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메카네크-214화 (215/266)

215화. 점거자들(3)

“위대한 자. 사멸치 않는 자. 은하계의 지배자. 위대한 마라카르트여, 오시오! 저 산에서 우리의 접선은 비록 실패했으 나…. 아아, 이곳에 우리는 그대를 위하 여 수억의 제물을 준비해 두었소!”

부르짖는 소리.

그 소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뭐?!”

“달을 부순다고요!”

“그럴싸한 얘기긴 하네. 뭔가 멋지잖아. 진짜 달은 아니겠지. 하하. 그렇잖아.”

진후가 음성으로 말한 까닭일까.

옆에 앉아 있던 헌터들이 자기들끼리 곧 떠들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은 자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시끄럽긴 해도, 어쨌거나 인간의 목소리로 시끄러운 것 이 그나마 진후에게는 위로… 가 되었다.

지아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뇌 속으로 직접 말했다.

[그 ‘엔진’을 쓰면 될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랬다가는 아티팩트를 영원히 못 쓰게 될 거 같아요.]

[처음부터 촉매 플러그로만 쓰고 버려 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지.]

[그렇긴 하지만요. 이런 아티팩트는 복 사할 때까지는 내버려 두는 게 좋은….]

[중대한 비밀을 들었어. 저 달은 생명 순환의 원천 중 하나라는 거야. 모든 혼 은 죽으면 일단 달로 가서, 저기서 정화 된 후 지구로 내려오거나 우주에 쓰인다 거나 한다는군.]

[그러면… 달에서 괴물이 쏟아진다는 얘기는….]

[그 정화 과정 전체가 멈춘다는 얘기지. 그리고 당연하게도, 영혼이 다시 형상을

갖추기 전에 괴물이 되어 지상에 떨어진 다는 얘기고.]

[게이트랑은 전혀 다른 얘기네요.]

[그래. 그러니까….]

진후는 손깍지를 끼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달을 부술 뿐 아니라, 그걸… 우리가 재현해야 해.]

[힘이 더 필요하겠는데요.]

[어디서든 구해야지.]

진후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피 칠갑이 된 괴물들이 머리 위 회랑에 서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못 한다는 말은 빌어먹을 사치인 시대 니까.]

키에에에에에엑!

산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지간한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는 다 들어 보기 마 련이다.

어쩌면 가장 우아하게 생긴 사슴 계열 녀석들의 울음소리가 등골을 송연하게 한다는 것과, 가장 무식하게 생긴 산돼지 들이 오히려 조용하다는 건, 직접 산에서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생전 처음 듣는 울 음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발견한 순간.

그 울음소리의 불길함과 끔찍함이 현실 이 되어 이 작은 마을을 멸절시키는데.

불과 3분 2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위성 추적 중.”

“리오융슈페이 마을. 완전히 파괴되었 습니다.”

“젠장, 중국군 놈들은?”

“중국군 내에 특별한 경보 발령은 없습 니다.”

“왜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군이 포대를 열고 사단을 중국 국경에 전진 배치 중. 맙소사, 움직이는 사단 숫자만 132개입니다. 이 정도면 전 면 침공도 염두에 두는 숫자입니다. 여전 히 중국은 반응이 없습니다.”

사단이 132개?

무슨 2차 세계 대전이야?

미군 우주군 사령부 사령관은 이마를 짚었다.

미국 대통령들이 다가오는 미래에 대비 해 창설한 미 우주군은 처음에는 미국 미 사일 사령부와 권한 다툼을 해야 하는 처 지였다.

우주에 배 한 척도 없이 위성 몇 개만 관할하는 처지니 미사일 사령부가 ‘주’고 이곳이 ‘종’이 아니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모든 게 달라 졌다.

무제한적인 감청 및 감시.

원래라면 ‘정치 중립적’인 기관들이 맡 아 상호 견제를 하며 모아야 할 정보라지 만,

지금은 미국 우주군이 일방적으로 싹 쓸어 모으는 이른바 갑의 위치가 된 까닭 이었다.

우주에서 감시하면 이렇게 편하다고?

진행해!

그 결과, 미국 우주군 사령부의 위성 첩 보망 시설은 하루 종일 전 세계의 몬스터

정보를 실시간을 수집할 분 아니라,

최우선 예산 통과 부처가 되어, 원하는 만큼 마법 물품도 사들일 수 있게 되었 다.

