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Chapter 5.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옵고. (3)
하루 연장된 마지막날.
마리아는 강준에게 약을 한 번 더 받아냈다.
…그리고, 안 먹었다.
“하앙, 앙, 앙ㅡ.”
빨통법사는 이 날 밤에도 찾아왔다. 마리아는 자는 척, 그걸 엿봤다. …그게 굉장히 불순한 행동이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알리오네가 떠나고, 그녀는 죄책감과 불경함에 몸부림쳤다. 이건 성녀 후보생이라는 자의 행동으론 용서 받기 힘든 죄악이었으니까.
다음 날 새벽 일찍, 그들은 이동 마차를 타고 도시를 떠났다. 마리아는 아직도 몸에서 열이 빠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째선지 자신이 점점 타락해 간다고 느꼈다.
그래, 이것도 시험이야. 성신께서 내리신 시험이라고. 비록, 죄를 지었으나, 아직 돌이킬 수 없는 건 아냐. …유혹에 빠지지 말지어다. 다시는, 유혹에 빠지지 말지어다ㅡ!
마리아 공주는 이걸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성신께선 모두에게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지 않았나ㅡ.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이겨낼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맑고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 저녁 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리는 풀숲 근처로 가서 천막 비스무리한 걸 쳤다. 이미 나뭇가지에도 물기가 다 묻어서 불을 피우기가 힘들었다. 최대한 바짝 붙어서 자야 했다.
마리아공주는 담요 하나를 덮긴 했지만, 그래도 추위에 떨었다. 천막은 완전히 비를 막아주진 못 했다. 굵은 빗방울은 천에 한 번 탁 맞고 부슬비처럼 뿌려졌다. 그래서 갈수록 추워졌다.
“올래요?”
강준이 자기한테 바짝 붙겠냐고 물었다. 마리아는 그러려고 하다가 괜찮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왠지 몸이 붙으면 무언가가 불타올라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도 더는 권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가 거리를 살짝 유지한 채 누웠다. 벌써 드르릉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그녀는 약을 먹을까, 하다가 말았다. 여기서 먹어 버리면 분명 그 날 밤 저녁에 안 먹은 게 들통날 테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몰라도, 못 일어나면 꼼짝없이 들키고 말 터ㅡ.
엿봤다는 거 들키면 큰일나.
성녀 후보생이, 남녀의 성교 행위를 엿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그 난리를 피우는데 못 깨어났다는 게 더 이상하지. …그러니, 설령 잠을 좀 설치는 한이 있더라도, 안 먹는 게 나아 보였다.
물론 밤이 깊어질수록 추위는 더 심해졌다. 마리아 공주는 몸을 웅크렸다. 그러나, 겨우 모포 한 장으론 쉽게 버티기 힘든 추위였다. 심지어 모닥불도 없었다. 코골이가 문제가 아니라, 추워서 잠이 안 왔다.
그때, 자고 있을 줄 알았던 강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붙어요. 추우면.”
아ㅡ.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나올 것처럼 가슴이 울컥했다. 그녀는, 슬그머니 일어나 깔개를 질질 끌고 가서 그의 옆에 붙었다.
“왜 갑자기 안 하던 고집이나 부려요. 아까 말할 때 오지.”
“이강준 후보생한테, 폐가 될까 봐요.”
“폐는 무슨. 힘들면 서로 도와야죠. …마리아 후보생도, 절 도울 일이 있을 거예요. 그럼 그때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쵸?”
“네. 뭐든 도울 일 있으면 말해요. 제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요. …그게 제 할 일이잖아요.”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아 이렇게까지 왔지만, 그녀는 이걸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리아 공주는 강준을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분명 후보생들 중에 이만한 인물이 없었다. 설령 조르쥬라도, 그녀를 만족시켜 주진 못 했을 터ㅡ.
강준은 그녀를 후보생으로 동등하게 대해줬다. 공주라는 걸 알아도 티를 내지 않았다. …조르쥬라면 아마 공주님이라고 막 떠받들어 줬겠지. 물론 그녀도 그걸 당연시하게 받아들였을 테고.
…그러면 아마 이런 따스함은 못 느꼈으리라. 마리아는 그의 체온으로 추위를 쫓았다. 안고 자는 건 아니었지만, 옆에 붙어서 두 장으로 늘어난 모포를 같이 덮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훈훈한 열기가 들어왔다.
