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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8화 〉Chapter 5. 처리. (8) (318/448)



〈 318화 〉Chapter 5. 처리. (8)

씨발ㅡ!

구강회는 권법 자세를 취했다. 광마권(洸魔拳)을 극성으로 익힌 그는 권법의 대가였다. 애초에 무기가 없던 게 아니라, 기를 머금은 주먹이 그의 무기였다.


그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상대 말고는 더 없는 듯했다. 아니면 혼자 남은 연가령을 먼저 처리하러 갔거나.




이놈만 처리하고 바로 튄다ㅡ.




여긴 적진이었다. 시간을 오래 끌면 아무래도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들켜 버린 이상 임무를 완수하기는 글렀다. …모두 그 병신 같은 년 때문이었다.


구강회는 상대의 실력을 눈어림으로 가늠해 보았다. 아까 앞길을 막아선 움직임을 보니까 절대 약한 놈은 아니었다. 적의 무위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일단 전력을 다할 각오를 했다.


흑귀의 몸에서 기세가  솟았다. 강준은 상대가 탐색전 없이 전력으로 부딪혀 오겠구나ㅡ, 하고 눈치챘다. 제법 현명한 판단이었다. …아쉽게도 상대가 너무 나빴지만.



놈은 전력을 다해 땅을 박찼다. 연가령보다 더 빨랐다. 실력은 그녀보다 한 단계 위인 듯했다. 레벨은 곽휘지와 비슷해 보이나 경지의 깊이에서 다소 차이가 보였다.



강준은 쏜살처럼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탁 휘둘렀다. 그러나 상대는 공격이 빗나가자마자 지체없이 몸을 옆으로 휘리릭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검은 아슬아슬하게 살점만 살짝 벴다. …경험도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ㅡㅡ!!



구강회는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팔뚝을 바라봤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팔이 잘릴 뻔했다.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다ㅡ.

전력으로 휘둘렀음에도 상대는 가뿐하게 피했다. …아무래도 정직하게 싸워선 안 될 듯했다.



그는 다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나 상대를 앞에 두고 흙을 발로 탁 차며 시야를 가렸다. 그 다음 주먹을 날리는데, 다시 서늘한 공기만 갈랐다.

…오른쪽ㅡ!


그는 데구르르 굴렀다. 무인이 바닥을 구른다는 건 굴욕이었으나,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싸워 이겨야 했다.

구강회는 바닥을 구르면서 흙을 움큼 쥐었다. 그 다음 탁 튕겨올라 그것을 상대에게 쫘악 뿌렸다. 이번엔 제대로 들어갔다.

광혈권ㅡㅡ!




맞았다 하면 뼈고 살이고  박살내 버리는 기술이었다. 이것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수많은 나무와 바위를 때려 부수었나ㅡ!




맞았…!



그러나 뻗었던 오른 주먹이 시야에서 슥 사라졌다. 동시에 핏물이 솟구쳤다.



ㅡㅡㅡㅡㅡㅡ!!!!

끔찍한 고통에도 구강회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그의 눈에 바닥에 나뒹구는 자신의 오른손이 보였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ㅡㅡ!!

순간 머리가 팽팽 돌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주저했다. 이대로 도망갈 순 없었다. 놈이 더 빨랐다. 그러나 상대와의 격차는 방금 한 수로 명확하게 갈렸다.


이길  없었다.

도망갈 수도 없었다.





구강회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상대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가 물러나는 만큼 다가갔다.


그때 구강회의 뒤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연가령이었다. 그의 눈빛에 이채가 스쳤다.



…됐다ㅡ! 이년을 미끼로 쓰자.




“너도 같이 싸워ㅡ!”

구강회는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연가령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이 씨발년이 설마 혼자서 도망갈 생각인가, 하고 걱정했다.

“이 씨발, 너도 도우라고ㅡ!”

대답이 없었다. 그는 슬쩍 곁눈질로 연가령을 보았다. …행동이  이상했다.




…씨발…, 뭐야 이거ㅡ!




