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Chapter 20. 장 씨 일가. (4)
이건 예상 밖이었다.
장혜연은 강준이 설마 혼인을 거부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 왜? 내가, 혼인해 주겠다고 하잖아! 근데, 왜?”
“너 같은여자랑 하기 싫어서.”
거기서 할 말을 잃었다.
“너보다 좋은 여자 많아.”
사실 좀 많이 충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거절 당하는 건 처음이라서.
“보지 좀 대주는 게, 엄청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어?”
그 소리에 장혜연의 눈깔이 다시 치솟았다.
“너어, 말 조심해ㅡ!”
“야, 착각하지 마.”
강준의 목소리가 팍 낮아졌다.
“넌 그냥, 검이나 좀 휘두를 줄 아는 여자야.”
그렇게 말하고 삐뚜름하게 웃었다. 그리고 슥 지나가려고 하는데, 그녀가 그의 손목을 탁 낚아챘다. 강준이 잠깐 시선을 내려 그걸 보았다.
벨리타도 안 잡은 손목을 여기서 잡힐 줄이야.
장혜연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쏘아봤다.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난 할 얘기 없는데.”
강준이 진하게 웃었다. 어제 그녀의 방에서 서로의 모습이 반대로 겹쳐 보였다.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선 장혜연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고민하는 눈치였다.
“할 얘기 있다며. 해 봐. 재미 없으면 갈 거야.”
이건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쓰려고 했던 건데.
“나, 들었어.”
“…뭘?”
“어젯밤, 그거.”
장혜연은 이 말을 하면 강준이 틀림없이 충격을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웃기게도 그의 표정은 정말 아ㅡ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래서?”
그래서라니? 장혜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강준을 위아래로 흘겼다.
“들었다니까, 내가!”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장혜연은 강준의 반응이 하도 예상 밖이라서 할 말을 잃어 버렸다. 동시에, 이놈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짐승놈이란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게,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말이 안 될 건 뭐가 있어?”
“넌, 넌 나랑, 나랑… 그거 했잖아ㅡ!”
“그거? 섹스?”
“그래, 그거!”
주먹을 불끈 쥔 그녀는 해명하라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그래, 했다. 근데 뭐.”
“그런데, 고모님은 왜 건드린 거야!”
“그거야, 선배님이 훨씬 더 좋아서.”
“…뭐?”
“너보다 훨씬 좋아서. 전부 다. 외모도 성격도 몸매도. …섹스도 끝내 주거든.”
장혜연은 거기서 눈깔이 돌 뻔했다. 그녀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그를 노려봤다.
“당장, 고모님한테서, 손 떼.”
강준은 헛웃음이 나왔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좋은데, 눈치가 너무 없었다.
“뭐?”
“당장 고모님한테서 그 손 떼라고! 그, 그 더러운 손! 더러운 인간 말종! 짐승 같은 놈!”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막 퍼부었다.
“내가 왜?”
“넌 더러운 종자니까!”
“우린 좋아서 만난 거야. 응? 남녀가 만나서 물고 빨고 박고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선배님도여자 아냐?”
“넌 그냥, 그냥 이용해 먹고 있잖아!”
“아닌데. 진심인데.”
“거짓말!”
“근데, 선배님이 괜찮다는데, 니가 왜지랄이야? 그럴 권한이라도 있어? 웃긴 년이네.”
그렇게 대답하고 강준은 다시 휙 몸을 틀었다. 아ㅡ! 장혜연은 다시 그의 팔을 잡고 돌려세웠다.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아, 재미가 너무 없어서. 끝난 줄 알았네.”
“그럼, 그럼 차라리, 차라리 날 대신해.”
장혜연은 정말 싫었지만, 이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 악마로부터 고모님을 지켜내기 위한.
“널?”
“그래! 고모님을 내버려두라고! 내가 대신할게. …이럼 됐지?”
강준이 씨익 웃었다.
“굳이 왜?”
장혜연은 입을 붕어처럼 뻐끔거렸다.
“안 그럼…, 다, 다 말해 버릴 거야!”
“하.”
씨발년이네. 강준은 능글맞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 쪽으로 상체를 좀 수그렸다.
“그럼 다 말하든가. 난 잘못한 게 없거든.고모님이 좋아하시겠다. 고자질해서.”
장혜연은 욱한 마음에 그렇게 쏟아냈지만,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정사 소리를 들었다고 어떻게 고모님께 말할 수 있나ㅡ! 또 그의 말대로, 설령 말한다고 해서 먹힌다는 보장도 없고.…오히려 고모와의 관계가 좀 이상해질 수도 있었다.