“잘 자요. 마리아 양.”
“네, 강준 씨두요.”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이번엔 코골이 때문이었다. 추위가 가시자 이제 그게 그녀를 성가시게 괴롭혔다. 그래도 그녀는 어떻게든 잠들어 보려고 애썼다.
그때 강준이 살짝 몸부림을 쳤다. 그게 하필 그녀와바짝 붙는 자세였다. 어어, 하는데 그가 옆에 쑥 다가왔다.
거기까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허벅지에 뭔가가 콕 닿는 게 문제였다.
…어?
처음엔 손인가 했다. 아무래도 자기 허벅지에 남의 손이 닿는 건 좀 그래서 살짝 치우려고 만졌는데…, 손이 아니었다.
헙ㅡ!
뭔가 싶어서 더듬더듬 만지다 보니까 정체를 알게 됐다. 그래서 놀라서 손을 뗐다.
강준의 자지였다. 그것도 벌떡 커져 있는.
왜 발기가 됐는지, 그런 생각 따윈 떠오르지 않았다. 엉겁결에 실수로 그의 중요 부위를 만져 버렸으니, 그 불안감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의 것은 아직도 허벅지를 찌르고 있었다.
이건, 이건 내 의도가 아냐. 저쪽이 와서 먼저 찔렀잖아….
갑자기 그녀는 그 감촉이 떠올랐다. 아까 손바닥에서 느껴진 그 자지의.
살짝 만져 볼까, 하다가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게 기겁했다. 진짜 갈 때까지 간 년이라고 속으로 자신을 마구 꾸짖었다.
거룩하신 성신이시여ㅡ.
마리아 공주는 불경하게도 맨날 자기가 불리할 때마다 성신을 찾았다. 그래도 그 한마디 덕분에, 그녀는 몸을 아주 살짝옆으로 내뺄 수 있었다. 열기와 자지가 동시에 떨어졌다.
성신이시여, 고의로 만진 게 아닙니다. 실수예요. 정말 실수예요. 강준 씨 자지…, 아니 그 은밀한 곳을 일부러 만진 게 아닙니다ㅡ.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 그녀의 가슴 위로 쑥 올라왔다.
ㅡㅡ!
강준의 팔이었다. 손이 정확히 그녀의 오른쪽 젖가슴에 턱 얹어졌다. 그가 살짝 잠버릇이 나쁘다는 건 몇 번 겪어 봐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달리 좀 심했다.
마리아는 숨이 가빠졌다. 이걸 어떡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허벅지에 닿은 건 치울 생각이 나도, 이건 차마 그럴 생각을 못 했다. 너무 진도가 확 나가서. 잠깐 고민하는 새에, 손바닥이 뜨끈하게 젖가슴을 데웠다.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그의 손을 쥐고 아주 천천히 움직여 바로 옆에 곱게 내려놨다. 후우. 한숨이 삭 빠져나왔다.
안 깼겠지?
마리아 공주는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진땀을 냈다. 좀 진정이 되자 급격하게 졸음이 몰려왔다.
지쳐 버린 그녀는 드르렁 코 고는 소리에도, 세상 모르게 잠들었다.
· · ·
용병대는 꼬박 사흘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다. 비에 뻘판이 된 길 때문에 마차가 오도가도 못 하고 묶인 탓이었다.
“씨이팔,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ㅡ.”
쇠몽둥이 벨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듯 그렇게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늘은 걸어오는 길에도 변덕스럽게 예고도 없이 비를 소 오줌처럼 좔좔 쏟아냈다.
하필 여관도 꽉꽉 차서 방이 몇 개 없었다. 사람들이 비 때문에 마을에 묶인 탓이었다.
그들은 방 두 개에 창고 하나를 간신히 빌렸다. 방 하나는 당연히 신궁년이 홀라당 먹었고, 나머지 방에 강준과 마리아가 들어갔다. 용병 셋은 마굿간에서 안 자는 게 어디냐고 창고로 만족했다.
강준과 마리아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신발부터 벗었다. 퉁퉁 물에 불어터진 발이 나왔다.
방엔 침대가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마리아는 차마 강준을 바닥에서 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아주 고생한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큰맘 먹고 입을 열었다.
“오늘은, 침대에서 같이 자요.”
