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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4화 〉Chapter 17. 대회. (3) (374/448)



〈 374화 〉Chapter 17. 대회. (3)

“느려. 좀 더 빠르고 간결하게. …이딴 식으로 해서 파리라도 때리겠어요?”



정인호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움직였다. 어떻게든 강준의 몸을 한 대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목검은 번번이 그의 몸을 스쳤다.


확실히 주인공이라 그런지 재주는 있는 놈이었다. 그러나, 밑바탕이 없으니 검술이라고 해도 마구잡이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근간이 될 근본이 없었다.



이걸로는 천마 죠즈와 최후의 결전을 벌일 때, 오히려 폐만 끼칠 수준이었다. 강준은 이놈이 적어도 1인분은 할  있도록 지독하게 굴릴 작정이었다. 힘들고 자시고 그딴 건 알 바 아니었다. 그건 이놈 사정이고.

“더, 더, 더ㅡ!”

정인호도 만만치 않은 자존심이 있는 놈인지라, 강준에게 농락 당한다는 사실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그는 어떻게든 한 대를 맞추려고 진짜 미친듯이 목검을 휘둘렀다.

“왜 이렇게 행동이 커ㅡ! 칼춤 춰? 어?!”

“이, 이…!”




놈의 몸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보다 못한 강준은 결국 정인호의 가슴팍을 발바닥으로 뻥 찼다. 악ㅡ. 놈은 벌러덩 뒤로 자빠졌다.




수준 하고는….



강준은 이딴 놈에게 10년이란 세월을 건 스스로가 병신이구나했다. 애초에 근본도 없는 애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다.  알량한 좆질이나 할 줄 알지. …그가 만든 주인공이었으나, 참 못난 놈이었다.

“일어나. 빨리ㅡ!”



아아악ㅡ!


놈은 괴성을 지르며 쏜살처럼 튀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목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회심의 일격마저 허무하게 빗나갔다.




사실 정인호가 강준을 한 대라도 맞춘다는 건 불가능했다. 능력치도 능력치였고, 실력도 실력이었다. 그  개가 전부 부족하니, 당연히 불가능할 수밖에.

“그만.”



강준은 정인호를 멈추게 했다. 혹시나 싶어   시험 삼아 실력을  건데, 아주 형편이 없었다. …1던전과 3던전을 강준이 수월하게 뚫어 버린 탓에, 정인호의 실력은 4던전을 넘었을 때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위기가 없으니 실력 상승도 지지부진한  분명했다.




병신 같은 새끼가ㅡ.




강준은 괜히 이걸 하겠다고 했나ㅡ, 하고 골머리가 지끈거렸다. 적어도 랑젤 정도는 이길  알았건만, 겨우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정도에 불과했다.



정인호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이에 실력 차이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극심할 줄은 몰랐다. 1던전에서 살짝 그의 실력을 보긴 했지만, 그동안 애써 노력했으니 그 격차가 어느 정도 줄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줄어들기는 커녕, 상대는 아득히 높은 곳에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강준은 한숨을 쉬고 손가락  개를 내보였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두 가지요?”


“하나는 빠르게 강해지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느리게 강해지는 법입니다. …물론 각자 장단점이 있지요.”


정인호는 당연히 빠르게 강해지는 법을 원했으나, 딱 봐도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방금 이것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힘들지 않았나ㅡ.

“…장단점이 뭡니까.”

“전자는 죽을 만큼 힘듭니다. 후자는 그것보단 낫고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인호 씨의 의견을 존중하지요.”

강준은 선택을 하라고 했다. 정인호는 오기가 생겼다. 더군다나 그는 한 개의 팀을 이끄는 팀장이 아닌가. 그의 어깨엔 결코 가볍지 않은 생명의 무게가 얹혀져 있었다. …자기 몸을 좀 사리겠다고 오래 시간을 끌고 있을 순 없었다.

“빠르게 강해지겠습니다.”

강준이 삐뚜름하게 웃었다. 정말   있겠냐는 비웃음이었다.

“빈말 아닙니다.”


“이겨낼 겁니다.”


비웃음에 오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꼴에 자존심은ㅡ.

그래도 후자를 선택했으면 더 꼴보기 싫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강준은 지금부터 하겠냐고 물었다. 원한다면 다시 선택할  있는 하루의 유예를 주겠다고 했다. …살짝 도발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지금 바로 하죠.”



강준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정인호팀의 힐러를 바라봤다. 뒤에서 힐이나 뿅뿅 날리는 주제에, 덩치 큰 사내놈이었다. 브루노라고 했던가.