그건 싫어. 절대 안 돼. 그건 죽어도 안 돼.
“이보세요, 장혜연 씨. 왜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 너보다 선배님이 훨씬 나은데? 이렇게 악이나 바락바락 쓰는 여자보다 백 배는 더.”
장혜연은 점점 궁지에 몰리는 듯했다. 그래서 좀 약한 소리를 했다.
“부탁,이야.”
“부탁?”
“그래, 부탁.”
참. 진짜 이년도 미친년이네. 물론 미친놈이 할 소린 아니지만.
“부탁하는 태도가 이런가? 참나. 예절을 어디로 배워 먹은 거야? 보지?”
이, 빌어먹을 짐승놈이ㅡ!
“그딴 말 쓰지마!”
“아 그래, 됐다. 우리 이제 상종하지 말자. 난 너한테 관심 없다니까. 그게 네가 바라던 거잖아.”
강준은 다시 돌아서려는데,또 장혜연이 잡았다. 식상하게.
“알았어, 알았어! 부탁할게. 됐지? 부탁할게.”
장혜연은 진짜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단은 이 악마놈의 장단에 맞춰 주는 수밖에.
“태도가 아까랑 똑같은데?”
“제에ㅡ발, 이렇게 부탁할게. …이제 됐어?”
“…무릎 꿇으면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뭐?”
“싫으면 관둬.”
강준은 다시 팩 돌았다. 장혜연은 이것까진 진짜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저런 새끼한테 무릎을 꿇어ㅡ!
그것도 대신 몸을 바치겠다는 거를….
그건 진짜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자존심이었다. 결국 장혜연은 떠나가는 그를 잡지 못했다.
짐승 새끼ㅡ! 악마 새끼ㅡ! 개, 개, 개새끼이이ㅡ!
장혜연은 이를 벅벅 갈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확 올라오는 열을 참지 못해서 얼른 옷을 훌렁훌렁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그 다음 얼른 찬물을 팍 틀어서 머리를 식혔다.
하아 하아ㅡ.
멀어지던 이성이 다시 팍 돌아왔다. 열이 살그머니 가라앉자 슬쩍 불안해졌다. 자신이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한 게 아닌가, 하고.
아냐,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무릎을 꿇어, 그런 부탁을ㅡ! 사람을 뭘로 보고ㅡ!
상스럽게 섹스나 보지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는 걸 보면, 확실히 사람탈을 쓴 짐승놈인 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고모님이 더 걱정스러웠다. 저런 놈의 손에서놀아나면 틀림없이 더럽혀질 게 뻔했으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까.
장혜연은 살짝 고민했다. 그러나 곧 머리를 탈탈 흔들었다. 그럴 용기가 도저히 생기지 않았다. 어떻게 고모님의 정사를 엿들었다고 할 수 있나ㅡ. 그러다가 만약 관계가 이상해지기라도 하면?
강준의 문제는 고모님까지 끌어들여선 안 됐다. 그녀의 선에서 해결해야 했다.
…놈이 스스로 오도록 해야 돼.
“아아아아악ㅡ!”
장혜연은 욕실에서 괴성을 터트렸다. 이 모든 게 다 그놈 때문이었다. 그놈이 오고 나서, 평화로웠던 일상들이 다 무너졌다. 심지어 자신과, 그리고 고모님의 몸까지 더럽혀지고.
내 선에서 끝낼수 있어. 내가 그놈을 물고, 고모님을 지키는거야. 그럼 끝나. 나 하나로 끝나.
어차피 놈의 앞에서다리까지 벌려야 하는데, 무릎 한 번 꿇는 게 뭐 그리 대수냐 싶었다. 고모님을 지키는 일인데ㅡ! 장혜연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녀는 욕실에서 나와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방문 앞에서 잠깐 머뭇거리다가벌컥 열고 쿵쿵 복도를 걸었다. 방향은 짐승놈 우리.
장혜연은 그의 방문 앞에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쿵쿵 노크를 했다. 짐승놈의 우리라고 해도 자신은 사람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누구라 밝히기도전에 문이 먼저 휙 열렸다. 기분 나쁘게 웃는 강준의 면상이 나타났다.
“들어와.”
그녀는 그를 한 번 노려보고 방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손님방이라서 안은 조촐했다.
“그래, 우리 고고하신 장혜연 씨께서, 이 누추한 곳에 웬일로?”
“…원하는 게 뭐야.”
그 한마디에 강준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이제 좀 마음에 드는 소리를 해서.
아주 멍청한 년은 아니라서 그래도 학습 능력이 좀 있었다. 조련하는 맛이 있을 듯했다.
“원하는 게 뭐냐니.”