그리고 강준이 달려들었다. 구강회가 연가령 쪽으로 도망쳤다. 어떻게든 그녀에게 시선이 끌리도록 하려고. …그러나, 둘은 마치 서로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강준의 검이 놈의 왼쪽 발목을 잘랐다.



“아악ㅡ!”

이번엔 그도 참을 수 없었는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바로 지척에 연가령이 있었다. 구강회는 고개를 치켜들면서 발악했다.


“막아. 막아. 막으라고, 막으라고 이 씨발년아아ㅡㅡ!!”



그러나 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제서야 구강회는 무언가 수상쩍은 걸 느꼈다.



“너, 너…!”

강준은 엎어진 구강회의 등을 무릎으로  쑤시며 뒷머리를 눌려 대가리를 땅에 쾅 박았다.




“씨발년, 이 씨발년, 배신자, 배신자아아ㅡㅡ!! 이 씨발년아. 그러고도  수 있을 것 같애? 이 개씨발년아아아ㅡㅡ!!”

구강회는 버둥거리면서 발악했다. 연가령은 덜덜 떨었다. 그러면서 얼른 그를 죽이라고 강준을 독촉했다.




“빨리, 빨리 죽여 주세요…! 빨리요ㅡ!”

“배신자! 씨발년! 개씨발! 네년은 살 것 같애? 씨발, 너도 뒤졌어,  개씨발년아ㅡ! 지존께서  찾아서 죽여 버릴 거다아아아ㅡㅡ!!”

강준은 검으로 놈의 멀쩡한 왼쪽 팔뚝을 콱 찔렀다. 아아아악ㅡ! 또 비명이 터졌다.



“딱 한 번만 묻는다. …나한테 정보를 넘기고 목숨을 부지할 생각은?”


“없다, 이 개새끼야ㅡㅡ!!”


“그래?”

강준은 검을 팍 뽑았다. 그리고 정확히 놈의 정수리에 다시 검을 콱 찔러넣었다.



몸이 한 번 펄떡 뛰더니 축 늘어졌다. 피가 줄줄 흐르며 놈의  주변으로 진한 웅덩이를 만들었다. 연가령은 헐떡거리다가 주저앉았다. 그녀는 덜덜 떨고 있었다. …놈이 죽어서가 아니라, 마교를 배신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강준은 벌벌 떠는 연가령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었다.그는  묻은 검을 시체옷에 슥슥 비벼 닦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가령이 좋겠네. 이제 소면이랑 고기 먹을 수 있어서.”




두려움은  환희로 변했다. 물, 소면, 고기…! 그 간절한 생각은 보복의 두려움마저 잠깐 쫓아보낼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간만에 네가 사람다운 짓을 했잖아. …그래, 마교 새끼들은 다 뒤져야지, 안 그래?”


“네, 네ㅡ! 마교 새끼들은 싹 뒤져야 돼요.”

“그럼 가령이는?”




연가령이 기겁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전, 전 정화 받고 있어요ㅡ! 전 이제 마교인이 아녜요. 주인님의 개새끼예요.”

헥헥ㅡ. 연가령은 쪼그리고 앉아서 개새끼처럼 헥헥거렸다. 마교인이라고 다 그렇게 충절을 목숨보다 아끼는  아니라는 게 이년을 통해 증명됐다. 정파든 마교든 다 똑같은 사람이다, 이거겠지ㅡ.

“가, 이제.”




연가령이 힘 빠진 다리를 간신히 일으켜 돌아섰다.


“아, 참ㅡ.”


“…네?”

“이리  봐.”



그녀는 걸어가야 하나 기어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푹 엎어져 개처럼 벌벌 기었다. 강준은 발로 엎어져 있는 시체를 밀어 똑바로 눕혔다. 검에 머리가 관통되어 죽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알아보게 해야지. …네 손으로 직접 찢어.”



ㅡㅡ!!


강준은 연가령에게 동료의 얼굴을 직접 훼손하라고 지시했다. 아…. 그녀는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던 동료 시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갈고리처럼 만든 뒤에 구강회의 얼굴을 마구 찢었다.



- 이 개씨발년아ㅡ! 지존께서 널 찾아서 죽여 버릴 거다아아아ㅡㅡ!!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 개새끼ㅡ! 내가, 내가 무슨 처지인지도 모르고ㅡ! 내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도 모르고ㅡ!