덕분에 헌터스나 아리에타의 마학 장비 가 달린 위성도, 우주에 쏘아 보낼 수 있 었다.

지금도 아리에타의 마학 장비를 단 위 성들이 중국 위구르 지방 이상성체의 행 동 패턴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중국의 저런 반응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설명할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나?”

“혹시....”

“혹시 뭐?”

“중국 지도부 내에, 과거 평양에서와 같 은 인신 공양 주의자들이 침투해서 ….”

유….

사령관의 한숨 소리를 질책으로 듣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평양이야 잃을 게 없는 또라이들분이 었지. 하지만 베이징은 달라. 인민을 먹 여 살려야지! 게다가 우리 정보부 일하는 게 장난인 줄 알아? 그런 우려가 있었으 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사령관이 고함을 더 지르려는 차에, 누 군가가 전화기를 들고 다가왔다.

사령관 앞에까지 긴 전화선이 붙어서 나아온 전화기라.

대개 이런 경우 발신자는 한 명분이다.

“예. 대통령 각하. 예. 그렇습니다. 받으 신 보고 그대로입니다. 예. 예. 예? 예. 알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은 그의 얼굴은 흐리멍덩했 다.

“위성 돌려.”

“예?”

“이상성체의 본거지는 어차피 영상 촬 영 안 돼. 우리 궤도에 올려놓은 고감도

마학(魔學) 장비로도 마찬가지야. 헌터들 이 직접 가서 축성 받은 도구로 촬영하지 않는 이상은 못 봐. 이거 모르는 자들 있 나?”

“아뇨. 뻔한 얘깁니다.”

“사령관님. 다 알고 있습니다.”

“저 괴물 놈을 그러니 다 추적할 필요 없다고 하신다. 위성을 베이징으로 돌려. 이상한 곳이 있다면 하나도 숨기지 말고 찾아.”

“알겠습니다.”

명령을 ‘모두’ 이해하는 건 군인의 영역 이 아니다.

베이징을 왜 보라는 건가?

이상성체로부터 최소 수천 킬로미터 떨 어져 있는 중국의 심장부를?

“가까운 위성을 이동시킵니다. 위성 감 시 각도를 틀어서 베이징을 보겠습니다.”

“이상성체의 주력 괴물을 추적하는 장 비들의 궤도 조정에는 7시간 이상 걸립 니다. 이동 준비 중.”

“감시기 각도 따위나 틀어서 얻을수 있 는 간접 정보 말고. 직접적인 정보가 필 요하다. 한반도 서해에 있는 마학 감시용 고감도 장비를 베이징 궤도 위로 직접 이 동시켜.”

“그거 말입니까?”

“그래. 헌터스가 제공한 거말이다.”

그 말을 들은 부관의 얼굴이 창백해졌 다.

다른 위성 장비도 아니고, 마학 장비가 달린 위성은 그 값어치가 몇 배나 더 비 쌌다.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헌터스가 ‘비싼 거’라며 신신당부했던 그 물건은 한반도 서해상의 몬스터를 정 말 빼어나게 잘 관찰하는 위성이었다.

빌려주기 아쉽지만, 자체 발사체가 없 으니 먼저 미군에게 준다며 생색을 얼마 나 냈던가.

부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터스와의 관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 베이징 바로 위 궤도로 고감 도 첩보 위성을 이동시키면 중국의 알러 지적인 반응이 염려됩니다. 심지어 저 건... 헌터스 겁니다. 최근 국방부 장관님 지령에 따르면, 베이징의 대위성 타격 미 사일의 발사 위험 때문에 전술상의 이익 이 손해를 현저하게 앞설 때에만 모든 위 성의 궤도 이동을 검토하라는….”

“부관. 나야말로 자네의 알러지적인 반 응이 지겨우니 한마디 하겠네.”

“예.”

“방금 전화가 어디서 온 거 같나?”

“궤도 이동 개시하겠습니다.”

“예상 이동 시간은?”

“서해안에서 베이징은 아주 가깝습니 다. 각도만 살짝 틀어도, 곧바로 추적 가 능합니다. 이동 시간은 13분. 조정 시간 은 3분이면 충분합니다.”

“무시무시한 물건이군.”

화면 속에서 우주 카메라가 그 위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양광을 받아들이는 자체 태양광 발전 패널은, 이제까지의 위성과는 전혀 다르 게 소나무의 잎처럼 뾰족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마치 소나무가 우 주에 떠 있는 것만같았다.

