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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Chapter 1. 뉴빈데 무슨 문제라도? (9) (10/448)



〈 10화 〉Chapter 1. 뉴빈데 무슨 문제라도? (9)

햇빛이 내리쬐는 창으로, 불그스름한 노을빛이 번지고 있었다. 해는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몸을 반쯤 숨겼고, 반대편 하늘에선 밤까마귀가 세차게 몰려오고 있었다.

두 팀의 깃발을 뺏은 후에, 상황은  진행되지 않고 잠깐 멈췄다. 1층에 진입한 팀도, 3, 4층에 대기하고 있는 팀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진지만 구축하고 있었다.

4팀도 입 다물고 조용히 바깥 상황만 관찰했다. 일본녀도 아까완 달리 조금 더 적극적이 됐다. 아무래도 혼자만 싸우지 않고 빌빌거렸던 게 좀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밤에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나.’




아직 바깥에서 기회만 엿보는 팀들은, 야밤을 틈타, 훈련소 내부로 침입하려고 할  뻔했다. 물론 1층과 3층의 기습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일단 우승을 하기 위해선 다른 팀의 깃발이 필요하니까.


‘우린 3개나 있다. 일단 출발은 좋아.’




거의 어부지리격으로 손에 넣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깃발이 가진 상징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무슨 방법을 쓰든, 깃발만 손에 넣으면 되지 않나!


물론 팀들의 수준이야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그 도토리들 중에서 그나마 키가 가장 큰 놈을 고르자면, 예전에 첫 주 차에 마력 개화를 했던 남자가 속한 9팀이었다. 그래도 재능도 있고 능력치도 준수한 편인지, 이번 기수에서 좀 독보적으로 뛰어났다. 조교들 사이에선, 차기 조교가 될 재목이라는 말도 종종 돌고 있는 실정이었고…. 거기에 나름 리더쉽도 있는 모양인지, 저번 생존 훈련에서, 한 명이 크게 다쳤지만, 모두 생존하여 돌아온 성과도 선보였다. 그래서 이번 대항전엔 9팀이 우승할 거라는 말이 많았다.




9팀은, 먼저 훈련소의 요충지를 선점하겠다는 다른 팀들의 계획과 달리, 자잘한 것들이 다 정리되고 나서 맨 마지막에 난입하겠다는 계획인 듯했다. 그들은 훈련소 근처 숲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9팀의 팀장인 그 잘난 놈은 다른 훈련생들과는 달리, 품고 있는 마나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강준은 그를 구분하기가 쉬웠다.



‘일단 여기에 총 여섯 팀이 있다.’


훈련소 안에 대기하고 있는 네 팀과, 밖에서 대기하는  팀. 물론 저 멀리 숲 속에도 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다. 아직 소재를 알  없는 두 팀은, 아마도 바깥에 대기하는 팀에게 이미 당했을 거라고 보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벌써 주변이 깜깜해졌다. 강준은 둘씩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기로 하고, 나머지는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이게 했다. 한 명은 복도 쪽을 감시했고, 나머지 한 명은 창가 쪽을 감시했다. 강준은 숙소 문가에 바짝 붙어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자다 깨다 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흘렀다. 보초도 교대했다. 훤하게 솟은 달빛이 창가를 통해 숙소 안으로 화악 쏟아지고 있었다. 가끔 팀원들 입에서 한숨이 터지는  외엔 아무 변화도 없었다.




강준도 잠깐 선잠에 빠졌다 깨길 반복했다. 느물느물하게 붙어 있는 피로는, 마나를 한번 순환하여 풀곤 했다.



주기적으로 마나를 퍼뜨려 상황을 확인하는 그때, 드디어 은밀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깥에 대기하던    하나였다. 9팀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 으슥한 이때를 노려 훈련소의 자리 하나를 빼앗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강준은 아직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놈들이  층을 노리는지 먼저 알아야 했다. 기습인 이상, 외벽을 타고 창을 통해 침입할 건  보듯 뻔했다.

‘2층…, 3층…, 4층!’

놈들은 4층까지 올라갔다. 제일 위부터 장악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 듯했다.  요란한 소음이 터졌다. 자고 있던 팀원들이 놀라서 화들짝 깼다. 보초를 서던 둘도 퍼뜩 놀라서 귀를 쫑긋 세웠다. 다들 위쪽에서 나는 소리라는  알았다.



“오빠. 뭔 일 일어난 것 같은데?”