그녀는 분노에 휩싸여 그의 얼굴을 미친듯이 헤집었다. 이미 그건 더 이상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 연가령은 헐떡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꽤 소질 있는데?”

“감사합,니다.”

연가령은 반사적으로 감사하다는말이 튀어나왔다. 이번엔 정말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손 내밀어.”

그녀는 피와 살점이 묻은 손을 내밀었다. 강준은 물통을 꺼내 뚜껑을 뽑고 그 위로 물을 조르르 떨어트렸다.




“이제 맛있는  먹으러 갈 건데, 이런 꼴로 가면  되잖아. 그치?”


강준이 웃었다. 연가령은 마치 악귀의 웃음을 보는 듯했다. …마교에서조차 이놈만큼 잔인한 새끼는 드물었다.




그녀는 무서웠다. 언제 갑자기 상대가 죽이겠다고 덤벼들지 모르니까. 그래서 최대한 아양을 떨어야 했다. 살기 위해서. …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이번 죽음을 보고 그걸 더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자, 이제 움직여.”

연가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서서 터벅터벅 걸었다.

무언가 가슴 한 켠이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인간성도, 구강회의 얼굴과 함께 찢겨 버린 모양이었다.




· · ·


연가령은 소면과 고기를 먹었다. 미친듯이 먹었다. 면을 호로롭 빨 때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강준은 맞은편에 앉아 그녀가 먹는 걸 구경만 했다. 연가령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소면과 고기 먹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너무 맛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그놈을 죽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소면 한 그릇을 게  감추듯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녀에게 허락된 건   그릇이었다.


간만에 살 것 같았다. 드디어 음식다운 음식이 들어왔다고 온몸이 환희를 표출했다.



“움직여, 이제.”



둘은 어디론가 움직였다. 숙소 방향은 아니었다. 그녀는  불안했다. 그러나 그가 가라는 데로 곱게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 걸은 끝에, 어느 으리으리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가령은 저기가 어딘지 눈치챘다. 건물 꼭대기에 꽂혀 있는 깃발의 문양을 보고.



- 무림맹ㅡ!


연가령은 걸음을 멈추고 강준을 돌아봤다. 순간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뭐해?  가?”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당장 발길질이 날아왔을 터.그녀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면 제발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었다.

“그런 거 없으니까 걱정 말고 가. 나 두 번 말하는  싫다고 했지?”


“주인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잘할게요. 잘할게요.”




부러진 손으로 그녀는 미친듯이 빌었다. 강준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가.”

연가령은 덜덜 떨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들은 확실히 무림맹으로 가고 있었다.




연가령은 마지막으로 애원했다.



“주인님, 제발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하라는 거 다했잖아요. 다했잖아요. 다할게요. 뭐든 할게요. 뭐든 할게요.”


강준이 짜악 따귀를 날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쫙 집중됐다. 연가령은 맞으면서 빌었다.

“…뽑혀야 정신 차릴래?”



흠칫 놀란 연가령의 귓가에, 강준이 속삭였다.

“만약 이대로 돌아가면…, 넌 나한테 죽어. 그냥 가는 게 좋을 거야.”

더는 방법이 없었다. 돌아가면 진짜 죽는다ㅡ. 놈은 그러고도 남을 새끼였다. 몰래 으슥한 숲속으로 데리고 가서 확 죽여 버리겠지. 마지막엔 얼굴도 못 알아볼 정도로 훼손하고….

엄마, 아빠아….

연가령은 덜덜 떨면서 걸었다. 그녀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기분이었다.




둘은 무림맹의 정문까지 다가갔다. 그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마치 비수처럼 느껴졌다.



“무슨 일로 오셨소?”




문지기가 물었다. 강준이 연가령의 뒷머리를 콱 움켜쥐고 좌우로 세게 흔들었다. 악ㅡ. 그녀가 작은 비명을 질렀다.



“죄인을 잡아왔소. 은밀한 일이오.”

“뉘신지 먼저 말씀을 해 주셔야….”

“이강준.”

강준은 이름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검제의 제자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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