그러나 강준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괜찮아요. 바닥에서 자도.”
마리아 공주는 마음이 찡했다. 자신을 아껴주는 듯한 마음씨를 느껴서.
“아뇨. 이강준 후보생도 많이 고생했잖아요. 올라와서 자요. 같이 자도 돼요. 정말이에요.”
어차피밖에서도 거의 꽁꽁 붙어 자지 않았나. 이제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한 침대를 쓰는 건 부부끼리에서나 통하는 거다ㅡ, 라는 통념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됐다. 하도 고생하다 보니까,몸이 편한 게 우선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용병대는 다시 홀에 모여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다들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다들 늦게까지 푹 자. 안 깨울 테니까.”
그 소릴 듣고 마리아도, 오늘은 약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안 깨운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그와 한 침대에서 바짝 붙어 자면 별에 별 생각이 다 날 것 같아서 그랬다. 또 성신을 찾기 전에, 그냥 먼저 확 자 버리는 거지ㅡ.
그녀는 물잔에 약을 탁 넣었다. 그리고 녹을 때까지 탁자 위에 올려뒀다. 잠깐 볼일이 급해서 나갔다 왔는데…, 물이 없었다.
“여기, 물…!”
강준이 자기가 마셨다고 했다. 그리고 빈잔에 다시 물을 따르고 그녀에게 건넸다. 마리아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받아 마셨다. 약을 안 먹고 숨겨뒀다는 건 비밀이었으니까.
“어우, 피곤하네. 먼저 누울게요.”
“아, 네에.”
피로함을 느끼던 강준이 침대에 누웠다. 그는 금세 잠에 빠졌다.
마리아는이걸 어쩌지, 하고 대단히 고민했다. 그러나,이제 겨우 한 알 남은 것까지 쓰고 싶지 않았다. 그건 진짜로 나중에 필요할 때 써야 했다.
그녀는 촛불을 호 불어 끄고 침대에 올라가 누웠다. 응응, 어디선가 앓는 소리가 났다. 뭘 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성신이시여, 절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시고ㅡ.
마리아는 두 손을 맞잡고 빌었다. …그러나, 몸은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다.
안 그래도 활화산처럼 조금만 자극이 가도 불타오르는 몸뚱이였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성욕에 찌들 대로 찌든 몸이었다. 성신이 아니라, 성신 할애비가 와도 욕망에 넘어가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냐. 미쳤어. 그건 죄악이야. 더러운 죄악이야.
마리아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앙앙, 하는 교성이 더 커졌다. …그녀는 며칠 전, 빨통법사와 강준의 성교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갑자기 미칠 듯이 흥분됐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몸이 확 타올랐다.
큰일이다. …진짜 큰일났어.
마리아는 상체를 일으켰다. 옆에 누운 강준을 쳐다봤다가, 얼른 다시 시선을 삭 피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강준 씨. 강준 씨.”
그녀는 그를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반응이 없었다.
“강준 씨이.”
조금 더 강하게 흔들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었다.
“강준 씨!”
약을 안 먹었다면 분명 일어날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약효가 돈 게 틀림없었다. 마리아는 나쁜 생각을 먹었다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미쳤어, 미쳤어 정말ㅡ!
그래서 침대에서 내려가 짐가방에서 회초리를 꺼냈다. 그리고 자기 몸을 막 때렸다.
이년! 이년! 못된 년! 음란한 년! 지금 뭐하는 거야! 제정신이야 정말!
쉬익 쉬익. 이상하게 회초리가 살에 착착 부딪히는데 아픈 게 잘 안 느껴졌다.
하아, 하아ㅡ.
그녀는 더 몸을 때리다가 회초리를 넣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머리에서 못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안 돼. 진짜로 안 돼. 나 왜 이러는 거야 대체.
그러나 몸뚱이가 가만히 있질 못 했다. 그래서 그녀는그를 등지고 누웠다.
…한참 뒤척이던 그녀는, 결국,
손을 뻗었다.
마수를 뻗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의 사타구니를, 만졌다.
그곳에선 열기가 훅훅 나오고 있었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너무나 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어서. 마리아 공주는, 강준에게 아주 큰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자신을 배려하는 남자에게, 배려로 보답하지도 못 할 망정, 그를 욕보이고 있었다.
아, 아아ㅡ.