“지금 싸움이 일어났어. …4층이네.”

섬뜩한 비명과 물건 깨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다들 숨 죽인  그 소음을 듣고 있었다.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쳤다.싸움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제 다섯 팀.’




강준은 공격팀이 성공했다는 걸 알았다. 서로 머릿수에선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갑작스런 기습이 유효했다.

이로써 그에게도 귀찮은 일이 하나 줄었다. 어차피 그가 마지막에 나서서 싹 정리할 생각이었기에, 팀이 적으면 적을수록 편했다.

…그날 밤은 그렇게 4층의 주인이 바뀌며 지나갔다.

불안함에 잠을 설친 팀원들의 얼굴이 거무죽죽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식량을 쩝쩝 삼키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의논했다.

“깃발  개론 우승은 못 하겠지?”

“아마도. …최소한 두 개는 더 있어야지.”

이미 피를 본 거, 다들 주제넘게 우승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게 가능하든 아니든, 강준은 그런 변화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면, 인간성은 오히려 생존에 악영향을 끼쳤다. 눈물겨운 인간성도  뒤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




팀원들은 약간 초조해하는 것 같으나, 강준은 아직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른 팀들이 더 싸우길 원했다. 특히 9팀이  난장판에 끼어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떡할 거야, 오빠?”



일본녀가 팀장의 생각을 물었다. 이미 답은 내려졌지만, 그는 가만히 생각하는 척하다가, 한마디  던졌다.




“한 번 싸워서 깃발 하나만 먹는  손해야. 아직은 서로  싸우게 기다려야 해.”

“그건 그렇지….”



팀원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최대한 적은 수의 적들과 싸우는 게 당연히 나았다. 그들은 들썩거리는 궁둥이를 누르고, 때를 더 기다렸다.


4팀은 아침을 먹고 다시 보초를 섰다. 훈련소는 빈집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것이 폭풍 전야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내일 새벽 해가 뜨기 전에, 결판이 날 테니까.



그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 다들 입이 근질근질했는지, 조곤조곤 얘길 시작했다. 팀원들은 자신이 몇 살이고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무엇을 했는지, 살아온 과정을 슥 읊었다.

“설마 이런 곳에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되는 게 한두 개가 아냐.”


우울한 얘기가 반복되는  같자, 명랑한 일본녀가 억지로 웃으면서 박수를 가볍게 쳤다.

“자자, 그러지 말구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돌이킬 수도 없잖아. 결국 살아야 한다면 긍정적인 게 좋다고 생각해.”


“그래 다들 힘내자.”



서로들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했다.


그렇게 장황한 얘기들이 슬슬 마무리되니, 벌써 해는 하늘 꼭대기까지 솟아 있었다. 땡볕이 떨어지는 연병장엔 사람은 커녕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창가에 다가간 강준은 9팀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슬쩍 옮겼다. 저들도 돌아가면서 훈련소의 동태를 살피고있는 중이었다. 그들 역시 어젯밤에 일어난 사건은 모르지 않으리라.


“바깥에 누가 있어?”

“…혹시 해서.”

강준이 창가에서 떨어져 다시 마나를 퍼뜨렸을 때, 3층 팀의 위치가 변했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훈련실에서 나와 복도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놈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모양이었다.



내려올지 올라갈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었다. 어떤 선택도 가능했다.

강준의 표정이 갑자기 묘해지자, 일본녀가 그를 나직이 불렀다.




“오빠?”

“쉿. 잠깐만.”


강준의 손바닥을 보이며 조용히 시키자, 일본녀가  눈알을 불안하게 데굴 굴리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3층 팀은 은밀하게 움직여 복도를 지나 계단 앞에 도착했다. 거기서 약간의 머뭇거림이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4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도 4팀은 운이 좋았다.

3층 팀은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당연히 계단 쪽을 감시하던 사람에게 발각됐다. 또 요란한 소음이 터졌다. 비명이 째지고 물건이 깨졌다. 4팀은 귀를 쫑긋 세우고 청각에 온 집중을 했다.


싸움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않았다. 아무래도 힘을 비축해 두었던 3층 팀이 좀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들은 4층 팀을 정리하고 그곳을 점령했다. 다시 4층의 주인이 변했다. 이로써, 3층 팀은 깃발을 최소 3개를 확보한 셈이었다.




“싸운 거지, 방금?”


