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Chapter 3. 미궁팀. (7)
강준은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를 녹였다. 경험이 많아도 너무 많은 그는, 그녀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농밀한 키스가 끝나자, 혜미는 숨을 가쁘게 헐떡였다. 강준은 그녀를 세게 다루지 않았다. 부드럽고 진하게, 그러면서 놓치는 부위 없이 꼼꼼하게….
그녀의 옷은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졌다. 강준은 일부러 불을 환하게 켜지 않았다. 침대맡에 있는 램프불 하나면 충분했다. 사람은 시각이 제한되면, 청각과 촉각에 더 집중하는 법이니까.
강준은 그녀 위에 슬쩍 올라탔다. 이미 둘은 알몸이 된 상태였다. 아직 그게 부끄러운 혜미는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키스를 하면서 정신 없는 틈을 타서, 아주 천천히 다리를 열었다. 그리고 뜨거운 몸을 살짝 접촉시켰다. 국부와 국부가 닿으니까, 그녀가 좀 움찔했다.
그는 키스를 끝내고 천천히 입으로 그녀의 몸을 조금씩 애무했다. 쪽쪽 입을 맞추다가, 혀로 핥기도 힘껏 빨기도 했다. 그의 입술은 가슴까지 내려왔다. 그는 그 위에 달린 분홍빛의 열매까지 쪽 빨았다. 거기서 혜미는 한 번 자지러졌다.
- 쪽 쪽
강준은 일부러 소리를 크게 냈다. 그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쾌감보다, 그녀의 쾌감을 목표로 삼았다. 미궁이든 성관계든, 아무튼 첫경험이란 건 굉장히 중요했다. 성관계가 처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와는 처음일 테니까.
그는 그녀가 애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얼른 아이템창을 열어 로션을 꺼내 자기 물건에 좀 발랐다. 직접 넣어 보기 전엔 상대의 속사정까지 알 수는 없었으므로, 일종의 보험 같은 거였다.
강준은 그녀의 사타구니를 직접 핥거나 만지지 않았다. 그걸 썩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도 있는 탓이었다. 대신에 그 주변만 살살 어루만지면서 잔뜩 민감하게 만들었다.
“이제 넣을게.”
강준은 그녀의 구멍에 조준을 하고 끝을 살살 비비다가 조금씩 밀면서 들어갔다. 다행히 속이 마른 편은 아니었다. 거기에 로션까지 있으니까 정말 부드럽게 쑤욱 들어갔다.
그는 혜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게 느껴졌다. 결코 작지 않은 크기였기에, 느껴지는 감각에 꽤 놀란 듯보였다. 강준은 잠깐 끝까지 밀어넣은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물었다 놓았다 하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아주 살짝 좌우로 흔들었다. 기둥이 움직이자 그녀가 으응, 하고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때부터 그의 쇼타임이 시작됐다. 처음은 가볍게 앞뒤로 움직였다. 상대의 리듬에 맞추기 위해. …원래 사람마다 다 그 리듬이란 게 있었다. 조였다 푸는 시점도 여자마다 다 달랐다. 언제 밀어넣으면 더 좋아하는지도 당연히 다 달랐고.
처음은 그걸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했다. 바로, 여자의 반응이 순간 가장 격렬해질 때-! 수축한다는 건, 그만큼 강력한 자극이 들어온다는 반응의 결과였다. 그는 가장 힘껏조일 때를 자꾸 비교하면서 찾았다. 그는 이곳 저곳 다 긁고 찔러 보았다.
‘여기다.’
그녀는 방광 쪽으로 쫘악 긁을 때 특히 반응이 좀 셌다. 그렇게 하려면 강준의 자세도 약간 뒤로 쏠렸다. 정자세는 그래야 했다. 저길 긁으려면 차라리 후배위가 더 편했다. 일명 뒤치기.
응, 흡, 큼, 흡.
혜미는 신음을 뱉는 걸 좀 부끄러워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손으로 입을 콱 틀어막고 코로 펌핑하듯 숨을 쉬었다.