성신을 부르지도 못 했다. 그분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었다. 자신의 죄악으로.
그러나, 한 번 물꼬가 터지자, 멈출 줄을 몰랐다.
처음엔 살짝 갖다대기만 했다.
그러나, 행동은 점점 과감해졌다. 갖다대던 게, 이제 손가락으로 감촉을 느끼고…, 그 다음은, 쥐어 보았다.
이게, 자지구나…. 이게 남자의 자지야….
끔찍한 죄책감을 느꼈다.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쾌감이 가슴에 화악 퍼졌다. 달리기 시작한 그녀는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그의 자지가 점점 커졌다. 혹시 깨어 있는 건가 놀라서 그를 봤는데,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아마 생리적인 반응인 듯했다.
그의 것은 크게 발기했다. 진짜 컸다. 이게 여자의 보지에 다 들어갈 수 있나, 하고 신기할 정도로. …일단 자신은 못 할 거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어떻게 몸 속에 다 들어갈 수가 있겠나ㅡ. 빨통법사는 경험이 많으니까 그런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녀는 더 대담해졌다. 어차피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저지른 죄였다. 여기서 조금 더 저지른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지금 그녀는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이불을 슬쩍 내렸다. 발기한 그의 바지가 크게 천막을 치고 있었다. 그걸 앞에 두고 오래 고뇌하던 그녀는, 결국 자지만 살짝 나올 수 있게 사타구니 쪽만 바지를 내렸다.
아ㅡㅡ!
사내의 냄새가 훅 코를 찔렀다. 그 거대한 것을 실물로 보는 순간, 그녀는 눈앞이 핑 돌았다.
마리아 공주는 갑자기 너무 겁이 났다. 그래서, 얼른 다시 바지를 올렸다. 그 다음 벌렁 눕고 이불을 끄집어 올렸다.
그녀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멍하게 천장만 바라봤다.
…가슴이 먹먹했다.
· · ·
“잘 잤어요?”
강준은 느지막하게 일어난 마리아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에.”
그녀는 그와 제일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리고 아침 겸 점심 같은 식사를 했다. 그녀는 마치 모래를 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주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될 죄.
전,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입니다, 성신이시여….
차마 성녀 후보생이라고 내세우기도 부끄러운 짓을 저질러 버렸다. 심지어 그것도 서로 신뢰를 쌓아야 하는 용사 후보생에게.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얼른 식사를 끝내고 그 자리를 피해 나왔다.
이 날도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다들 방안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신궁 깔루아도 독서 삼매경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 했다. 나머지 세 용병은 늘어지게 잠만 잤다.
마리아는 어떻게 밤이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못 차렸다. 멍하게 있다가 보면 날이 점점 어두워져 있었다. 그녀는 저녁 식사도 걸렀다.
“마사지해 줄게요.”
강준은 영 피로해 보이는 마리아에게 마사지를 권했다.
“아뇨, 오늘은 괜찮아요.”
“누워 봐요.”
“괜찮다니까요.”
“마리아 후보생. 거절하면 내 맘이 얼마나 상하는지 알아요?”
그 말을 듣고,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죄인이었다. 그래서 결국 엎드렸다.
마사지는 평소보다 더 농밀했다. 마리아는 죄책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쾌감을 느꼈다. 이 이상야릇한 감각이 그녀를 격렬하게 흔들어 놓았다.
미쳐. 나 미쳐요. 강준 씨, 제바알ㅡ.
학 학. 뜨거운 숨이 터졌다. 그녀는 어젯밤 보았던 그의 우람한 자지가 떠올랐다.
갑자기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미칠 듯이 충동이 일어났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었다.
안 돼. 안 돼. 더는 안 돼. 더는, 안 돼ㅡ!
몸을 휘감고 도는 쾌락 속에서, 그녀는 정신을 못 차렸다.
…그렇게 한참을 허우적거리던 그녀는 탁자 앞에 멍하게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랬다.
아, 아ㅡ.
바로 앞에 물이 가득담긴 잔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환약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준이 창가에 서서 바깥에 내리는 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공주는 다시 고개를 원상태로 되돌려놓고, 살짝 눈알만 내려 손바닥에 있는 그걸 봤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딱, 한 알이라는 생각에, 좀 과감해졌다.