“고모님, 건드리지 마. 뭐든, 내가 대신할게.”
“명령조네?”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눈깔은 그대론데?”
그래서 그녀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이야, 이런 방법이 있었네.
“됐지?”
“근데 아까 말했잖아. 부탁하는 태도가 너무 별로라고. …장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뻣뻣하다니까.”
장혜연은 이를 꽈악 씹었다.
“그래, 무릎 꿇으면 돼?”
“꿇을 수 있겠어?”
물론. 고모님을 위해서 못 할 건 없지.
정말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지겠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부탁할게. …이제 됐지?”
“천하의 장혜연이가, 내 앞에 무릎을 다 꿇네.”
“빈정대지 마!”
“놀래서 그런 거야, 놀래서.”
강준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응? 나랑 네 고모가 좀 깊은 사이가 된 게 그렇게 문젠가? …어차피 너랑은 깔끔하게 끝내면 되잖아.”
사실 그렇게 정론으로 들어가면, 장혜연도 딱히 할 말은 없었다. 둘이 나이 차가 좀 있다고 해도, 그건 장혜연의 걸림돌이지 강준의 걸림돌은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따지자면, 그냥 싫었다. 이강준, 이 음탕한 짐승놈에게고모님을 맡겨야 한다는 자체가 그냥 너무, 너ㅡ어무 싫었다.
그러나, 그렇게 감정적인 이유를 댈 순 없었다. 그럼너무 어린애처럼 보이니까.그래서 그녀도 나름 정론을 들이밀었다.
“이건, 상간이야. 넌 분명 나랑먼저 관계를 맺었어.”
“동시에 관계를 맺은 건 아니잖아? 그 이후로, 난 너한테 간 적이 없는데. 그럼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된 거 아닌가?”
“그,러,니,까.”
장혜연은 또박또박 말을 끊었다.
“이젠, 내가 대신하겠다구. …왜 이렇게말귀를 못 알아들어?”
하, 참나. 강준은 도리어 끅끅 웃음이 났다. 진짜 이년 정신이 나갔네, 아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욤띠>
- 둘 다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사실신임>
- 끼리끼리 잘 만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디뭐하지>
-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 멘탈 터트린다몈ㅋㅋㅋㅋㅋㅋㅋ <맛만좋으면다됨>
- 둘 다 멘탈이 존나 강철임ㅋㅋㅋㅋㅋㅋㅋ <일단박고봄>
- 역대급 호적수 ㅋㅋㅋㅋㅋㅋ <처녀킬러>
옆에 켜 두었던 채팅창은 두 미친년놈들이 만났다고 아주 난리였다.
“그래, 대신하겠다?”
“어.”
“근데 쓰읍, 넌 별로 맛이 없어서. 선배님이 열 배는 더 맛있거든.”
장혜연은 주먹을 불끈쥐었다. 이가 버득버득 갈렸다.
“그딴 저질스런 비교하지 마! 고모님 입에 담기만 해 봐.”
“그게 주된 이윤데, 어떻게 비교를 안 해.”
그녀는 당장 주먹을 날려서 저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오래 갈고 닦은 인내심이 이때 브레이크를 걸었다. …사실 날린다고 맞을 것 같지도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내 손해잖아, 이거.”
“그러니까 내가 무릎 꿇었잖아! 더 뭘 바라는 거야! …그래, 혼인해 줄게. 혼인해 준다고! 됐어?”
뭔가 선심 쓴다는 식으로 말하는 꼬라지가 영 아니꼬왔다.
“혼인은 싫다니까.”
“그럼 그건 하지 말든가.”
강준은 고민했다. 어차피 이년 말을 고분고분 들어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서로 다 따먹어야지. 둘 다 잡힌 물고긴데.
만약 1회 차의 감성이었다면, 어이쿠 그렇구나, 하고 마음이 약해져 놓아줬을지도…. 아니, 그럼 애초에 이런 상황이 오지도 않았으려나.
“그럼 날 유혹해 봐.”
하, 유혹은 또 뭐야. 장혜연은 또 무슨 개 뼈다귀 먹는 소린가 싶었다.
“내가 선배님한테 못 가게 막겠다면서. 그럼 네가 날 유혹해야지. 못 가도록.”
하ㅡ. 미쳐도 제대로 미쳐야지…!
“너 정말 상종 못 할 놈이구나. …무릎 꿇으면 해 준다고 했잖아!”
“생각해 본다고 했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라서.”
“나쁜 새끼!”
“그럼, 네가 말하면 내가 너한테 가야 하는 거야? 이야 대단하다. 니가 선배님보다 잘난 게 뭔데? 있어 그런 게?”