그는 그녀의 다리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 그리고 몸을 얹혀 그대로 무게까지 실어서 방아를 찧듯 탕탕 찍었다. 거기서 혜미가 결국 못 참고 입을 가리던 손을 뗐다.
“업, 압. 아으, 아, 서, 선배님. 잠깐. 잠깐요. 아, 읍. 조금, 조금만, 우움.”
혜미의 말이 좀 급해졌다. 강준은 일부로 상체를 더 끌어올려 그녀와 진득한 키스를 했다. 물론 허리는 그대로 계속 내려찍는 상태였다.
숨이 급해진 그녀는 침이고 뭐고 삼킬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둘의 주둥이가 완전히 끈적해졌다. 그는 거기서 약간 알코올향을 느꼈다. 침은 그녀의 양볼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그걸 닦았다.
코로 색색 숨쉬려는 노력이 가상하여, 그는 잠깐 입을 뗐다. 퐈하. 혜미가 입을 쩍 벌리고 가쁜 숨을 헥헥 쉬었다.
강준은 그때를 노리고 좀 강하게 흔들었다. 그도 슬슬 사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철썩철썩 부딪힐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출렁 흔들렸다. 혜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사타구니에서 머리까지 콱밀고 들어오는 절정을 꽈악 버텼다. 힘을 팍 줘서 배에 복근이 떡 생겼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물건을 뽑았다. 배 위에 조준했는데, 한 번은 크게 힘이 들어가서 가슴까지 날아갔다.
둘은 숨을 헐떡이면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좀 진정이 된 혜미가 자기 가슴과 배에 묻은 분비물을 보고 티슈를 샥샥 뽑아 닦았다. 그걸 닦다가, 그녀는 그의 번들거리는 물건에 잠깐 시선이 닿았다. 싼 지 얼마나 됐다고, 그게 또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어어? 그녀는 약간 당황한 눈치로 그를 보았다.
강준은 웃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슬쩍 끌어당겼다.
“아직 끝난 거 아닌데.”
…혜미는 그날 처음으로, 눈앞이 번쩍인다는 뜻이 뭔지 알게 됐다.
· · ·
딸랑 딸랑. 폰을 뒤적이며 웹서핑을 하고 있던 해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준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어머, 자기야! 되게 오랜만이다아-!”
그녀는 카운터에서 후다닥 나와 그의 팔짱을 끼고 자리에 앉았다. 강준은 앉자마자 푸욱 숨이 빠지는 쇼파 위에서 다리를 꼬았다. 그녀는 마실 거 뭐 줄까, 하고 물었다.
“블랙으로 한 잔.”
“잠깐만 기다려.”
박해수는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블랙 커피 두 잔을 가지고 나왔다. 그녀는 강준의 옆자리에 탁 앉아 그에게 바짝 붙으며 애교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요새 뭐 한다구 통 안 온 거야? 궁금해 죽을 뻔했잖아. 쪽 보내도 안 읽구….”
“미궁.”
강준은 그 짧은 대답 한마디만 하고 커피를 한 모금 호롭 빨았다. 해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구웅? 미궁에 들어가겠다구?”
“갔다왔어. 이미.”
“뭐? 갔다왔다구? 왜 나한테 얘기 안 했어?”
“그걸 왜 일일이 얘기하고 있어. 그냥 갔다오는 거지.”
해수는 어이가 없어서 눈만 꿈뻑거렸다. …사실 예전에 어깨 너머로 미궁 얘기를 듣긴 했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다.
“자기 각성도 안 했잖아 아직.”
“했어.”
“했어?! 어떻게?”
“그냥 했지, 뭘 어떻게야.”
강준은 상대가 하도 놀래서 픽 웃음이 나왔다. 그제서야 해수도 훈련 교관이 했던 말이 조금 이해가 됐다. 그녀 역시 강준이 재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라곤 예상 못 했다. …이래서 교관님이 잘 지켜보라고 하신 건가.
“자기, 아주 재능 있나 봐.”