“긴장하세요. 방심하면 진짜 죽으니까.”



정인호의 얼굴에 순간 핏기가 싹 빠졌다. 강준에게서 어마어마한 살기를 느껴서.


인정하기 쪽팔리는 일이지만…, 솔직히 무서웠다. 몸이 떨렸다. 진짜 죽는다는생각이 들어서.

…이 사람,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강준은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정인호의 배때기를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아아아웁ㅡ! 놈의 몸이 ㄱ자로 꺾이며 부웅 날았다.

ㅡㅡ!!


브루노의 입이 떡 벌렸다. 설마 팀장이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이야. 그래도 팀원들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닌가.



웨엑ㅡ.



정인호는 위액을 토했다. 새벽이라 먹은 게 없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반쯤 소화되던  다 나올 뻔했다.


“일어나.”

강준은 엎드린 정인호에게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놈은 부들거리며 일어났다. 그는 겨우 한 방으로 어마어마한 충격을받았다.




청산당주는 또 주먹질을 했다. 팔 다리 몸통 가리지 않고. 마음 같아선 대가리도 후드려 패고 싶었으나, 혹시 힘 조절이 잘못되어 정말 뒤져 버리면 큰일이니 거기는 피했다.

단단한 뼈도 주먹에 부딪히는 순간 아작이 났다. 정인호는 어떻게든 비명을 삼키며 고통을 참으려고 했으나,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렀을 땐 진짜 눈깔이 돌아갔다.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브루노가 얼른 달려와 그에게 힐을 퍼부었다.


“다시 일어나.”


“아니, 그, 방금 전에 힐을 했는데요…?”



놀란 브루노가 그렇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강준은 그가 무어라 떠들든 신경쓰지 않고 엎어져 있는 정인호만 바라봤다. 힐러 브루노는 머쓱해져 뒤로 물러났다.

“셋 센다.하나, 둘, 셋.”



강준이 공을 차듯, 발등으로 놈의 배때기를 거칠게 찼다. 아악ㅡ! 놈이 붕 날았다가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정인호 팀장. 겨우 이게 다야? 어? …일어날 패기도 없는 주제에 지금까지 그렇게 잘난 척을 했던 거야?”

정인호의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브루노는 차마 그 광경을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정말 끔찍했다.

“일어나.  센다.  일어나면 일어날 때까지 팬다.”



하나 둘 셋ㅡ, 하고 셋을  때마다 강준의 발이 놈의 몸을 찼다. 그렇게 두 번을  맞고 나서야, 정인호는 너덜너덜한 채 일어났다. 브루노는 얼른 힐을 주었다. 상처는 말끔하게 회복됐다. 그러나 체력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겠지.


“마력은 폼이야? 어떻게든 저항해. 안 맞고 싶으면 죽도록 저항하라고.”



정인호의 문제점은 두 개였다. 하나는 부족한 실전 경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근본 없는 검술. 주인공빨로 지금까지 버텨왔으나, 그것도  한계에 봉착했다.

강준은 우선 그 실전 경험을 빠르게 채워주려고 했다. 동시에 3회  복수도 하고.


실전 경험이란 건 다른 게 아니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거지. 거기서 생존 감각을 찾는 거였다. 어차피 근본 없는 새끼에게 근본 있는 싸움을 가르쳐 봤자 별 도움도 안 됐다.



한마디로 수학 지식이 전무한 새끼한테 고급 이론을 백 날 설명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그냥 문제 푸는 방법만 존나게 가르쳐 주는 거지. 일단 뭐가 됐든, 전장에서 자기 목숨부터 부지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지금 이게 바로 그 작업이었다. 물론  더 고상하게 해도 되겠지만, 억하심정이 있는 강준은 고상한 방법보단 더럽게 지저분한 방법을 썼다. 그래도 선택은 주인공놈이 한 거니, 원망할 거면 스스로에게 해야지.

강준은 정말 정인호를 먼지가 날 정도로 패고  팼다. 놈은 어떻게든 안 맞겠다고 발악을 했다. 진짜 죽도록 아픈 모양이었다. 하긴 뼈가 아작났다가 붙었다가를 자꾸 반복하는데, 어지간한 정신력으로 버티기 힘들었다. …물론 강준팀의 가드들은 매번 훈련마다 하는  그거였지만.



“그,만, 그마안…!”



결국 견디지 못한 정인호가 먼저 항복 선언을 했다. 강준은 곱게 물러났다. 놈은 쓰러진 채 숨만 헐떡이고 일어나지 못했다. 브루노는 자꾸 힐을 주었다.