그래, 어차피 이게 마지막이잖아. 마지막이야. 마지막, 딱 한 번….
강준에게 평생 사죄하리라. 평생토록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리라ㅡ.
…그리고, 약이 물잔에 토옹 떨어졌다.
한 번 저지른 거, 두 번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그녀는 물잔을 들었다. 손이 잘게 떨렸다.
“가, 강준 씨.”
강준은 고개를 살짝 돌려 웃는 낯으로 공주를 봤다. 그녀는 죄책감에 미쳤다. 그러나, 손은 물잔을 내밀었다.
“물…, 한 잔…, 마실래요?”
하아, 하아ㅡ.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듯이 뛰었다.
“네, 고마워요.”
강준이 그걸 받았다. 그리고 단숨에 쭈욱 들이켰다.
저질렀다. 저질러 버렸다ㅡ.
마리아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이를 꽉 물었다.그러나, 몸은 이미 열기로 화끈화끈거렸다. 마사지까지 받은 상태라, 더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마리아 후보생. 그럼 저 먼저 누울게요.”
“…ㄴ, 크흠. 네에.”
이상한 감정에 목이 멨다. 강준은 곧 침대에 누워, 잠에 빠졌다.
마리아는 그렇게 한참 서 있다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촛대를 들고 침대의 머리맡에 내려놨다.
쏴아, 하는 빗소리에 사위가 잠겼다.
그게 마치 성신의 울음 소리 같았다.
그녀는, 침대에 올라갔다.
덜컹, 하고 잠깐 위아래로 침상이 흔들렸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이강준, 후보생.”
마리아는 그를 흔들었다.
“강준 씨.”
더 세게 흔들었다.
“이강준 씨ㅡ!”
아주 세게 흔들었다. …그래도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리아는 잠깐 침대에 벌렁 누웠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이불을 치웠다. 그 다음, 그의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붙였다.
쪽.
그녀는 입맞춤을 했다. 한 번으로 부족했다. 쪽. 그래서 한 번 더 했다.
거기서 그녀를 제어하는 고삐가 풀렸다.
마리아 공주는 그의 바지를 내렸다. 축 처진 그의 자지가 눈에 들어왔다. 진한 사내 냄새가 다시 그녀의 코를 훅 때렸다. 그녀는 더 킁킁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내려 그의 자지 가까이에 코를 댔다.
스읍, 스읍ㅡ.
하아. 하아.
그렇게 몇 번씩이나 냄새를 맡았다. 자지 냄새를.
자지, 냄새…. 강준 씨, 자지 냄새야….
마리아 공주는 잠깐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약효는확실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자지를 쥐었다. 그리고 만지작거렸다. 오늘은 어제처럼 주저함이 없었다. 이번엔 놀고 있는 손으로 그의 불알까지 만졌다. 양손이 뜨끈뜨끈해졌다.
하아, 하아ㅡ.
뜨거운 숨이 훅훅 샜다. 그녀는 입을 헤 벌린 채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그의 자지를 만지작거렸다.
강준의 그것은 곧 커졌다. 소설 속에 나왔던 그 괴물 같은 자지가, 바로 이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핏줄이 툭툭 불거진 게, 대단히 흉측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지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녀는 벌겋게 충혈된 좆대가리를 바라봤다. 그 다음 다시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까보다 더 진해진 느낌이었다.
목이 탔다. 뜨거운 숨이 자꾸 목구멍을 타고 오락가락했다.
…가까이 코를 대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자지에 혀끝을 갖다댔다.
아무 맛도 안 났다.
그래서 이번엔 혓바닥으로 그의 자지를 삭 핥아 올렸다.
읏.
뜨끈한 열기 속에서, 사내의 향이 코에 확 퍼졌다. 엄청 강렬하게.
이게, 이게 자지맛…. 남자 자지맛이구나….
그렇게 몇 번 핥다가,결국 입에 넣어 보았다. 뜨거운 게 입천장에 확 닿았다.
그녀는 그렇게 잠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눈알을 돌려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ㅡㅡㅡㅡㅡ!!!
강준의,
뜬 눈이,
보였다.
마리아 공주는, 자지를 입에 넣은 채로, 석상처럼 굳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심장이 멎어 버린 것처럼.
한참 있다가, 목소리가 나왔다.
“마리아 후보생.”
성신이시여,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절,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