“그런 소리 많이 듣고 살았어.”
잘난 체도, 진짜 잘난 놈이 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번호 좀 알고 싶어서.”
“누구?”
“걔 있잖아. 나랑 동기. 트롤 출신.”
“트롤? …아아, 그 덩치 큰 여자?”
“어. 짐꾼이 필요해서.”
트롤을 가드도 아니고 짐꾼으로 쓰겠다는 얘긴 또 처음 들었다. 트롤 정도면 꽤 괜찮은 가드로 써먹을 수 있을 텐데.
“짐꾼? …가드가 아니고?”
“걘 재주가 없어서 가드는 못 해.”
해수는 딱히 반박을 못 했다. 확실히 강준의 눈에 찰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뭐, 번호 알려 주는 건 어렵지 않지. 같은 지부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할 일이 좀 밀려서.”
“바빠? …나랑 데이트는?”
“후배 많잖아. 괜찮은 애 하나 골라잡어.”
“뭐야,나한테 벌써 싫증난 거야? …아직 못 보여 준 것도 많은데에.”
그러면서 그녀의 손이 강준의 허벅지를 슬금슬금 어루만졌다. 박해수는 음탕한 표정으로 입술을 야릇하게 핥았다.
“이번 달은 진짜 바뻐. 다음에.”
“진짜야. 약속했다아?”
“알았으니까, 얼른 알아나 봐 줘.”
“알았어.”
강준은 용건이 끝나자 일어났다. 박해수가 벌써 가는 거냐고 물었다.
“지부에 볼일이 있어서.”
“좀 더 놀다 가지….”
강준은 해수의 아쉬운 중얼거림도 못 들은 체했다. 그는 곧장 지부로 들어갔다. 데스크 여직원이 어머, 하고 반가워했다.
“간만이야. 요새 좀 뜸하다?”
“워낙 바빠야지.”
그리고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직원이 봉투를 받아 안을 확인했다. 두툼한 게, 전부 다 돈이었다.
“빚 갚는 거야?”
“응. 일단 천만 원.”
“이자는?”
“그거, 공짜로 해 주기로 했는데.”
“누가?”
“교관님이.”
직원은 입을 딱 다물었다. 그 이상은 그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 듯했다.
“알았어. 처리할게.”
“오케이.”
강준은 주먹으로 데스크를 가볍게 치고 돌아섰다.
“교관님은 안 만나고?”
“요즘 교육한다고 바쁘시다며. 왔다간다고 말만 전해 줘.”
“알았어.”
강준은 다시 지부를 나왔다. 박해수는 폰을 따닥따닥 두드리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가? 교관님은?”
“다음에 만나려고.”
“그래? …알았어. 자주 놀러 와. 나 심심해.”
강준은 대충 손을 흔들고 호프집을 나와 지상으로 올라왔다. 찬 바람이 쌩 불었다. 그는 손등으로 코밑을 한 번 슥 훔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일단 지부에서의 볼일은 대충 끝났다. 그는 곧장 역으로 가서 급행을 탔다. 가야 할 곳이 좀 멀어서, 역마다 멈추면 너무 오래 걸리는 탓이었다. 그래도 11구역까지 1시간이나 걸렸다.
그는 역 근처에서 혜미와 만났다. 강준을 본 그녀는 선배니임, 하고 그를 부르며 후다닥 달려왔다.
“오래 기다렸어?”
“아뇨. 저도 방금 막 도착했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볼이 추위에 얼어 있었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부끄러운 시선이 자리를 못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춥겠다, 어서 가자.”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 혜미는 또 데이트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아주 작게 흔들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안 돼. 오늘은 놀러온 게 아니라 일을 하러 왔다.
강준은 폰으로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걸어서 한 이십 분 정도 걸릴 듯했다.
“잘 돼야 할 텐데.”
“잘 될 거예요. 분명해요!”
혜미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그렇게 장담했다. 강준은 희미하게 웃고 말았다. …얘가 좀 까칠해야지.