“이제 우리도 슬슬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이대로 우승을 놓치는 게 아닌가 싶어 팀원들은 똥줄 타는 표정이 됐다. 그래도 강준은 아직 조금만 더 있어 보라고 했다.




“밤에 움직일 거야. 벌써부터 힘을 빼 놓으면, 나중에 힘들어. 먹은 것도 시원찮은데.”



머리론 그게 맞는 말인지 알고 있지만, 마음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머릿수만 좀  많았으면 한번 강행해 보자고 제안할 만도 했지만, 그들은 달랑 다섯밖에 없었다. 거기에 일본녀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같지도 않았고. …목숨이 걸린 일이다 보니까, 함부로 움직일  없었다.



꼭대기까지 솟았던 해도 슬슬 지기 시작했다. 노을빛이 어른거렸다. 지옥이  밤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팀원들은 식량을  털어먹어 위장을 든든하게 채우고 무기를 챙겼다. 그들의 눈빛에 비장함이 깃들어 있었다. 강준은 어둑해지기를 기다렸다. 해는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로 완전히 숨었다. 아직 삐질삐질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그것도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취를 감추리라.

그들은 바리게이트 사이의공간을 슬쩍 빠져나왔다. 복도엔  냄새가 진동했다. 죽어 나자빠져 있는 시체들이 아직도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일본녀는 그것을 보고 손으로 입을 콱 틀어막았다.

내려가냐 올라가냐. 강준은 잠깐 고민했다. 그러나, 아래보단 위가 먹을  훨씬 더 많았다.


강준은 팀원들을 슥 훑으면서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다들 고개를 두어  끄덕였다. 그들은 천천히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약간 붉은 색이 섞여 있던 어둠은 이제 칠흑처럼 캄캄해졌다. 미세하게 들리는 발소리가, 이 제한된 시야에서 더욱 섬뜩한 상상을 만들었다.

그들은 3층을 지나, 4층까지 도달했다. 아직 달빛이 적은 지금, 당장 발밑도 보이지 않을 만큼 주위는 깜깜해졌다. 그 때문에 일본녀가 실수로 계단 턱에 탁 걸렸다.



“아.”


워낙 조용해서 그 소리도 천둥처럼 울렸다. 당장 저쪽에서 기척을 알아듣고 움직였다.

“계단에 뭔가 있어!”

적팀이 빠르게 전투 태세를 갖췄다. 4팀도 몽둥이를 불끈 쥐었다. 이제 이판사판이었다.

“붙어!”



강준이 외쳤다. 팀원들이 왁 덤볐다. 일본녀도 이를 악물고뒤를 쫓아갔다. 팀장인 강준은 그들의 뒤쪽 복도에 숨어 있는 한 명을 눈치채고 있었다. 혹 전투가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몰래 뒤통수를 치려는 자인 듯했다. 그래도 작전이랍시고, 꼴에 뭔가 하려고는 했구나.


강준은 어줍잖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대항전 우승만큼은 절대 놓칠  없었다. 쿠폰 100개가 개새끼 이름도 아니고.



탁, 탁.  두 번의 도약 만에, 강준은 숨어 있는 놈 앞에 불쑥 나타났다. 눈 한 번 깜빡했는데, 귀신 나오듯 사람 하나가 생겨난 꼴이었다.

“…어.”

놈이 영문 모를 외마디를 뱉었다. 강준은 단숨에 주먹으로 놈의 대가리를 때려 터트렸다. 피와 뇌수, 그리고 뼛조각이 섞인 파편들이 쫘악 퍼졌다.



그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뒤를 돌아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뻑, 뻑, 뻑. 주먹질  번에 대가리 하나가 터졌다. 눈 깜짝할 새에, 여섯 모두가 제압됐다.

팀원들도 그 광경을 황망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강준이 보통 훈련생보다 뛰어난 줄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상상 밖이었다. 일본녀는 그 끔찍한 참극에 이미 반쯤 넋이 나간 듯했다. 희미하게 떠는 팔다리가  애처로웠다.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쓰러진 적 팀장의 짐가방에서 깃발들을 꺼내가는강준을 우두커니 보고만 있었다.


그는 멍청하게 서 있는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사람다움을  벗어던진 줄 알았더니, 아직 갈 길이 한참  모양이었다. 강준은 삐뚜름하게 픽 코웃음을 쳤다.

“다들 멍청하게 서서 뭐 해? 우승해야 할  아냐.”


…팀원들은 피칠갑을 한 채 그렇게 웃고 있는 강준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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