그렇게 비교질을 해 버리니까, 또 장혜연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고모님과 비교하면 자신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면에서.
솔직히 비참했다. 자존심도 잊고 무릎까지 꿇었는데, 그는 더 그녀를 더 짓밟으며 나락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어, 울어?”
“울긴 누가 울어ㅡ!”
“다행이네. 내가 울음엔 좀 약해서.”
…정말일까.
“사실 뻥이야.”
이 개새끼ㅡ!
장혜연은 잠시 이놈 말에 휘둘렸다는 거에 분노했다. 잠깐 놈이 빌어먹을 짐승놈이란 걸 잊고 있었다.
“됐다. 이제 그만하자. 너도 가. 이거 다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잘 지내는 사람들한테 와서 왜 이래. 선배님도 행복하다는데.”
“알았어. 알겠으니까, 이렇게 빌게. 제발 부탁해. 응?”
장혜연은 고개까지 숙였다. 정말 분했지만, 패는 저쪽에서 쥐고 있었다.
“빨리 가라고. …더 비참한 꼴보고 싶어?”
장혜연은 주먹을 꽈악 말아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를 죽일 듯이 쏘아보면서, 말도 없이 문을 팩 열고 나가서 쾅 소리나게 닫았다.
씨발, 저 싸가지 없는 년이.
- 바로 참교육 갈게요 형님들 ^^ ㅋㅋ <신바라기♡>
그는 곧장 손님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쿵쿵 복도를 밟으며 그녀 방 앞을 지나가 장화영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노크도 없이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었다. 곱게 앉아서 독서를 하고 있던 장화영은 갑자기 쳐들어온 강준을 올려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준아, 노크는 하고 와야… 웁ㅡ!”
강준은 곧바로 장화영의 입술을 빨았다. 계피맛이 났다. 그녀는 처음에 좀 반항을 하다가 곧 천천히 몸을 맡겼다.
낮은, 안 된다고 했는데.
밀어내기엔, 그의 키스가 너무 달콤했다. 쮸웁 쯉. 둘은 소리나게 혀를 섞었다. 강준은 일부러 그녀의 머리칼을 거칠게 잡았다. 딱 보면 티가 나게. 물론 키스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는 지금 무슨 상황인지도 몰랐다.
강준은 그녀의 가슴팍을 풀어헤쳤다. 키스하던 장화영의 눈이 좀 커지며 떨렸다. 진도가 어디까지 나갈지 몰라서. …딱 가슴까지라면 용인해 줄 마음은 있었다.
그의 손은 브라자를 내려 물렁한 알가슴을 쥐었다. 그리고 아직은 말랑말랑한 젖꼭지를 손가락에 끼워 살살 돌렸다. 그건 금세 발기한 자지처럼 딱딱해졌다.
퐈하ㅡ. 둘의 입술이 잠깐 떨어졌다.장화영이 얼른 말했다.
“얘, 강준아. 누가 오면….”
“오면 빨리 정리하면 되죠. 선배님 생각이 나서 못 참겠어요.”
“그래도…, 낮엔 안 하기로, 했잖아아.”
“벌점 줘요, 그럼. …상점은 밤에 쌓을 수 있죠?”
그렇게 한참 애무하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좆에 거칠게 박히고 있을때가 아니라서, 장화영도 금세 그걸 느꼈다. 그녀는 얼른강준을 밀어내고 머리와 옷을 정리했다.
퉁퉁. 노크 소리와 함께 장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 고모님, 저예요.
“아, 어. 혜연아, 잠깐만.”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적당히 이상하게보이지 않을 정도로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들어오라고 말했다.
장혜연이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왔다. 강준을 쏘아보는 눈깔이 순간 사나웠다.
“어, 그래,혜연아. 무슨 일이니?”
“아니 혹시 아버지한테 따로 연락이 온 건 없나, 하구요.”
“아직은. 모레나 글피 쯤에 올 거야.”
“네. …그런데, 잠깐 강준 씨 좀 데려가도 될까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
“어, 그래라.”
물론 강준은 곱게 따라가지 않았다.
“여기서 해요.”
“좀 사적인 얘기라서요.”
아 그거구나, 하고 장화영이 강준에게 따라가 보라고 눈짓을 줬다. 강준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장혜연은 얼른 고모님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딱 봐도 강준과 한바탕 뒹굴었다는 흔적이 있었다.
둘은 곧 방에서 나왔다. 미닫이문이 닫히자마자 장혜연이 강준을 팍 쏘아봤다. 그리고 앞으로 쿵쿵 걸어갔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이제 위아래를 확실히 알았겠지.
강준은 이가 보이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