“참, 가신 일은 잘 되셨어요?”
“대충은.”
둘은 이런 저런 얘기를 꽁냥꽁냥 떠들었다. 그러니까 벌써 목적지에 닿았다. 혜미는 높은 건물을 올려다봤다. 간판이 다닥다닥 정신없이 붙어 있었다.
“아, 저기 있다.”
혜미가 손가락으로 어느 간판을 가리켰다. KYS 보습 학원. 정확하게 도착한 모양이었다.
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가 내렸다. 보습 학원의 간판이 또 보였다. 둘은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어요?”
강준은 데스크에 앉아 있는 직원과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냉기가 풀풀 풍기는 미녀였다.
‘찾았다.’
그때에 비해 좀 앳되긴 했지만, 그가 찾던 그녀가 확실했다.
불마법사 쯔쉬.
“아, 사람을 찾는데요.”
“누구요?”
“쯔쉬라고…. 아실까?”
직원은 잠깐 입을 다물고 그의 얼굴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본인인데요. 무슨 일로…?”
“아, 전 이런 사람입니다.”
하고 강준은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왼쪽 위에 그의 이니셜을 딴 미궁팀 이름이 적혀 있고, 가운데엔 이강준이란 큼직한 세 글자와 그 아래에 작게 전화 번호가 있었다.
“이걸 갑자기 왜 저한테 주세요?”
“당신이 마법에 소질이 있다는 얘길 들어서요.”
“…아닌데요.”
“알 거 다 아는 사이에, 이러지 맙시다. 같은 플레이언데.”
그래도 그녀는 시치미를 뚝 뗐다.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같은 조직원입니다. 의심하지 마세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더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금 바로 가세요. 아님정말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말을 하니까, 혜미가 혹시 잘못 짚은 게 아닐까, 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만큼 상대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11지부, 226기, 지구 출신, 쯔쉬. 이만하면 됐습니까?”
그제서야 쯔쉬는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정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당신 누구야.”
“명함에 있는 그대로. 이강준이라는 사람인데…. 이쪽은 김혜미고.”
“안녕하세요.”
물론 쯔쉬는 김혜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강준에게 닿았다.
“조직에서 무슨 일로 날 찾아왔죠? …잘못 저지른 건 없는데.”
“아, 오해하지 말고. …근데 장소가 좀 그러네.”
강준은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는 게 영 신경쓰였다. 쯔쉬는 잠깐 시간을 확인했다. 곧 점심 시간이었다. 그녀는 데스크 위에 잠깐 자리를 비운다는 표를 세웠다. 그리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곧 핸드백을 메고 나왔다.
“나가서 얘기해요.”
셋은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강준은 쯔쉬에게서 익숙한 향을 맡았다.
그들은 건물을 나와 인도를 걸었다. 그녀는 적당히 인적 없는 길가에서 휙 뒤돌아서 둘을 바라봤다.
“말해요. 무슨 일인지.”
성격 급하긴. 강준은 픽 웃었다.
“우리 미궁팀에 들어 오라구.”
“…미궁팀이요?”
“명함이 그거야. 일단 팀장은 나고. 그쪽이 마법에 재능이 꽤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불마법이 특기라며?”
쯔쉬는 감정이 별로 얼굴에 나타나지 않았다. 무언가 가늠하는 듯한 눈초리였다. 믿어도 되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그런데…, 초면부터 반말은 좀 기분 나쁘네요.”
“아, 그건 사과하죠. …일단 같이 식사하러 가시죠. 어차피 점심 먹으려고 나온 건데. 자세한 건 식사하면서 말하죠.”
그녀는 아예 흥미가 없는 건 아닌지, 거절하진 않았다. 미궁팀이라면 그녀도 들어본 바가 있을 테니까. 이제 슬슬 보습 학원의 데스크 직원을 벗어날 때도 되었지 않나.
“괜찮은 식당이 있어요. 따라 오세요.”
쯔쉬는 앞장서 걸었다. 혜미와 강준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그녀가 잘됐다는 표정으로 씩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