇겠군.]

[저기 앞에, 보인다.]

강진이 앞좌석으로 몸을 기울여 멀리 바 라보았다.

곧 저 멀리에서 빛의 아우라에 휘감겨 있는 거대한 수정 골렘 여러 체의 모습이 보였다.

창처럼 뾰족한 날개가 등 뒤로 두 쌍이 돋아 있었고, 생김새는 수정으로 된 사람 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하지만 크기는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서, 한 개체 당 크기가 5m가 넘어 가는 것 같았다.

또 그 수정 골렘들 좌우로 회전하는 여 러 체의 빛무리들이 모여 있었는데, 하나

하나가 청은색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 다.

[온다. 설마 죽지는 않겠지.]

브라이온의 경고와 함께, 전면에서 청록 색 빛덩이들이 광선을 쏘았다.

[알레아 (Aiea).]

주문이 짧게 들리는가 싶더니 구체가 쏘 아졌다.

수십 개의 구체가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 다.

“일단은 제가 막겠습니다.”

강진은 새로 얻은 검을 들고 창문을 연 뒤에 차 위로 올라섰다.

그가 자동차 보닛 위에 서서 검을 들고 균형을 잡았다.

날아오던 알레아의 구체들이 수백 미터 전면에서 폭발했다.

그리고는 자탄이 쏟아지는 것처럼 수백 가닥의 광선이 되어 전방위에서 일행을 습격했다.

-운철검. 석운.

강진이 검을 휘두르자 아우라의 막이 만 들어 졌다.

온몸을 휘감는 붉은 아우라와 함께 검에 실린 마나가 넓게 펴지면서 차량 전체를 휘감는 막을 만들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

우박이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 다.

붉은 막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알레아의 탄환들이 튕겨 나가 사방으로 작렬했다.

떨어지는 마법 탄환들이 사방에서 폭발 하는 동시에, 차량이 검막을 출렁이며 불 꽃 속을 헤집고 뛰쳐나왔다.

진후가 오른쪽을 살펴보니 , 브라이온의 두 제자도 전면 허공에 거대한 마법의 원 을 만들어 떨어지는 공격들을 모조리 흘 려 내고 있었다.

브라이온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메시지 주문을 보내왔다.

[혼령체의 공격은 방어만 하면서 흘려 낸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쪽에 있는 수정 골렘을 처리한 후, 핵으로 열 쇠를 삼아야 한다. 왼쪽은 우리가 맡고, 오른쪽은 그대들이 정리해 줬으면 하는 군.]

진후는 고개를 끄덕인 채 눈앞에서 빠르 게 스쳐 지나가는 어두컴컴한 지하 공간 을 향해 손을 벋었다.

[지아, 군단을 소환해.]

[예, 주인님. 전술은 어떻게 할까요?]

[맘모스를 잡았던 때 썼던 기술을 그대 로 쓰도록 하지. 숫자로 밀어붙이다가 유 나 씨가 만든 물건과 강진, 그리고 내 공 격으로 정리하겠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일행의 코앞 공간이 일 렁이는가 싶더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서 수정으로 된 거대한 주먹이 모습을 드 러 냈다.

[블링크 - 알레아.]

머릿속을 직접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주먹이 그대로 검막을 내리쳤 다.

콰아앙!

“커흑!”

눈앞으로 순간이동을 한 수정 골렘이 이 윽고 다른 손까지 꺼내어 다시 한번 차량 을 위에서 내리 찍었다.

검막으로 쏟아지던 공격을 견뎌내던 차 량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 닥으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땅에 내리꽂히자 어두컴컴한 공간 속으 로 불꽃이 일어나는 동시에 단단하게 굳 어 있던 대지가 부서지며 상공으로 치솟 아 올랐다.

그리고 수정 골렘의 등 뒤에서 반짝이는 네 개의 수정 창날이 차량으로 떨어졌다.

쿠쿠쿠쿵!

네 개의 창이 폭발 한가운데를 꿰뚫으며 차량으로 내리꽂혔다.

막대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폭발을 그 대로 날려 버리고, 공중으로 치솟았던 돌 무더기와 흙먼지도 사방으로 다 날려 버 렸다.

지이이이이잉!

그러나 수정 골렘이 그곳에서 발견한 것 은, 네 개의 창날이 커다란 손에 꽂혀 있 는 모습이 었다.

바닥에서 솟아난 거대한 붉은 손이 수정 의 창날을 손으로 받아낸 모습이 었다.

수정 골렘은 말하지 않았다.

내리박힌 차량에서 탈출한 진후가 숨을 돌리며 말했다.

“남극이 자원의 보고라는 이유를 알겠 군.”

“순도 높은 철이죠, 주인님.”

진후는 붉은 바닥을 보며 말했다.

수정 골렘의 창에 맞아 박살난 장소는 온통 붉었다.

그것은 산소와 맞닿아 오랜 세월 산화한 철의 모습이었다.

콰콰쾅!

옆에서 브라이온과 마법사들이 수정 골 렘 주변을 회전하며 싸우는 모습이 보였 다.

그들은 둘씩 짝을 이루어 커다란 줄을 만든 채 수정 골렘을 휘감고 있었다.

수정 골렘은 네 개의 창에 손 하나도 대 지 않고 휘둘러 대며 끈을 잘라내거나 튕

겨내면서 대치하고 있었다.

이쪽에서도 강진이 먼저 수정 골렘을 향 해 접근했다.

그리고 강진이 첫 번째 검격을 던지는 순간, 붉은 손에 잡혀 있던 네 개의 창날 이 일제히 강진의 등을 노리며 날아갔다.

“멈춰!”

진후는 날아오는 창의 궤도에 스켈레톤 들을 우르르 소환했다.

창은 강진의 등을 꿰뚫는 대신 네 각도 에서 전갈 꼬치구이를 하는 것처럼 수십 개체의 스켈레톤들을 꿰맨 후 수정 골렘 을 향하여 돌아갔다.

‘자폭.’

콰콰콰콰쾅!

수정 골렘에게로 돌아간 네 개의 창이 일제히 폭발했다.

“어쩐지 요새 스켈레톤은 싸우기보단 자폭 용도로 더 쓸모 있는 것 같은데.”

진후가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 다.

“스킬이 약해서 그래요. 주인님, 빨리빨 리 강해지세요.”

지아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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