“인호 씨. 겨우 이 정도로 되겠어요? …세상은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험악합니다.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어요.”



그러나 이미 탈진해 버린 정인호의 귀에는 강준의 말이 닿지 않았다. 청산당주는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겠다ㅡ, 하고 돌아섰다.



브루노는 얼른 자기 팀장을 부축했다. 힐 덕분에 몸은 멀쩡했으나, 사람은 거의 인사불성이었다.

정인호는 축 늘어져 걸을 힘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덩치는 얼른 그를 업고 숙소로 달렸다. 초조하게 둘을 기다리고 있던 샤를롯이 축 늘어진 정인호를 보고 엄청 놀랬다.




“왜 이래? 인호  이래?!”


“기절한  같아. …훈련이 진짜 힘들었거든.”



브루노는 차마 죽도록 얻어맞았다는 말은 하기 힘들었다. …훈련 내용을 밖에 누설해도 되나  되나 그것도 몰랐고.


“무슨 훈련을 사람이 기절할 때까지 해?!”


“…인호가 결정한 일이야.존중해 줘. …대단한 팀장님이야.”



브루노는 그래도 인호가 버텨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걸 기억했다. 다 팀을 위해서겠지.



그러나 샤를롯은 걱정이  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인 탓이었다. 혹시나 강준이 안 좋은 마음을 먹고 있는 거라면,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멈춰야 했다.

…설마 나 때문에, 인호가 잘못되는  아니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샤를롯은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강준이 자기를 차지하려고 인호를 죽이려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훈련 사고를 빙자한 의도적인 살인ㅡ!



“내가 지켜보고 있잖아. 걱정 말고 팀장님을 믿어.”

“…알았어.”



말은 알았다고 했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샤를롯은 완전히 정신을 잃어 버린 채 침상 위에 누워 있는정인호를 보면서 대단히 걱정하는 얼굴이 됐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쓸면서 아랫입술을 꽈악 씹었다.


물론 팀도 아주 중요하지만, 결국 정인호가 없으면 팀이 무슨 소용이랴ㅡ.



샤를롯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찼다. 브루노가 어디 가냐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강준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은 그의 방으로 넘어갔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 기척이 있었다.


문이 열리자 강준이 보였다. 샤를롯은 그를 한  강하게 쏘아보았다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수그렸다.

“이 시간에 무슨 일?”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실례를 저지를 만큼 급했나 봐요? 우리 샤를롯 씨가.”


흐흐 음흉하게 웃는 강준은 샤를롯을 안으로 들였다. 문이 쿵 닫히자 그녀가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대체 인호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데,  꼴이 된 거죠? …네?”


“무슨 일이라니. 알고 있잖아요, 훈련인 거. …그 브루노라는 사람이 말 안 하던가? 같이 보고 있었을 텐데.”

“훈련이란 건 알아요. 근데 기절하는 게 정상이에요? …저러다가 진짜 큰일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인호 씨가 선택한 일이에요. 내가 아니라.”



샤를롯은 입술을 꽈악 씹었다. 부리부리한 눈깔에 독기가 가득했다.


“…다음 번부턴 저도 참관해도 될까요?”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인호를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강준은 순순히 응했다. 허무하리만큼.



“그러든가. …물론 참관입니다. 괜한 참견질은 인호  신상에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알았어요. 그럴게요.”




일단 용건은 끝났다. 욱하는 마음에 이곳까지 단숨에 뛰어오긴 했으나,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참관한다면 그도 허튼 수작질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든 저러든, 우선은 인호의 안위였다. 일단 그가 무사해야 했다.



“그럼 용건은 끝?”

“…네.”



강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침상에 턱 걸터앉았다. 샤를롯은 슬금 눈치를 보다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딱 봐도 그냥 곱게 갈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빨까요?”


“원하는 대로.”

물론 원하는 대로 한다면 지금 당장 방을 나가는 거였지만, 샤를롯은 감히 그럴 간담이 없었다. …인호를 위해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녀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거대한 자지를 꺼낸 다음 그걸 입에 물고 쯉쯉 야하게 빨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잠깐 내려다보던 그는 진하게 웃더니 한마디했다.


“내일 새벽에….”

샤를롯의 시선이 올라가, 강준의 것과 부딪혔다.


“준비하고 나와.”




…준비?



샤를롯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의 눈썹이 살짝 뒤틀렸다.

강준이 선고하듯 말했다.




“니 똥구멍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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