다만 소나무의 부리가 있어야 할 부분 에는 만두처럼 끝이 봉긋한 동그란 구체 가장착되어 있었다.

이전의 위성들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 었다면, 저 장치 안에는 뭐가 들어 있는 지 모른다.

헌터스와 맺었던 계약이 그랬다.

저 안에 있는 것은 열어볼 수 없다.

열어보면 폭발할 것이라는 경고만 들었 다.

하지만 미군에게 대여해주는 만큼, 잘 쓰고, 잘 관리하고, 정보를 잘 공유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안전할 것이다.

미국이 해외 국가와 맺은 어떠한 조약 도 이처럼 일방적으로 ‘을’의 관계를 맺 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른바 ‘킬 체인’ 같은 것으로, 미국을 향해 반기를 들면 동맹국 장비들은 정지

하고, 적군은 단숨에 무력으로 압살하게 끔 하는 것이 국가 방위의 기초 전략이었 는데….

근데 저 위성은 과학적 원리도, 설계 기 초 이념도, 해킹도, 역설계도, 마법적 원 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바가 없었다.

심지어 해킹으로 역설계하려던 자들은 머리통이 타거나 터져버린 다음에, 미국 정보부는 손을 뗐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야말로 블랙박 스 그 자체인 물건이 었다.

“어디… 위력을 보여봐라….”

“위성 에너지 충전 완료.”

“가동됩니다.”

만두 같았던 끝은, 꽃봉오리처럼 부드 럽게 열렸다.

그리고 우주군 사령관은 자기 눈을 의 심해야 했다.

“저거지금. 지금 그러니까….”

스켈레톤이다!

그것도 그냥 스켈레톤이 아니라, 아주, 아주, 아주 거대한 머리통이다!

금속으로 된 거대한 두개골이, 두 눈을 붉게 빛내며 우주 공간으로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자니 ,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눈의 불빛은 점점 더 강해지 면 강해졌지, 절대로 옅어지지 않았다.

붉은색의 광선이 이글거리다 못해, 대 기조차 없는 위성 주변의 우주를 새빨갛 게 물들이는 것만 같더니,

곧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쏟아져 들어 왔다.

“정보가 전송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단위가 천문학적입니다. 초당 테라바이트 단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더미 아니야? 페타 단위라고? 동일하 게 반복되는 패턴을 전부 걸러내지 않고 쏟아붓는 게 아니라?”

인공위성 기술에서 모든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전송하면, 그건 자원 낭비다.

발달한 인공지능이든, 알고리즘이든, 데이터를 분류해서 적절하게 전송하는 것이야말로 위성 감시에 있어서 가장 중 요한 부분이건만,

역시 헌터스가 마학에는 뛰어나도 위성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에 못 미치는 것 이...

“맙소사.”

하지만 사령관의 생각은 금방 끝나버렸 다.

눈앞에 나타난 페타바이트 단위의 초고 화질 영상 속에서, 그들은 이제껏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말았다.

베이징 시 곳곳에, 붉은 크리스털이 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털 주변에는….

“저게,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맞나?”

“사령관님….”

“영상 확대해. 페타바이트 단위 영상이 니까, 충분히 할수있겠지.”

“예. 확대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최첨단 인공위성은 우주에서 테 러리스트의 단춧구멍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헌터스가 보내온 영 상은 적의 마법 결계를 관통하고, 그 결 계 속의 크리스털 주변의 아주 작은 물체 들도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우욱-

하지만 짧은 구토 소리가 이어진다.

여자 직원이 한 남자 직원의 등을 두드 려주고 있었다.

크리스털.

붉은 크리스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털에 달려 올라가는 자세로 그대로 타버린 채 구지 라트 같이 생긴 건축물 계단에 눌어붙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높디높은 건물들 옥상마다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령관은 그 숫자를 하나하나 헤아리다 가말했다.

“너무 많아… 왜 우리가 저걸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지?”

시말서로도 모자라겠군.

“보고해.”

“...예. 지금 막 영상 보고를 드렸습니 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봐.”

진후는 옆을 돌아보았다.

릿슈펠트와 아르케스가 진후와 눈이 마 주쳤다.

“고깝게 듣지 말고, 한 번만 얘기할 테 니까 잘들어.”

“말해보시오.”

“세상이 좆됐다. 그러니 내 밑에서 함께 싸우든지, 아니면 여기서 죽어라. 결정 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